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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1화)
작성일 : 19-11-07 21:41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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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이봐! 최서진!...... 내 말 잘 들어. 난 자네가 올인 하든 말든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빨리 그 놈을 잡아서 내게 데리고 오는 것이야. 알아들어?”

  최서진은 자기를 마치 말단 직원처럼 대하는 박두희의 고압적인 처사에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자기의 감정을 삭여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양팀장 핸드폰은 아직 못 찾은 거야?”

  잠시 자신의 말에 대꾸를 않는 최서진의 기분을 눈치 챈 박두희가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박두희로서도 지금은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은 최서진 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양진수의 아파트에는 분명히 없습니다. 전파탐지기로 샅샅이 살폈지만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에서 수거해 간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최서진의 말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발견되지만 않는다면 양진수의 핸드폰을 굳이 찾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경찰이나 김선호의 손에 들어간다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다. 자기와 양진수간의 통화 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고, 그것은 자기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짐작으로만 일 처리하지 말고 확실하게 하자는 거잖아……. 이번 일이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최 회장이 잘 알고 있잖아. 차 회장도 이 일은 최 회장밖에 처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셔.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최 회장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내가 약속하지. 정말이야. 최 회장”

  박두희가 당근을 제시하며 은근히 최서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서진이라고 박두희의 속셈을 모를 리 없지만, 자신도 이 정도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고……. 선배님. 제가 누구땜에 이렇게 컸는데 왜 선배님 은혜를 모르겠습니까? 그렇잖아도 회사 지분의 절반을 선배님 앞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변호사가 아무 문제없다고 했으니까, 언제든지 오셔서 계약서에 도장만 찍어 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최서진이 약삭빠르게 박 실장의 구미가 당길 말을 던졌다. 최서진의 말을 들은 박두희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도 대승그룹에서 떠나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기도 번듯한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 최서진이 회장으로 앉아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금 너무 최서진을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더 큰 미끼를 던져 줘야할지도 모른다.

  “최 회장! 지금 그런 말 할 상황이야?!...... 최 회장도 이제 좀 더 큰 포부를 가져야 할 때 아냐? 겨우 용역회사 하나 가지고 골목대장 같은 회장 노릇만 할 거야? 이제 더 큰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 그런데 이런 일로 내 발목이 잡히면 어떻게 내가 뒤를 봐줄 수 있겠어?”

  박두희의 목소리가 부드러워 졌다.

  “내가 이 자리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알아?! 말이 좋아 대승그룹 기조실장이지, 이건 칼 날 위에 선 것보다 더해. 차 회장 주변에 있는 놈들은 전부 내가 삐끗하기만을 눈이 뻘게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판인데……. 최 회장마저 그렇게 한가롭게 생각해도 되는 거야? 지금도 서진이……. 너를 핑계로 차 회장에게 슬쩍슬쩍 찔러대는 놈들이 하나 둘이 아냐……. 네가 안 도와주면 내가 어떻게 버티겠냐?”

  박 실장이 말 중에 은근히 자기 힘을 과시했다. 자기가 뒤에서 밀어 주지 않으면 최서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내비쳤다. 능구렁이 같은 최서진이 그런 박 실장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아이 참. 선배님도……. 제가 왜 선배님 고충 모르겠습니까. 암튼 이 번 일은 입이 열 개라도 제가 잘못했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십시오. 깔끔하게 처리하고 한 번 선배님 모시겠습니다. 그렇잖아도 강남에서 좋은 애들 새로 왔다고 연락 왔었습니다.”

  “알았다……. 잘 마무리되면 연락 줘.”

  전화를 끊고 박 실장은 생각에 잠겼다. 어째든 능구렁이 같은 최서 진이 밉지는 않았다. 자기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궂은일을 처리해 줄 그런 후배 한 명쯤은 있을 필요가 있었다.

 

  박 실장의 생각은 깊어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 선호는 강한 상대였다. 처음에는 적당히 폭력배를 동원해 협박하면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못 건드렸다 싶을 정도로 박 실장이 생각지도 못할 속도로 치고 들어왔다.

  어쩌면 양평에서 선호를 제거하겠다는 최서진의 제안을 뿌리치고 좀 더 전문적인 방법을 썼어야 했었다. 잘 처리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최서진에게 전적으로 맡겨만 놓은 것이 이번 사건이 이렇게 꼬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선호는 양태호에게서 양진수를 찾아냈고, 양진수에게서 최서진의 용역회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영리한 선호는 이미 최서진 의 뒤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섣불리 장필수를 죽이는 바람에 자신의 입지만 더 좁아져 버린 박 실장은 최서진의 서툰 솜씨가 못 미더웠다. 더 이상은 그냥 최 회장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차 회장은 뒤도 안 돌아보고 자기를 내칠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은 꿈에도 생각도 하기 싫었다.

  차도살인(借刀殺人)

  어쩌면 이미 차 회장은 자기를 내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는 비리 몇 건 정도는 손에서 주물럭거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의사만 비쳐도 박 실장이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사실 박 실장의 파워는 대승그룹 기조실장이라는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대승그룹을 이 정도로 키울 능력을 가진 차 회장에게는 박 실장은 그저 자기 밑에 있는 많은 부하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인 자기를 끝까지 책임지고 끌어안아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박 실장도 잘 알고 있었다.

  차 회장 밑에는 지금도 박 실장처럼 차 회장의 신임을 얻어 출세를 기다리고 있는 부하 직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들은 박 실장 못지않게 날고 기는 능력과 배짱이 있었다. 이번 일의 실패로 박두희는 그런 자기의 자리가 불안해졌다.

  생각을 마친 박 실장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박 실장의 얼굴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으나 통화는 의외로 간단하게 몇 마디 말만 한 뒤 끝났다. 통화를 끝낸 뒤 박 실장은 핸드폰을 책상위로 던져 놓은 다음 창가로 다가갔다.

  발아래로 번화한 강남대로가 마치 잘 돌아가고 있는 생산라인의 고무벨트처럼 보였다. 그 위로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소리 없이,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 운명.

  박 실장은 가끔 창가에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겼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기들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땅에 붙어 다니고 있는 자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를 것이다. 마치 신이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높은 곳에 서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뿌듯했다. 그것은 오로지 권력과 부를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고, 이 시대의 진리였으며 로망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런 위대한 자리가 선호란 쥐새끼 한 마리 때문에 흔들린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쥐새끼를 못 잡는다면 더 이상 고양이도 필요 없을 것이다. 박 실장은 이번 일을 마치면 최서진도 같이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쥐를 못 잡는 고양이는 그에게는 쥐보다 더 불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수사회의가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차 형사가 회의에 참석한 형사들에게 정리된 자료를 돌렸다. 자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가 피살된 정 의장과 문형표, 박 변호사, 장필수의 핸드폰에 내장 되어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그들 중에서 최소한 두 번 이상 피살자들과 통화를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노란색으로 구분을 지어 놓았다.

  피살된 네 명에게서 추려낸 명단은 생각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들인 만큼 인간관계가 다양하고 많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민 반장은 그 목록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가족을 빼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것만 같았다.

  민 반장은 차 형사의 인내심에 또 한 번 놀랐다. 차 형사는 그 목록에 들어있는 수백 명의 인물들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한 명씩 지워나갔다. 지루하고 드러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차 형사는 묵묵히 그 일을 해냈다. 그런 작업을 통해 마침내 피살된 네 명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었던 인물을 찾아냈다. 딱 두 명뿐…….

  대승그룹 회장인 차주영 회장과 그의 기획조정실장인 박두희였다.

 

  “반장님……. 아무래도 차주영 회장을 불러야 되지 않겠습니까?”

  민 반장도 차 형사 의견에 동감을 했다. 뱀을 잡으려면 머리를 잡아야지 무섭다고 어설프게 꼬리를 잡으려다가는 오히려 물리기 십상이었다. 대승그룹을 수사할 것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인물이 치 회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로서는 난감했다.

  무슨 말을 물어보겠는가.…… 그들을 왜 죽였냐고? 아니면 그 날 어디에서 무엇을 했냐고 알리바이를 물어야 할까? 또 설령 그들 네 명의 핸드폰에 차 회장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고 꼭 그들과 교류가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개연성만 가지고 수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차 회장과 같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을 수사하면서, 증거도 없고 동기도 모른 채 수사관의 직감이나 개연성만 가지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자기들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 뻔했다.

  “좀 더 구체적인 단서가 필요해. 단 한 번에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다시는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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