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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게임(1)
작성일 : 19-11-07 17:01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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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누구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어차피 사람들은 뭉칠 수 없다. 카운터만 없었어도 바로 달려갔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뜻 나서는 이는 없다.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무료한 1분 1초가 계속되고 있는데ㅡ

 

 “자자,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이것도 인연인데 그룹을 맺으면 어떻겠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제안했다.

 

  늙기는 했지만 작은 체구는 아니다. 게다가 얼굴 반을 덮고 있는 칼자국. 내가 요주의 인물로 분류한 사람 중 하나였다. 의외로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룹이라니?”

 “함께 할 사람을 모으는 건가요?”

 

  사람들의 말에 그는 혀를 차며 여기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간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나도 마찬가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게 아니네. 각 입구마다 백 명이 있다고 했지? 마침 커트라인도 딱 그만큼이야. 그 소리는, 지금 여기 있는 우리들이 힘을 합쳐 미로를 돌파하면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단순 계산이니 이해가 쉬울 걸세.”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문제는 신뢰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목숨이 걸릴지도 모를 일에 협력하자고?

  그것도 세 자릿수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고 있다. 그건 아마도 신뢰와 더불어 또 하나의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문제ㅡ 평판 때문일 거다.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저 할아버지의 말은 좋은 뜻임에 틀림없다. 아예 말도 안 되는 소리면 모를까, 논리적으로 ‘말은’되는 저 제안을 대놓고 반박하다가 여론의 뭇매라도 맞는다면?

 

  그때부터는 진정한 혼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이만큼 모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상을 깨지 않고, 그런 일에 휘말려도 별로 상관없어 하는 부류가 고개를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안경을 추켜올리며 조용히 제안을 거부하는 남자. 언뜻 봤을 때 금융업계에서 일하면 잘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던 사내였다. 다만, 지금 다시 보니 은행원 감은 절대 아니다. 사채업자라면 모를까.

 

  샤프한 그의 턱선만큼이나 말투도 차갑다. 그가 던진 현실적인 태클에 공기가 다시 무거워졌다.

 

  노인의 말은 일리가 있었고 승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 희망 때문인지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다만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오호,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 노인장, 당신은 정말 우리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흠…… 불가능하겠지.”

 

  의외로 노인은 순순히 인정했다.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자신이 부정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달려 들어가면 승산이 있는 겐가? 운이 좋다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기왕이면 단체로 다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마음대로 해. 안에는 괴물도 나온다고 하던데, 모여 있으면 좋은 미끼가 되겠지.”

 

  두 사람의 언쟁에 다수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느 쪽도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 현실적인 건 남자의 말이지만,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는 노인의 말이 옳다. 내부의 구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결국 몇몇 사람들이 노인에게 다가갔다. 대부분 눈에 차지도 않던 존재감 없는 자들이다. 어떻게 세 번째 게임까지 왔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면면은 하나같이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저런 녀석들이 잘도 살아남았군.

 

  결국 노인을 중심으로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파티가 결성되었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지만 많지는 않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는 불안하니까.

 

 ‘그럼 슬슬 나도 대책을 세워볼까.’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1분.

 

  노인의 말처럼 무리 행동을 하는 건 역시 큰 리스크가 있다.

  그렇다고 냉정한 저 남자의 말대로 했다가는 혼자 헤쳐 나가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계획한 것은 소수 정예. 일단 미로가 열리면 움직이는 걸 보고 가장 주저 없이 행동하는 사람 중 동료를 찾는다ㅡ였다.

 

 [00:42]

 

  누가 좋을까.

 

 [00:31]

 

  누구로 하지?

 

 [00:18]

 

  혼자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장발의 남자는 내키지 않는다. 욕을 입에 달고 있는 거구의 남자도 패스. 안경 낀 여자도 뭔가 좀 어두운 기색이 있고.

 

 [00:05]

 

  그렇다면 내가 점 찍은 사람 중 남은 건…….

 

 [START]

 

  마침내 바뀐 검은 구슬의 문자를 보기 무섭게 사람들이 내달린다. 장막이 걷힌 것이다. 우르르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과 그들 중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치 빠르게 달려가는 몇몇 사람. 그리고 서서히 걷는 사람들과 남아있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다행히, 내가 마지막으로 정한 파트너는 나와 함께 남아있는 사람들에 속해 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본 금발 미소녀. 서양인 기준으로는 흔한 외모일지 몰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그렇다고 정말 외국인은 아니겠지만.

 

 “안녕? 넌 안 가?”

 

  가만히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인데 이쪽을 돌아보는 시선이 조금 차갑다. 음, 너무 편하게 말했나?

 

  다행히 그 시선은 금세 건조하게 식어버렸다.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나와 똑같이 나오겠다는 거군. 뭐 이편이 편하니까 좋네.’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녀의 곁에 앉았다.

  불신 가득한 눈길이 슥 하고 돌아온다.

 

 “설마 이 상황에 헌팅?”

 “그럴 리가. 차분히 사태를 관망하는 거지.”

 “그걸 왜 굳이 내 옆에서?”

 “너도 같은 계획인 것 같거든.”

 

  그녀는 허겁지겁 미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슬쩍 돌아보며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남아있는 사람은 고작 열 명 남짓. 그중 대부분은 패닉에 빠져 좌절해 있거나 신을 찾으며 현실도피 중이니 실질적으로는 나와 그녀를 포함해 셋 정도만이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다.

 

  앞서 간 사람들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될 때 즈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정말인가 보네. 아직까지도 안 일어나는 걸 보면.”

 

  솔직히 조금 쫄렸지만.

 

  그나저나 대단하군. 이 상황에서 날 시험해보기 위해 더 기다렸다는 뜻인가?

 

 “당신, 이름이?”

 “한경서.”

 

  주저 없이 답하자 그녀는 실소했다.

 

 “나는 정선아.”

 “엑? 뭔가 크리스티나 같은 이름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뭐야 그게. 아버지가 영국인인 것뿐이라고.”

 

  그러니까 보통 그럴 땐 정디아나 뭐 이런 식으로도 짓지 않나. 굉장히 한국적인 이름에 나도 실소가 나왔다. 굳이 그런 것까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이제 슬슬 가볼까 하는데 당신은 어쩔 셈이야? 같은 계획이라고 같이 움직이자는 건 아니지?”

 “아니, 같이 움직이자는 게 맞는데. 파티원을 찾고 있어. 아무래도 혼자서는 불안하거든.”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아까 그 할아버지나 다른 그룹을 따라갔으면 됐잖아?”

 “그런 식으로는 안 돼. 그건 단순히 불안한 사람들끼리 등을 맞대어 무리 지은 거에 불과하잖아. 뭔가 위험이 닥쳐오면 다 흩어질걸.”

 

  그녀는 답하지 않았지만 웃음으로 대신했다. 동감이라는 뜻일 거다.

 

  묵묵히 출발하는 선아를 따라 걸었다. 그제야 뒤에서 뛰쳐나오는 한 남자. 남은 사람 중 그나마 차분해 보이던 사람이다.

 

 “잠깐,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난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를 부정한다는 건 나 자신을 부정한다는 것과 같으니까. 선아 역시 혹이 하나든 둘이든 관계없었는지 대꾸하지 않았다. 결국 허찬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도 우리 파티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그쪽은 왜 이제야 움직이는 건데?”

 “사실 뒤에서 하나하나 추월하는 재미를 느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희가 재미있어 보여서.”

 

  쾌활하게 답하는 그를 외면하며 한숨지었다. 눈에 띄지는 않았었지만, 이 남자도 정상은 아니다.

 

  우리라고 별다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임하는 자세가 다르면, 다양한 상황의 대처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여기까지가 나의 생각이고, 선아는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그녀는 퍼즐 풀이 같은 것을 좋아했는데 미로도 많이 풀어 보았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미로 공략의 기본 중 하나는 한쪽 벽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 것.

  즉, 중복 없이 미로의 전 구간을 훑는 방식이라고 한다.

 

  선착순으로 통과자를 가리지만 어차피 헤매게 되거나 길을 잃으면 먼저 출발하거나 빠르게 진행하려는 건 의미가 없다. 이 미로는 구조상 1인칭 시점에서 밖에 보지 못하므로 길을 잃게 되면 정말 운이 좋지 않은 한 나오지 못할 테니까.

 

  해서 그녀의 수법은 정통 풀이 방식답게 현 상황에서 쓸 법한 루트였다. 조용히 걸어 다니고 싶었던 선아는 다수의 사람들과 뒤엉켜 그것이 방해받는 게 싫었던 것이다.

 

 “괜찮기는 한데, 나는 반대야.”

 

  단, 거기까지가 그녀의 의견이라면 내 생각은 달랐다.

  선아의 한쪽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째서?”

 “이 미로를 굳이 미궁 라비린토스라 칭한 것에 그 힌트가 있다고 봐.”

 

  잠자코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 찬영이 끼어들었다.

 

 “아~ 그러면 그 괴물이라는 걸 미노타우로스 같은 걸로 보고?”

 “응, 맞아. 라비린토스는 출구가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전 무결한 미궁 궁전. 그러면 출구가 없을 가능성도 고려해야만 해.”

 “출구가 없는 미로는 없어.”

 

  단칼에 잘라낸 선아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출구가 아예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렇게 되면 선착순이고 뭐고 통과자 자체가 나올 수 없으니까. 내가 말하는 뜻은 그쪽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출구는 통상적인 출입구를 뜻하는 거야. 밤에 조심하라는 뜻은 괴물이 밤에 출몰해 돌아다니는 걸 의미한다고 봐도 되겠지? 그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피하려 들겠지. 하지만 이 미로가 정말 라비린토스를 모티브로 했다면ㅡ”

 

  나는 겹겹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석벽을 가리켰다.

 

 “이 중심이 출구일 가능성이 있어.”

 

  찬영은 아무래도 좋다는 눈치였지만 선아는 납득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며 중심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해 캐물었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아주 간단하지.”

 

  괴물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 승리 조건이라면, 누구보다도 알기 쉬운 네비게이션이 이미 뿌려져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따라가면 돼.”

 

  남들은 기피할 상황에 한발 다가서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하얀 세계가 추구하는 형태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게임도, 두 번째 게임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안전한 방식으로 해결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자기 방식으로 확실하게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선아는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만에 하나 떨어지게 된다면 죽기 전 나부터 죽일 거라는 무서운 협박과 함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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