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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응답하라 1983
판타지를 꿈꿔온 시골 남자의 눈 앞에 시간을 엉터리로 달린 마녀가 떨어진다.
마녀의 좌충우돌 시골적응판타지

 
10화: 흔하디흔한 시골 마을 두꺼비(3)
작성일 : 19-11-06 21:43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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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디흔한 시골 마을 두꺼비(3)

 

 

 ‘두꺼비는 원래 이렇게 생겼는데. 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그것도 저 핏덩어리들한테 모쏠이니, 대현자니 여자와는 연관성 1도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 걸까?’

 

 달나라에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달 두꺼비를 좋아하는 여자는 많았다. 비록 그 여자들이 전부 좋은 동생이나 누나의 위치긴 했지만 말이다.

 달 두꺼비 자신도 의문을 가지긴 했다. 분명 완벽한 무드에서 완벽한 대사로 고백을 해왔다. 달 두꺼비의 고백을 받은 여자들도 『오빠의 예쁜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오빠는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해. 우리 이대로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와 같은 호의적인 대답을 건네왔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아예 연락을 끊고 얼굴을 보지 않았을 거잖아?’라고 문제는 자기가 아닌 이름에 있다고 생각한 달 두꺼비였다.

 그래서 달 두꺼비는 얼마 전에 개명도 했다. 달원효에서 달사노바로. 여자를 멀리하고 무욕으로 똘똘 뭉친 것만 같은 이름 대신 여잘알처럼 보이는 이름으로 바꿨다. 그래서 자신의 핑크빛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당장에 다음날에 연락 중이던 연상의 누나와 밥 약속까지 잡아놨었다.

 

 하지만 달사노바는 정신 나간 마녀가 실패한 회귀마법에 휘말렸고, 결국 누나와의 밥 약속은 취소되어버렸다.

 

 “하, 고급 레스토랑 예약에, 꽃다발이벤트까지 준비했는데.”

 

 달사노바는 결심했다. 내 감동의 프러포즈와 미래의 분홍빛 신혼생활을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내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내뱉는 저 마녀와 딱 봐도 잡혀 사는 남친을 조진 다음. 나를 기다리는 연상의 누나에게 반드시 돌아갈 거라고.

 

 

 ✻✻✻

 

 

 “김사부우웃~~~! 빨리 일어나서, 저 못생기고 냄새나는 두꺼비의 시선을 끌라고!! 이제 진짜 블리자드 마법 써 줄 테니까.”

 

 역시. 일부러 다른 마법을 전개한 거였나. 일석이조였겠네. 자신의 안전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내가 괴로워하는 꼴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

 

 “빠알리~~!!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 줘. 김사부 너한테서도 아까부터 점액 냄새가 난다고!! 못생긴 두꺼비의 못생긴 점액 냄새……어? 어? 김사부. 빨리!! 이쪽을 보잖아!!”

 

 두꺼비의 모든 어그로가 내게 걸려있을 거라 착각한 그녀. 신나게 떠들어댄다.

 미안하지만, 나한텐 안 통해. 하지만 나와 다르게 잘 통할 거야. 저 달 두꺼비한테는 말이야. 저 달 두꺼비 《말》을 상당히 중시하는 것 같거든.

 

 “내 점액까지 못생겼다고 하지 마라고!!!”

 

 달 두꺼비가 동그랗게 몸을 움츠린다. 뭔가 비장의 무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위풍당당하다.

 

 “통할 것 같아? 엘리트의 마법인데? 그렇게 뭉친다고 뭐가 달라져? 푸하하핫~! 더 못생겨질 뿐인데요”

 

 짐짓 센 척을 해보지만, 코코아의 표정과 목소리가 꽤 많이 당황했음을 알 수 있다. 특유의 존대가 섞여나오는 걸 보면.

 

 “그렇게 웅크린 채로 사니까. 여자가 생기지 않는 거야!! 여자는 소심하게 웅크린 남자보다 당당하게 어깨가 벌어진 남자를 좋아한다고!! 응? 으으으응?……우, 웅크린 채로 오지마!!…꺄아아아악”

 

 웅크린 채로 용수철처럼 튕겨 나간 달 두꺼비의 충돌 한 번에 베리어 하나가 깨졌다. 남은 아이스 베리어는 하나. 다시 자리에서 몸을 웅크리는 달 두꺼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코코아가 그제야 블리자드처럼 보이는 마법의 영창을 시작한다.

 

 마음 같아선 웅크린 남자를 혐오하는 코코아가 배리어와 같이 산산 조각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되려 웅크린 남자일수록 진국임을 몸소 증명하는 달 두꺼비를 계속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 마법을 배워야 한다.

 

 두 손을 입에 갖다 대고 큰 소리로─

 

 “어이!! 모쏠두꺼비씨!! 코코아의 저 말들 전부 사실이에요, 그런 소심한 모습과 행동으로는 앞으로 평생 여자와 손을 잡지도, 키스하지도 못할 거에요. 발끈하는 거 보니까 잘 알겠네요. 당신이 얼마나 여자한테 인기 있고 싶어 하는지를.”

 

 정말 강력한 한방을 준비하는지. 그 커다란 몸이 계속해서 응축되고 있었다. 그래도 귀는 열려있었다. 분명 내 말을 듣고 살짝 움직임이 멈춘 걸 보았다. 좋아……그냥 질러버리자.

 저 달 두꺼비. 육체적 강함은 으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나약해 보인다. 되든 안 되든 그걸 노리자.

 

 “제가 모쏠이라고 말을 무시하는 것 같은데. 전 다르거든요. 저는 무려. 저기 앞의 코코아의 가슴까지 주물러 봤거든요!! 참고로 저는 그때 코코아에게 어떠한 선물조차 주지 않은 상태였다고요~~. 그런데도 그녀는 제게 자신의 부드러운 선물을 선사했죠.”

 

 “야!!! 김사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코코아가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린다.

 어이, 넌 영창이나 계속해. 나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던 말을 꺼내고 있다고!! 또 다른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야. 부끄럽다고!!

 

 “달 두꺼비 아저씨도 해보고 싶죠? 그게 무슨 느낌이냐면, 마치 잘 삶아진 반숙 계란을 손으로. 요리조리~~ 요리조리이~~. 그러니까 얼른 그 찐따같은 자세 좀 풀고. 제 말을 들어봐요. 그 정도 비법은 전수해 줄 요량이 있거든요.”

 

 죽음 앞에 부끄러움이 대수냐?

 응축되던 달 두꺼비의 몸이 점점 원래 크기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영창을 계속하면서 내 민망한 손짓을 보는 코코아는 얼굴에는 더더욱 수치가 가득해졌다.

 

 “아, 이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제일 좋은 건 역시 키스라고요. 옅은 숨이 새어 나오는 여자 입술로 아주아주, 천천히 다가갈 때의 그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요. 그것도 가슴을 만지면서……”

 

 당연히 키스는 하지 않았다. 더 격한 반응을 불러내려면, 당연히 이야기의 수위도 끌어올려야 하는 법.

 비록 그것이 거짓말이고, 코코아는 그것을 진실로 여길지라도.

 

 “너, 헤픈 여자였구나아아!!”

 “아냐!!! 아니라고!!!”

 

 결국, 성공했다. 두꺼비의 자세를 완벽하게 흐트러뜨린 결정적 말 한마디. 그것은 바로 《키스》였다. 수백 년 외롭게 살아온 달 두꺼비의 무장을 해제시킨 건, 그것은 키스였다.

 내 상상 속 이야기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달 두꺼비.

 그는 나도 했으니 자신도 당연히 받아낼 수 있다는 듯.

 입술을 쭈욱 내밀고 있는 자기 모습이 온전히 보일 정도의 느릿한 속도로 코코아의 장벽을 깨뜨리려, 아니, 키스하려 돌진하고 있었다.

 

 “김사부 변태새끼!! 끝나고 보자!! 『블리자드 스톰(blizzard strom)』!!!”

 

 드디어 전개된듯한 그녀의 대마법. 그녀가 줄곧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마법 목걸이로부터 나온 빛이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고, 이내 하늘엔 엄청난 크기의 먹구름이 생겨났다.

 

 쿠르릉거리는 웅장한 소리. 귓속으로 휘몰아 들어가는 음압과 막대한 양의 바람이 내 전신을 저릿하게 했다. 그리고 곧이어 내리치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벼락.

 

 단 일격에 달두꺼비는 두꺼운 입술을 한껏 내민 추한 모습 그대로 얼음 조각이 되어 부서져내렸다.

 

 “야, 코코아!! 하마터면, 나도 맞을 뻔했잖아!!”

 “그 더러운 입 열지 마!!! 아직 두 번 더 쓸 수 있으니까.”

 

 얼굴의 홍조가 채 가시지 않은 코코아가 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마법 목걸이를 들이민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 이것이 진정한 싸움이다.

 

 “진정하세요 코코아님. 저는 코코아님 말대로 목숨 걸고 시간을 끌었을 뿐입니다. 아, 혹시 제가 달 두꺼비한테 했던 말 때문에? 에이~~ 설마 똑똑하고 고귀한 코코아님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아시잖아요. 그거 다 달 두꺼비를 속이려고 했던 거짓말이란 걸요”

 “저, 정말이지!?! 내 가슴이 삶은 반숙 계란 같다는 말도 전부 거짓말인 거지?”

 

 직감적으로 안다. 지금 상황에서 가슴에 ‘가’라는 글자라도 입에 담았다간, 그대로 달 두꺼비의 뒤를 따라갈 것이라는 것쯤은. 살아야 한다. 살아서 마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응, 당연하지. 전에도 내가 말했잖아? 넌 무매력마녀라고.”

 

 그녀의 아이스 쓰론이 내게 날아오는 게 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은 편안했다.

 

 

 ❉❉❉

 

 

 “…흣, 흐윽, …흐극, 어떡해. 우리 어떡해?”

 

 코코아가 서럽게 울고 있다.

 방금 무시무시한 위력의 마법으로 몬스터 아니, 영물 한 마리를 처치했는데 말이다.

 

 “……괜찮아. 괜찮아……우리 아버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분명, 아프지 않게 한 방에 죽여달라고 하면. 그 정도 부탁은……”

 

 체념한 목소리의 내가 영혼 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준다. 누군가에게 혼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고백한 그녀였다.

 엘리트가 아닌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이번 사건은 나도 겁이 나긴 한다.

 

 블리자드 스톰. 코코아가 전개한 대마법은 달 두꺼비만을 하늘의 별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던 우리 집 서열 2위 누렁이까지 새로운 별자리를 만드는 재료로 만들어버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생체연성》 마법 같은 건 쓰지 못해? 블리자드 마법을 할 정도면. 다른 마 법쯤은.”

 “…너 진짜 바보야? 그게 허용됐다면, 내가 너 같이 쓸모없는 하인이랑 같이 다녔겠어? 벌써 연성해냈겠지. 너보다 멋지고 똑똑하고 배려심 많고 ……음, 거지근성도 아니고, 변태성향도 없고,”

 “알겠으니까 거기까지, ……안된다는 거 잘 알겠으니까.”

 

 황급히 그녀의 말을 끊어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마법을 늘어놓는다.

 

 “……그럼, 《마인드컨트롤》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기억삭제》는? 네가 아무리 얼음에 미친 마녀라지만 엘리트잖아? 이 정도 마법 하나쯤은…”

 

 그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 이내 무릎 속으로 얼굴을 숨겨버린다. 소용없는 일인 줄 알지만, 산산이 조각나버린 얼음을 괜히 쓸어 담아서 모아본다.

 

 “코코아, 아쉽지만 내가 마법을 배우는 건 다음 생이 돼서나 가능한 일인가 봐. 판타지 모험은 이제 끝인 것 같네. 회귀시계를 잘 만들어서 미래로 조심히 돌아가도록 해. 방금 부로 나는 누렁이의 몫까지 평생 일해야 할 운명이 확정되었거든.”

 

 코코아에 마지막 악수를 건네려는 데……

 수그린 채로 내 이야기를 듣던 코코아가 갑자기 확 고개를 들고 회색빛 눈을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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