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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6화)
작성일 : 19-11-07 21:4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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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음성 녹음은 거기에서 끝났다.

  다 듣고 난 선호는 기분이 착잡했다. 필수의 배신도, 끝 모를 인간들의 욕심도, 무기력한 자신도, 불평등한 이 세상도 전부 싫었다. 자기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선호는 여기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착찹한 마음으로 거실로 나와 위스키를 꺼내 들었다. 소파에 앉아 위스키 한잔을 따라 마셨다.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 온 날들이 천천히 떠오르다 사라졌다.

  엄마의 미소와 죽음이 떠올랐고, 아버지의 떠남이 생각났다. 자기를 사랑해 줬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소위로 임관할 때 진심으로 축하 해주던 필수가 떠올랐다.

  돌이켜 보면 기뻤던 기억보다 슬펐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 추억은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라고 하지만 선호는 정말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가 살아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때가 선호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떠졌다.

  뭐지? 본능적으로 선호는 몸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팽팽해지도록 긴장을 하며 움직이지 않고 누운 상태에서 재빨리 주위 상황을 살폈다. 잠을 깨운 것이 단지 창밖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라는 것을 안 순간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만큼 자신이 쫒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탁자 위에는 위스키 병과 잔이 치우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놓여 있었다. 어젯밤에 마시던 상태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마신 술기운에 자기도 모르게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다행히 속이 좀 텁텁할 뿐 컨디션은 괜찮았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몸의 상태가 중요했다. 선호는 칼칼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났지만 음식을 사 먹으러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무엇인가 요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라면 끓일 물을 올려놓고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필수의 핸드폰이 보였다. 핸드폰을 손에 꽉 쥐었다.

  어제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러나 어젯밤의 패배감에 젖은 감정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았다. 그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통화의 상대방은 박두희 실장이 분명했다. 그러나 핸드폰의 녹음 내용으로 미뤄보면 박 실장도 대승그룹 차 회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 것 같았다. 선호는 혼란스러웠다.

  차 회장이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벌인 사건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자신은 차 회장이나 박 실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왜 자기를 죽이려고까지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의 열쇠는 박 실장일 것 같았다. 이번 사건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그를 만나야만 될 것 같았다.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호는 일단 생각을 접고 주방으로 나가 라면을 끓였다. 매콤한 라면 국물이 들어가자 텁텁하던 속이 다소 풀리는 것 같았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하게 라면으로 때운 선호는 다시 책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다 지워지곤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들에 그냥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만은 없었다. 차 회장은 단지 자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설령 정 의장이나 다른 사람들의 죽음은 자신과의 악연으로 그랬다 쳐도 필수는 죽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자기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끝없는 욕심을 생각하면 여기에서 멈출 리가 없어보였다. 또 다른 필수나 자기와 같은 희생자가 생길 것이 뻔했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막아야 할 것 같았다.

 

  선호는 박두희를 만난 뒤 차주영 회장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 모든 일을 꾸민 장본인이었고, 이 일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차 회장일 수밖에 없었다. 선호는 차 회장에게 필수가 녹음한 통화 내용을 들이밀기로 했다. 차 회장 같은 스타일의 사람에게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을 했다.

  막강한 차 회장에 비해 자기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경찰에 쫒기는 살인 용의자였다. 선호가 선택할 방법도 피할 방법도 없는……. 애당초 이것은 승산 없는 게임이었다. 이런 승산 없는 게임에서는 단 한 방에 끝내야 한다. 차 회장이 방어할 틈을 주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가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멈칫하는 순간 차 회장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권력과 힘을 동원해 선호의 목을 죄어 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자기만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선호는 만약을 대비해서 필수의 핸드폰에 담긴 통화 내용을 USB에 복사를 해서 저장을 했다.

  생각을 굳혔지만 차 회장을 만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선호가 원한다고 만나줄 리도 없었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경호원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기에 어설피 차 회장에게 다가섰다가는 자신의 정체만 드러낼 것이 뻔했다.

  차 회장의 집무실은 약속된 사람이 아니면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대승그룹 사옥은 49층이었지만 모든 엘리베이터는 48층까지 밖에 운행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49층을 갈 수가 있었다. 48층과 49층 사이의 비상계단에는 강화 셔터로 차단되어 있었다.

  차 회장을 만나게 될 기회는 단 한 번뿐일 것이다.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망설임 없는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서울 외곽에 있는 자동차 폐차장으로 갔다.

  상당히 넓은 공터에 녹슨 철판을 높이 둘러 친 폐차장에는 온갖 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완전히 박살이 나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것부터 웬만한 새 차보다 멀쩡해 보이는 것까지 차량의 수만큼 그 형태도 가지가지였다.

  선호는 폐차더미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페인트가 벗겨지고 곳곳에 녹인 쓴 지저분해 보이는 컨테이너로 만든 사무실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벽면에 커다란 창이 나 있는 컨테이너는 사무실인 것 같았지만, 다른 하나는 아무 표식도 없고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선호는 왼쪽에 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낮인데도 사무실 천정에는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켜나마나 한데도 주인은 불을 끌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저 형광등은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무실에는 언제 머리를 감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발을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깡마른 체격이었지만 강단이 있어 보였다. 주로 실외에서 일을 해서인지 검게 탄 얼굴도 그다지 정감이 가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선호를 쳐다보는 눈빛은 아주 날카로워보였다.

  “안녕하세요. 차 한 대 살 수 있겠습니까?”

  “안팝니다.”

  남자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선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무실 한 쪽에 놓인 철제 접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피워 물고 남자에게도 권했다. 남자가 감정 없는 눈빛으로 선호를 쳐다보았다.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흰색 미니밴이면 좋겠는데요.”

  “중고차 시장에 가 보슈.”

  남자의 말은 예외 없이 짧았다. 선호는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탁자위에 놓았다.

  “시세를 몰라 그냥 어림으로 셈했습니다. 삼백입니다.”

  “댁한테 팔 차는 없소.”

  “그것 참……. 나를 아십니까?”

  “댁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는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지.”

  남자의 계속되는 짧은 말을 무시하고 선호가 잘라 말했다.

  “그럼 나도 이곳에서밖에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아시겠네.”

  “말했잖소……. 중고차 시장에나 가라고.”

  남자는 기름때에 절은 작업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선호가 책상 위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책상위에는 폐차에서 떼어 낸 부속품과 오래전에 발행된 낡은 잡지들, 용도도 알 수 없는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여 있어 조그마한 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용케 서류 작업을 한다는 것이 신기해 보였다.

  “차 열쇠는 어디 있습니까.”

  남자가 선호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자기가 그 차를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속으로 가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선호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남자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남자가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서랍에서 차 열쇠를 꺼내 탁자위에 놓았다.

  “브레이크가 망가졌으니 알아서 쓰쇼.”

  “고맙습니다. 사장님 이름이 알려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선호는 사무실을 나가면서 그 남자가 폐차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CCTV녹화 테이프를 지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말처럼 미니밴은 브레이크가 많이 밀렸지만 사용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어보였다. 선호는 미니밴을 타고 양평 창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감춰두었던 창고 안으로 미니밴을 집어넣었다.

  며칠 전에 선호는 이곳을 다녀갔었다. 오토바이는 경찰에서 압수해가고 없었지만, 양평 창고 집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에서는 설마 지명 수배된 선호가 다시 이곳을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선호는 준비해 온 페인트와 스티커를 이용해 자동차 도색 작업을 시작했다. 창고 집은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진 외딴 집이었기 때문에 페인트 냄새나 작업하면서 나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았다.

  오전에 시작한 작업은 거의 해가 저물 때쯤 끝났다.

  작업이 끝난 미니밴의 옆면에 ㈜ 대창 엘리베이터 보수용역이란 회사명과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까지 새기고 보니 영락없는 엘리베이터 수리를 하는 회사 차량으로 보였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 주위가 어둠에 깔렸을 때 선호는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나왔다. 그래도 혹시 모를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어두웠지만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마을을 빠져 나왔다. 춘천으로 간 선호는 차를 아파트 근처에 주차 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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