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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8
작성일 : 19-11-06 18:3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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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8

 

 

  오랜만에 갖은 포미니 동창회가 소연의 급한 용무로 파하면서 아랑과 도현은 북촌으로 향했다. 눈이 내리는 겨울, 북촌의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두 사람이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아랑이 사그락 밟히는 눈길에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내년 봄에 오면 까치집의 사계절을 보는 거네?”

 

  아랑의 말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참 빨랐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까치집을 다시 찾은 오늘, 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음에 감사했다. 까치집의 대문을 지나 슈가파우더를 듬뿍 맞은 정원이 그들을 반겼다. 아랑이 느릿하게 걸으며 가지의 눈을 아슬하게 매만졌다.

 

 “이 사람들 좀 보게.”

 

  시진과 미형이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겨울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미형아, 그래도 우리가 이겼다.”

 

  시진이 별안간 미형의 허리에 둘러진 팔에 더 힘을 주며 품으로 이끌었다. 그 모습에 아랑과 도현이 피식 웃으며 두 사람 앞에 섰다. 네 사람이 눈인사를 주고받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오는데도 별 하나, 둘 발견하기 시작하자 아랑이 하늘로 팔을 뻗었다.

 

 “북극성이다.”

 “이제 찾았냐.”

 

  시진이 느릿한 말로 새침하게 말한 것도 잠시였다.

 

 “겨울 밤하늘에는 특히나 빛나는 별들이 많다더라. 신기한 건 저 별들은 늘 제자리라는 거지.”

 “폼 그만 잡고, 추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미형이 그의 배를 톡 치곤 말했다. 시진이 마누라의 말에 두 말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까치집의 눈에 띠는 새 인테리어는 기념품으로 파는 아랑의 시가 적힌 항아리가 입구에 쌓여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까치집만의 겨울의 낭만을 지키기 위해 시진이 겨울이 오기 전 일찌감치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볼 수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훅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오래된 난로를 볼 수 있다. 까치집에는 겨울만 되면 타오르는 작은 난로가 있는데 오가는 손님들 섭섭지 않게 간식거리가 끈임 없이 나오는 마법의 난로였다. 군고구마, 구운 귤, 구운 감자, 가래떡... 아랑이 호일에 쌓여져 난로 위에 있는 구운 고구마를 들고 제자리로 갔다. 창밖으로 별 구경을 위해 멈췄던 눈들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시진이 술상을 내오며 아랑과 도현에게 말했다.

 

 “이런 날에는 우리 주인네 생각도 하면서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만, 이미 온 손님 내쫓을 수도 없으니. 다음 겨울엔 꼭 좀 그리 해 달라 부탁하는 거다.”

 

  그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랑의 앞에 놓인 군고구마를 가리켰다.

 

 “알아서 뇌물까지 챙겨가니, 이리 고마울 수가.”

 

  세 사람이 한바탕 웃고 나서 미형이 틀은 음악이 가게 안에 깔리기 시작했다.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이었다. 아랑이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바보 같이 시간 끌 때 말이야. 언젠가 혼자 왔었던 적이 있었어.”

 “여길?”

 “응.”

 

  도현이 다정하게 군고구마를 먹는 그녀를 보았다.

 

 “여긴 너의 아지트니까. 내가 여기에 오면 너는 갈 곳을 잃을까봐 고민했는데 사모님이 들어오라 하시더라고. 사장님은 또 한 시간 전에 네가 다녀갔다는 거야.”

 

  아랑이 여전히 달콤한 군고구마를 열정적으로 먹고 있었다.

 

 “오르막길 시작점에서 망설이느라 피운 담배 세 대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그래서 끊었어?”

 “그런 이유가 없지 않지.”

 

  아랑이 피-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데 말이야. 나 그 날 기억나. 너 봤거든.”

 

  도현의 눈썹이 씰룩였다. 그럼에도 아랑은 군고구마를 마무리 짓고는 손을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 시간 전에 내가 다녀갔는데 그럼 우리가 마주쳤어야잖아.”

 

  그 날 아랑은 멀리 오르막길 아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인영에 황급히 돌아섰었다. 그 먼 거리에서도 그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마주쳐선 안 된다는 생각에 애써 북촌의 둘레를 돌고, 돌아 역으로 돌아갔었다.

 

 “그 날 발이 어찌나 아프던지. 꼭 내 마음 같았어. 아직도 내가 현도현을 하면서 가슴을 쳤지.”

 “마음이 아프네.”

 

  아랑은 장난삼아 한 말에 그가 정말 마음이 아픈지 얼굴이 좋지 못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기어이 그때 내가 너한테서 이 곳까지 빼앗았다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 때 이후로 안 왔으니까.”

 “나돈데.”

 

  그가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너무 미안해서.”

 

  아랑이 그 날 자신이 남겼던 시를 그가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란 듯 보였다. 그래, 그 시를 남기고도 대문을 나서 널 알아본 순간 또 다시 난 제자리라는 걸 알았지. 사랑이 뭐 그리 제멋대로인지 원망스러웠지.

 

 “네가 만약 그걸 보고 날 찾는다면 뭐라고 할까 변명도 준비해뒀었는데.”

 “뭐라고?”

 “엄마를 생각하면서 쓴 거라고.”

 

  도현이 핏 웃었다.

 

 “내가 잘도 믿었겠다.”

 “혹시 모르지, 그 때의 현도현은.”

 “딴 생각 안 들던데.”

 

  아랑이 기분 좋게 소주병을 들었다.

 

 “그럼 그 때 네 마음을 알았나 보지.”

 “뻔히 내 자리에 써놨는데 네가 다른 말을 했다고 믿었을까?”

 “그 반격엔 이렇게 말할 거였어. 너랑 까치집에 간 게 몇 번이라고? 너무 넘겨짚는 거 아니니? 그땐 거기 앉아서 술을 마셨어. 같이 간 사람이 있었거든. 남자랑 갔다고 할까 생각했지. 상대를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가 대충 석민 씨라고 하려고 했었어.”

 

  도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변명이 너무 허술하네. 아님, 날 너무 쉽게 본 거야?”

 

  아랑이 눈을 굴리다 고개를 저었다.

 

 “널 쉽게 본 적은 없지. 내 생에서.”

 

  먼저 첫 잔을 비운 아랑에 도현이 그녀의 손에 들린 병을 뺏어 반잔만 채워주곤 병을 제 곁에 놓았다.

 

 “소주엔 약하잖아.”

 “오늘 같은 날엔 취하도록 마시게 두고 핑계 삼아 집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도발에 도현이 예상치 못한 듯 벙 찐 것도 잠시 이내 외보조개가 깊게 패였다.

 

 “내가 미친다, 진짜.”

 

  아랑이 어깨를 으쓱였다.

 

 “좀 튕기고, 내숭 부리길 바랐어?”

 “전혀.”

 “그럼 왜?”

 “그냥, 예뻐서.”

 

  가끔 신호 없이 들이미는 도현에 아랑이 당황하기 일쑤였다.

 

 “예쁜 짓이었나?”

 “아주 많이.”

 

  그녀가 반만 채워진 잔을 그에게 내밀자 그가 턱을 괸 반대 손으로 그녀의 잔을 가득 채워주며 말했다.

 

 “네 잔을 채우는 건 내 사랑이야.”

 

  아랑이 픽 웃으며 병을 달라 손짓했다. 도현이 그녀에게 병을 넘기고 제 잔을 들었다.

 

 “이제 내 사랑도 채워줄게.”

 

  두 사람이 잔을 부딪쳤다. 그런 두 사람을 시진과 미형이 반대편에서 슬쩍 보곤 미소를 지었다. 서울의 사랑을 연결해주는 까치가 오늘도 일을 제대로 마친 모양이었다.

 

  겨울 밤, 북촌의 우리 새 까치집엔 겨울만의 낭만을 가득 품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이송이 눈이 내리는 대문을 넘어, 슈가파우더 잔뜩 뿌려진 정원을 지나, 문을 열고 온기를 가득 머금은 그곳에서 몸을 녹이길 바라며 말이다. 그럼 저들처럼 사랑할 수 있을 거라 말해 줄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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