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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29회 - 재회
작성일 : 19-11-07 12:12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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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회 ]

 

  "오옷 마루치형님! 정말 올만이에염^^"

 

 수범은 하바나마을 중앙광장앞에서 마루치와의 뜻밖의 조우에

 놀란 나머지 벅찬 흥분 속에 빠져들었다.

 지난번 마지막 혈전이 끝나고 난 후 처음 만남이니 근 3개월만에

 재회인 셈이었다.

 

 당시 마루치는 아리스 서버를 접고서 여명혈의 핵심 간부진을 따라

 새로 오픈된 서버로 이동해간 것으로 알았는데,

 그동안 전혀 보이지도 않다가 이렇게 홀연히 눈앞에 나타난것을 보니

 정말이지 꿈인지 현실인지 온통 분간이 가지 않았다.

 

  "웅 오랜만이네 여전히 우리 아틸라는 멋지군^^ 아니...... 이젠

  아틸라 총군주님이라 불러야 되는구나"

 

 채팅창 너머로 전해오는 마루치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면서도 밝아

 보였다.

 

  "ㅠ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자말자 짖궂게 놀리시면 어케해요?"

 

  "ㅎㅎ 참 아까 낮에 자바마을 창고에서 너 봤었는데 하두 반가와서

 

  인사하니까 대답도 없이 바로 리스해버리던데......

 

  그래서 난 또 아틸라 캐릭 주인이 바뀐 줄 알았어"

 

  "네? 제가 자바마을에여? 낮에? 전 조금전에 출근해서 오늘 첨 접속

 

  하는건데......"

 

  "그래? 내가 잘못본건가...... 다른 사람하고 착각을 했나보네"

 

  "........."

 

  "아무튼 아틸라 네가 이렇게 씩씩하게 커가는걸 보니 정말 보기가

 

  좋다."

 

  "형님 그럼 다시 복귀하신건가요? 예전처럼 우리 섭에서 계속......"

 

 수범은 성급한 마음에 궁금증을 짚어보려다 어쩐지 어색함에 말꼬리를

 

 흐려버렸다.

 

 이 미니지 게임에서는 게임을 중도에 접거나 다른 서버로 이주해간 유저

 

 들도 가끔씩 심심풀이삼아 접속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혹시나 모를 실망의

 

 우려가 언뜻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웅 다시 시작할거야. 여기서......"

 

  "핫! 정말염?"

 

 수범은 마루치를 처음 만났을때보다 더 큰 벅찬 기쁨과 감동이 가슴속을

 

 거침없이 적셔오고 있음을 느꼈다.

 

  "다행이에염 그리고 너무 감사하구염"

 

 마루치가 갑자기 파티초대를 해와서 응했더니 파티방에는 두사람뿐

 

 인것이 아마도 마루치가 파티챗으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대화를 해야 편하지 귓말이 하두 와서......"

 

  "ㅎㅎ 여전히 우리 마루치 형님은 인기짱이시군요 특히 여자들한테서

 

  귓말이 마니 오져?ㅋ"

 

  ";;"

 

  "언제부터 복귀하신건가요? 전 오늘 첨 뵙는 것 같은데"

 

  "웅 회사일도 바쁘구해서 좀 쉬었었는데 예전 아는 동생들이 하두 만나

 

  자해서 그저께 토요일날 함 뭉쳐서 소주한잔하다가 다시 여기 아리스

 

  서버에서 시작하기로 마음을 모았단다 아틸라 네 생각도 마니나구......"

 

  "ㅎㅎ 형님 그러면......"

 

 마루치가 만일 다시 아리스 서버로 정말 복귀하는 것이라면 예전의 여명

 

 혈도 거의 와해된 판국에 이제부터는 자기와 같은혈맹의 식구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성급한 생각에 그러한 궁금증들을 털어놓으려다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 말을 삼켜버렸다.

 

 하지만 마루치는 그런 수범의 섣부른 생각들을 뛰어넘어서 불쑥 이상한

 

 말을 털어놓았다.

 

  "저 아틸라...... 언젠간 알게 될 일이어서 너한테 미리 말해두는건데"

 

  "네 형님"

 

  "나 아마도 곧 탄생하는 혈맹의 총군을 맡게 될거야. 혈 이름은 사이클론

 

  으로 정해졌고......

 

  "네에?"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난 기쁨과 환희에 마냥 어린애처럼 들떠있던 수범은

 

 무언가 둔기같은 것에 쿵하고 한방 맞은 듯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정보... 옛 여명 혈의 잔존세력이 다시 규합하여 '사이클론' 인가

 

 하는 혈맹의 이름으로 부활할 것이라는 정보는 이미 입수한 터였는데

 

 그 수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 서있는,

 

 자신이 게임안에서 둘도 없이 믿고 좋아하는 마루치라니, 이 무슨......

 

 하염없는 운명의 잔인함에 수범은 또한번 실망과 허탈감 비슷한 감정들을

 

 우울하게 삼켜야 했다.

 

 여명혈은 서버오픈이후부터 시작해서 3달전에 혈전에서의 패배를 100% 시인

 

 하고서 스스로 자취를 감출때까지 다른 혈맹들과 유저들로부터 끊임없는

 

 지탄과 질시 그리고 견제를 받아온 문제의 막강 혈맹이었다.

 

 때문에 여명이 자진해산하고 6대 핵심캐릭이 봉인되고서 다른 서버로

 

 옮겨가고 나서도 그 질기고 줄기찬 생명력과 결속력 등으로 인해 어쩌면

 

 또다시 재기할지도 모른다는 루머들이 간간히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했었는데, 설마 설마하는 그러한 불길한 예감과 우려들이 드디어 눈앞에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여명이 다시 재기를 하느니 그래서 예전의 무참하게 조각나버린

 

 치욕에 대한 앙갚음과 대대적인 복수전을 하느니 하는 지엽적인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하필 그 여명 혈맹 부활이라는 태풍의 중심에

 

 저 마루치가 서 있는가 하는 가혹하고도 서글픈 현실이

 

 무슨 뒤엉킨 운명의 실타래처럼 수범의 가슴속에 어지러이 파고 들어왔다.

 

 부질없이 혼자 타고 있던 담배재가 자신을 바라보며 희죽 비웃는 것 같았다.

 

  "아틸라! 많이 놀란 모양이로구나"

 

  "아니에요......"

 

  "음 아틸라 너니깐 얘기하는 거지만......"

 

 마침 아는 혈원들이 옆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는지라 두사람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가 이내 다시 이어졌다.

 

  "난 총군주 따위 직함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 동생들이 하도 보채서

 

  떠밀리듯 술김에 맡게 된거지만......"

 

  "ㅎ"

 

  "사이클론은 여명과는 분명히 다를거야 그전에 여명혈이 욕을 많이 얻어

 

  먹은것은 사실이지만 그때 나도 혈원 입장이었기에 어쩔수가 없었어.

 

  너도 잘 알잖아, 공성혈이 어떤것인지 하지만 이번에 같이 시작하는

 

  동생들한테 분명히 다짐을 받아두었어.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라고

 

  예전처럼 무식하게 혼자 다해먹기식이나 힘이면 다된다는 식은 이제 없어.

 

  지금은 서른명도 채 안되니 그럴 힘도 없다만 ㅎㅎ"

 

  "형님 그럼 한가지 여쭤봐도......"

 

  "웅 괜찮으니 부담같은거 갖지 말고 다 물어봐"

 

 아틸라는 마루치가 여명혈의 후신인 사이클론의 총군주로서 다시 아리스

 

 서버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궁금했던 사실들을 이제야 털어

 

 놓았다.

 

  "그때 캐릭 봉인하고 코르시카 서버인가로 옮겨간 션군주들도 이번에

 

  같이?"

 

  "ㄴㄴ"

 

 아틸라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루치가 기겁을 하듯이 강한 악센트로

 

 부정을 하면서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아냐 절대루 그럴 일은 없어. 이번에 내가 못박은 조건이 세가지가

 

  있어"

 

  "조건이라면"

 

  "웅 복귀를 해서 다시 시작하고 총군주를 맡는 조건......첫째 예전의

 

  모습이상으로 열심히 게임에 임한다

 

  둘째 구 여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서 아리스 서버 최고의 매너혈이 된다

 

  - 물론 우리도 공성전도 할거지만

 

  세째는... 과거 션군주와 그 6 인방의 재복귀는 절대로 불가하다 그건

 

  이미 아리스유저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떠나간거니까

 

  우리가 지금 권력욕에 미쳐서 나뒹구는 한심한 저 정치인들처럼 해서야

 

  되겠냐"

 

  "오호 역쉬 마루치 형님다우십니다."

 

 수범은 탄성을 지르듯이 빠져들었지만 마루치는 그냥 무덤덤히 말을 이어

 

 갔다.

 

  "만일 그러한 약속들이 하나라도 깨지면 사이클론을 바로 나와버릴겨"

 

  "네에^^"

 

  "아틸라 너한테는 개인적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까움도 많다

 

  어렵사이 다시 시작하는 건데 너하고 같은 식구가 되어 게임하면

 

  좋으련만......"

 

  "네에 저두여"

 

 막상 대화자체는 딱딱한 키보드로 해나가고 있었지만 목구멍 저 아래서

 

 솟구쳐오르는 뜨거운 감동과 격정만큼이나 자판위의 손가락이 뜨거워져

 

 옴을 진하게 느꼈다.

 

  "그래 다른 혈이라도 같이 파티해서 사냥할 수가 있자나여"

 

  "구래구래 그동안 나 마니 쉬어서 한참 저랩이라도 칼질만큼은

 

  열띰히 할테니까 꼭 파티해주라. 괄시하지 말구 알겠지?"

 

 좀처럼 농담을 잘 하지 않는 마루치의 평소 모습치고는 자못 놀랄만한

 

 느낌마저 전해졌지만 그러한 마루치의 밝은 모습에서 수범도 실로 오랜

 

 만의 편안함과 좋은 기분을 느낄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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