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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2화)
작성일 : 19-11-07 21:42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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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그런 민 반장의 생각을 읽은 차 형사가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저도 차 회장을 잡으려면 단번에 뱀 대가리를 옭아맬 수 있는 올가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주 단단한 올가미를 만들었는데……. 한 번 보시겠습니까?”

  차 형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민 반장을 쳐다 본 뒤 브리핑을 계속했다. 강력반 형사들은 아직은 반신반의한 표정들이었다.

  “먼저 정 의장과 차 회장의 관계에 대해 뒷조사를 해 봤습니다. 전경련 사람들과 정치부 기자들에게 조심스럽게 확인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믿을만한 자료입니다.”

  차 형사가 컴퓨터에 올린 자료를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켰다.

  “정 의장과 차 회장은 아주 사이가 나빴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9단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처신이 노련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두 사람이 아주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랍니다.”

  화면에는 정 의장과 차 회장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는 사진이 올랐다.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공식적인 자리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에는 두 사람은 아주 반가운 것처럼 껴안고 웃으면서 서로 악수도 하고 식사도 하곤 하지만, 돌아서면 정 의장은 대승그룹과 차 회장을 사회적인 책임은 등한시하고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대놓고 공격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차 형사가 화면에 두 사람의 이력을 비교한 표를 올렸다.

  “정 의장이 호남 출신인데 반해 차 회장은 경상도 출신입니다. 지역적으로도 둘은 앙숙이었지만 칼자루를 쥔 것은 언제나 정 의장이었습니다. 정 의장이 국회 내에서 환경노동위원회였기 때문에 국정감사만 되면 정 의장은 항상 단골처럼 대승그룹을 국감 대상으로 선정하는 바람에 차 회장은 국감시기에는 아예 외국에 나가있다가 국감이 끝나면 귀국하곤 했답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원래 그렇잖아. 꼭 대승그룹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대기업들이 다 겪는 홍역치레 아냐?”

  슬쩍 딴죽을 걸 듯 말을 했지만 민 반장은 차 형사의 브리핑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차 형사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장님 말씀대로 국감만 되면 많은 대기업들이 홍역을 치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정 의장은 대승그룹만 꼭 찍어서 딴죽을 걸었던 것 같았습니다.”

  민 반장이 무슨 말인지 수긍이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 형사가 다음 장면으로 화면을 올렸다. 문형표의 이름이 보였다.

  “이번에는 문형표와 대승그룹과의 연관사항입니다. 문형표도 좀 전의 정 의장처럼 대승그룹과 서로 고소와 맞고소까지 벌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문형표가 영화배우가 되기 전에는 진보적인 사회운동가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특히 문형표가 사회 운동의 타깃으로 삼은 것이 재벌들의 가족 경영과 족벌체제에 대한 극렬한 반대 운동이었답니다.”

  민 반장이 차 형사가 배포한 자료에서 문형표의 이력이 적힌 부분을 펼쳤다.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이력이 이채로웠다.

  “특히 문형표는 지능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승그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대승그룹의 주식 1주를 매입해서 주주의 자격으로 매년 주주총회에 참석했답니다. 문형표는 주주로서의 발언권을 얻어 하루 종일 대승그룹의 가족 경영에 대해 성토를 하는 바람에 대승그룹에서 골머리를 썩였다고 합니다.”

  강력반 형사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회장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니 자못 흥미로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한 번은 대승그룹의 비리와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적시한 문서를 주총에서 배포하는 바람에 이를 사실로 오해한 외국계 자본이 일시에 철수할 움직임마저 보인적도 있었답니다.”

  차 형사가 그래프로 그린 대승그룹의 자본 구조를 화면에 떠 올렸다. 얼핏 봐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0%도 채 안되었지만 외국계 지분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승그룹으로서는 그룹의 명운이 달린 엄청난 일이었지만 문형표의 행동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없었던 거죠. 문형표도 엄연한 주주이기 때문에 주총 참석을 저지할 수도 없어 대승그룹은 주총 시기만 되면 문형표 때문에 비상이 걸리곤 했답니다.”

  “그래……. 언젠가 그런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

  민 반장이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문형표와 대승그룹이 아주 나빠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문형표가 이번에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겁니다.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었겠죠. 모른척한다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대승그룹과 청와대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던 거죠. 이 일로 차 회장이 청와대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처럼 문형표와 대승그룹 간에는 악연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배우가 된 뒤로는 관계가 좋은 것 같던데.”

  영화 마니아를 자처하는 박 형사가 아는 체를 했다.

  “대승그룹 계열사 중에 메이저급 영화배급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대승그룹에서는 흥행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문형표가 찍은 영화를 우선적으로 자기들 상영관에 걸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배우가 된 뒤부터는 대승그룹과의 관계가 그리 나빴던 것은 아니라고들 합니다. 문형표도 사람이니까 일단 살아야 않겠습니까?”

  ‘이번 사건이 만약 대승그룹에서 벌인 일이라면 꼭 관계가 좋았던 것만도 아닌 것 같군……. 아무튼 좀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민 반장은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민 반장의 표정을 살피던 차 형사가 보고를 계속했다.

 

  “박 변호사와의 관계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합니다. 박 변호사는 사시 수석 합격에, 연수원 수석 졸업으로 법조계에서는 보기 드문 수재였습니다. 그런 박 변호사가 연수원 졸업 후 법원이나 검찰청을 마다하고 바로 대승그룹의 법제팀장으로 입사한 것입니다. 법제팀장은 임원급으로 이제 겨우 20대 후반의 젊은 사람에게 대승그룹에서 파격적인 예우를 해 주었던 것이죠.”

  “왜 전도가 유망한 사람이 법조인의 길을 걷지 않고 바로 회사로 갔을까?”

  “그것이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판검사의 경력을 쌓으면 나중에 더 큰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기회를 마다한 거죠. 아무튼 박 변호사의 영입으로 대승그룹은 모든 소송에서 승소하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 대승그룹 회장 조카와 결혼을 해 대승그룹 오너 일가가 되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잖아.”

  박 형사가 보충적인 설명을 달았다.

  “그렇게 10여년을 대승그룹을 위해 일하던 박 변호사가 3년 전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가 대승그룹 내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아주 복잡하고 시끄러웠을 때였습니다. 소문으로는 박 변호사가 지금의 차 회장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결과는 차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 다음해에 창업주인 차 회장의 선친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박 변호사가 완패를 당한 거죠.”

  차 형사의 말에 박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형사들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차 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대승그룹의 정관계 로비 봉투 사건 말입니까?”

  김 형사가 자기도 아는 사건이라며 말을 했다.

  “김 형사가 말한 바로 그 사건입니다. 박 변호사가 그동안 대승그룹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내부 비밀 문건과 함께 법원과 검찰, 경찰, 언론, 국회 등 모든 사회 조직에 정기적으로 돈 봉투를 상납했다고 검찰에 고발을 하고 언론에 알린 겁니다. 심지어 유력한 사회운동 단체에도 봉투가 오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근데 왜 우리한테는 안 돌린 거야?”

  박 형사가 농담처럼 볼멘소리를 했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형사들이 한바탕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딱딱하던 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볍게 변했다. 민 반장도 빙그레 웃으며 이미 식어버린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텁텁함이 묻어났지만 지금처럼 카페인이 필요할 때는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고발을 한 뒤 한 달 정도 지나자 박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해 버린 겁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대승그룹에 배신감을 느껴 우발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마치 사실인양 발표한 것이라고 한 겁니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박 변호사가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면서 자기가 고발한 사건을 번복을 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대승그룹이 돈으로 매수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죠. 사실 그때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소문의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차 형사가 레이저 포인트를 접었다.

  “그리고 그런 중요한 비밀 서류를 빼낸 것이 박 변호사의 내연녀라고 알려진 민 원장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민 원장은 고인이 된 차 회장의 주치의였답니다.”

  “이거 원…….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구먼.”

  박 형사가 차 회장을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를 에둘러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림실업의 장필수 대표는 대승그룹의 협력업체입니다. 그러나 세무서에서는 유림실업이 대승그룹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절묘하게도 지금의 차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한 직후였습니다.”

  “유림실업은 왜 그런 위험을 무릅썼을까? 얻는 이익이 뭔가?”

  “유림실업은 대승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해 주고, 대승그룹은 그 대가로 유림실업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거죠……. 특히 차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유림실업이 급성장을 했는데, 조사된 바로는 차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유림실업에서 조성해 줬다고 합니다.”

  민 반장이 복잡한 대승그룹의 실상에 고개를 저었다.

  “둘 사이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유림실업 장 대표가 대승그룹 기조실장의 대학 후배이고, 둘 다 경북 의성이 고향입니다. 아마 그런 연유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민 반장은 차 형사가 어떻게 저런 고급 정보를 수집했는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저 정도 정보를 수집하려면 아마 발로만 뛰어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적잖았을 것 같았다.

 

  차 형사의 브리핑이 끝나자 갑자기 회의실이 부산스러워졌다. 차 형사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아 의욕이 솟으면서도 상대가 자기들이 함부로 접할 수 없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승그룹 회장이라는 것에 위축감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불편함이 형사들 사이에 맴돌았다.

  “그럼 이 모든 사건들이 차 회장이 시킨 일이란 건가?”

  민 반장이 다시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걸 확인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마 차 회장이 직접 나서진 않고 박두희라고……. 차 회장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대승그룹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지시가 내려갔을 겁니다.”

  민 반장이 고개를 들었다. 찌푸렸던 미간을 폈다. 뭔가 확신을 가졌을 때 민 반장이 하는 버릇이었다.

  “그럼 이번은 머리를 치는 것보다 꼬리를 잡는 것이 낫겠는걸!”

  “예……. 현재로서는 그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차 형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럴 때는 민 반장도 능구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외모만 본고 어수룩한 사람으로 보기 쉽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치밀하고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똑똑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래! 그럼 전화를 넣어두지. 오후에 좀 뵙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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