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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25회 - 마타하리
작성일 : 19-11-07 12:08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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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타하리]

 

 여운희는 갈색 테이블위에 놓인 언드락잔을 또 한 컵 연거푸

 비워버렸다.

 17년산 스카치 위스키 보랏색 병도 어느새 절반 가까이만

 남아있었다.

 며칠째 계속 과음에 시달린 탓인지 다크 써클이 흐느적거리는

 눈언저리도 검붉게 짓눌려있었고 피부도 많이 까칠까칠해져

 있는 상태였다.

 

  "......"

 

 그녀가 골드마켓이라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운영

 

 한지도 벌써 2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요즘 들어서 경영 자체가 매우

 

 위험한 지경에까지 빠져들어가고 있는 터였다.

 

 이미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두번의 결혼실패를 통해 그녀에게 덩그

 

 러이 남겨진 것은 목동의 4억짜리 작은 아파트 한채와 더불어 연식이

 

 10년차인 중형차 한 대 뿐이었는데, 그 아파트를 담보삼아서 시작해본

 

 것이 이 골드마켓이라는 회사였다.

 

 처음에는 월수익이 1억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건지는 대성공

 

 이어서 차도 풀 옵션의 에쿠스로 바꾸고 사무실 서버컴퓨터도 대폭

 

 확장시키는 등 그야말로 장미빛의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규세력의 진출과 끊임없는 가격경쟁등으로 인해

 

 이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었다.

 

 처음에는 5% 이던 중개거래수수료율이 각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지금에 와서는 십분의 일도 안되는 0.4% 까지 떨어져버렸고 미니지게임안의

 

 유라파 시세까지 엄청난 평가절하를 거듭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기도도 급감

 

 해버려서 전체 거래규모나 수익률면에서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리만치 몰락

 

 해버린 처참한 지경에까지 다다르고만 것인데......

 

 거기다가 그녀가 '헤라' 라는 캐릭터로 직접 미니지게임안의 아리스 서버안

 

 에서 컨트롤하던 다크블러드 혈 자체가 여명혈의 배신으로 인해 그레고리성

 

 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그를 위해 투자했던 막대한 경제적 물리적 경비와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날아가버려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운희는 게임머니 거래사이트를 운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임내부에 직접

 

 관여하여서 각종 분쟁과 혈전을 유도해냄으로써 유라파 소비를 극대화시키는

 

 이중전략도 병행해왔었는데 이상하게도 얼마전부터는 그러한 작전이 잘 들어

 

 맞지를 않고서 엇물린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듯한 석연치 않은 느낌마저 받고

 

 있는 터였다.

 

 어쩌면 자신과 똑같이 음흉한 계략과 술책을 쓰고 있는 또다른 세력이 있을지

 

 도 모를 일이었는데.

 

 도대체 그 주인공이 누구일까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터여서 그저

 

 답답하게 애만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템뱅크' 를 운영하는 노광용은 미니지가 3D 게임이라 컴퓨터 사양이

 

 너무 높다며 예전의 롤 게임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미 중국측의 작업장들도 럭시사 측의 해외 ip 차단으로 인해 대부분 문을

 

 닫고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는 터에 그녀와 비슷한 형태로 이중 플레이를

 

 하는 주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여운희는 또 한잔의 위스키를 들이키려다 말고 핸드폰을 열어서는

 

 단축번호를 눌렀다.

 

 113...... 유진의 전화번호가 기억된 넘버였다.

 

 통신사 연결 멜로디가 나오고 난 다음 화려한 컬러링이 수초간 반복되고

 

 있었다.

 

 요즘 한창 유행한다는 인기노래였는데 평소때와는 달리 오늘따라

 

 그 컬러링자체가 여운희의 신경을 더욱더 자극해대고 있었는지

 

 그녀의 양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 언니......"

 

  "음 유진아 아직 자고 있어?"

 

 사무실 벽의 핑크 컬러의 캐릭터시계를 올려다보니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이었다.

 

  "네......어제 좀 무리했었어요"

 

 아직 술이 덜 깬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확연히 느껴졌다.

 

 여운희가 유진을 만난 것은 2 년전쯤......골드마켓을 막 시작할 무렵

 

 이었다.

 .

 그 당시 꽤 즐겨 찾아가던 칵테일바에서 써빙을 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친분이 쌓여갔고 일주일도 안되서 어느듯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까지 되었으니

 

 그러던 즈음 바가 문을 닫을 시간까지 마시다가 근처 포장마차로 옮겨서

 

 같이 둘이서 술자리를 하던 차에 유진으로부터 돈이 필요하다는 힘겨운

 

 목소리를 듣고서는 자초지종도 알아보지 않고서 바로 1천만원을 송금시켜

 

 주었는데, 아마도 좀 과하게 마신 술기운에다가 여운희 특유의 호방한 성품

 

 까지 어우러져 있었던 탓이었다.

 

 그 이후로 유진이 다른 가게로 옮기고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드문드문 이어

 

 졌었고,

 

 6 개월전에 유진이 골드마켓 본부가 있는 이곳 사당동 사무실까지 놀러왔다가

 

 같이 일하게 되면서부터는 두사람은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라기보다는 친자매

 

 와도 같은 끈끈한 관계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었다.

 

 때문에 여운희는 은행업무라던가 주요 게임 캐릭터 관리와 같은 비밀스러운

 

 부분까지도 유진에게 서슴없이 맡겨오고 있었고 그만큼 믿음을 두터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요즘 들어서 두사람사이에 조금 서먹서먹한 공간이 자리잡아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지금 통화 좀 할 수 있겠니? 아니면 저녁에......"

 

  "아니에요 지금 말씀하세요 언니 이제 괜찮으니"

 

 아까처럼 잠에서 덜 깬듯한 잠자리 목소리가 아닌것이 이제서야 일어나서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서 전화를 받는 듯한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져

 

 왔다.

 

  "그래 술 좀 적당히 마셔 위장도 안 좋다면서"

 

  "......"

 

  "유진아 여명혈의 윌마 있지?"

 

  "네......"

 

 전화상으로 게임이야기를 꺼내자 상대방은 좀 긴장한 듯 힘겹게 대답을

 

 해왔다.

 

  "윌마가 이번에 여명 본군으로 라인이동했다며?"

 

  "네 그저께 했어요"

 

  "그래 좀 어떠니? 여명측의 흐름이......"

 

 윌마는 여운희가 작년에 자신의 게임사이트에 매물로 나와있던 여자

 

 스마트레인즈 캐릭을 바로 매입해서 유진에게 맡겨서는 여명혈내부의

 

 동태와 흐름을 탐색하려고 키워오고 있는 일종의 스파이 캐릭터였다.

 

 지금 유진은 그 윌마라는 캐릭과 더불어 시나브로라는 여자힐러도 같이

 

 컨트롤하고 있었는데

 

 시나브로는 구 가즈솔져혈이 재탄생한 후신인 사하라혈의 핵심멤버로

 

 맹활약하고 있는 중이어서 여운희는 두 캐릭터를 통해서 여명과 사하라

 

 양 진영의 내부사정을 손바닥 들여보 듯 확연하게 파악해오고 있었다.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것 같구요 오늘밤에 하바나성 신전에서

 

  혈모가 있데요 거기서라면......"

 

  "음 오늘밤에 혈모가 있다는 말이지? 그럼 이따가 사무실로 나오면

 

  나랑 같이 함 모니터해보자."

 

  "네 그럼 저녁에 뵐게요"

 

 유진은 지극히 사무적으로 짧막하게 대답을 하고서는 이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운희는 유진에게 분명히 이상스런 변화가 있다는 느낌을 또한번 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들이 가진다는 신비로운 육감같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유진과 같이 한가족처럼 지내왔는데

 

 요즘처럼 찜찜한 경우가 여태 없었다는데서 더 리얼리티에 가까운 확신을

 

 가지는 것이었다.

 

 다섯평 남짓한 사무실 공간안에서 맞은편 두대의 컴퓨터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유진은 얼마전부터 자신과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끔 눈길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황급히 모니터로 시선을 피하며

 

 마치도 비밀스런 일기장이라도 감추듯 고개를 떨구는 어색한 모습들을

 

 자주 보아왔던 것이다.

 

 남자문제일까......

 

 유진이 미니지게임안에서 민앤(미니지게임 애인)으로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예전 가즈솔져혈의 단검라인군주이자 지금의 사하라혈 총군주를

 

  맡고 있는 아틸라이며

 

 두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게임안에서의 관심과 호감수준을 뛰어넘어서

 

 이제는 현실에서의 격정적인 만남으로까지 심각하게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마타하리......

 

 2차세계대전당시 연합군과 독일군 양측사이에서 그 출중한 미모와

 

 비상스런 두뇌를 무기로 해서 현란한 활동을 하다가 끝내는 죽음을

 

 맞이했던 전설적인 이중간첩 - 마타하리

 

 그 마타하리의 모습과 현재의 유진의 모습이 절묘하게 오버랩되어 일치하는

 

 것 같다는 상상들이 머리속을 타고 오르자 여운희의 가슴 속으로는 야릇한

 

 흥분마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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