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10)
작성일 : 19-11-07 17:20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34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응? 무응답? 정말로?”

 

  아예 응답하지 않는 걸 ‘응낙’로 해석한다고?

 

  -응.

 

  “어…… 그래? 어떻게?”

 

  -어떻게라니…… 그냥 그렇게 해왔는걸?

 

  겨우살이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탈루는 외려 황당할 지경이었다.

 

  “하, 하지만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

 

  풀이하자면, ‘나는 물어봤다? 근데 네가 대답 안한 거다?’ 라는 것이 아닌가.

 

  -응. 나는 너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위장’의 핵심이었잖아. 무생물 혹은 의식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한해서, 위장과 교란은 크게 다르지 않아. 존재감을 지우는 것. 단순히 몰래 다가가기 위해서만 그런 수고로움을 들이는 게 아냐. 몰래 접근해서, 몰래 요구한 뒤, 몰래 빼오는 거라고. 그게 위장과 접촉, 그리고 교란을 포함한 ‘탈취’의 핵심이야.

 

  “……몰래 접근해서 요구하고, 빼온다?”

 

  -겨우살이는 다 그렇게 하는 걸? 먼지처럼 접근해서 알게 모르게 자리를 잡고, 양분을 빼내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뻐, 뻔뻔하다…… 심지어 얍삽하기까지…….’

 

  물론 이를 티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잠시 뒤, 탈루는 조심스레 ‘탈취’ 시도를 이어갔다.

 

  존재감을 지운 채 탐욕과에 접촉하고, 이어 공기처럼 탐욕과의 핵 안에 스르르 뿌리를 내린다. 자신의 아지랑이를 밀어내지 않을 때까지. 아니,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까지.

 

  아지랑이야 오랫동안 탈루가 계속해서 가까이해왔던 것이기에 조금의 연습량에도 금방 그 운용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탈루는 마침내 무언가 ‘박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되, 된 것 같은데?”

 

  -느낌이 와?

 

  “이게 잘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따끈따끈한 열기 같은 게 느껴지고…… 뭔가 계속 진동하는 것 같은……? 심장의 고동 같기도 해. 그리고 또…….”

 

  표현하기는 조금 애매했지만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마치 탐욕과와 한 몸이 되어 함께 호흡하는 것만 같은 느낌?

 

  -됐어, 그럼 된 거야.

 

  “그래? 그럼 이제 다음은?”

 

  -그야 간단하지. 의지만 실으면 돼. 여기서부턴 내가 함께할 테니까.

 

  그러나 탈루는 솔직한 심정으로 겨우살이의 자신감을 신뢰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겨우살이’가 아니던가. 나무에 먼지마냥 접근해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척 양분을 몰래 빨아드리는. 그런 겨우살이가 빨아들일 수 있는 양이라야 먼지만하지 않을까?

 

  “그래? 근데 잘 될까? 솔직히 겨우살이가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이라야…….”

 

  탈루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겨우살이가 콧방귀를 뀌었다.

 

  -너 ‘신’을 아주 우습게 보는구나? 잔말 말고 의지나 실어봐.

 

  탈루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순순히 겨우살이의 말을 따랐다.

 

  “그럼…… 양분을 빨아들여.”

 

  순간 탐욕과를 관통해있던 아지랑이가 초록의 빛을 뿜어냈다. 이어,

 

  “어, 어? 어!?”

 

  탐욕과로부터 ‘무언가’를 힘껏 빨아들인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검붉게 물드는 것과 동시에, 열매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이 정도 크기의 열매쯤이야 금방이지. 물론 대상과 네 메에 따라 흡수의 강도는 매번 달라지겠지만.

 

  “이, 이야…….”

 

  그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제까지 제 몸을 덮고 있던 초록의 빛과 검붉은 ‘무언가’를 동시에 머금은 아지랑이가 끊임없이 허공에서 그 덩치를 불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그 속도가 빨랐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탈루의 주위를 거의 다 뒤덮을 정도였다.

 

  -이대로 가만 둘 거야?

 

  “응?”

 

  -다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는데?

 

  “다…… 날아가 버린다고?”

 

  하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저 아지랑이’의 끝은 명확했다. 계속해서 덩치를 불려나가다 종래엔 ‘펑’ 하고 터져버리는 것. 겨우살이의 말대로 애써 ‘뽑아낸 것’을 놓치기 전에 시급히 제어가 필요해 보였다.

 

  “머, 멈춰!”

 

  탈루가 의지를 실어 말을 했으나 아지랑이는 멈추지 않았다.

 

  -달라!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하는 의지는 제대로 된 게 아냐!

 

  겨우살이의 말은 정확했다. 탈루는 ‘멈춰’라고 말을 하면서도 현 상태의 ‘중단’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가 원했던 것은,

 

  “자, 잡아둬! 아니, 단단히 응축해둬!”

 

  당장엔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뽑아낸 것이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둘 것. 이어,

 

  -계속 말해, 계속! 머릿속에 든 형상을 구현시키려 계속해서 노력해야 돼. 생각과 의지를 이어가!

 

  줄어드는가 싶던 아지랑이가 다시금 팽창하려 하자 겨우살이가 허공에서 급히 소리쳤다.

 

  “단단히 잡아! 고정시켜!”

 

  물론 탈루 역시 이를 경계하고 있었기에 멈추지 않고 메의 운용을 이어갔다. 그 결과 간신히 아지랑이가 더 커지지 않는 선에서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근데 이건 왜 이러는 거야? 빨아들이는 건 잘하더니만 너 제어에는 소질이 없는 거야?”

 

  탈루의 물음에 겨우살이가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건 내 탓이 아니라고!

 

  “그럼?”

 

  -무, 물론 내가 조금 거침없이 빨아드린 게 없잖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빨아들인 이후의 제어에 관한 건 너의 역할이야. 그러니까 당장은 네 아지랑이의 역할이라 이거지. 애초에 겨우살이에겐 섭취를 도와줄 그런 아지랑이가 없는 걸? 곧장 체내로 양분을 흡수하지.

 

  “하긴…… 하지만 저걸 곧장 내 체내로 들여놓는다는 게 조금…… 그렇지 않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고는 하나, 저 오묘한 색(초록의 빛과 검붉은 색이 결합된)을 지닌 커다란 아지랑이는 분명 적잖은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저…… 뭔지도 모를 걸…….”

 

  어차피 탐욕과 역시 기본적으로는 열매의 일종이니(심지어 직접 먹어도 봤고) 당연지사 과일의 양분이 뽑아져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저것’은 어딜 봐도 ‘영양분’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것이다.

 

  “너…… 탈취해올 때 양분이 될 만한 것만 따로 뽑아낼 수는 없는 거야?”

 

  탈루의 물음에 겨우살이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것’이 바로 양분이야. 정확히는, 저 열매의 ‘활력’의 근거가 되는 것.

 

  조금은 충격적인 말이었다.

 

  “어…… 정말? 하지만 암만 봐도……”

 

  -불순물이 다소 섞여있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 따로 걸러낼 수가 없거든. 이대로 섭취하든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양분 공급원을 찾아보든가. 둘 중 하나야.

 

  이제와 다른 양분 공급원이라니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걸 그대로 흡수하는 것 역시 꺼려지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근데…… 저게 정말 양분이라고? 저건 그냥…… 그냥 증기 형태의…….”

 

  -그야 네 아지랑이에 흡수됐기 때문이겠지. 애초에 네가 접촉하고 탈취해오길 희망하던 게 바로 ‘양분’이었잖아. 대상과 목표물을 설정하는 것은 다 네 역할이야. 나는 네 의지를 전적으로 받아들였을 뿐이고. 어디 겨우살이 씨앗이 새에게 지시해 자신을 원하는 나뭇가지에다 옮겨다 달라고 말하는 것 봤어?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저걸 대체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거야?”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혹시나 하고 물은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지는 겨우살이의 대답은,

 

  -그냥 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탈루의 이맛살을 완전히 구겨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5. 신기(神技) (11) 2019 / 11 / 9 220 0 3652   
48 5. 신기(神技) (10) 2019 / 11 / 7 227 0 3486   
47 5. 신기(神技) (9) 2019 / 11 / 5 228 0 4069   
46 5. 신기(神技) (8) 2019 / 11 / 4 251 0 3993   
45 5. 신기(神技) (7) 2019 / 10 / 31 222 0 3377   
44 5. 신기(神技) (6) 2019 / 10 / 22 225 0 4566   
43 5. 신기(神技) (5) 2019 / 10 / 16 223 0 3585   
42 5. 신기(神技) (4) 2019 / 10 / 14 214 0 3488   
41 5. 신기(神技) (3) 2019 / 10 / 10 216 0 4572   
40 5. 신기(神技) (2) 2019 / 10 / 7 227 0 6401   
39 5. 신기(神技) (1) 2019 / 10 / 4 201 0 6377   
38 4. 탐욕의 산(9) 2019 / 10 / 3 250 0 4014   
37 4. 탐욕의 산(8) 2019 / 10 / 1 228 0 4338   
36 4. 탐욕의 산(7) 2019 / 9 / 26 209 0 4417   
35 4. 탐욕의 산(6) 2019 / 9 / 25 252 0 4029   
34 4. 탐욕의 산(5) 2019 / 9 / 24 220 0 5103   
33 4. 탐욕의 산(4) 2019 / 9 / 20 227 0 4033   
32 4. 탐욕의 산(3) 2019 / 9 / 19 240 0 5914   
31 4. 탐욕의 산(2) 2019 / 9 / 18 212 0 4308   
30 4. 탐욕의 산(1) 2019 / 9 / 17 213 0 4024   
29 3. 여명을 쫓는 이리(9) 2019 / 9 / 16 208 0 6623   
28 3. 여명을 쫓는 이리(8) 2019 / 9 / 11 216 0 4160   
27 3. 여명을 쫓는 이리(7) 2019 / 9 / 10 231 0 4840   
26 3. 여명을 쫓는 이리(6) 2019 / 9 / 9 252 0 4424   
25 3. 여명을 쫓는 이리(5) 2019 / 9 / 7 228 0 4572   
24 3. 여명을 쫓는 이리(4) 2019 / 9 / 6 237 0 5386   
23 3. 여명을 쫓는 이리(3) 2019 / 9 / 5 247 0 4121   
22 3. 여명을 쫓는 이리(2) 2019 / 9 / 4 259 0 4319   
21 3. 여명을 쫓는 이리(1) 2019 / 9 / 3 213 0 4020   
20 2. 영신제(迎神祭) (13) 2019 / 9 / 2 235 0 400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세자마마의 은밀
지놓
더럽(The Love)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