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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21. 변명과 반박
작성일 : 19-11-07 19:51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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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의 뜻이요?”

  기가 찬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에 담아 임현이 질문했다. 정우는 그 질문에 당당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주님의 뜻.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꽤 전으로 거슬러 올라야겠군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들을 범행의 동기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임현 씨의 추리를 반론하는 건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안 될 테니 말이에요. 추리를 반박한다고 쳐도 이미 물증이 나온 이상 쓸모가 없죠. 임현 씨에게 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고 정우는 심호흡을 했다. 마음속에 묻어둔 무거운 짐을 하나씩 덜어내는 심정으로 정우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목표는 주석준이 아니었습니다. 제 처음 목표는 지시윤과 김제영이었죠.”

  “어째서죠?”

  임현이 아닌 우현이 질문했다. 자신의 가족이 살인범으로 밝혀진 이의 목표였었다는 사실과 형사로서의 궁금함이 임현의 궁금함을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현은 질문한지 5초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질문이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지를 깨달았다. 어째서 살인범의 목표가 그렇게 설정되었는가에 대해선 하나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바로 목표들의 공통점. 그리고 이번 사건의 범인이 언급한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정우는 태연한 목소리로 우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동성애자니까요. 하나님께서 죄라고 선포한 것이니까요. 그런 죄악이 기독교인인 제가 관리하는 빌라에 있다니,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시윤과 김제영은 당당했었어요. 자신의 집에 자신들이 찍힌 사진들을 전시하고, 그것이 사랑인 것처럼 말하며 자신들을 포장해댔죠. 역겨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는지 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점점 격앙되어가는 그의 목소리에 당사자인 시윤과 제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그들에게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정우 이외에도 본인들을, 동성애를, 그리고 퀴어 자체를 혐오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 혐오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칼에 찔리는 게 익숙하다 해서 아프지 않은 게 아니듯, 많이 봐오고 익숙하다지만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당당하게 행동했다.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다면 움츠려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정우는 틀렸다고 시윤과 제영은 생각했다.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건 상관없다. 사람의 뇌는 같은 모양일지언정, 그 안에 있는 생각들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죄를 범하지 않는다면 존중해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우가 한, 해버린 행동은 범죄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의 가족 중에서 형사가 있었습니다.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집을 뒤지거나 하진 않았어요. 아무튼…… 가족 중에 형사가 있다면 그들을 상대로 단죄를 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가족으로서의 수사와 타인으로서의 수사는 전혀 다른 의미니까요. 그렇게 혀를 차고 뒤를 돌았습니다. 그런 공포심 때문에, 장애물 때문에 뜻을 전하지 못 했다는 것에 대해 회개기도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교회로 향하려고 2층까지 내려왔던 그 때, 20A호 앞에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석준이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하고 있는 소리가 말입니다.”

  임현의 머릿속에 아진이 “벽을 통해서는 그다지 소리가 나진 않는데 문을 통해서는 꽤나 들리거든요. 이상한 구조죠?”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목소리와 말투, 대화의 무게를 보아하니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통화 내용에서 듣고야 말았습니다. 듣고야 만 것입니다. ……아직까지 임현이를 좋아하냐 질문하는 어머니의 질문에 주석준이 당당하게, 확신이 있는 상태로 긍정하는 말을 말입니다.

  그 후엔 뭐…… 임현 씨가 추리하신대로 행동했습니다. 다만, 임현 씨도 말씀했다시피 아직 추리에서 설명되지 않은 게 존재했죠. 제 집에서 책이 발견된 것만 아니라면 그걸 이용해서 잡아뗄 생각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제 와서 숨겨봐야 소용없으니 말씀드리죠. 그것들이 왜 거기에 있었는지, 그것들이 어떠한 추악한 행동들을 품고 있었는지를.

  제가 월세를 구실로 20A호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문을 열어준 주석준은 꽤 취한 상태였고 집 안에선 방금 무언가를 먹었는지 음식 냄새가 미미하게 남아있었어요. 방 안을 보니 임현 씨가 자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왔는지도 모르게 깊게 자고 있었어요. 피곤했던 건가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곧바로 마음먹은 행동을 하려던 찰나. 주방에 있던 쓰레기통에서 수면제 봉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것에 궁금증이 들어 주석준에게 물어봤죠. 이게 뭐냐고.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쁜 짓을 하려고 친구한테 먹였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멍청하게 술만 마시고 있어요.’라고요.”

  임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확히는 덜컥 내려앉았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쁜 짓이라고? 대체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했던 거지?

  임현이 표현하지 않은 의문에 대답해주듯 정우는 쉼 없이 말을 계속했다.

  “그게 뭐냐고 묻자 덮치려고 했다더군요. 거기까지 들었을 때 더 이상 말을 듣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엔 임현 씨가 말했던 것처럼 행동했어요. 이걸로 설명이 되었습니까? 아, 맞아. 당신의 가방 안에 흉기를 넣어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동성애자 동거인을 몰랐을 리 없고, 그가 그렇게 행동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아서?”

  임현의 대답과 동시에 질문인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임현은 난생 처음, 격노와 증오라는 감정에 휩싸였다. 손에 쥐고 있던 물통을 정우에게 던져 정확하게 머리를 맞췄다. 가발이 스륵 흘러내렸다. 소리를 지르듯이 임현은 정우에게 분노하며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은 우현의 눈엔 절규와 다를 바 없었다.

  “뭐가 주님의 뜻입니까, 대체 뭐가! 지랄도 이런 지랄이 있을 줄이야, 그저 당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호모포비아적 가치관을 기독교에 덧씌운 것뿐이잖습니까!”

  “모독하지 마십시오!”

  정우의 반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현은 계속 소리쳤다.

  “난 지금 당신을 모독하고 있는 겁니다! 잘 들어요, 미친 사람아. 기독교에서 뭐라 그러죠? 우린 모두 죄인이라고 하죠. 그런데 동성애도 죄잖아요. 당신은 동성애자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아뇨, 제 주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자신이 죄인임을 자각하는 것이 구원을 받는 첫 단계입니다. 그렇기에 전도를 하는 거죠. 죄인인 한 사람이 하나님을 알고, 자신이 죄인임을 자각하고 그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으며 찬양하고 예배한 것처럼! 아직 자신이 죄인인 것마저 알지 못 하는 이들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원을 받는 행복을 같이 누리기 위해!!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고 따른다면, 이처럼 행동했으면 안 됐어요. 동성애가 죄임을 알게 하고 교회에 나와 같이 힘을 써줬어야 했단 말입니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정우가 입을 열었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임현의 말에 그 말은 정우의 입 안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무엇보다 당신은 십계명을 어겼어요. 살인을 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말입니다. 남을 미워하는 생각 또한 살인인데 당신은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어. 당신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랬으면 안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혐오감을 당신이 믿는 것으로 포장해, 합리화를 진행하고 정당화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대의가 있건, 어떠한 명분이 있던 살인은 살인일 뿐이에요.”

 

  정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현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다른 형사들에게 붙들려 교회 밖으로 끌려갔다. 고요해진 예배당 안. 침묵을 견디다 못 한 제영이 손을 들고 임현에게 질문했다. 연극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임현에게 있어서는 예상치 못 한 행동이었다.

  “그럼 임현 씨는 동성애를, 퀴어를 싫어하시나요?”

  그 말에 임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제가 만약 신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싫어하진 않고 안타까워했을 것 같습니다. 죄임을 알리고 거부한다면 내버려두심에 대해 두려워하고 무서워했겠습니다만……. 지금의 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저는 제 주위에 있는 누군가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그 누군가를 존중해줄 겁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임현은 몸을 돌렸다.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임현의 기분을 슬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멋들어지게 해결했다 생각했건만 따지고 보면 석준의 부모님이 다른 가치관이었다면, 임현이 다른 가치관이었다면, 임현이 끝내 석준을 밀어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임현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임현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리 if를 붙여 가정을 해대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앎에도 어쩔 수 없었다. 임현은 자꾸 떠오르는 석준의 웃는 얼굴을 몰아내지 않으며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렸다. 동성애건 기독교건 지금 중요한 건 결국 사사로운 인간의 감정 때문에 누군가에게 있어 소중한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뿐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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