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 ]
꿈을 꾸었다......
오래간만에 잠자리를 상하게 하는 악몽이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기억의 편린들이 생생하게 아른거리고만 있었다.
아침에 게임방을 나와서는 사우나에 들러서 대충 샤워만
마치고서는 쏟아지는 졸음에 못이겨서 수면실 침대에
잠시 누웠었는데 한 두시간이나 잠들었으려나......
그 사이에 깊고 무서운 악몽을 꾸고 말았던 것이다.
그 꿈속에서는 두 여자 - 지영과 유진이 한참을 싸우고 있었다.
드레이크와 시노수스 같은 익룡 몬스터들이 너울거리며
날아다니는 자바계곡 안에서 두 여자는 캐릭터의 모습이 아닌
현실 본래 그 형상으로 상대방의 가슴에다 앙칼지게 칼질을
해대고 있었다.
수범이 끼어들어서 중단시켜보려고 애를 아무리 써보아도
그녀들은 무시하는 것인지 한마디 대꾸도 없이 앙칼진 공격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폐부 깊숙히부터 치밀어오르는 매스꺼움과 정신의 혼미스러움에
수범은 더이상 어떻게 해볼려는 기력마저 잃어버리고서
'그만! 그만해' 라는 말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이윽고 유진은 절벽앞쪽에서 몸을 휙 돌리더니 갑작스레 은색
매직보우 활을 꺼내들어서는 지영의 가슴에다 바로
작렬시켜버리는 것이었다.
그 최후의 일격앞에 지영은 검고 길다란 머리칼을 흩날리면서
강아지풀처럼 슬프게 사라져갔다.
뜨거운 화로에 용해되듯이 천천히 녹아지며 사라져가던 지영은
마지막까지 수범쪽을 야속하다는 듯이 응시하면서
애절하게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충격속에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내 현실의 수면실 침대위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오빠 오빠...' 하며 자신을 찾고만 있던
지영의 음성들이 지금도 귓잔등을 울리고 있는 것이 도무지 꿈과
현실의 사이를 구분지을 수가 없는 듯했다.
멍멍함과 형언할 수 없는 심난함에 한참을 비틀거리던 수범은
겨우 수면실을 나와서 찬물로 샤워를 한 번 하고서는
흡연실에서 담배 한개피를 피워 물었다.
텅 비어있는 위장안으로 담배연기가 탁류처럼 말려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지면서 몽롱하고 불쾌한 찜찜함들이 머리속을
더 아프게 쑤셔왔다.
"......"
왜? 왜 그런 이상스런 꿈을 꾸게 되었단 말인가......
유진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송지영 - 그녀까지 게임속의
그 사냥터에 어찌 나타났단 말인가......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흡연실 천장쪽으로 타고 올라가는
담배연기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수범은 아직까지도
이해할수 없는......
너무도 생생하고 현실적인 그 악몽의 기분나쁜 여운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