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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전직 강력계 소속 경찰이던 석철은 불미스러운 일로 일을 그만 둔 뒤 사설탐정을 꿈꾸며 심부름센터를 차렸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석철.
그런 그의 꿈에 밤마다 한 남자가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래서?

 
26.
작성일 : 19-11-06 22:5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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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계단을 올라가는 날 향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장철현입니다. 두 번째 봽네요.”

 

 난 장철현의 손을 무시하고 계단을 마저 올라 사무실 문 앞에서 남자를 보며 물었다.

 

 “여긴 어쩐일로... 아니, 어떻게 알고 오셨나 모르겠네.”

 

 철현은 내밀고 있던 자신의 손을 내려보며 피식 웃었다.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아래위로 철현을 훑었다. 그는 기름을 발라 넘긴 머리에 멀끔한 정장차림이다.

 

 “나랑 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어디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 여기 안이건, 아님 어디 조용한 곳이건.”

 

 철현은 내 사무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날 보며 또 웃었다. 이 인간의 웃음이 그리 반갑거나 좋아 보이진 않는다. 물론, 내 감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철현을 보다 계단 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럼 어디 조용한데 가시죠. 무슨 의뢰를 하러 온 게 아니라면 내 사무실에 들이고 싶진 않으니까.”

 “그럴까요?”

 

 철현은 고갤 끄덕이더니 먼저 돌아서 계단을 내려갔다.

 

 생각도 못해본 일이라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 볼을 몇 번 두드렸다.

 

 철현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니 철현은 맞은 편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괜찮으실까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철현은 곧바로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른다. 반대편카페 앞에서 날 슬쩍 돌아보는 철현을 확인하고 양쪽 찻길을 살핀 뒤 나 역시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철현은 내가 다가가는 걸 보곤 먼저 카페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현을 따라 카페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주문대 앞에서 날 보며 묻는다.

 

 “뭘로 드시겠어요?”

 “제건 제가 알아서 하죠.”

 “그러시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철현에 이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저리에 가계시면 제가 가져가죠.”

 “제건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철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주문한 음료를 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카페 안은 경쾌한 음악이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기에 시끄럽다기 보단, 타인들에게 대화내용을 들키지 않기에 딱 적당한 정도의 느낌이다.

 

 철현은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날 본다. 나 역시 한 모금 마시고 그와 똑같은 자세로 그를 쳐다봤다.

 

 철현은 날 보고 웃으며 눈썹을 한번 씰룩거렸다.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왔다는 분이 말은 않고, 뭐 어쩌자는 건지.”

 

 철현을 자극해보려 했지만 그는 여전히 여유있는 얼굴로 날 훑어보더니 웃으며 이야길 시작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철현은 기대어 있던 몸을 테이블쪽으로 당겨 앉았다.

 

 “이석철 씨.”

 

 가르쳐 준 적 기억이 없는 내 이름을 시작으로 철현은 입을 뗐다.

 

 “갑자기 남의 체육관에 튀어들어와 엉망으로 만들고도 너무 당당해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같은 경찰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더군요.”

 

 철현은 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날 경찰과 같이 움직이긴 했지만, 범죄자와 유착관계 때문에 불명예퇴직하셨더군요. 지금은 말 같지도 않은 흥신소 사무실 하나 차려두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별 볼일없는 아저씨.”

 

 철현은 이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날 보고 웃고 있다.

 

 “내가 그렇게까지 내 소개를 했던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던데. 조금 알아보니 이것저것 쓸데없는 정보들까지 다 알겠더군요. 불명예 퇴직 하기 전, 유착관계에 있던 조직원은 의문의 살해를 당했고, 덕분에 법적인 책임은 피했단 것도 나오고.”

 

 속에서 뭔가 훅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테이블 위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요즘 개인정보는 손가락 몇 개 틱틱해도 다 나오는 세상이니까.”

 

 철현은 두 손을 펼쳐보이며 말하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날 본다.

 

 “그렇게 내 뒷조사를 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겠네?”

 “어느 정도는.”

 “그래. 그럼, 괜히 예의 차리는 거,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거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말하지.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그거야? 내 뒷조사 좀 했다고 티내는 거? 그럼 내가 어이구 이거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서 겁이라도 집어 먹을 줄 알았어?”

 

 철현은 내 말에 또 피식 웃기만 한다.

 

 “아님, 과거일을 끄집어 내서 협박이라도 해보려고? 이미 다 끝난 일이고, 더 이상 경찰도 아닌데, 그걸 가지고 협박하면 내가 놀라기라도 할까봐?”

 “이석철씨야 옷 벗고 나왔으니 상관없겠지만, 아직 이석철씨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근무하고 있으니, 그럼 그 쪽을 찾아가서 캐 물었어야 하나?”

 “지랄하지마. 이때까지 살면서 어디서 쪽팔리는 짓 안했으니까.”

 “그래?”

 “이제 쓸데없이 분위기 만드는 거 집어 치우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나 하고 꺼져주는 게 어때? 오늘 좀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거든?”

 

 철현은 내 눈을 빤히 보다 천천히 고갤 끄덕이며 입을 뗐다.

 

 “그럼 나도 하나 묻고 싶은게 있는데, 왜 진호를 그렇게 지키려들지?”

 

 그래. 이 놈이 날 찾아온 건 그날 체육관에서 데려왔던 진호가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을 일이지.

 

 “그런거 까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고. 댁이야말로 왜 고삐리 하나에 그렇게 목 메나? 돈 때문에 그러나?”

 “돈.”

 

 철현은 작은 소리로 석철의 말을 되뇌기만 했다.

 

 “나도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거든. 당신이 준 명함에 써 있는 그 회사는 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라고 하는데 실제론 무슨 게임이랑 관계있는 회사고, 그 게임 속에는 투기장이 있고 말이지.”

 

 철현은 눈을 치켜뜨고 날 본다. 마치 내가 이걸 알아낸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성가시다는 듯.

 

 “그 투기장에서 돈도 빌려주고, 게임속 화폐는 현금으로 구입이 가능하고, 그걸로 돈 버는 것 같던데. 아냐?”

 “또?”

 

 철현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거기서 빚진 사람들 찾아가서 돈 받아내는 걸로 돈 버는 것 같은데, 그래서 진호도 쫓고 있는거고. 그런 진호가 갑자기 사라지니, 답답한 마음에 나까지 찾아온거, 아니야?”

 

 철현은 가만히 날 보다 또 피식 웃는다. 이 인간 이 저렇게헛웃음 짓는 걸 자꾸 볼수록 기분이 나쁘다.

 

 “거기까지 알아냈으면, 진호한테 직접 이야기라도 들은 모양이네.”

 “그건 당신 알바 아니고, 내가 이상한 건 겨우 그런걸로 사장이란 사람이 혼자서 날 찾아온 게 이상하거든? 너 그거 말고 다른 볼일이 더 있어?”

 

 철현은 또 테이블 위 커피를 집어들더니 한 모금마시고 말했다.

 

 “쓸데없는 이야기 길게 하고 있자니 피곤하네. 거두절미하고, 진호보내.”

 “뭐?”

 “내가 직접 여기 찾아온 거, 뭐 이딴거야 당신 마음대로 생각하고, 돈 때문에 왔건 뭐건, 그것도 당신 마음대로 추측하라고. 그러니까, 곱게 진호만 보내.”

 “정신차려. 당신 같으면 어이구 하고 넙죽 보내주겠어?”

 “일 크게 만들지 말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아직은 나도 조용히 하고 있지만, 자꾸 건들면 터뜨리는 수 밖에 없어. 그럼 곤란해 지는게 누굴지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아?”

 “당신하곤 관계없는 일이잖아.”

 “생긴지 좀 됐어. 몰랐어?”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진호 보내.”

 “마지막이고 나발이고 그럴 일 없어. 좋게 말할 때 포기해. 어차피 그 돈도 못받아. 억울하면 고소라도 해 봐. 그렇다고 법이 당신 손을 들어주지도 않겠지만.”

 

 철현은 내 눈을 빤히 본다.

 

 “말이 안 통하네.”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그만 포기해. 자꾸 얼쩡대다 제대로 터져서 다 쫑나지 말고. 내가 잘되는 쪽으론 능력이 없는데, 좆되게 만드는 쪽으론 확실히 능력이있거든.”

 

 철현의 눈을 빤히 보며 말했지만 놈은 꿈쩍도 않고 내 눈을 노려본다. 그러다 내쪽으로 손짓하며 말했다.

 

 “그럼, 그만 일어나지.”

 

 차라리 이 놈을 붙들고 어떻게든 정보를 캐냈어야 했다. 또 좀 긁어댄다고 발끈해서는 지기 싫어서 쏘아대다니. 늘쌍 이것 때문에 박형사한테 쿠사리먹어왔는데, 달라지는 게 없구나.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은 찝찝한 마음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신 보는 일 없도록 합시다.”

 

 내 말에 철현은 대답없이 피식 웃기만 했다. 또, 또 또, 저렇게 웃는다. 저 재수없는 놈.

 

 곧 나를 따라 철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단호하게 돌아서 카페를 빠져나왔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며 길을 건너서는 사무실 건물로 들어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아직도 이 개똥같은 자존심만 남아가지곤,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 개똥 자존심으로 ㅈ금까지 살아온 거나 다름없다.

 

 녀석에게도 말했지만 만에 하나 일이 복잡하고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다고 해도 손해는 그 놈이 입지, 난 손해볼 게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할 고생은 어쩔수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딱히 잃을 것도 없으니까.

 

 그거 좀 신경썼다고 피곤한 건지, 문상이네 다녀온 걸 비롯해 이것저것 했다고 그런건지 피로가 몰려와 소파에 늘어져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둥둥 떠다니는 연기를 보니 문득 나도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둥실둥실 떠다니다 사라져버리면 편하겠단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것 같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보니 창문틈이 살짝 벌어져 있다. 이렇게 후진 사무실임에도 월세는 내려갈 기미가 없으니, 먹고 사는 일은 역시나 힘들다.

 

 멍하니 벌어진 창문틈을 보고 있다가 일어섰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그동안 사무실에서 패딩을 돌돌감고 잠을 청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책상서랍에서 언젠가 사뒀던 박스테잎을 꺼내 대충 입으로 끊어 내고 붙였다.

 

 전혀 아무 효과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두겹, 세겹으로 테이프를 붙였다.

 

 언제쯤이나 이 열악한 사무실을 떠나 꽤 그럴싸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고갤 들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상업지구라곤 하지만 주택가나 다름없는 곳이다. 상가건물들도 다 오래되서 고만고만하고, 대부분이 학원이나 식당, 슈퍼마켓, 편의점, 카페...

 

 어?

 

 카페 앞에 장철현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게 보인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담배나 하나 폈고, 창틀 틈도 메꿨고, 시간이 꽤나 흘렀을텐데, 저 인간은 왜 아직 저기 서 있나.

 

 날씨도 추워서 바깥에 마냥 서 있기 쉬운일도 아닌데 말이다.

 

 찝찝한 마음에 녀석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든 상태로 두리번거리던 그는 천천히 내 사무실쪽으로 고갤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우린 서로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꽤 떨어진 채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서 우린 그렇게 기싸움을 하게 됐다.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뭔가 액션을 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놈은 날향해 씩 웃어 보였다.

 

 완벽히 내게 보여주기 위한 웃음. 명백한 도발.

 

 그대로 뒤돌아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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