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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0화
작성일 : 19-11-07 16:09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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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르르르…’

 ‘찌르르르…’

 

 한적한 야산 아래. 조금 열린 차 창문 너머로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요.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부드러운 위로의 말이지만, 철수는 시커멓게 굳은 얼굴로 창밖의 하늘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서쪽 하늘 끝에 희미한 노을이 걸려 있었고, 반대쪽에는 샛별이 반짝이고 있다.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 마음만 더 가라앉게 만든다.

 유란은 그런 철수를 보다가, 괜스레 핸들을 한번 쓰다듬었다.

 다행이 지원팀이 오기 전, 12층으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했다. 다른 계단을 찾아 9층까지 올라가니 주차장이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국립 종명현상 연구소’라는 스티커가 붙은 차량들이었다.

 천운이었다.

 유란이 통제실에서 챙긴 차 키는 스마트키다. 버튼을 마구 누르니 개중 한 대의 차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그렇게 급하게 주워 타고 달려 온 곳이 이 야산 아래다.

 

 ‘난 이제 범죄자일까.’

 

 유란은 와이퍼 땟자국이 선명한 앞 유리 보며 생각했다.

 어쨌든 정부시설에 무단으로 침입했고, 테이저건을 사용했으며, 차량까지 훔쳐 달아났다. 이 사실만 본다면 범죄자다. 그것도 테러에 가까운 중범죄자.

 

 ‘연구소의 진실을 알린다면 영웅이 될까.’

 

 하지만 그들의 실상은 인권을 말살한 생체실험장이었다.

 바코더는 하루 만에 죽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코더에 관심이 없으며, 정부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 속을 일반인이 파헤치기 어렵다.

 그 실제 모습을 세상에 알린다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거고, 자신은 일약 스타로 떠오를 것이다.

 

 “어쩌지…”

 

 고민하는 유란의 귀에 힘없는 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세를 바로하고 철수를 보자 그는 자신의 팔에 새겨진 바코드를 빤히 보고 있었다.

 검은 줄은 대부분 희미해져, 선명한 부분은 5mm정도만 남아있다.

 

 “철수씨…”

 “이거 원래 이렇게 빨리 없어지는 건가? 보통 하루 정도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요. 소문이 잘못 퍼진 건데, 최대가 24시간 이라는 거지, 바코더들의 평균 라이프 타임이 24시간은 아니에요.”

 “뭐? 그럼 평균은 몇 시간인데? 아니, 최대가 24시간 이라고 해도, 난 오늘 아침에 이걸 봤어. 그러니까 지금 12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황망해하는 말에 유란은 철수 쪽으로 아예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전 바코드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 해왔어요. 연구원은 아니었지만, 문서화된 연구 자료를 수 없이 봐 왔어요. 누구는 짧기도 하고 누구는 길기도 해요. 거기에 절대적인 시간 같은 건 없어요. 제가 알고 있는 최단 시간은 1분이었는걸요.”

 “1분? 어떻게 그렇게 돼?”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자마자 자살한 사람.”

 

 철수는 멍하니 유란을 보다가 힘없이 팔을 내렸다.

 그녀가 하는 말은, 죽을 시간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거다. 단지 24시간 이내일 뿐.

 지금 당장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고, 몇 시간 뒤에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바코더가 되어 삶에 그토록 집착한 하루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결국 아무런 결과도 없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마주치지 않았는가.

 

 “저기…”

 

 유란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타이밍을 재는 건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흥분한 상태보다 마음이 푹 꺼진 상태가 오히려 낫다.

 

 “응?”

 “철수씨 기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우리 부모님도 바코더였어요. 그렇게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바코드 연구소에 취직을 했죠. 뭐, 연구원이 되진 못했지만.”

 “………”

 “오늘 하루 힘든 거 잘 알아요. 그런데요, 전 연구원 못지않게 바코드 현상을 쫓고 있는 사람이에요. 오히려 바코더 정보는 웬만한 연구원 보다 더 많이 알아요. 그만큼 일을 쫒아 다니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차라리 내가 바코더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궁금증이 풀릴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바코더라는 게 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반대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부탁할게요.”

 

 철수는 고개 숙인 채 유란의 다음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말이 끝나고도 한참을 입을 꾹 다문 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유란은 철수에게 몸을 돌린 자세 그대로 진득하게 기다렸다.

 서쪽 하늘의 노을이 완전히 없어지고 밤하늘이 반짝이는 별로 가득 찰 때쯤, 철수는 입을 열었다.

 

 “나는 말이지…”

 

 작은 소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철수가 바코더가 된 후 처음 되돌아보는 과거였다.

 유란은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박수 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철수도 유란의 그 반응에 작은 미소를 머금기도 하고, 무릎을 치며 이런 일도 있었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비록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괴로웠지만, 철수는 가감 없이 과거를 풀어놓으며 속에 똘똘 뭉친 응어리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둘은 한참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유란은 시트에 몸을 파묻고 머리를 뒤로 기댔다. 싸구려 마감재인지 금방이라도 부슬거리며 먼지가 떨어질 것 같은 차 천장이 눈을 채운다.

 철수의 말에 공감하며 맞장구치던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탐정처럼 변했다.

 

 ‘너무 일률적인데?’

 

 결과적으로 철수의 과거는 ‘바코더가 될 만한’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학창 시절도, 직장 생활도, 대인관계도, 어느 것 하나 모난 것이 없었다.

 유란은 그게 이상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살면서 일탈을 꿈꾼다. 특히 반복되는 생활은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든다. 지루한 학교수업에 땡땡이도 쳐 보고, 돈 버는 기계 같은 직장생활에 여행을 꿈꿔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은 작은 취미라도 만드는 것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 거기서 얻은 감정의 기복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철수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어놓은 선 위로만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혹시 살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뭐라도 좋아요.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든지, 아주 슬프거나, 기뻤을 때라든지, 뭐든지요. 마음이 먹먹해질 일말이에요.”

 

 철수의 입장에서 방금 전까지 겪은 일이 있다. 집중할 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란의 말에 철수는 조금씩 자신의 과거로 빠져 들어갔다.

 

 “해외여행을 갔던 경우는요?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사이가 나빠졌을 때가 있었나요? 아니면 학교나 직장을 무단으로 빠졌던 경우는? 그리고…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다른 의도는 없어요. 여자 친구와 첫 관계를 가졌을 때를 기억하나요?”

 

 철수는 그게 별 대수냐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없네?”

 “정말요?”

 “흠, 지금 정신이 없긴 해도 더듬어 보면… 기억이 좀 희미하긴 한데,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는 좀 슬펐던 것 같고. 여자 친구는 없었어. 그래서 첫 관계도 기억나지 않아.”

 “그럼 총각이에요?”

 “어…?”

 “아니, 다른 뜻은 없어요. 그… 여자랑 한 번도 해보지 않았냐고요. 왜 이성간의 첫 관계만큼 가슴 뛰는 일은 잘 없잖아요.”

 “크흠! 음… 아직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유란은 철수 쪽으로 돌렸던 몸을 바로 하고 팍 소리 나게 머리를 뒤로 기댔다.

 수염 시커먼 다 큰 남자가 총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지?’

 

 사실 철수를 철저히 3자라 생각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이상할 건 없다. 모난 것 없이 산 게 죄가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바코더 현상을 연구하는 유란의 직감은 강한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말이다.

 그러다 번개 치듯 머릿속에 번쩍 떠올랐다.

 

 “철수씨.”

 “응?”

 “학교, 집. 직장. 모두 근처죠? 그러니까 집 가까이에 전부 다 있죠?”

 “어. 그렇지.”

 

 유란은 휴대폰으로 지도를 펼쳤다. 철수가 말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집과 직장 모두가 10km반경 내에 있다.

 유란은 그 지도를 철수에게 들이밀며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밖으로 나가 본적은요?”

 “지금이지. 아니, 오늘이라고 하면 몇 번 되겠네.”

 “오늘 말고요. 과거에.”

 “글쎄. 이 안에 다 있는데 굳이 왜?”

 “그래도 친척을 만나러 지방 가는 날이 있지 않아요? 명절 때라든가.”

 “난 없었어.”

 “없다고요?”

 “뭐 친척들하고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부모님 돌아가시고 연락이 완전히 끊겼거든.”

 

 유란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어슴푸레하게 느껴졌던 환상 같던 느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렷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풋 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옆에서 철수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그리고 유란을 쳐다보았다.

 

 “……알겠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철수씨. 여행 가보지 않을래요? 좀 짧게.”

 “갑자기 웬 여행? 나는…”

 

 철수는 말끝을 흐리며 손을 들었다. 바코드는 여전히 5mm정도 남아있다.

 

 “괜찮아요. 내 예상이 맞는다면 철수씨는 아직 안 죽어요.”

 

 유란은 핸들 아래 꼽혀 있는 차 키를 돌렸다. 차는 덜덜거리더니, 곧 거하게 트림하는 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렸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12시간 만에 바코드 대부분이 없어졌고, 지금 남은 걸로 봐서 한 시간 내로 죽겠는데?”

 “그럼 한 시간 동안 여행하죠.”

 “거 참. 말 막하시네.”

 

 철수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고, 유란은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괜찮죠?”

 “그래. 고마워. 가는 길 혼자가지 않게 해 줘서.”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철수는 유란에게 감사했다.

 그건 연구소에서 목숨을 구해줘서기도 했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돌팔이에, 사이비에, 생체실험까지 하는 끔찍한 곳만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모두 바코더인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고만 했다. 그건 단순한 사기꾼 같은 것이 아닌, 목숨을 담보로 한 지독한 횡포였다.

 그렇게 당하다 보니 유란에게 너도 똑같다고 박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저주’라는 건 표현방식이 달랐다 뿐이지, 나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순수한 바코드 현상 연구를 위해서.

 철수는 이제라도 그 마음을 알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시간 여행이라… 어디로 가려고?”

 “여기서 최대한 멀리요.”

 “도망치는 거야? 어차피 난 죽을 테니 상관없지만.”

 “아니요. 세상의 끝으로 가는 거예요.”

 “영화 좋아해?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

 “그 뜻이 아니라… 우리에서 탈출해 보려고요.”

 “우리? 동물 키우는 그 우리?”

 “네. 느낌일 뿐이지만.”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맘대로 하시구려. 나야 이제 한 시간짜리 인생이니까.”

 

 철수는 시트 등받이를 뒤로 젖히며 시선을 밤하늘로 돌렸다.

 

 “좀 전에 말한 철수씨의 과거, 그거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한마디로 철수씨가 사는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죄다. 전부. 100%가. 이게 뭐냐면 물리적으로 그 외의 거리에서 일어난 일은 없어요. 맞죠?”

 “응? 그거까지 생각했어? 뭐 그럴지도.”

 “떠나는 이유가 그거에요.”

 “내가 닭장에서 사는 것 같아서?”

 “뭐 비슷해요. 그리고…”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네.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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