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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6. 미치고 팔짝 뛰것소
작성일 : 19-11-07 17:43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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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을 너무 잘 잤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고 양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셌다. 이상하게 또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미치겠네."

 양 세기를 그만두고 머리를 마구 헝클다가 익숙한 시선과 마주했다.

 "으아아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발끝이 향한 벽에 캔디스의 초상화가 놓여있었다. 이번엔 정면을 향해 똑바로 나를 보는 모습이었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주인 없는 방에 함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당당하게 초상화까지 놓고 가다니!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초상화로 달려들었다.

 어라? 왜 안 잡히지.

 와! 세상에, 대박이다. 자세히 보니 액자에 틀이 없었다. 액자에 든 초상화가 아니라 벽지에 그려진 초상화다.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언제 벽지를 바꾼 거야!

 하도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제대로 확인해 보자 싶었다. 촛불을 가져와 초상화를 비췄다.

 어라? 초상화가 사라졌다.

 내가 헛걸 봤나? 스트레스가 심했어. 그랬나 봐.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들숨에 하나, 날숨에 둘. 하나둘, 하나둘 심호흡을 하다가 한쪽 눈만 슬쩍 떴다.

 초상화가 없다. 진짜 헛걸 봤나 보네.

 다시 이불을 덮고 누우려다 캔들홀더를 들었다. 아무래도 찜찜해서 그냥 잘 수 없었다.

 나는 방 전체를 살펴봤다. 코딱지만 한 방이라 다 보는 데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초상화도 없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없고. 그런데 가만... 복도에 있던 것도, 아까 본 헛것도 초상화가 좀 특이했는데.......

 아! 액자틀을 못 봤다.

 복도가 낮이건 밤이건 어둡기도 하고 그 기분 나쁜 눈동자에 시선이 뺏겨 액자틀이 없단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단김에 복도에 있는 초상화도 확인해 보러 나갔다.

 이쯤이었는데... 왜 안 보이지?

 한걸음 두걸음 더 나아가도 초상화는 없었다.

 뭐, 뭐지. 누가 날 놀리나?

 왠지 등골이 서늘해 잰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왔다. 영 꺼림칙해서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에드워드의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바닥을 뒹구는 작은 병을 발견했다. 캔디스에게 준 약이었다.

 왜 안 가져갔지? 기분이 싸했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저택을 흔들었다.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저택 곳곳에 달려 나왔다. 나는 그들에게 휩쓸려 엉겹결에 캔디스의 방 앞까지 갔다.

 캔디스의 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캔디스는 공작의 품에 안겨 침대 위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카일과 에디는 그런 캔디스가 가여워 견딜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캔디스는 악령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며 울먹였다.

 캔디스가 정말 악몽을 꾸고 있었다.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하기도 하고, 책에 묘사된 캔디스는 없는 일을 꾸며내는 인물은 아니었다. 내숭과 가식으로 점철되어 손발이 오그라들게는 하지만. 선빵이 훅 치고 들어오기 전에는 먼저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

 캔디스가 겁에 질린 모습을 보니 나도 안쓰러웠다. 저택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른 걸 보니 오늘의 악몽은 특별히 더 심했던 모양이다.

 손에 움켜쥔 약을 지금이라도 전해주어야 할 것 같아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가는데, 집사가 나를 가로막았다. 그는 나를 기분 나쁘게 훑어보더니 손에 든 게 뭐냐고 물었다.

 "레이디 캔디스께서 떨,"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카일이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내게 오더니 경멸조로 말했다.

 "이번엔 너냐."

 "네?"

 카일은 당장이라도 내 목을 따버릴 기세였다. 나는 그 살벌한 기에 눌려 움찔 뒤로 물러났다. 그는 나를 벌레 보듯 하며 약병을 빼앗아 갔다.

 "이 약이 그 약이겠지."

 카일이 약병을 에드워드에게 건넸다. 에드워드는 약병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혀끝에 약을 조금 묻혀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은 서릿발 같은 눈으로 무섭게 나를 노려보았다.

 "에드워드, 사람을 데려올 때는 잘 보고 데려와라."

 "죄송합니다. 아버지."

 캔디스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공작의 손을 잡았다.

 "아빠. 너무 화내지 마요. 캔디스가 또 나쁜 꿈을 꿔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캔디스를 괴롭혔던 악녀들이 하나둘 머릿속에 스쳤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했다. 라스볼트 일가와 그 사용인들의 눈빛이 내가 새로운 악녀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내가... 저는 아무 짓도..."

 당황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카일의 차가운 음성이 귀에 꽂혔다.

 "에디, 제대로 교육해."

 에드워드가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나는 그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지, 지금! 제가 일부러, 약을 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캔디스는 너에게 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어. 넌 전했다고 했고."

 "줬어요! 분명히! 캔디스와 회랑에서 마주쳐서 거기서 약을 전했어요!"

 카일이 내게 조소를 보냈다.

 "캔디스는 오늘 회랑 근처도 간 적이 없어. 거짓말을 참 잘도 하는군."

 "아니에요. 분명히 회랑에서..."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캔디스에게 약을 전해주러 갔을 때, 캔디스는 라스볼트 공작과 서재에 같이 있었다고 했다.

 "진짜예요. 의심받을 걸 알면서도 약을 가지고 여길 온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닥쳐라. 우리가 너 같은 것들을 한두 번 겪은 줄 아느냐!"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라스볼트 공작이 고함쳤다. 그는 내가 온 후로 캔디스가 악몽을 꾼다며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했다.

 "제가 데려온 아이니,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에드워드는 상황이 더 커지려는 걸 막으려 나를 제 방으로 끌고 갔다.

 "진짜예요! 전 분명히 약을 전했어요! 조금 전에 작업실에 가다가 그 약을 회랑에서 주웠고요!"

 에드워드가 차가운 어조로 내게 되물었다.

 "이 밤에 작업실에는 왜 갔나?"

 에드워드의 냉담한 반응에 초상화 이야기를 하기가 망설여졌다. 지금 이 상황에 초상화 얘기를 꺼냈다간 나만 미친년이 될 테다.

 "작업실에 왜 간 거냐고 물었어."

 나는 고개를 떨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말을 못 하지?"

 억울하게 오해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친년이 되는 게 나은가. 나는 손을 말아쥐었다 폈다.

 "그게...... 초상화 때문에요."

 내 방으로 가는 복도와 방에서 봤던 초상화가 갑자기 사라졌고, 아무래도 꺼림칙해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작업실로 갔다고 했다.

 캔디스가 나를 스토킹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캔디스의 가식적인 면은 알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아이는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스토킹 이야기를 한들 믿지 않을 게 뻔했다. 오히려 내게 캔디스를 질투해서 헐뜯는다고 생각할 테다.

 "그럼 약은?"

 "아까 말한 게 다예요. 오늘 회랑에서 레이디 캔디스를 만났고 전해드렸어요."

 "그 시간에 캔디스는 서재에 있었어. 아버지와 하녀도 함께."

 에드워드는 내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해했다.

 "아, 진짜!"

 나는 답답한 마음에 성난 고릴라처럼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캔디스를 보았는데, 캔디스는 다른 곳에 다른 사람들과 있었단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만해."

 에드워드는 내가 가슴을 치지 못하게 두 팔을 잡았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그럴 수도 있어. 내가 부담을 줬나 보군."

 에드워드는 내가 스트레스로 헛걸 본다고 결론 내렸다. 만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상한 혀 짧은소리를 해대고, 에드워드의 머리통을 황금 털실이라고 펄쩍 뛰어 끌어안기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실상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도 했다. 잦은 회귀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에드워드 자신이 얹은 협박에 가까운 임무까지. 내 생각보다 정신이 많이 피로한 상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상화도, 회랑에서 만난 캔디스도 너무 생생했다. 진짜가 아니라면 내가 정말 단단히 미친 거다.

 혼란스러운 나를 에드워드가 더 혼란스럽게 보고 있었다. 그는 지끔껏 본 중 가장 심각했다.

 내가 회귀를 하는 것도,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한 것도 모두 그가 벌인 일이라 내게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에드워드는 수납장을 열어 보라색 라벤더 추출액을 꺼내더니 물에 타서 내게 주었다.

 "마셔. 마음이 안정될 거야. 다 마시고 나면 여기서 자도록 해. 네 방은 내일 밝은 곳으로 바꿔줄게."

 나는 보랏빛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걸쭉하게 취한 사람처럼 에드워드의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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