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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02
작성일 : 19-11-06 23:04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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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숨도 못 잔 것 치고는 꽤 멀쩡한 몰골로 출근 버스에 올랐다. 한창 붐빌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는 이미 앉을 자리 없이 빽빽했다. 그래도 민석은 운 좋게 한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특유의 무심한 시선은 창밖을 향했고 버스가 신호등 앞에서 급정거하는 바람에 버스를 막 올라탄 그녀에게로 시선이 옮겼다. 딱 봐도 스무 살, 애기티를 가리려 입은 차림새가 여주의 출퇴근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라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봤다. 두어 시간 전 봤던 여주의 모습이 떠오른 그는 무표정한 표정에 설핏 웃음이 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몰래 웃던 그의 눈이 이름 모를 그녀와 마주쳤고 민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지우고 다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내던졌다. 한참이나 지루할 즈음에야 드디어 익숙한 회사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고 곧장 회사건물로 들어가 사원증을 찍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곧 익숙한 얼굴도 동승했다.

 

 "여어, 쉬는 날 잘 보냈나?"

 "당연하죠, 선배님은 어떻게 부장님과 등산 잘 다녀왔습니까?"

 "아유..진짜 다시는 가기 싫다니까."

 

 진절머리가 나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준면에 멋쩍게 미소짓던 민석은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올려두고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

 

 "민석 씨, 안녕."

 "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

 "주말은 무슨, 부장님 때문에 난 잘..민석 씨는 잘 보냈어?"

 "저야 뭐.."

 

 사무실에 앉아서도 역시 은밀한 부장님의 뒷담화는 이어졌다. 민석은 일주일에 이틀, 단 그 이틀만은 여주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정해서 빠지긴 했지만 아마 은근한 눈치들에 마지못해 모두 모여 휴일까지 모두 반납하고 만나 밖에서도 부장님 눈치를 보며 보낸 하루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아주 잘 아는 민석은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이번 주도 화이팅하자고~"

 

 눈치 없는 부장님의 등장으로 그것도 일단락되었다. 모두 조용히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막내인 민석도 이번에 자신의 부서에서 맡은 프로젝트 피피티를 작성 중이어서 정신없이 노트북을 만지기만 할 뿐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복사를 하기 위해 잠깐 일어선 민석을 앞에 앉은 여자 선배가 자신을 불렀다.

 

 "민석 씨, 풀 있어?"

 "아, 잠시만요."

 

 선배의 말에 급하게 책상 서랍을 뒤지던 민석이 아까전 다 쓴 풀을 분리수거 통에 넣은 것이 생각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없다고 말하자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소모품 실에서 가져다 달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돌렸다.

 

 "으아! 무슨 일이 이렇게 많냐.."

 

 장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타자만 쳤더니 등허리가 쑤셔오는 턱에 소모품 실로 향하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소모품 실에서 풀을 찾아들고 들른 김에 아직 점심시간까지는 3시간이나 남았으니 언제 또 쉴 틈이 있을지 몰라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익숙한 번호를 누르자 평범한 수신호가 흘렀고 역시나 한 번에 받지 않았고 민석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한번 걸었다. 뚱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던 민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늘은 어쩐지 소모품 실에서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받은 모양이다.

 

 "하아, 여보세요.."

 "일어났어?"

 "아ㅆ, 너 때문이잖아. 왜."

 "해장해야지."

 "욕한다, 끊어라.."

 

 수화기 건너편에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뱉고 있을 여주의 모습이 눈에 선해 민석은 티 나지 않게 웃으려 노력했다. 그런 민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웃음소리를 들은 건지 낮게 갈라진 여전한 목소리를 내는 여주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온다.

 

 "언제 출근해?"

 "하아..있다 저녁에, 나 잠 좀 자자.."

 "다음 휴무는 언젠데?"

 "네 알 바 아니잖아."

 

 먼저 툭 끊기는 전화에 민석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심부름을 까먹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선배의 목소리에 얼른 일어나 풀을 건넸다.

 

 "민석 씨, 땡큐~"

 "민석 씨, 민석 씨가 프린트했어? 이거 민석 씨 거야?"

 "민석 씨 피피티는 다 완성됐어?"

 

 그 이후로도 민석은 계속해서 불려 다니기 바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드디어 부장님께 피피티 결제를 받기 위에 결제 파일에 프린트물을 가지런히 꽂고 부장님 곁에 섰다. 힐끔 올려다보던 부장님은 책상을 툭툭 쳤고 민석은 결제 파일을 올려놓고 고개를 한번 꾸벅였다. 사무실이나 회사의 규모의 크기가 크진 않았지만,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게 막내인 민석은 금세 바쁘게 돌아다녔다.

 

 "자, 점심시간이네. 나는 선약이 있으니까 먼저 나가요~"

 

 바쁘게 돌아다니던 중 일어서 재킷을 챙기는 부장님의 마지막 목소리에 사무실에 위치한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인사를 하고 하나둘 무리를 지어 점심을 때우러 건물을 빠져나간다.

 

 "민석 씨, 오늘 해장국 어때?"

 "아, 괜찮습니다."

 "그럼 로비에서 기다려, 난 화장실 좀."

 

 부장님 눈치에 화장실조차 다녀오지 못한 준면선배가 재킷을 손에 들고 급하게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민석도 앉은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로비로 향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무실 사람들을 보다 문득 떠오른 여주의 점심이 걱정돼 이번에도 역시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하아, 어째 한 번에 전화를 받은 적이 없냐.."

 "뭐야, 누가?"

 

 등 뒤에 들리는 준면의 목소리에 등을 돌리자 물기 있는 손을 탈탈 털며 민석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에 민망해진 민석은 코끝을 손으로 비비며 고개를 저었다.

 

 "민석 씨 여자친구가 속 섞여?"

 "아, 여자친구 아니에요."

 "뭐야, 그럼 요즘 애들 말로 하는 그 썸녀?"

 

 짓궂게 웃으며 말하는 준면의 말에 민석은 손까지 내저어가며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빨개진 귀를 숨기지도 못하는 그가 귀여운지 준면은 더 짓궂게 웃었다. 아마 1년 치 놀림감이겠거니..

 

 "이모! 해장국 2개요."

 

 자리를 잡은 준면은 밥상 위에 올려진 물수건으로 야무지게 손을 닦으며 잠잠해진 민석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아마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거워하는 거 같다.

 

 "여친? 아, 썸녀는 몇 살?"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뭐야 몇 살인데? 직장인이야? 설마 사내연애?"

 "큼, 사내연애 아니고 20살이에요."

 "뭐!? 도둑 노무새끼!"

 

 정말 놀란 건지 손에 든 물수건을 바닥에 툭 떨어트리며 말하자 민석은 괜히 민망해져 상위에 올려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곧 지잉, 하는 소리가 들리고 민석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여주의 답장이었다. 자신의 휴대폰 속 이름 뒤 수줍게 자리한 채워진 하트가 민석은 설레었다.

 

 

 [2014.12.29. 월]

 지금 일어났어, 밥은 내가 배고프면 먹으니까 너나 신경 써 ← 김여주

 김민석 → 나는 지금 회사 선배랑 해장국 먹으러 나왔어. 굶지 말고 꼭 챙겨 먹어!

 

 

 사진도 함께 찍어 보낼까 하다 그러다가는 정말 1년간 놀림을 당할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그런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준면은 턱을 괴고 민석의 행동을 지켜보다 너털웃음을 지었다.

 

 "에이, 민석 씨 안 그렇게 생겨서 썸녀한테 완전 잡혀있네~"

 "네? 아, 그게.."

 "하긴, 썸녀가 20살이면. 으휴..고생하겠네."

 

 민망해진 민석은 그저 숟가락으로 뚝배기를 뒤적거렸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던 준면은 금세 장난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네가 애기 꼬신 거니까 잘해줘."

 "하하, 선배님은 여자친구 안 만드세요?"

 "야, 소개나 해주고 말해라."

 

 남자 둘이서 점심을 먹는 거치고는 꽤 하하 호호 즐겁게 마쳤다. 화장실에 들러 양치질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아서인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민석 씨, 준면 씨 인터넷 봤어?"

 "네? 왜요?"

 "무슨 일 났어요?"

 

 재킷을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며 한마디씩 묻자 여자는 호들갑을 떨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시시한 이야기였다.

 

 "소녀 시대컴백 한 거 봤어?"

 "아.."

 "왜요? 예뻐?"

 "어, 진짜 장난 아니야."

 

 여자가 같은 여자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소리에 민석은 관심이 없어 맥없는 소리를 냈고 준면은 그래도 관심이 있던 모양인지 그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사실 민석은 그 이야기에 관심이 진짜 없었다. 뭐, 그래서 영화, 드라마도 잘 안 봐서 여주와 대화하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아, 슬쩍 껴볼까?

 

 "어? 민석 씨도 볼래?"

 "아..네!"

 "와, 나는 진짜 앞머리 없는데 예쁜 사람이 진짜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뭐야, 윤아 저격이야?"

 "으하하! 솔직히 윤아는 갑이죠!"

 

 호탕하게 웃는 준면선배의 말에 여자 선배들 웃었다. 솔직히 준면선배 말대로 모니터 속 윤아라는 연예인은 진짜 예뻤다. CF에 항상 나오는 모습은 청순하고 깨끗했지만 이번 앨범 컨셉에 맞춰 더불어 진해진 화장기도 또 다른 매력이었다.

 

 "그 왜 있잖아, 미인들은 다 앞머리 없다고. 손예진, 한가인, 김태희.."

 "오죽하면 그게 여신 머리야?"

 "푸흫,"

 

 자연스레 앞머리가 없는 여주가 떠올라 웃음이 터졌다. 여신 머리..미인들은 다 앞머리가 없다? 여주가 그래서 그렇게 예쁜가?

 

 "뭐야, 썸녀 생각 중?"

 "아, 선배!"

 "뭐야뭐야, 민석 씨 지금 여자 생각하면서 웃은 거야?"

 

 하아, 아직 시작도 못 해 봤는데 1년 치 놀림감 예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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