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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46.결전(4)
작성일 : 19-11-07 00:26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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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잃는 것이 두려워진 때가.

 

 

 처음은 혼자였다. 그저 라그나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만을 가지고 있을 뿐.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죽는다고 한들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아쉽기는 했겠지만. 그랬던 마음이 조금씩 변해만 갔다. 란슬롯을 처음 만나고 그 녀석이 강해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밴디를 만나 강철의 기사단에 대한 녀석의 열망을 느꼈을 때, 일라나를 만나 매번 티격태격 싸움질이나 할 때.

 

 

 아아..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일라나가 처음 적으로 나타났을 때. 드래곤들이 나를 죽이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였던 것 같다. 내가 죽는 것과 함께 밴디와 란슬롯도 죽었을 테니까. 쌓아갈수록 무서워졌던 것 같다. 그들을 잃는 것이. 그리고 아팠다. 일라나가 죽은 지금 이 순간이.

 

 

 ---------------------------------------------------

 

 

 처음부터였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 나에겐 제일 중요했다.

 

 

 어머니를 버리고 동생을 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버리고 버릴수록 더 큰 것을 취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을 버리고 마을을 구할 수 있었고, 흑사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버릴수록 그 몇 배에 달하는 마을과 도시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동쪽 성벽의 모든 동료들을 버리니 그 몇 배에 달하는 지원군이 왔다.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더니 적장으로 향하는 활로를 뚫을 수 있었다. 닉스 경을 버리고 내가 살아났고, 마지 씨를 버리고 우리 군이 살아남았다.

 

 

 그러니 내가 점점 미쳐갔다. 슬퍼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동생이 죽었을 때도 엔마 경이 죽었을 때도 시엔 경이 죽었을 때도 닉스 경이 죽었을 때도 마지 씨가 죽었을 때도.

 

 

 내 가슴에 그려져 있는 균형이라는 이름의 저울은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왔으니까.

 

 

 -----------------------------------------------

 

 

 “피차 하나씩 잃었네, 로크?”

 

 

 “너는 항상 그런식이었지. 잃었다고 표현을 해놓고 표정은 전혀 슬프지 않아.”

 

 

 “...말로는 이길 수 없다니까. 이제 마지막이야.”

 

 

 “그래.”

 

 

 로크의 손에서 검은 연기가 일더니 검이 생겨났다. 란슬롯과 같은 검은 검. 그리고 그 검신에 검은 빛이 돌기 시작하였다. 인챈트의 빛이었다.

 

 

 질 수 없다는 듯이 라그나의 검에도 빛이 돌았다. 로크의 검은 마나와는 상반되는 밝은 빛의 인챈트. 마지 씨가 걸어준 마지막 인챈트였다.

 

 

 둘은 조용히 상대방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밴디.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발트하임에게 돌아가 있도록 해.”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로크는 밴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별 걱정을 다하네.”

 

 

 감정은 표정에 표정은 가면에 가려져있지만 밴디는 그것을 느끼기라도 한 듯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그곳에서 떠났다. 나를 꼭 닮은 남자. 그러나 그 얼굴은 나는 거울에서조차 본 적이 없었다.

 

 

 로크는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것은 여명의 기사단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성에 있을 때는 검을 쓰지 않았으니 아마 란슬롯에게 검을 배운 것 같았다. 나도 자세를 고쳐 잡았다. 대결은 로크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 그리고 여명의 기사단의 검술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회전을 통한 파괴력과 속도의 극대화. 그 모든 것이 로크의 검술에는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설펐다.

 

 

 녀석의 어설픈 검술에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로크를 거세게 압박해 나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대결에 있어서 남아 있는 불안 요소는 오직 마법이었다. 그 마법을 쓸 타이밍을 주지 않는다면 이 대결은 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로크가 입고 있는 갑옷에 조금씩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상처들은 로크가 노린 것이었다.

 

 

 자신보다 고수를 만났을 때 자주 쓰는 방법이다. 검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모두 쳐내지는 못한다면 갑옷, 특히 어깨 부위의 갑옷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검에는 인챈트가 남아있었다. 몇 번만 더 두드린다면 저 갑옷을 깨져 버릴 것이다.

 

 

 승기가 보이자 나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희망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어쩔 때는 필요 이상을 사람을 들뜨게 만들어 실수를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점점 검의 속도를 올렸고 로크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였다. 예상했던 그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 로크의 몸에 있던 갑옷이 깨어지고 그 빈틈으로 보이는 살을 조금씩 베어나갔다. 고통을 느끼진 못하는 것 같았지만 녀석의 몸은 확실히 둔해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을 예감했다. 이 마지막 베기로 녀석의 목은 땅에 떨어진다.

 

 

 그 후엔?

 

 

 전쟁이 끝나간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발트하임이 이기든 연합군이 이기든 전쟁은 끝난다는 사실을. 그 후엔 어떻게 될까. 거짓말처럼 다 사라지겠지? 드래곤도, 연합군도. 그들이 없애야 할 발트하임이라는 이름의 어둠이 사라졌을 테니까.

 

 

 나에게 로크와 발트하임은 어린 아이에게 주어진 달콤한 꿀과 같았다. 달콤한 맛에 매료되어 계속 빨다보면 언젠간 사라지니까. 꿀이 사라져간다는 사실에 아이는 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탐욕스러운 입을 멈추지는 못하겠지. 지금 나의 기분도 그렇다. 로크가 나에게 준 전쟁이라는 달콤한 꿀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더라도 나의 그 꿀을 끝까지 먹을 것이다.

 

 

 잡념. 그것은 대결에 있어서 가장 쓸모없는 감정이었다. 빈틈을 만들어 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랬다. 나는 갑자기 든 그 뜬금없는 물음에 녀석의 목을 베려는 검을 잠깐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로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 몸이 무엇인가에 튕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쇠망치를 맞고 날아가는 잠자리처럼 나의 몸은 날아 뒤에 있던 바위에 부딪히고 말았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통증이 느껴졌다. 녀석이 마법을 사용할 틈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부서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크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는 마치 벌레처럼 땅바닥에 쓰러져 조용히 숨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왜 멈춘거야?”

 

 

 “허...허억.. 허억..”

 

 

 로크는 살짝 자신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숨 쉬기가 편해졌다. 치료마법의 일종을 나에게 쓴 것 같다.

 

 

 “괴짜로군.”

 

 

 “대답이나 해.”

 

 

 “만약. 만약 전쟁이 너의 승리로 끝나면 너는 뭘할 생각이야?”

 

 

 “내 전쟁은 끝나지 않아. 너의 그 잘난 균형을 깨부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게속 사람들을 죽여나갈 거니까.”

 

 

 “내 말은 그 이후야. 모든 사람들이 다 죽고 발트하임 군만 남았을 그 때.”

 

 

 “...”

 

 

 “나는 무서워. 전쟁이 이대로 끝나면 내가 이 때까지 전쟁을 위해 쌓아온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릴테니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일 뿐이지.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살지 않는 것처럼.”

 

 

 “나에겐 중요해. 그 사람들의 죽음 이후의 삶이.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의 나의 삶이 말이야.”

 

 

 로크의 검은 가면은 언제나 무표정하다. 그 안의 얼굴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는 가면 너머에 있을 그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너무도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된 노동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던 어렸던 날의 로크가 겹쳐보였다. 그 녀석은 지쳐있었다.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는거야?”

 

 

 “....”

 

 

 “한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을 할 필요가 있나? 네가 원하는 것은 전쟁의 승리. 그냥 나를 죽이고 발트하임과 합류하면 전쟁의 너의 승리야.”

 

 

 “내가 바라는 것이 그게 아니니까. 나는 전쟁에서 이기길 바라지 않아. 발트하임도 마찬가지지. 그도 자신의 군대가 승리하길 바라지 않고 있으니까. 그저 선택의 기회가 없었기에 우리는 싸우고 있을 뿐이야. 나는 드래곤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발트하임은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국민들의 복수를 위해서. 너도 느낀적 없어? 언제부턴가 우리의 길이 외길로만 뻗어있다는 느낌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기회를 줄게. 어쩌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말이야.”

 

 

 나는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였다. 이제 와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기를 바랐다. 내가 모르는 것을 상대는 알고 있는 상황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나를 죽이고 전쟁을 끝내. 그러면 너는 전쟁 영웅으로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 이게 첫 번째 선택.”

 

 

 “드래곤에게 죽기 싫어 싸우고 있다는 녀석이 자신의 죽음을 꽤나 덤덤하게 말하네?”

 

 

 “일라나가 죽었을 때부터 이미 미련은 없어. 란슬롯과 밴디가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란슬롯은 내가 걱정할만한 녀석이 아니고 밴디도 그 란슬롯과 함께 있을 테니까.”

 

 

 “나머지 하나는?”

 

 

 “네가 내가 되는 것.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어. 이 검은 가면은 나보다 너에게 어울려. 너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러운 녀석이니까. 그 순백의 가면보다는 이게 너에게는 맞을 거야.”

 

 

 “너인척 연기를 하라는 건가?”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척해도 소용없어. 한번쯤은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봤을 테니까. 누구보다도 나는 너를 잘 알고 있어.”

 

 

 “...”

 

 

 생각해본 적 있다. 만약 저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녀석이 로크가 아니라 나였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로크와 발트하임의 어둠은 강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강력했다. 마치 하나의 폭탄. 로크와 발트하임이 가지고 있는 복수라는 감정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가 없었다.

 

 

 만약. 만약 내가 로크였다면, 발트하임의 군대를 내가 지휘할 수 있었다면 나는 서서히 균형을 맞추어갔을 것이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상대방이 강해지면 더 강한 적을 보내주고 상대방이 그만큼 더 강해지면 더 강한 적을 보내주고. 지킬 것이다. 빛이 자신의 존재를 파먹지 않고 끝없이 커질 수 있도록.

 

 

 그러나 그 길은.

 

 

 “괴물이 되는 길이잖아.”

 

 

 “그래 그걸 선택해. 전쟁 영웅이 될 것인지. 대가리에는 균형이라는 말만 가득한 괴물이 될 것이지.”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하나는 모두가 꿈꾸는 자리에 앉는 것이고 하나는 인간이길 포기하는 길이니까. 고민할 것이 없다. 없어야 했다. 고민의 여지가 있어서는 안된다. 나는 그러길 바랐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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