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친은 왕자님
작가 : 핑키pinky
작품등록일 : 2019.10.9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좋아하는 외국 배우에 관해 원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면 족했다.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그 나라의 친구이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망을 이루려는 찰나...... 여린 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현대 왕실 로맨스입니다.) *작가 이메일 pinkynjy@naver.com

 
추억은 소리 없이 쌓이고......
작성일 : 19-11-06 22:57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75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즐거운 시간이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갔다.

 리나는 유람선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기뻐하다가 별안간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수연, 저 사람들이 먹는 게 뭐지?”

 “응?”

 

 갑판의 벤치에 앉은 이들이 나무젓가락으로 무언가를 집어 호호 불더니 입에 넣고 있었다.

 

 “아, 저건 만두라고 해.”

 “만....두? 우리가 안 먹어본 음식이지?”

 “어머, 그렇구나? 리나야, 먹어볼래? 금방 사올게.”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리나가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내가 할래. 수연, 모르지? 내 한국어가 얼마나 정확한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어. 만두라고? Okay!”

 

 리나는 크리스에게 돈을 달라고 하더니 씩씩하게 매점으로 향했다.

 수연이 곧 걱정스런 얼굴로 친구가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염려 말아요. 음....내 예상엔 미션 성공일 것 같은데요?”

 

 크리스가 웃으며 자리를 권하자 수연이 겸연쩍은 얼굴로 앉았다.

 그는 그녀의 곁에서 나직이 말을 이어갔다.

 

 “매일 그랬지만.....오늘도 굉장한 여행이었어요. 수연,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군요.”

 “아, 아니에요. 저도 덕분에 구경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서로 잔잔히 미소 지은 후, 몇 초간의 침묵이 흘러갔다.

 누군가에겐 몹시 초조하고 또 누군가에겐 견디기 힘들만큼 어색한 순간이었다.

 

 “저기.......”

 

 어쩔 줄 몰라 하던 수연이 먼저 용기를 냈다.

 그에게 어떠한 답을 줘야할 것 같은 마음이 자꾸만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크리스의 조용한 눈길이 수연에게 향했다.

 

 “제 대답, 기대하셨을 텐데....죄, 죄송해요.”

 “....거절의....의미인가요?”

 “그, 그게 아니라....”

 

 수연은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을 다급히 멈추었고 크리스는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Yes인가요?”

 

 수연이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은...너무 혼란스러워요. 우리가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두렵기도 해요. 당신은....네덜란드의 왕자이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게다가 서로에게 외국인이 분명한데....난,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수연.......”

 

 크리스가 그녀의 팔을 꼬옥 붙들었다.

 눈빛엔 간절함이 빼곡했다.

 

 “하나만 대답해줘요. 나에게 호감이 있나요? 내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잠시 머뭇거리던 수연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지만 이런 대답마저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의 고갯짓은 크리스에게 급속히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고마워요! 수연.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어 기뻐요!”

 “크, 크리스....그게....”

 “음..... 뭐가 문제죠? 복잡할 땐 한 가지만 붙들어요. 우리, 다른 건 생각하지 말아요.”

 “크리스,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내내 친절하게 대해주고 좋은 선물까지....너무 고마워요. 그런데....생각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연을 굳게 붙들었던 손길이 스르륵 풀어지더니 이내 그녀의 팔을 가만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시간이....필요하다는 뜻이군요?”

 “....네에.”

 “그래요. 이해해요. 갑작스런 고백이 당신을 얼마나 당황하게 했을까요? 기다릴게요. 난....기다릴 수 있어요. 음....희망을 느꼈거든요.”

 

 조금은 상기된 음성이 들려오자 수연이 스르륵 고개를 들어 크리스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엔 실제로 밝은 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수연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마음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 마음을 알리려는 듯, 크리스의 포근한 미소가 그녀에게 끊임없이 닿고 있었다.

 

 

 “어? 택시가 하나 왔는데? 외국인들이 내린다! 저 사람들 맞지? 아싸, 왔다!”

 

 베란다를 사수하며 창밖을 살피던 수철이 호들갑을 떨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수연은 물론 그녀의 엄마와 요리를 돕던 규림이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네덜란드 손님들의 마지막 한국 여행지는 바로 수연의 집이었다.

 사실 왕족들을 평범한 가정에 초대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행여 무례를 끼칠까 봐 걱정스러운 건 당연했다.

 게다가 왕궁에 비해 턱없이 작고 초라한 공간을 드러내는 것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화끈한 결정은 뜻밖에도 수연의 엄마에게서 나왔다.

 

 <여행 갔을 때 그 집에서 신세졌는데 우리도 보답해야 하지 않겠니?>

 

 지극히 한국적인 마인드가 수연을 깊은 고민에서 끌어올렸고 그날부터 본격 외국 손님맞이 준비가 시작된 것이었다.

 리나와 크리스는 수연의 초대에 몹시 기뻐했다.

 이번 한국 여행에 왕족의 신분으로 온 그들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모든 일정은 공식적인 것이 되어 수연이 낄 자리는 없었을지 몰랐다.

 그들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입국했고 친구와 즐겁게 추억을 쌓는 중이었다.

 그랬기에 한국 일반 가정으로의 초대는 굉장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Hi!”

 

 누나를 따라 대문까지 한달음에 내려간 수철이 아는 영어 한 마디를 내뱉으며 씨익 웃었다.

 리나가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수철? 반가워.”

 “헉!”

 

 또렷한 한국어에 수철의 두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하지만 연달아 들려온 한 마디에 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처음 만나는군요. 반가워요.”

 

 수철이 리나의 뒤에 선 남자를 쓰윽 올려다보았다.

 제법 큰 키와 다부진 몸매는 당연 눈길을 끌만 했지만 완벽한 외국인 두 명의 입에서 깔끔한 한국어가 나오는 상황은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아, 네...어, 어서 오세요!”

 

 잔뜩 얼어버린 수철이 서둘러 길을 터주자 리나가 수연을 향해 싱긋 웃었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어서와. 리나.”

 

 리나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안으로 들어서더니 수철을 뒤따랐다.

 그리고 대문을 사이에 두고 수연과 크리스가 서로를 마주했다.

 

 “수연, 초대 고마워요. 이거....”

 

 어여쁜 꽃다발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애써 감추었던 수연의 설렘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크리스의 두 눈에도 그와 동일한 것이 새어나와 반짝였다.

 

 현관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남매를 맞이하던 수연의 엄마가 그들이 가져온 선물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제대로 된 한국어는 실제로 들어보니 놀라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었다.

 규림 역시 호들갑을 거들고 있었다.

 늘 친구를 통해 전해 듣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흥분을 감추지 못한 탓이었다.

 리나와 크리스는 예의를 갖춰 인사한 후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 이쪽으로들 앉아요. 식탁이 좁아서 상을 폈는데....불편하진 않을지...”

 

 수연의 엄마가 겸연쩍은 미소로 자리를 권하자 리나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어머니. 저랑 크리스는 모든 것이 다 좋아요.”

 “어머나. 세상에....말을 어쩜 이리도 잘 하는지....꼭 한국 사람 같네.”

 

 너스레가 새어나오는 순간,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음식으로 가득한 교자상과 주위를 빙 둘러앉은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명절을 방불케 했다.

 리나와 크리스는 낯설 만도 한 한국 음식들을 편견 없이 즐겼고 함께 젓가락을 들던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 이거 정말 맛있어요.”

 

 리나의 발랄함에 또다시 웃음이 쏟아졌다.

 

 “어머, 더 줘야겠네. 어쩜 복스럽게 잘들 드시는지...”

 

 수연의 엄마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일어서는 순간, 수연과 크리스의 눈빛이 허공에서 살며시 마주쳤다.

 리나로 인해 유발되었던 미소는 어느새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품고 있었다.

 

 “자, 많이들 들어요.”

 

 빈 접시를 채운 손길이 남매를 배려하자 리나는 손뼉을 쳤고 크리스는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단정한 저음에 수연의 엄마는 흐뭇하게 웃었고 규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이 통한다는 건 초면인 이들에게 큰 도움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낯설 만도 한 외국인일 경우엔 친해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비법이기도 했다.

 함께 대화하며 식사하는 사이 모두가 편안하게 웃었지만 부쩍 친밀감을 느낀 이가 하나있었다.

 

 “형, 이것도 드셔볼래요?”

 

 수철은 이미 넉살 좋기도 유명했지만 7살이나 연상인 크리스에게 유독 살갑게 굴었다.

 어쩌면 형이 없는 그에겐 로망의 실현일지도 몰랐다.

 크리스가 웃는 낯으로 그의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고마워요. 음....수철 씨도 같이...먹죠.”

 “수철 씨요? 푸하하. 형도 참....제가 한참이나 어린데 말 놓으세요. 리나 누나처럼요.”

 

 모두가 웃는 가운데 크리스가 겸연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음...그래도 될까?”

 

 리나는 제 오빠의 모습에 까르륵 웃더니 그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수철이 음.... 친해지고 싶은 거야. 너무 예의 바르면 상대가 어려워해.”

 “아, 그렇구나.”

 

 크리스가 미소 짓자 리나는 제 또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미안. 우리 오빠가.....음....한국의 문화를 책으로만 배웠어. 많이 가르쳐줄래?”

 “좋아!”

 

 규림이 크게 대답하고는 곧 민망해하자 리나가 까르륵 웃었다.

 

 “규림, 고마워. 넌 좋은 친구야.”

 “자자,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 체험을 안 해볼 수 없겠죠? 윷놀이 한 판, 콜?”

 

 수철의 제안에 상을 치운 자리로 곧 윷놀이 세트가 펼쳐졌다.

 리나와 크리스가 호기심어린 눈빛을 드러내자 익숙한 이들마저 슬슬 흥분하기 시작했다.

 수철은 게임의 룰을 설명한 후 가위 바위 보로 편을 나누자고 했다.

 

 “수연 누나, 크리스 형 그리고 규림 누나 한 팀, 엄마랑 리나 누나 그리고 나랑 한 팀이닷! 다, 렛츠 고!”

 

 담요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 앉은 이들이 윷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던지기 시작했다.

 경쾌한 소리가 쌓여갈수록 어색함은 급속히 사라져갔다.

 상대편의 말을 잡고 또 다른 편이 뒤따르는 사이....

 흥겨움 속에서 윷을 모아 다음 차례인 크리스에게 넘겨주던 수연의 손이 그의 손에 스쳤다.

 순식간에 놀란 그녀가 나직한 탄식을 내뱉었지만 곧 사람들의 즐거움 속에 묻히고 말았다.

 

 -두근 두근 두근-

 

 크리스의 미소가 수연의 가슴에 포근하게 스며들었다.

 오직 둘만이 알고 있는 마음은 애써 부정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더한 설렘과 애틋함을 낳을 뿐이었다.

 

 “아, 진짜 재밌었는데...아쉽네. 크리스 형, 리나 누나, 자고 가면 안 돼요?”

 

 벽시계가 헤어질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순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수철이 한 마디를 던졌다.

 

 “얘는,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왕자, 공주님이신데....”

 

 수연의 엄마가 아들을 나무라자 리나가 싱긋 웃었다.

 

 “역시 수철이야. 음.....내 마음을 안다니까....?”

 “앗, 누나, 정말요?”

 

 웃음과 당황이 버무려진 상황 속에서 크리스가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누이를 만류한 후에 수연의 엄마를 응시했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즐거웠습니다. 음...저희가 일어서는 건....환경 때문이 아니라...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아....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휴, 아니에요. 오해라니....”

 

 수연의 엄마가 손사래를 치자 크리스가 이번엔 수철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를...편하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수철을 만나니 음....남자 동생이 생긴 기분이야.”

 “오홋. 저도요. 형 생긴 것 같다니까요?”

 

 수철은 배시시 웃으며 그와 악수했다.

 두 사람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리나가 규림과 인사하더니 수연을 안았다.

 

 “고마워. 오늘 너무 즐거웠어. 역시 넌 최고의 친구야.”

 “나도 정말 즐거웠어. 문득 꿈만 같았던 거 있지? 네가 우리 집에 오다니......”

 “히잇. 나도 그 생각했는데...내일 또 만나.”

 

 수연을 토닥이던 리나가 이번엔 그녀의 엄마를 꼬옥 안았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멋, 아이고, 뭘..... 우리가 더 고맙지...”

 

 허그에 익숙지 않은 이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리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모두가 대문까지 나왔다.

 수행원들은 이미 차를 대기시킨 채 두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악수와 목례를 나누는 사이, 크리스가 수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연, 정말 고마웠어요. 오늘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저, 저도 즐거웠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손길이 그에게 닿는 순간, 크리스가 수연의 손을 꼬옥 잡았다.

 이상했다.

 여린 살결 위로 악력이 살짝 느껴졌지만 그것은 전혀 아프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느껴져서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똑똑똑-

 

 “들어와요.”

 

 웅장한 문이 소리 없이 열리자 곧 안경을 쓴 정장 차림의 여자가 들어섰다.

 그녀는 공손히 예를 갖춘 후, 손에 들고 온 파일을 펼쳤다.

 벽난로 앞, 편안한 차림의 여자는 차를 마시는 중이었고 맞은편엔 노신사가 신문을 읽고 있었다.

 

 “여왕 폐하, 조금 전 덴마크에서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덴마크에서? 무슨 일이죠?”

 

 우아한 음성이 궁금증을 드러내자 여자가 곧 대답했다.

 

 “왕세자의 결혼식 초청에 관한 내용입니다. 조만간 정식으로 초청장을 보내겠다고 하십니다.”

 

 여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로벤 공의 전갈입니다. 왕세자 전하께서 귀국하신 후에 이레네 양과 함께 찾아뵈려 하니 여왕 폐하께서 허락해주시길 바란다고 합니다.”

 “음, 그래요. 일정 확인 후에 연락 주겠다고 전해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 편히 쉬십시오.”

 

 문이 닫히자 노신사가 돋보기 너머로 여왕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당신이 진 것 같소만......흐음, 올해 내 생일엔 좀 더 근사한 선물을 받을 수 있겠군.”

 

 여왕이 미간을 찡그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프레데릭이 그렇게 쉽게 허락하다니.... 믿을 수 없군요.”

 “허헛. 내 말이 맞지 않소.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국민도 아닌 외국인을....신분의 차이만큼이나 너무 쇼킹한 일이에요. 왕가에 그런 사람을 들이다니......”

 

 여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노신사가 싱긋 웃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내, 퀴즈를 하나 낼까 하는데....흠흠...만약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찌 하겠소?”

 “윌리엄!!!”

 

 예상보다 크게 터져 나온 외침에 그가 움찔했다.

 

 “휴우, 깜짝이야. 사람 참....농담이오.”

 “놀리는 게 재밌으시죠? 농담이라도 그런 소린 마세요. 우리 크리스는 분명 최고의 신붓감을 만날 테니까요.”

 “흠....최고의 신붓감이라....과연 당신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을지 모르겠군.”

 

 여왕은 잠시 남편을 흘겨보더니 찻잔을 들었다.

 

 “곧 왕궁으로 인사 오겠다잖아요.”

 “응? 누구 말이오? 서, 설마....이레네.....?”

 “당신은 어때요? 그 아이?”

 

 부인의 질문에 윌리엄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 심중에 누가 있는지 알겠군.”

 “뭐, 나만 그런가요? 당신도 그동안 내심 생각하셨으면서....그 아일 볼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셨어요?”

 “허헛. 하긴....외모와 인성 그리고 자태까지...그만한 아이도 없겠구려.”

 

 여왕의 얼굴이 한결 편안히 누그러졌다.

 

 “그럼요. 이 나라 안에서 유일무이한 아이죠. 정석대로 모든 것을 잘 갖추며 자라난 티가 나잖아요. 우리가 지켜봐오긴 했지만.....모자라지도....과하지도 않고......우리 크리스에게 딱 맞는 짝이 될 거예요. 훗, 하지만 로벤은 이런 우리 마음도 모르고 애가 타는 모양이에요.”

 “그러게 말이오. 당신에게 은근 개구진 면이 있군. 로벤을 계속 지켜보기만 할 거요?”

 

 여왕은 차를 한 모금 삼키더니 싱긋 웃었다.

 

 “당분간은 지켜봐야죠. 아직 확정을 한 건 아니니까요. 로벤은 야심이 많은 사람이라 경계를 풀기 어렵지만 그의 딸은 참으로 탐나는군요.”

 “허헛. 당신처럼 까다로운 사람에게 흡족한 아이라니....신기하군. 그나저나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 건가? 올 때가 되지 않았소?”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후에 도착한다니 이제 곧 비행기에 오르겠죠. 이번 여행은 길어서 불안했어요. 너무 멀기도 했고......”

 “밝아진 리나의 얼굴을 보았잖소. 크리스의 얼굴도 그랬지.”

 “그렇긴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소. 곧 돌아온다니 마음 놓고.... 자, 그만 일어나십시다.”

 

 윌리엄이 신문을 접고 일어서자 여왕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2019 / 11 / 9 241 0 6144   
16 보고 싶어요. 2019 / 11 / 7 248 0 8372   
15 추억은 소리 없이 쌓이고...... 2019 / 11 / 6 245 0 7565   
14 두근 두근....고백.... 2019 / 11 / 4 231 0 5134   
13 리나의 과거 2019 / 11 / 1 257 0 5083   
12 여행, 시작되다. 2019 / 10 / 30 239 0 5381   
11 한국에서의 재회 2019 / 10 / 29 243 0 4631   
10 이끌림 2019 / 10 / 26 249 0 5433   
9 낯선 여자 2019 / 10 / 23 243 0 5472   
8 운명적 만남 2019 / 10 / 22 241 0 5600   
7 리나의 정체 2019 / 10 / 21 232 0 7840   
6 펜팔을 만나다! 2019 / 10 / 18 261 0 6501   
5 우정은 흐르는 강물처럼 2019 / 10 / 18 268 0 6702   
4 미지의 친구에게 2 2019 / 10 / 16 262 0 6781   
3 미지의 친구에게 2019 / 10 / 14 247 0 6831   
2 펜팔을 시작하다. 2019 / 10 / 10 260 0 6379   
1 꿈꾸는 소녀, 수연 2019 / 10 / 9 425 0 627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