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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3화)
작성일 : 19-11-07 21:43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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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대승그룹 사옥은 외형에서부터 일반인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주변을 압도하는 49층의 높이도 높이였지만 사옥을 중심으로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과 멀티플렉스가 연결되어있어 마치 그 일대가 대승그룹 왕국 같았다. 사옥과 주변 일대를 연결하는 모든 통로의 바닥을 전부 와인색의 대리석으로 깔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민 반장은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어떻게 바닥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마 청소하는 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쓸고 닦으리라……. 비록 월급을 받고 일을 하겠지만 그들의 노고가 마음에 걸렸다.

  민 반장은 자신의 구두에 묻은 흙이 바닥에 떨어져 행여나 그들에게 수고를 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같이 가는 차 형사는 그런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발걸음이 당당했다.

  통유리로 된 커다란 회전문을 들어서자 바닥은 더 붉은 와인색의 대리석이 깔려있어 중후한 멋과 고급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대리석 바닥은 유리처럼 매끄럽게 반질거려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칠 정도였다.

  민 반장은 건물이 주는 위압감에 혼자 촌뜨기가 된 느낌마저 들어 괜히 재킷 끝단을 두 손으로 잡아 당겼다. 그들이 로비를 중간 정도 지나 엘리베이터 홀로 걸어갔을 때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나이에 비해 머리는 짧지만 세련되게 다듬었고 넥타이와 푸른빛의 재킷이 잘 어울렸다.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 젊은 큐레이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혹시 민 반장님이십니까?”

  “예. 제가 민태용입니다.”

  “기조실 엄상익 차장입니다. 실장님이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아! 예…….”

  민 반장과 차 형사는 엄 차장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엄 차장은 두 사람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는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회장실 전용 엘리베이터로 데리고 갔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외부와는 달리 엘리베이터 벽과 바닥이 전부 황금색으로 치장되어 있어 대승그룹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는 곧장 49층까지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민 반장이 타자 엄 차장이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았다. ‘윙’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잠시 좌우로 미세한 떨림이 있더니 이내 멈춰 섰다. 그리고 또 다시 문이 열렸다.

  민 반장은 어리둥절했다. 아직 엘리베이터가 출발도 하지 않은 줄로만 알았는데 벌써 49층에 도착한 것이다. 민 반장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엄 차장을 따라 기조실 사무실로 들어갔다.

  박두희 실장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민 반장의 입이 또 한 번 떡 벌어졌다. 차 형사도 이번에는 민 반장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발아래로 서울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한강이 흐르고 그 한강위에 놓인 다리들이 보이고, 그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의 물결, 사람들의 움직임…….

  민 반장은 아마도 하늘나라에 간다면 지금 느끼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들것만 같았다.

 

  “어서 오세요. 제가 찾아가야 하는데 공무에 바쁘신 분들을 오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40대 초반의 남자가 사무실 중앙에 놓인 책상에 앉아 보고 있던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민 반장 쪽으로 걸어 나오면서 인사를 했다.

  엄 차장보다 나이는 더 들어보였지만 세련됨은 오히려 더 탁월했다. 아르마니 재킷을 걸치고 노타이에 엷은 분홍색의 와이셔츠가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민 반장은 박 실장이나 엄 차장을 보면서 실소가 나왔다.

  뜬금없이 그들과는 달리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형사들의 좋은 점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형사들이 저들처럼 자기들의 한 달 치 봉급을 털어야 겨우 살 수 있을 옷을 입고 범인들을 쫒아야 한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명 모두 범인을 뒤쫓는 일은 포기할 것만 같았다. 옷이 망가지느니 차라리 범인을 놓치는 쪽을 택할 것 같았다. 아마 그로인해 미제 사건이 수두룩하게 생길 지도 모를 일이다.

  박두희 실장을 따라 앉은 소파는 지금 막 커버를 벗긴 것처럼 깨끗하고 가죽 특유의 냄새가 났다. 까만 가죽으로 된 스웨덴의 명품 프리츠 한센 제품이었다. 자리에 앉아 서로 소개를 했다.

  “민태영 반장입니다.”

  “박두희 입니다.”

  “바쁜 시간 빼앗아 미안합니다.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민 반장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두희가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협조를 해드려야죠. 공무로 오셨을 텐데……. 엄 차장. 여기 차 좀 들여 보내줘요.”

  소파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어 편안했다. 박 실장이 다리를 꼬고 상체를 곳곳하게 세웠다. 경찰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는 허세를 보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괜히 주눅이 든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민 반장은 소파 깊숙이 허리를 박고 쭈그려 앉아 있던 몸을 쭉 폈다.

 

  ‘성격이 급하고 자존심이 강한 남자구나.’

  민 반장이 박 실장의 얼굴을 찬찬히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남자들을 완벽한 증거 없이 들이밀다가는 그대로 반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웬만한 펀치에는 끄덕도 않을 차돌 같은 타입이었다.

  “시간이 없으실 테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지난 달 23일 밤에 혹시 어디에 계셨는지 기억하십니까?”

  민 반장의 말에 박두희의 얼굴에 순간적이었지만 당혹해하는 빛이 보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민 반장이 서로 밀고 당김도 없이 곧바로 자기의 패를 까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민 반장이 오기 전에 박두희는 경찰 내부에 심어놓은 정보통을 통해 이미 민 반장이 자기를 방문할 것이란 정보를 들었다. 그것뿐 아니라 지금까지 강력반에서 벌어지는 수사 상황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박 실장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사실 박두희는 민 반장의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그의 방문을 자기에게 향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과 협조로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은 만나야 할 상대라며 자기에게 유리한 시기를 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박두희는 굳이 다윈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란 절대적인 사회적 진리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초식동물이 포획자인 육식동물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미리 몸을 낮추고 피하는 것은 꼭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 사회에서는 그런 일들이 체제를 유지해주는 시스템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타인과의 만남이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에 누가 정하지 않더라도 서열이 분명하게 정해진다. 그리고 그 서열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나 공무원들은 그런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되어 있는 집단이다.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비웃지만, 그들은 어쩌면 자기들의 자존심을 자리 보존과 맞바꾸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박두희는 분명히 그들보다 위에 있는 포식자였다.

  자기를 만나는 공무원들은 고위 공무원뿐 아니라 장.차관 조차도 스스로 작아지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본능적인 차세일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에 익숙했던 박두희는 민 반장의 단도직입적인 태도에 당혹감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이건 분명한 도전이었다. 박두희는 머리꼭지가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어딜 감히 반장 따위가 자기에게 도전을 해!? 그러나 그런 분노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게 만들어 준 몸에 밴 침착함이 드러났다.

  “23일 밤이라고요? 글쎄요……. 그날 내가 뭐를 했었지? 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지금 나를 범인 용의자로 취급 하느냐’며 난리를 쳤을 법도한데 박 실장은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은 채 몸을 반쯤 돌려 책상위에 놓인 인터폰을 눌러 엄 차장을 찾았다. 다분히 민 반장의 도전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민 반장 정도면 자기 밑에서 일하는 엄 차장하고 상대할 일이었지만 오늘은 자기가 특별히 만나주는 것이란 암시였고, 그러니 알아서 빨리 끝내고 돌아가라는 의미였다.

  “엄 차장! 지난 23일 밤에 내 일정 좀 확인 해 주겠나?”

  박 실장은 민 반장이 들으라고 그랬는지 스피커폰을 끄지 않았다.

  “예……. 23일 저녁 8시에서부터 신라호텔에서 아랍 에미리트 투자청장님하고 저녁 만찬을 했습니다.”

  엄 차장은 마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박 실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일정을 확인해 주었다. 달래 비서가 아니었다.

  “아!!! 그랬었지……. 압둘라 아지드 청장하고 저녁을 먹었었지. 그날 끝난 것이 몇 시경이었지? 기억나나?”

  “예……. 그날 청장님이 기분이 좋으셔서 예정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었습니다. 새벽 2시에 끝났습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았다. 쉽지 않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폰을 끄고 박 실장이 돌아앉자 민 반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예. 그러셨군요. 그렇게 바쁘셔서……. 아마 우리 마누라 같았으면 아마 때려치우라고 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 우리 집사람도 항상 같은 말을 합니다. 그렇게 일이 좋으면 회사에 가서 살라고도 합니다.”

  민 반장에게 마누라가 박 실장에게는 집사람이었다. 공연한 말장난 같았지만 박 실장의 자만심이 보이는 것 같았다.

 

  “유림실업하고는 어떻게 거래를 하게 됐습니까?”

  민 반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유림실업이요? 어떤 회사죠?”

  박 실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것은 유림실업이란 회사를 모른다기보다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냐는 비아냥거림 같은 눈빛이었다. 자기가 겨우 그런 협력업체의 문제나 신경 쓸 위치인줄 아느냐는 비아냥거림이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반도체 부품을 가공해서 대승전자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그 회사가 왜요?......”

  박 실장이 유림실업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

  “유림실업이란 회사를 모르십니까?”

  민 반장이 재차 물었다.

  “미안합니다. 반장님이 왜 그 회사를 묻는지 모르지만……. 모릅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박 실장이 강하고 단정적으로 부정을 했다. 민 반장과 차 형사가 거의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차 형사가 조사한 것과는 맞지를 않았다.

  유림실업의 장 대표와 박 실장은 같은 동향 출신으로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 어떻게 박 실장이 유림실업을 모를 수가 있을까. 민 반장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

  민 반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것이라고 박 실장이 잘못 판단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기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후배가 경영하는 회사가 대승그룹과 협력관계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자신은 결백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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