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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딱, 1년만 히어로!
작가 : 플랫
작품등록일 : 2019.11.7
딱, 1년만 히어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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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의 실수로 나의 수명을 알았다.
남은 건 딱 1년.
바꿔 말하면, 나는 1년간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것!

다음 생에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는 공덕을 쌓기로 한다.

 
1. D -365
작성일 : 19-11-07 10:05     조회 : 488     추천 : 1     분량 : 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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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 -365

 

 

 2월 마지막 토요일 밤이었다.

 

 설 연휴동안 한산했던 노량진의 먹자골목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듯, 거리는 술 취한 사람들로 붐볐다.

 

 먹자골목과는 대조적으로 어둡고 조용한 고시원 골목. 그 골목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럭키하우스>의 조그만 옥탑방에 경수가 있었다.

 

 경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멍한 얼굴로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른 살 쯤 되어 보이는 꽤 잘생긴 얼굴에,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금테 안경. 그리고 큰 키와 잘 어울리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가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이제 믿겠지, 백경수?”

 

 남자가 경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상냥한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경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저승으로 가는 입구지. 거기 모여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사람들이 망인(亡人:죽은 사람)들이고.”

 

 경수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방금 저승을 경험해놓고 안 믿을 수가 없다. 남자는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보통은 죽는 시간에 맞춰서 나타나거든. 근데 오늘 좀 한가해서 마지막 정리할 시간이나 주려고 일찍 온 거야.”

 

 경수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내 목숨이 얼마 남았다고요?”

 

 “이제 몇 분 안 남았어.”

 

 “어떻게 죽는데요...?”

 

 “그건 몰라.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진 않으니까 깔려 죽는 건 아닐 테고... 아마도 심장마비나 뭐 그런 거 아닐까? 우린 죽는 시간만 알지, 어떻게 죽는지는 정확히 몰라.”

 

 저승사자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남은 시간 동안 전화라도 하는 게 어때? 여자 친구나...”

 

 “여자 친구 없어요.”

 

 “응. 그럴 것 같더라... 그럼 부모님께 전화 드려. 내 얘기는 하지 말고.”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졸린 듯한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엄마.”

 

 “...뭐야, 경수야? 목소리가 왜 그래?”

 

 경수는 목이 막혀왔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겨우 쉰 목소리를 짜냈다.

 

 “엄마. 나, 나... 그... 흑...”

 

 “이게 또 어디서 술 처먹고 주정이야?! 어?! 죽을래?!”

 

 어머니의 예기치 못한 고함에 경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뗐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저승사자도 움찔하고 놀랐다.

 

 “너 대체 시험공부를 하는 거야, 안하는 거야?! 너 공무원하기 싫으면 그냥 집으로 와서 가게나 도와! 가뜩이나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우린 남들처럼 몇 년씩 뒷바라지 못 한다니까!”

 

 핸드폰인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방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는 안 하고 당구장에 PC방에 술까지 마시질 않나! 지금도 그러고 있을 게 뻔히 보인다! 대학 안 가고 공무원시험 본다고 할 때 그냥 밀대로 두들겨 패서 말렸어야 하는데. 내가 미쳤지...”

 

 아버지의 칼국수 가게에서 쓰는 기다란 밀대는 경수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자주 애용하던 무기였다. 경수는 슬금슬금 화가 치밀었다.

 

 “아니,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엄마는 만날 뭐가 그렇게 나한테 불만이에요? 예? 별로 해준 것도 없으면서.”

 

 “해준 게 없어?!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고 칠 때마다 뒤처리 해주고, 이젠 고시원 뒷바라지까지!! 그런데 해준 게 없어?! 미친놈아! 어휴, 여보! 일어나봐! 이 새끼 공부 안 하고 또 술 처먹었어!”

 

 경수도 이에 질세라 소리를 빽 질렀다.

 

 “정말로 술 마신 거면 또 뭐 어때서?! 가끔 마실 수도 있지! 그럼, 사람이 24시간 공부만 해?!”

 

 그 말에 저승사자는 책상에 놓인 공무원 시험 교재를 무심코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 대신 바닥에는 소주병과 맥주캔이 한 가득이었다.

 

 “이게 진짜!”

 

 “거, 시끄러우니까 그만합시다. 야밤에 소리나 꽥꽥 지르고, 대체 뭐하는 거예요? 무식하게.”

 

 “뭐 이 새끼야?!!”

 

 경수는 움찔해서 전화를 종료시켰다. 아예 전원까지 꺼버렸다.

 

 “...”

 

 “...”

 

 조용해진 옥탑방 안에 몹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경수와 저승사자, 둘 다 우물쭈물하며 꺼낼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 저기.”

 

 잠시 후 저승사자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시간 조금 있으니까 친한 친구한테...”

 

 “다 연락 끊겼어요. 별로 친했던 애도 없고.”

 

 “아, 그러냐...”

 

 경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탄 섞인 한숨을 연거푸 내뿜다가 중얼거렸다.

 

 “하... 아깐 그냥 무섭기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쉬울 것도 없네요. 진짜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네. 집도, 학교도, 친구도, 나 자신도...”

 

 “...”

 

 “죽으나 마나, 그게 그거일지도... 저승사자님, 몇 분 남았어요?”

 

 “이제 딱 1분.”

 

 그러자 경수는 마음을 비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에 누웠다. 두 손을 가슴 위에 가지런히 포갠 다음 눈도 감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네요.”

 

 “어? 그...”

 

 저승사자는 뭔가 말해주려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이야기해 줘 봐야 소용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다이어리 한 권을 꺼내 페이지를 넘겼다. 빽빽이 쓰인 이름들 중에서 경수의 이름을 찾은 다음, 손목시계와 번갈아 들여다보며 준비를 했다.

 

 경수는 꼼짝도 않은 채 그대로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22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허름한 옥탑방에서 죽음을 맞는 것은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더 살아 봐야 자신의 미래가 썩 좋을 리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대충 살 걸 그랬다.

 

 “...”

 

 고요함 속에 탁상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이제 1분은 충분히 지난 것 같았다. 이미 죽은 건가?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갑자기 저승사자가 경수를 붙잡아 흔들었다.

 

 “야! 야! 저... 저기, 살아있지?!”

 

 경수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예?”

 

 저승사자는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우왕좌왕하며 다이어리를 이리저리 뒤져 댔다.

 

 “야, 너 백경수 맞지?! 노원구에서 태어난!”

 

 “네? 네...”

 

 저승사자가 몇 가지 더 물었지만 틀림없는 경수의 신상정보였다.

 

 “...다 맞는데요. 왜요...?”

 

 “그럼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글자 색이 안 바뀌는 거지...? 왜... 어? 어어...?! 앗...”

 

 저승사자는 다이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낭패감이 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왜 그러는 건데요...?”

 

 경수는 저승사자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다이어리를 들여다보았다.

 

 깨알 같은 파란색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이름과 태어난 곳, 그 외 여러 가지 정보가 가득한 걸로 보아 아무래도 이게 그 ‘명부’인 듯싶었다.

 

 이내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경수는 손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천천히 읽어가던 경수의 눈이, 잠시 후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저, 저승사자님. 이, 이거... 날짜가...”

 

 “...”

 

 저승사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인데요?!!”

 

 “...하아아...”

 

 저승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연신 머리를 쓸어 올리며 좁은 방을 왔다 갔다 했다. 잠시 후 경수의 옆에 와서 힘없이 앉더니, 여전히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예에?!”

 

 저승사자의 눈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도 일이 많다보니까 말이지... 인구도 많이 늘었고 외국인도 있고, 뭐 여러 가지 복잡해서, 그 뭐랄까, 실수를... 할 때가 있는 거지. 아니, 그렇다고 실수가 종종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20년 동안 이번에 처음으로 실수한 거야. 진짜야. 믿어도 돼.”

 

 “뭐, 뭐라고요?!”

 

 “이런 적 없었는데, 내가 안경을 바꿔서 그런가... 연도를 잘못 봤나보다. 그, 미안.”

 

 “잠, 잠깐만! 저, 그럼, 오늘 죽는 게 아니라...”

 

 “응... 1년 뒤다...”

 

 저승사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경수의 눈을 피했다. 경수는 정신이 나갈 만큼 힘이 쭉 빠져 머리가 띵했다. 지금 장난하나? 갑자기 울화통이 터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 뭐 이런 개 같은...!”

 

 “하지만!”

 

 저승사자가 다급하게 경수의 팔을 잡았다.

 

 “진정하고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봐. 너, 다음에 더 좋은 인생을 살고 싶다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그치? 그렇다면 오히려 너한테 아주 좋은 기회일 수 있어.”

 

 그 말에 경수는 한참을 씩씩거리다 침대에 다시 앉았다.

 

 “...뭔 말이에요, 그게?”

 

 “자, 생각해 봐. 어차피 20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달랑 1년 남았다는 거잖아. 지금처럼 1년 더 살아봐야 뭐 그렇게 좋을 게 있을까? 너도 니 입으로 말했지만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며?”

 

 저승사자는 깨끗한 교재와 바닥의 술병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경수는 화가 치밀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저승사자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바싹 다가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그 1년을 다음 생을 위해 투자하는 거야.”

 

 “투자?”

 

 경수는 이해가 가지 않아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이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니 기록을 보면, 상황이 썩 좋지 않아. 크게 나쁜 일을 한 적은 없는데 그렇다고 좋은 일을 한 것도 없어. 뭐랄까...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는 그런 삶이었더군.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니 오로지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거지. 불평, 불만만 가득하고.”

 

 “...”

 

 “뭐, 일단 지옥에 갈 만큼은 아니니까 다시 태어나기는 하겠다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니가 바라고 있는 좋은 인생은 힘들어. 아마, 벌레 같은 걸로 태어날 거다. 날파리나, 진드기쯤?”

 

 “예에에?!!”

 

 경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날파리? 진드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야, 그럼 쉬울 줄 알았냐? 아까 일부러 말 안했는데, 애초에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 건 줄 알아? 그래서 1년 동안 투자하라는 거야.”

 

 “어, 어떻게요? 뭘 해야 되는데요?”

 

 “덕(德)을 쌓아라. 미친 듯이.”

 

 안경너머로 저승사자의 눈이 빛났다.

 

 “1년 동안 덕을 쌓고 또 쌓아올려서, 다시 태어날 때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나는 거다. 부잣집에, 끝내주는 외모에, 머리 좋고, 능력 좋고, 몸도 좋고, 인기도 많고, 거기다 운까지 좋은.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슈퍼맨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뭘 해야 하는지만 알면.”

 

 경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반응을 보고 저승사자는 씨익 웃었다.

 

 “덕을 쌓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을 돕는 거지. 정말 그 사람이 간절한 상황일수록, 위험한 상황일수록, 니가 많이 희생할수록 큰 덕으로 남아. 그 중에...”

 

 그는 경수의 눈앞에 다이어리를 들이댔다.

 

 “직접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게 그야말로 최고지. 이게 뭔지 이미 알고 있지? 니가 덕을 쌓을 ‘건수’들을 찾아서 알려줄게.”

 

 경수는 눈을 크게 뜨고 저승사자와 다이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한테 죽을 사람들을 미리 알려준다고요?!”

 

 “그래. 그러면 니가 가서 구하는 거다.”

 

 “저기, 알려준다 해도 여기에 적혀있는 사람들은 그 시각에 죽을 운명 아니에요? 그걸 내가 막는다고 막을 수가 있는 거예요?”

 

 “사람이 태어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죽는 날짜와 시간이 명부에 파란색 글씨로 기재돼. 그리고 그 시각이 되면 이렇게 글자 색이 검게 변하고 숨이 끊어지지. 우리는 그때를 기다렸다가 죽은 사람의 몸에서 혼을 꺼내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거지.”

 

 저승사자는 다이어리의 앞쪽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그 페이지는 온통 검은색 글씨로 가득했다. 아까 글자 색 어쩌고 한 게 그 말이었군.

 

 “명부에 한번 쓰인 수명은 절대적인 것이긴 하지만, 바뀔 수 있는 경우가 딱 하나 있지. 그 사람이 죽는 시각이 되기 전에 외부에서 어떤 힘이 크게 개입하면 죽음이 비껴갈 수 있어.”

 

 “외부의 힘?”

 

 “어떤 경비원이 아파트 외벽을 타고 올라가서 창문에 매달린 사람을 구해줬다거나, 대학생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아슬아슬하게 구해냈다거나... 그런 이야기 들어봤지? 바로 그런 경우야. 그렇게 죽음을 넘기게 된 사람들은 명부에 새로운 날짜가 기재되는 거야. 수명이 훗날로 바뀌는 거지. 굉장히 드문 경우야.”

 

 경수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게 드문 경우도 아닌 것 같은데. 병원 같은 데에서는 자주 있는 일 아니에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의사뿐 아니라 사람 목숨과 연관된 직업은 처음부터 운명이 서로 개입되어 있는 거야. 엄밀히 말해 ‘외부’의 존재가 아닌 거지. 살려낸다 해도 여기에 적힌 수명을 바꿔준 게 아냐. 처음부터 그 사람이 죽는 날짜가 아니었던 것뿐이지. 물론 공덕이 쌓이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작아. 또 가족이나 애인, 친구도 비슷해. 어떻게든 서로의 운명에 간섭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건가요...”

 

 “아까 내가 말한 경비원이나 대학생의 예시를 잘 생각해 봐. 아무런 관련도, 대가도, 의무도 없는 그야말로 ‘선의’지. 그게 인간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덕이야. 그러니까 운명까지 바꿔버리는 힘이 있는 것이고.”

 

 경수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사람들과 교류가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이런 일을 하기에 딱 좋아. 36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최대한 많이 살리고 보는 거야.”

 

 “자, 잠깐만요.”

 

 “왜?”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을 것 같아서요. 딴 사람 구한다고 설치다가 내가 죽으면요? 높은 데서 떨어지거나 불구덩이에 갇히거나... 그러다 죽어버리면 소용없잖아요? 아까 말한 경비원이나 대학생도 자칫했으면...”

 

 그러자 저승사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이어리를 톡톡 쳤다.

 

 “명부에 적힌 운명이 바뀌는 경우는 딱 하나라니까. 아무 상관없는 누군가가 죽음에서 구해주는 것, 그것 밖에는 없다고. 그 외엔 이미 적힌 건 절대 바뀌지 않아.”

 

 “아...!”

 

 “넌 1년 동안은 절대로 안 죽는단 말이야.”

 

 경수는 깜깜했던 머릿속에 댕-하고 종이 울린 기분이었다.

 

 “내가 미리 알려주고, 너는 가서 구한다. 이번 생애에서는 그 어떤 대가도 받으면 안돼. 대가를 받는 순간 공덕이 깎인다. 진정한 ‘선의’가 아니니까. 그 대신 다음 생을 멋지게 만들 수 있잖아. 어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했다. 경수는 폭발할 듯 뛰는 심장을 느끼며 저승사자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좋아요. 해보죠, 뭐.”

 

 저승사자는 경수의 어깨를 힘차게 두들겼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고 널 돕는 조건으로 나도 약속받아야할 게 있는데...”

 

 “뭔데요?”

 

 “오늘 일은 몽땅 비밀이다. 내가 오늘 찾아온 것도, 널 도와주는 것도 모두. 나중에 저승가도 절대 발설하면 안된다. 알겠지? 걸리면 나 같은 신입 저승사자는 변명도 못하고 끝장이야.”

 

 저승사자들은 20년 경력도 신입 취급인 건가. 경수는 저승사자의 눈에서 간절함을 읽었다.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그러자 저승사자는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건수’가 그리 자주 있지는 않을 거야. 나도 최대한 찾을 테니까, 평소에 알아서 꾸준히 선행을 하도록 해. 일이 끝날 때마다 너의 ‘등급’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알려줄게.”

 

 저승사자는 경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계약 완료?”

 

 “완료.”

 

 둘은 힘차게 손을 잡았다. 경수의 다음 생을 위한 1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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