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8. 다행이야, 고마워.
작성일 : 19-11-06 22:33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29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신없이 앓아 누웠다. 어딘가가 불편하다는 느낌 하나 없이 줄곧 잠에만 빠져들어 있다가, 간간히 깨우는 손길에 이끌려 입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게 죽과 탕약을 받아 먹고는 다시 잠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만큼이나 잠을 잤으면 더 오지 않을 법도 한데.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던 날 이후로는 잠을 제대로 이룬 날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동안 모자랐던 분량은 이미 채우고도 남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지는 것을 보니, 탕약에 들어가는 약재의 효과가 상당히 강한 듯했다.

 

 "어......"

 

 "일어났어?"

 

 물론 계속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로 의식을 완전하게 유지하지 못한 채였기에, 그러한 예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다 나아서, 정신이 뚜렷해졌을 때였지만.

 

 "드디어 열은 내린 것 같고.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

 

 "아, 응......"

 

 "불편한 곳은."

 

 "없어, 완전 멀쩡해."

 

 내 이마를 짚어 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확신이 서지 않았던지 직접 제 이마와 맞대어 보고 온도를 확인한 지훈이가,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서의겸, 조금만 더 있다가 갔으면 좋았을 걸 그랬네."

 

 "......어?"

 

 "너 비 맞고 쓰러졌던 날, 네가 쓰러지기 직전에 출발했다고 하길래. 우선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시종을 보냈었거든. 소식을 전해 듣고, 그날 저녁에 바로 다시 돌아왔었어. 너 잠든 이후로 계속 간호하고 있다가, 더 지체할 수가 없다고 시종이 재촉하는 바람에 나한테 부탁하고 거의 방금 전에 급하게 나갔으니까-"

 

 그렇다는 건, 잠결에 누군가가 곁에 계속 있다고 느껴졌던 게, 서의겸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의겸이가 계속, 있었어? 다른 사람들 없이?"

 

 "어. 너 간호하다가 이제는 자기가 쓰러질 것 같아 보이길래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그동안만이라도 잠깐 쉬고 있으라고 했는데, 끝까지 자기가 있겠다고 말을 안 듣더라. 아니, 애초에 중요한 일로 타국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거니까 금방 다시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않고 너무 오래 있었지."

 

 어의가 와도 꼼짝을 안 하고. 버틸 대로 버티다가, 시종이 제발 가자면서 빌고 비는 걸 보고 나서야 마지못해 일어났어. 하여간 서의겸, 너한테라면 목숨이라도 내다바칠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너나 걔나, 둘 다 미련한 거 진짜 똑같아. 부부라 더 닮아가는 건가?

 

 지훈이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가 금세 스쳐 지나갔다.

 

 "걔, 잠도 한 번 제대로 못 잤는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아까 보니까 안색이 창백한 게, 가다가 낙마라도 하게 생겼던데. 역시 그냥 억지로라도 끌어낼 걸 그랬나."

 

 지금쯤이면 얼마 못 갔을 테니까 너 괜찮아졌다고 하면 또 오겠지? 조금 있다가 알려줘야겠다. 지훈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 얼마나 이렇게 있었는데?"

 

 "네가 쓰러졌을 때부터, 오늘이 사흘째야."

 

 ......가던 길을, 다시 돌아서 올 필요까지 있었을까.

 

 아니, 생각해 보면 옛날의 서의겸은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면 곧장 내 궁으로 찾아와 주곤 했으니. 사소한 의심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이겠구나.

 

 "너, 다시는 그렇게 비 맞고 돌아다니거나 하지 마. 진짜 식겁했으니까."

 

 "......알았어, 안 그럴게."

 

 그 당시에 내게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 게 전부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지훈이 저렇게까지 화난 얼굴을 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라서, 그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짐작이 갔다. 아까 드디어 열이 내렸다고 했으니 내 상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었나 보다.

 

 지훈이에게 더 미안해졌다.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서 바보같은 짓을 해 버렸으니까. 내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너는 누워 있고, 서의겸도 없는 와중인데 나라가 굴러가기는 하겠냐. 너희한테 넘어와야 하는 직무는 내가 대신 처리했고 계속 그러고 있을 테니까, 어의가 완치되었다고 할 때까지 걱정하지 말고 쉬어."

 

 "그럴게, 고마워."

 

 "됐어, 어차피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뭐. 밥 먹어야지, 죽 만들어 오라고 할게."

 

 "어, 서월이 일어났어?!"

 

 지훈이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순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고 대답한 모양인지, 그럼 나 들어가도 돼? 하는 말에 뒤이어 순영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나도 네 상태 확인하고 간호도 해 주고 싶었는데, 내가 있으면 정신 사납다고 지훈이가 자꾸 못 들어오게 하잖아.

 

 입을 삐죽이는 순영이를 보고 있으니 왜 지훈이가 막아섰는지, 대충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무 탈 없이 잘 나아서."

 

 미안한 마음이 커서 고개를 떨어트렸는데. 괜찮다며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받고 있자니, 왜인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도 같았다.

 

 코 끝이 찡해지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기에. 어떻게든 차분해지기 위해 애를 썼다.

 

 "다 먹고 나면 어의 부를 거야. 계속 미음만 마시다시피 먹다가 갑자기 다른 음식물이 넘어가면, 속이 상할지도 모른대. 그래서 맛있는 죽은 못 먹는다고 하니까 조금만 참아."

 

 "어......."

 

 "내일은 다른 거 먹어도 되냐고 물어볼게. 아무리 그래도 간장 정도는 섞어 먹어도 되겠지. 괜찮다고 하면 저잣거리에서 맛있는 것도 사다 주고."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 지훈이가 받아 온, 죽이 담긴 그릇을 앞에 두고, 입맛이 없어도 꼭 다 먹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결국 울어 버렸다.

 

 "야아, 왜 울어......"

 

 "다, 다 먹으라는 말 안 할 테니까!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아니야, 다 먹을래."

 

 자신들이 으름장을 놓은 탓이라고 생각하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영이와 지훈이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곧장 그릇을 전부 비워냈다.

 

 "어......"

 

 "고마워."

 

 그런 내 모습에 영문을 몰라 또다시 당황한 채로 굳어버린, 내 소중한 벗들에게.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설령 진실을 끝까지 숨기고 살아가야 한대도, 곁에서 진심으로 믿고 걱정해 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으니까.

 

 적어도, 내가 살아남고 복수하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이 세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라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4. 난 너를 불러 2019 / 11 / 10 250 0 3044   
13 13. 당황스러운 거리 2019 / 11 / 10 241 0 2990   
12 12. 별은 우릴 닮아 슬픈 만큼 빛나 2019 / 11 / 10 231 0 2911   
11 11.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일까. 2019 / 11 / 10 257 0 3049   
10 10. 슬픔의 나날, 그리고 예정된 슬픈 운명 2019 / 11 / 10 224 0 2951   
9 09. 모르겠어, 네가 무슨 생각인 건지. 2019 / 11 / 6 232 0 3703   
8 08. 다행이야, 고마워. 2019 / 11 / 6 218 0 2952   
7 07. 쏟아지는 하늘의 울음소리는 2019 / 11 / 6 239 0 2926   
6 06. 어긋나버린 우리 미래에 2019 / 11 / 6 244 0 3347   
5 05. 너를 꼭 닮았을 날씨였을 것을. 2019 / 11 / 6 245 0 3082   
4 04. 백화요란(百花燎亂) 2019 / 11 / 6 244 0 3294   
3 03. 내가 아는 네가 맞는 것인지. 2019 / 10 / 3 248 0 2985   
2 02. 이 모든 게, 다 꿈일 거라고. 2019 / 9 / 22 228 0 2904   
1 01. 서막 2019 / 9 / 20 430 0 42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