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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5. 너를 꼭 닮았을 날씨였을 것을.
작성일 : 19-11-06 22:2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3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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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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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윽."

 

 갑작스럽게 드는 정신에,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아니, 정확히는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줄곧 아버님과 함께 잠들곤 하다, 내 궁으로 옮긴 여섯 살 이후로는 이 공간에서 눈을 뜬 적이 없었으니까.

 

 창에 드리워진 휘장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 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날은 이미 한참 전에 밝은 것 같았다. 일어날 시간이 진작 지난 것 같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금세 포기해야 했다.

 

 몇 번이고 쉴 틈 없이 이어졌던 지난밤의 정사로, 허리가 아릿하게 아파왔다.

 

 돌아보니 옆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조금의 온기조차 없어, 꽤나 오래전에 나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무를 보러 간 것인가.

 

 시간에 맞추어 찾아온 궁인들이 깨웠을 텐데, 그런 기억은 없으니 의겸이가 더 자게 두라는 말이라도 해 둔 모양이었다.

 

 "순영아."

 

 부어오른 눈가를 지그시 누르며, 밖에서 호위를 서고 있을 순영이를 찾았다.

 

 "어, 서월아.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의겸이가 많이 아플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내 부름에 방에 들어서자마자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상태를 살피기 시작하던 순영이는-

 

 "......어. 못 일어나겠어."

 

 "그 정도야? 잠시만 기다려, 내의원에 사람을 보낼 테니까."

 

 -아, 하고 짧게 탄식한 뒤. 곧장 궁인을 시켜 내의원에 다녀오게 했다.

 

 그에 따라 잠시 뒤 도착한 어의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체력적으로 무리하신 것 이외에, 며칠 동안의 복잡한 심경도 몸에 부담을 준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안정을 취하라는 당부와 함께 침을 놓아주고는, 곧 몇 가지 탕약을 지어 올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추워?"

 

 밤새 땀을 흘려댄 탓인지 순간 느껴진 한기에 몸을 잘게 떨자마자,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순영이가 이불에 나를 돌돌 말았다.

 

 "순영아, 이건 조금......"

 

 "......공주님, 아니. 이제 왕비님이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

 

 따뜻하긴 한데, 이러다 질식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려던 나를 한순간에 당황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내게 묻는 얼굴은 심각했다. 혹시, 내가 표정관리를 제대로 못 했던가. 그래서 순영이가 이상한 낌새라도 느낀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인가, 혹은 끝까지 모르는 체를 해야 하는가.

 

 "아니, 서의겸 말이야. 뭘 얼마나 했길래 네가 이렇게 죽어 가고 있어. 아침에 직무를 보러 나설 때, 굉장히 걱정스럽게 말하면서 나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아......"

 

 "이거 봐, 너 눈도 되게 부었어. 평소 눈 크기의 반밖에 안 되는데? 머리도 장난 아니게 산발.... 이긴 한데 이건 뭐. 아무튼 너 걱정하느라 막 심하게 하지도 못하고 소심하게 도자기 다루듯 대하게 생겨서는."

 

 서의겸 의외야.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순영이에, 그제서야 온갖 생각들을 떨쳐낼 수 있었다.

 

 만약 순영이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함께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을 테니까. 그 사건에 대해 내 편의 인물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나 자칫 나 외의 다른 인물이 그날의 일을 알고 있고 무언가의 일을 벌이려고 한다는 것을 최한솔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순영이까지 위험해지게 된다. 그러니 당장은 모르는 편이, 우선적으로 안심이 되기는 했다.

 

 "혹시, 의겸이가 나갈 때 뭐라고 했어?"

 

 "아, 너 많이 아파할지도 모르겠다고. 피곤해서 늦게 일어날 것 같으니까 먼저 일어날 때까지는 깨우지 말아달라고 하던데. 마음 같아서는 곁에 있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잘 부탁하겠다고 거의 울 듯이 걱정했어."

 

 다시 돌아오기 힘든 여행 떠나는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무슨 너 병 고쳐줄 전설의 약초 캐러 가는 것 같았다고. 그렇게 간도 작은 애가 대체......

 

 본인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딘가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며, 순영이에게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본인 탓에 아파서 그런 것 같아, 더 미안하다고.

 

 걱정, 인가. 연기를 확실히 해 두겠다는 것이겠지. 거의 울 듯이 말했다니. 원래의 서의겸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이니 이상할 것도 없겠으나, 내가 최근 며칠 사이에 마주한 그의 모습과 비교하면 가식이라 칭할 것도 없었다.

 

 "결론은, 직무를 보는 데에는 혼자라도 무리가 되지 않으니까 제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라고. 그렇게 전해달라고도 했어. 나 밖에 있을 테니까, 심심하면 불러. 아니면 지훈이라도 데려다 줄까?"

 

 지훈이라고 하는 인물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벗 중 하나였다. 현 영의정의 장남으로 천재의 수준을 넘고도 남는다던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곧장 차기 영의정으로 임명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 그 덕에 이른 나이에 첫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했다가, 현재는 홍문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종종 틈이 나면 다같이 모여 자주 차와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으니, 이번에도 말동무가 필요하면 불러 주겠다는 의미로 내게 물은 것인데.

 

 지훈이는 본인이 지닌 기량만큼 눈치를 채는 데에도 빨랐다. 상대의 마음도 쉽게 읽어내곤 했으니까.

 

 "아니야, 괜찮아. 그냥 누워 있을래."

 

 거기에 보아온 시간이 짧지 않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표정을 숨기는 데에 익숙치 않은 내가, 그 앞에서 어떠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얼굴이든 금방이라도 꿰뚫어볼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해서 영영 보지 않을 것도 아니니 혼자 연습이라도 해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래, 그럼. 푹 쉬어."

 

 알겠다며 자리를 비켜 준 순영이마저 나가 한적해진 방은 너무나도 적막해서, 결국은 몇 번이고 뒤척이던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딸랑-

 

 "......."

 

 열려 있는 창문 앞에 다가서자, 순간 불어온 바람에, 처마 끝에 걸어 놓은 풍경이 흔들리며 청아한 소리를 내었다.

 

 문득 들려온 소리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 역시도 아름다운 푸른 빛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 마치 흠 하나 없이 완벽할 것 같았던 그 날처럼.

 

 변하지 않았더라면 서의겸, 환하게 웃던 네가 금세 떠오를 만큼 꼭 닮았을 것을. 이 소리만큼, 이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맑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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