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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10
작성일 : 19-11-06 18:40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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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0

 

 

 

  뜨끈한 어묵 국물이 일품인 아랑의 집 근처 포장마차에 오랜만에 포미니 모임이 이루어졌다. 소연이 소주를 들이키며 머리 위로 잔을 탈탈 털었다.

 

 “역시, 한 겨울 포장마차 한 번은 와줘야지. 안 그러니 친구들?”

 

  그녀의 말에 아랑이 고개를 끄덕였고, 혁준이 장난스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드디어 계란 한 판을 채우는 구나. 당분간 계란 안 먹어야지.”

 

  소연이 떡볶이에 담긴 양념 묻은 계란을 그의 앞 접시에 놓았다.

 

 “계란이 무슨 죄니? 계란 판이 죄지.”

 “계란 판이 무슨 죄야? 계란 판을 서른 개로 짠 사람이 죄지.”

 

  혁준은 소연의 말에 지지 않고 받아친 자신이 못내 뿌듯한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혁준이 술병을 들고 아랑에게 내밀었다.

 

 “그나저나 아랑 작가님, 낭독회 언제라고요? 시인 친구 핑계 한 번 대고 연말 휴가나 내야지.”

 

  아랑이 혁준에게 빈 잔을 대며 말했다.

 

 “12월 23일입니다. 친구님.”

 “크리스마스 이브나, 크리스마스로 잡지 왜 23일이야?”

 

  소연의 질문에 도현이 답했다.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 이브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라는 아랑 시인의 뜻 깊은, 독자들에 대한 배려다.”

 

  네 사람이 잔을 부딪쳤다. 동시에 소주잔에 있던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고는 다시 동시에 숟가락을 들어 뜨끈한 어묵 국물로 입가심을 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가 합이 맞는 줄도 모르고 신나있었다.

 

 “아랑의 1분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내말이.”

 “축하주 한 잔 받으시오. 친구님.”

 

  혁준이 다시 아랑의 잔을 채웠다.

 

 “이번 낭독회 잘 되면, 다음 시집 출간하고 또 낭독회 하는 거야?”

 

  소연의 말에 아랑이 잔을 비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앞섰다.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아랑의 말과는 달리 도현이 태연하게 말했다.

 

 “두 번째 시집은 아예 출간 이벤트로 할까봐.”

 “에?”

 

  아랑이 자신을 보자 도현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혁준이 뭐든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랑아. 애인 뒀다 뭐하니?”

 “우리 공, 사 구분 확실합니다.”

 “우리 공, 사 구분 확실하다.”

 

  그의 말에 동시에 말한 아랑과 도현에 소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연인 아니랄까봐. 이렇게 티를 내지?”

 

  혁준이 소주를 비우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짝 없는 사람들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아랑이 서둘러 병을 들자 혁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빈 잔을 대주었다.

 

 “우리 친구님. 내년에는 꼭 사랑을 찾으시길.”

 “부디 그러하길.”

 

  혁준이 언젠가 아랑의 시집을 읽다가 유난히 꽂힌 시구였다. 입에 붙는다며 들어맞을 것 같은 곳엔 꼭 그 시구를 갖다 붙였다. 아랑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또 다시 네 개의 잔이 부딪쳤고, 웃음이 흘러 나왔다. 포장마차 밖에서는 여전히 내리는 함박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어렴풋이 들리시나요?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올 겨울에 비로소 들으셨나요? 늘 매년 당신의 귀에 들기 위해 내려온 눈을 이제야 봐주신 건가요. 미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송이들은 당신이 일생에서 단 한 번 알아준 것만으로도, 당신의 머리에, 마음에 단 한 번 스쳐간 것만으로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르고 있더랬죠.

 

  오늘도 하루가 갔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달콤한 겨울밤을 보내고, 사랑하는 연인의 팔짱을 낀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모두가 놓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낭만을 찾으며 그녀가 연인과 밤거리를 거닐고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 밤하늘, 겨울 밤하늘에는 특히 별이 많습니다. 누구 말 따라 겨울밤에는 유독 밝은 별들이 많다네요? 정작 그 별들은 항상 제자리에 있었다는데. 잠깐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잠시 얼굴을 가린 것뿐입니다. 밤하늘 이불 한 겹 끌어와서 혹은 밝디 밝은 눈송이 내려주며 부끄러운 마음 진정시키고 다시 당신 앞에 슬쩍 나타날 거예요. 그렇게 보란 듯이 별들이 인사를 건넬 거예요.

 

  그녀는 밤하늘에서 북극성을 가장 먼저 찾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안녕? 밤하늘에 인사를 건네는 연인을 보는 한 남자의 눈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요. 그리고 생각하죠. 어? 여기도 별이 있네.

 

 “안녕?”

 

  그가 웃습니다. 그렇게 옆에 있는 사랑에 그녀가 말합니다.

 

 ‘매일이 실은 하나라면 매일은 반복이겠죠. 그럼 난 조급하지도, 두렵지도 않은 채 평화로울 겁니다. 어쩌면 매일은 하나인데 누군가 장난을 친 걸지도 몰라요. 그 장난에 속아 넘어가 시간이라, 세월이라 이름 붙이고 내 발목을 잡은 걸까요? 그리고 여태 잡혀 있는 걸까요. 이제야 이름 붙인 시간들을 외면하고 싶은 걸까요. 잘은 모르지만 매일의 반복 속에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내 모든 사랑이 있는 반복이라면 저 계속 잡혀 있으렵니다. 그런데 그 반복에 내 모든 사랑이 없다면. 비록 아프고, 쓰리고, 외로움을 거쳐야 한 대도 이름 붙이고 살렵니다.’

 

  따스한 그의 품에 안겨 가만히 서로를 보고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함박눈 한 송이를 함께 머금어요. 그 입맞춤에 이렇게 말합니다.

 

 ‘있잖아, 도현아.’

 ‘응.’

 ‘힘들어서 못 살겠다 욕하던 때의 나는 늘 혼자였고, 이대로라면... 삶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면 살고 싶다 감사하는 내 곁엔 늘 누군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항상 너였어.’

 

  서로의 온기에 녹아 버린 지 오래인 함박눈 한 송이가 여전히 있다며 서로를 놓아주지 않는 연인의 위로 하늘에서 아름다운 눈송이를 끈임 없이 내려주네요. 신랑신부에게 꽃송이를 뿌려주 듯이요.

 

 ‘있잖아, 아랑아.’

 ‘응.’

 ‘너는 늘 혼자서도 잘 해냈어.’

 ‘거짓말, 멋있는 말 하면 좋아할 줄 알아?’

 

  배시시 새어나오는 웃음과 달리 투정을 부리는 여인에 그가 코를 부비며 핏 웃어 보입니다.

 

 ‘사실이야. 너는 늘 혼자서도 잘 해냈고, 잘 살았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런데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끝까지?’

 ‘끝은 없어.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이제 이 겨울도 지나갈 것입니다. 또 다시 봄이 오겠죠. 눈 소복이 쌓인 겨울만 보다가 빼꼼 얼굴을 내미는 봄의 기운에 마치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것처럼 우린 또 설렐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그래왔습니다. 늘 그래온 세상을 보며 우리도 늘 설레는 거죠. 사는 게 그런 걸까요. 그런 거겠죠. 하나 확실히 알아버린 건 그 삶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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