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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6. 어긋나버린 우리 미래에
작성일 : 19-11-06 22:26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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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어의의 처방대로, 그리고 주변의 만류로 이불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그에 따라 서의겸과 마주하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었다.

 

 나를 무척이나 걱정했었다던 그 날 외에도 아침마다 잠들어 있는 내 상태를 직접 살피고 간다는 것을 순영이에게 듣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타인의 시선에는 다정했던 서의겸이 달라졌다며 다소 이상하게 비칠 수 있기에,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산보를 다녀올 테니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 순영아."

 

 "아직 위험해. 하다못해 어린 시녀라도 하나 동행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금방 돌아올 테니까."

 

 "......알았어."

 

 내가 느끼기에도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졌으니, 내일부터는 국정에 참석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따라오겠다는 순영이를 두고 잠시 걷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가, 그 길로 무작정 묘지에 향했다.

 

 처음 이 나라를 건국한 시조부터, 이제는 십 년 전 돌아가셨던 어머님 옆에 나란히 묻혀 계신 아버님의 묘가 늘어서 있었다.

 

 언젠가 내 묘도 이곳에 들어서게 될 것이고, 아마 내가 먼저이든 서의겸이 먼저이든, 함께 묻히게 된다. 어떻게 해도, 죽은 후마저도 그의 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앞에 가만히 서 있던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언제부터인가 들려오다 멈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옆으로 옮기니, 품에 하얀 국화꽃을 한아름 안고 있던 의겸이가 멈추어 섰다가, 이내 다시 이쪽으로 걸어왔다.

 

 "......."

 

 그의 부모님은 왕족의 신분이었지만, 이곳에 묻혀 있지는 않았다. 조부모님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 그가 애도할 만한 상대는 이곳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서의겸은 내 앞으로 다가서더니, 들고 온 꽃을 말없이 내 아버님의 묘에 내려놓은 뒤 내 시선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하자는 거야."

 

 제가 돌아가시게 해 놓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던 그가, 진심스로 애도하는 듯한 모양새라서.

 

 결국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날 이후로 의겸이를 피하기만 했던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보는 대로, 선대 폐하께 애도하는-"

 

 "장난해?"

 

 나와 마찬가지로 그의 주변에는 시종들이 없었다. 그 많은 꽃을 본인이 직접 들고 왔을 만큼 그들을 두고 조용히 올 것이었다면, 남에게 보이지 않는 행실이니 굳이 이곳에 올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서의겸에게 있어서만큼은.

 

 왕위를 얻기 위해 제 손으로 죽인 이의 무덤에 찾아와서 애도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가 칼을 들었던 것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면 상황이 달랐을 가능성도 있었겠으나 그 때의 그 눈빛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리만치 차가운 눈동자였기에.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는 게."

 

 "왜. 선조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기라도 해? 돌아가신 분들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예의에 치중했다고."

 

 그가 갑이고 내가 을인 입장에서, 함부로 꺼낼 말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태도도 다를 바가 없었고. 그럼에도 서의겸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듣고만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의겸은 왜, 불필요한 발걸음을 했을까. 내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기 위해서?

 

 아, 이곳에 혼자 찾아와야만 했던 까닭이라도 존재하는 것인가. 아버님께 저주의 말이라도 하려던 것이었을까.

 

 혹은 제 손으로 죽인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래도 꽃다발 정도는 두고 가는 것이 예의라 생각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 와서 용서를 빌기 위해? 어느 쪽이든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제발. 그런 짓을 벌여 놓고, 이러지 말아달라고. 왜 그러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데. 나를 살려주는 조건이었으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는 해 주겠는데, 어울리지 않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런 모습 볼 때마다 역겨우니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하게 싫었다. 손이 떨려올 만큼 주먹을 꼭 쥐고는, 토해내듯 말을 쏟아내고 나서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시종을 데려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누군가가 옆에 존재하는 것과 관계없이, 화를 참아내지 못하고 평화로운 연기를 포기해 버렸을 테니.

 

 "......."

 

 그 날처럼, 그가 내 목에 칼이라도 드리울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얌전히 있으라는, 날카로운 협박 정도는 들려올 줄 알았는데. 그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저히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으니 그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의겸이가 어떠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인지는 짐작이 갔다. 그때와 같은, 차가운 눈동자가 내게 향해져 있을 것이라고.

 

 내 외침이 끊기면서 찾아온 정적과 동시에, 세찬 비가 쏟아져 내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금세 뒤바뀐 날씨가, 현재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만 같아서.

 

 쏟아지는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잠시간의 적막 끝에. 돌아선 의겸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

 

 

 

 얼마나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흠뻑 젖은 옷과 더불어 이가 떨릴 정도의 추위를 느낀 뒤에야, 지훈이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려 내고 몸을 일으켰다.

 

 금방 지나갈 소나기는 아니었던지 계속해서 쏟아지는 굵은 물방을들을 맞으며 걷다 보니,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궁인들도 저마다 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을 터라 쉽게 발견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니, 나를 찾으러 다닌대도 서의겸에게 나를 보았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고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멀리서 붉은 빛의 지우산을 쓴 이가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빈틈없이 공간을 메우고 있는 빗방울 탓에 흐려진 시야로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궁에서 저러한 체격을 가진 이라면 이지훈밖에 없었다.

 

 "......한서월?"

 

 "지훈, 아......"

 

 인사를 하기 위해 뻗은 손은, 순간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려 옆의 나무를 붙잡는 데 사용되었다.

 

 좀처럼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얼굴이 멀리서도 보일 만큼 놀란 지훈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야, 너 왜 그래. 눈은 또 왜 그렇게 빨개, 울었어? 아니, 그보다 시종들은, 우산은 어디에 두고 이렇게 젖어서는......!"

 

 "산보를 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비 쏟아진 지가 언젠데 지금까지 이러고 있어!"

 

 혼나고 있는 건가, 이거.

 

 제가 쓰고 있던 우산을, 내게 들려주는 지훈이는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이제는 지훈이의 어깨도,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돌아가자. 걸을 수 있겠...... 서월아!"

 

 다급하게 제 옷을 벗어 내게 덮어 주는 지훈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바닥이 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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