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9. 모르겠어, 네가 무슨 생각인 건지.
작성일 : 19-11-06 22:37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370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의겸을 비롯한 사절단이 귀국한 것은, 그로부터 나흘이 지났을 때였다. 나를 대신해서 최한솔이 함께 다녀왔던 덕분에, 그들이 없는 동안에는 조금이나마 숨이 트이게 생활할 수 있었다.

 

 어의는, 더 이상 침소에만 쳐박혀 지내고 싶지 않다며 우울해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겼다. 그는 결국 다른 활동은 허용하되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직무만큼은 삼가라는 처방을 내리게 되었다.

 

 대신 몸의 기운을 보강하는, 맛이 없기로 유명한 탕약을 추가로 받아야 했지만,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기간 내내, 인적이 드문 곳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버님의 죽음에 가담되어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가, 어떻게 해야 그들을 함정에 밀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무슨 감정을 지워야, 서의겸의 곁에서 아무렇지 않은 체를 하면서도 때가 되면 그에게 칼을 빼어들 수 있을 것인가.

 

 '네 입에서, 네 목숨 값 대신으로 나온 말이잖아. 안 그래?'

 

 그 서늘하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서의겸에 관해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뒤틀렸다. 피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 모습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아직까지도 코 끝에서 비릿한 향이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

 

 그리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뭐 하고 서있어, 서월아."

 

 "아...... 미안해. 가자."

 

 어느새 내 앞에 와 있는 지훈이가 나를 부르고 나서야, 줄곧 응시하고 있던 허공에서 시선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

 

 순영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매번 우리 중 한 사람의 생일날이 되면, 집에서 저마다 음식을 하나씩 장만해 와서 작은 잔치를 열곤 했으니.

 

 제가 눈앞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던 내 모습이, 지훈이의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미리 약조된 전각으로 향하는 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게 하기 위해 안심시키는 말들을 늘어놓아야 했다.

 

 직무를 마치고 바로 온 것이었는지, 세 사람은 이미 자리해 있었다. 그들 옆에 앉아 준비해 온 것들을 풀어놓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마냥 밝은 축하를 건네기에는 조금 무거운 분위기였다. 하나 둘, 묵묵히 따라 마신 술잔의 횟수가 늘어가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조금씩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일하고 있을 때 방해하지 마, 권순영. 제발 떨어져......"

 

 순영이에게 삿대질을 해 대던 지훈이의 말끝이 점점 뭉개지는가 싶더니, 몸이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 버렸다.

 

 근엄의 대명사라 지칭되는 이지훈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때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가,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여 본 경험이 있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뿐일 것이라는 점은 천만다행이었다.

 

 바닥에 누운 채로 평소와는 목소리부터 다른 말투로 중얼거리며 순영이의 옷자락을 꼭 쥐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아무래도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편이 좋을 테니. 술이 약한 탓이었다.

 

 "......아아."

 

 그 전에, 그보다도 더 약해 이제는 지훈이에게 무릎을 내어주고 있는 꼴이 되어버린 순영이는 진작부터 상에 머리를 박아대고 있던 중이었고.

 

 매번 지훈이에게 놀자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곤 하니, 지훈이 본인의 의지로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것은, 그의 정신이 온전했더라면 좋아할 만한 상황일 터인데.

 

 술이 깬 후에는 기억하지 못할 터라 전해 들으면 안타까워할 것이 분명했다. 기억해 낸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최한솔은 취기가 오르면 본인도 모르게 집에 돌아가는 주사가 있었기에, 어느 시점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배고파."

 

 마지막으로 서의겸은-

 

 "국수 먹으러 가자, 서월아...... 아니, 갈비는 어때......"

 

 -지극히 예전의 서의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익숙하게 내 팔을 붙잡고는 저잣거리에 나가자며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는다.

 

 도저히 연기라고는 볼 수 없는 태도였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던 날의 그 사건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난장판이 되어버린 가운데 술에는 거의 입을 대지 않았던 나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마 제대로 마셨더라면 가장 먼저 정신을 놓아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될 경우, 내가 어떠한 말을 내뱉을지 몰라 잔을 비우지 않았던 것인데.

 

 갑작스러운 그의 언행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 내가 제정신인 상태가 그리 좋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침소에 돌아가자, 의겸아."

 

 밤이 깊은 시각이었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거하게 들이킨 이 세 사람이 무슨 일을 벌일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의겸이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영이와 지훈이에게는 본가 외에도 궁궐 내에서 사용하는 처소가 있으니, 입이 무거운 시종들을 시켜 침소까지 옮기게 했다.

 

 "소인들이 폐하를 모시겠습니다, 어찌 직접.....!"

 

 "괜찮아."

 

 내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이유처럼,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서의겸이 앞으로 하게 될 말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현재로써는 위험한 발언을 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으나, 미리 조심해 두는 편이 좋았다.

 

 자신들을 두고 굳이 직접 부축하고 나선 나를 보며 당황하는 시종들에게 되었다며 고개를 저어 보이고 침소로 발걸음을 옮기니, 비틀거리던 의겸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어, 우리 벌써 자러 가는 거야......?"

 

 "......."

 

 어디서부터 뒤틀려 있기에, 현재의 상황이 발생했을까.

 

 두서 없이 늘어놓아지는 그의 말들만 들었을 때에는, 서의겸의 정신이 적어도 삼 주보다 더 이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의 시간으로 넘어올 것 같지도 않아 보이고.

 

 그저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절친한 벗이었던 때의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왜 의겸이는, 그의 무의식은. 그 이후로부터 현재 사이의 시간을 흐르게 하지 않는 것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가 오랜 시간 준비한 일을 성공했을 그 날이야말로, 서의겸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었을 것인데.

 

 "여기, 내 침소 아닌데. 서월아-"

 

 의복은 따로 갈아입히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쉽게 몸을 가누기 힘들어질 것을 대비하여 잔치를 시작하기 직전, 미리 목욕을 마치고 침의 차림으로 나갔던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시종들이 미리 깔아 둔 침구에 의겸이를 눕게 했다.

 

 체격의 차이 탓에 떨어트리다시피 그를 내려놓고 일어섰다가, 신경이 쓰여 옆에 놓인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 주었다. 행복했던 시간의,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마주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는 폐하께서 사용하시는 침소잖아, 함부로 출입하면......"

 

 반쯤 감긴 눈으로 주위를 살피던 의겸이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한 마디에, 한순간에 눈물이 들어찼다.

 

 "......왜."

 

 나는 너를 죽이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데, 네가 끔찍하게 싫은데, 네가 앓아 눕는 것은 내게 좋은 일일 텐데. 너를 그냥 두지 못하는 것일까.

 

 너는 왜,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왜인지 의겸이의 얼굴을 마주해야 할 것 같았지만, 동시에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고 난 후의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짐작이 되질 않아서.

 

 잠시 고개를 숙여 젖은 눈가를 정리하고 다시금 몸을 일으키려던 그 때.

 

 탁-

 

 "......!"

 

 의겸이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깜짝 놀라 바라본 그는, 잔뜩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은 손에 실린 힘이 빠져나가기 직전에 의겸이의 입에서 뱉어진 말은, 더더욱 나를 당황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이었으니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4. 난 너를 불러 2019 / 11 / 10 249 0 3044   
13 13. 당황스러운 거리 2019 / 11 / 10 240 0 2990   
12 12. 별은 우릴 닮아 슬픈 만큼 빛나 2019 / 11 / 10 230 0 2911   
11 11.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일까. 2019 / 11 / 10 256 0 3049   
10 10. 슬픔의 나날, 그리고 예정된 슬픈 운명 2019 / 11 / 10 223 0 2951   
9 09. 모르겠어, 네가 무슨 생각인 건지. 2019 / 11 / 6 232 0 3703   
8 08. 다행이야, 고마워. 2019 / 11 / 6 217 0 2952   
7 07. 쏟아지는 하늘의 울음소리는 2019 / 11 / 6 238 0 2926   
6 06. 어긋나버린 우리 미래에 2019 / 11 / 6 243 0 3347   
5 05. 너를 꼭 닮았을 날씨였을 것을. 2019 / 11 / 6 243 0 3082   
4 04. 백화요란(百花燎亂) 2019 / 11 / 6 243 0 3294   
3 03. 내가 아는 네가 맞는 것인지. 2019 / 10 / 3 247 0 2985   
2 02. 이 모든 게, 다 꿈일 거라고. 2019 / 9 / 22 228 0 2904   
1 01. 서막 2019 / 9 / 20 429 0 42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