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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9
작성일 : 19-11-06 18:3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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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9

 

 

 

  소연은 빵집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강남에 더 큰 베이커리를 차렸다. 능력 있는 남편 덕을 좀 봤다. 혁준은 연말에 승진을 할 수 있을 거라 큰 기대에 차있었다. 그리고 상사의 귀뜸에 의하면 1순위라고 했다. 그의 입꼬리는 내려갈 기미가 없었다. 두 사람의 일만큼이나 대박을 친 아랑의 시집으로 아랑은 꽤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울 위인이 아니니 그 여유는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몽땅 사거나, 훌쩍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줬다. 물론, 계획에서 그치기만 했다. 사람이 제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가는 것에 큰 욕심이 생기다가도 두려워지기 일쑤였다. 이 이유, 저 이유 갖다 부치면서 미루다 보면 소연은 그녀에게 한 마디 했다.

 

 “핑계대긴.”

 

  그녀의 말대로 핑계에 불과했지만 핑계에서 끝나 아랑을 우울하게 만들진 못했다. 아랑은 시는 여전히 아픈 사랑이 주를 이뤘지만 대중들에겐 그녀만의 색깔로 굳어진 듯 보였다. 도현은 이따금 그녀에게 제 사랑이 부족한 것일까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그 아픔에 공감을 하는 거야.”

 

  당연하게도 그녀의 시에는 인생과 세상을 다룬 많은 시들이 있었다. 모든 걱정거리가 없는 지금의 완벽한 상황에서 아픈 시만 나오는 것은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니까. 그녀의 밝은 시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아픔을 끄집어내어 영감님과 손을 맞잡을 때는 스스로조차 놀랄 정도로 지난날의 시간을 위로 받을 때가 많았다. 이따금 우리는 사람의 위로보다 세상의 무언가로부터의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근래 바빴던 도현이 시간을 내어 그녀와 밥을 먹자 했다. 아랑은 주저 없이 그의 출판사 1층 카페로 갔다. 그녀의 앞에는 따듯한 고구마 라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여름에는 요거트 스무디, 겨울에는 고구마 라떼. 세상 카페란 카페의 모든 요거트 스무디와 고구마 라떼를 맛 볼 참이었다. 그 생각을 하며 부드러운 라떼를 머금었을 때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돌아 도현을 다시 만난 그 여름이 기억났다.

 

  그녀가 푹신한 의자로 등을 기대며 창밖을 보았다. 얼마 전 내린 첫눈을 따라 서울 하늘에 끈임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끝이 어디인지 가늠도 못하게 색을 흐려놓았다. 그래도 아랑은 좋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머리에 보송한 함박눈 한 송이가 내려앉는 모습이 그녀가 생각하는 겨울의 평화였다. 또 거리, 거리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빛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손을 더하며 거리를 꾸미고 있었다. 아랑은 크리스마스에 들려오는 캐롤이 참 좋았다. 마침 카페에서도 이른 캐롤을 틀며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다.

 

  캐롤이 반쯤 흘렀을까. 도현이 그녀 앞에 앉았다.

 

 “오래 기다렸어?”

 “고구마 라떼 한 잔 비울 만큼만. 아주 좋았어.”

 

  도현이 핏 웃자 아랑이 잔을 내려놓고 가방을 집었다.

 

 “어디로 갈까? 뭐 먹을래?”

 

  서둘러 식당으로 가려는 아랑을 그가 다시 앉혔다. 그의 미소가 의미심장했다.

 

 “아랑 작가님.”

 

  그의 호칭에 아랑이 뭐냐는 듯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래 시 좀 지으셨잖습니까.”

 

  아랑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주시했다. 도현이 슬그머니 뒤로 숨겨 놓았던 대봉투 하나를 건넸다.

 

 “대표님이 하도 난리야. 섭섭하게 이럴 거냐고. 애인인데 부탁 좀 해보면 안 되냐고.”

 “그래서 지금 부탁하는 거?”

 

  그가 봉투를 톡톡 손끝으로 찍었다.

 

 “아니, 제안하는 거. 아랑 시인에게 다음 시집도 함께 할 영광을 다올에게 주겠느냐고.”

 

  아랑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가 공, 사 구분이 확실한 편이라.”

 

  그녀의 말에 도현이 웃음을 터트리며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었다. 아랑이 슬쩍 계약서를 제 앞으로 끌어 말했다.

 “다올에 제 애인이 있다고 수락하는 게 아니라 첫 작업이 좋았어서 수락하는 거라고, 대표님한테 꼭 좀 전해주세요. 편집장님.”

 “영광입니다.”

 “별 말씀을. 이제 갈까?”

 

  일어나려는 아랑을 그가 다시 앉혔다.

 

 “한 가지 더.”

 

  아랑이 느릿하게 자리에 앉으며 그를 보았다. 오늘은 밥 한 끼 먹는데 따질 게 많았다.

 

 “오늘 회의를 했는데 연말 행사 중에 하나로 사람들이 네 낭독회를 추진하고 싶어 해.”

 “낭독회?”

 “응. 네 생각은 어때?”

 

  아랑이 고민에 잠겼다. 낭독회. 누군가에게 제 시를 읽어주던 열아홉은 모두가 오냐오냐, 예쁘다 하던 시절이었다. 열아홉이 지난 이후 누군가에게 시를 읽어준 적은 없었다. 아랑은 도현을 보았다.

 

 “네 아이디어야?”

 “우리 팀 아이디어이긴 하지. 정확힌 누리 씨 아이디어.”

 “누리 씨?”

 “응. 얼마 전에 해외로 출장을 갔다가 유명 작가 낭독회에 참여했나봐. 그걸 보자마자 네 생각이 났대. 한국에서는 행사로 낭독회를 여는 경우는 적은데 시집이라면 분위기가 더 자연스레 어울리지 않을까 하다는 의견이야.”

 

  아랑이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사람들 앞에서 시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반응 좋을 거야. 네 시만큼 목소리도 좋으니까.”

 “지금은 편집자로서 냉정한 조언이 필요한데?”

 “누리 씨 얘기 듣자마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었는데?”

 

  아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콩깍지 씌였어?”

 “열아홉 그때의 나도 그렇게 보였어?”

 “무슨 말을 못해.”

 

  도현이 다정하게 그녀를 보았다.

 

 “좋아. 어쩌면 낭독회가 큰 히트를 칠지도 몰라.”

 “정말 그럴까?”

 “잘 모르겠으면 일단 한 번 저질러나 보든가.”

 “대책 없어. 한 사람도 안 오면?”

 

  도현이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이 그녀를 보았다.

 

 “네 시집이 50만부가 팔렸어. 별 걱정을 다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배고프겠다. 이 문제는 밥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

 

  아랑이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정말 누리 씨 아이디어 맞아? 네가 낸 아이디어 아니고?”

 “애인 말을 못 믿네.”

 “치, 일단은 허기진 배를 채워봅시다. 친구.”

 

  도현이 피식 웃으며 아랑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두 사람이 여전히 눈송이가 날리는 거리로 나오자 훅 내려간 기온에 입에서 김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뭐 먹을래?”

 “글세, 아무거나?”

 

  도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엄청난 난제가 떨어졌다. 아무거나.”

 

  아랑이 그의 깊은 한숨에 거리에 나온 것도 잊고 크게 웃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지을까. 참 행복하다 생각할까. 아랑은 그들에게 말했다.

 

 네. 행복합니다.

 완벽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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