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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5
작성일 : 19-11-06 18:31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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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아랑이 창문을 내렸다. 내내 인사를 나누고 싶어 창문을 두드리던 많은 바람을 스쳐 보냈지만 그 열린 문에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돌아온 바람이 격하게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바람 차다.”

 “좋은데 뭘.”

 “감기 걸려.”

 “계절 따라 걸리는 감기도 좋지.”

 

  도현이 아랑의 말에 실없이 웃을 흘리곤 속도를 낮추었다. 혹여 강한 바람의 날이 그녀를 베기라도 할까 그가 걱정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이 멀리 단풍 물이 들은 산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나뭇잎이 너무 신기해. 특히나 가을에는 황홀할 지경이야. 어떻게 저런 색을 내는지...”

 

  도현이 힐끔 단풍물이 든 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그런 자연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네가 보고 싶었다는 걸. 그리웠다는 걸. 도현이 어렴풋이 옛 기억을 떠올렸다.

 

 “여름에 말이야.”

 

  아랑이 창문을 올리고 그를 보았다.

 

 “엄청 더웠던 날이었는데. 땡볕에 애들이 죽어가니까 체육 선생이 우릴 데리고 학교 길 건너 다리 밑으로 피신을 갔었잖아.”

 

  아랑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물놀이 한바탕하고 선생님이 사오신 수박을 바위에 깨서 조각 내 먹고 있는데 네가 안 보였어.”

 “네가 날 찾은 적이 있었다니.”

 “생각보다 많아.”

 

  도현이 힐끔 그녀를 보았다.

 

 “내 눈이 저절로 널 쫓았었나봐.”

 

  아랑이 장난스레 눈을 가늘게 뜨며 새초롬하게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믿음이 가야 말이지.”

 “아무튼 그때 돌다리 건너서 네가 있었어. 선생님이 부르신다 했더니 네가 완전 넋이 빠진 표정으로 앞산을 보고 있었어.”

 “뭘 하고 있었는데?”

 “그냥 보고 있었어. 산을, 나무를, 나뭇잎을.”

 

  아랑은 어렴풋이 그 날이 떠오르고 이내 기억이 생생해지기 시작했다.

 

 “네가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어.”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 않고 그녀가 가리킨 앞산의 싱그러움이 청량하다 못해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 같았다.

 

 ‘예쁘지 않아? 있지. 빨강머리 앤이라는 책에서는 이런 풍경을 꼭 나뭇잎에 꿀을 발라놓은 것 같다고 했어. 나는 그 말이 너무 좋았어. 예쁘잖아. 어떻게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그런데 그 말이 꼭 들어맞네.’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내 앞에 그 책이 펼쳐져 있잖아.’

 

  소년은 소녀를 보았다. 그녀가 조금 더 편히 볼 수 있게 뜨거운 햇빛을 대신 맞아주고 싶었다. 그때도 나는 네 손끝이 아닌 너를 보고 있었다.

 

 “아마 그때 네가 나를 봤다면 ‘이 자식이 날 좋아해 까칠하게 구는 거였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었을 거야.”

 

  도현이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옆모습을 떠올렸다.

 

 “한 번을 안 보대. 그 땡볕에.”

 “예뻤으니까. 도현이 너보다 예뻤으니까.”

 “인정.”

 

  도현의 차가 마을 어귀에서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아랑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시간을 거슬러 보자고.”

 

  그의 말에 아랑은 신이 난 듯 들뜨기 시작했다. 몇 번의 크고, 작은 리모델링을 거친 학교는 온전히 옛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모래알 하나 늘은 것까지 그때와 달랐다 비교하며 추억할 수 있었다.

 

  한가로운 일요일의 학교에서는 다행히도 화장실 배수관 문제로 공사 중이라 문이 열려 있었다. 수의 아저씨는 두 사람이 졸업생이라는 말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학교 구경을 허락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그 분들은 인심이 좋으셨다. 어쩌면 아는 걸까.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따금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수업 소리에, 서툰 악기 연주에, 크고, 작은 상처로 찾는 보건실에서의 달콤한 휴식. 그 모든 걸 추억하고 계심이 틀림없었다.

 

  교실에 들어선 아랑이 제일 먼저 가운데 자리로 향했다. 그때는 선풍기 바람이 가지 않아 모두가 피하던 자리였지만 이젠 에어컨 바로 아래 오히려 한 여름에도 겉옷을 챙겨야 할 자리였다.

 

 “난 항상 여기였는데. 다른 애들은 여기도, 저기고 잘도 바뀌는데 난 맨날 제자리였어.”

 “그래. 맞아. 아예 네 자리로 빼놓고 바꾸자는 말도 있었지.”

 

  도현이 슬그머니 다가와 창가에 놓인 사물함에 몸을 기대었다.

 

 “그래도 난 여기가 좋았어.”

 “왜?”

 “수업 시간까지 짝사랑하는 남자애를 보느라 공부까지 놓진 않아도 되었으니까. 나름의 발악이었지.”

 

  아랑이 의자를 빼 앉았다.

 

 “이 자리는 절대 선생님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지.”

 

  그녀가 책상을 어루만지며 싱긋 웃었다.

 

 “지금 여기 앉는 친구, 공부 잘 하겠네.”

 

  그리고 그녀가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 발악에도 국어시간만 되면 늘 소년의 생각에 잠겼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 그녀가 가만히 일어났다. 소녀였던 자신이 그렇게 일어나 시를 읊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우스운 시들에도 친구들은, 선생님은 박수를 쳐주었다.

 

 “넌 타고났어.”

 

  가만히 창가 사물함에 기대있던 도현이 말했다.

 

 “맞아. 초등학교 방학 숙제부터 시작된 나의 시 인생. 말 다했지 뭐.”

 

  아랑이 의자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그의 옆으로 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하릴없어 나왔다는 수의 아저씨는 참으로 정직한 분이셨다. 멀리 운동장 가상에 자리한 나무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아래 아이들이 단풍을 날리며 놀기 바라는 마음에 아저씨께서는 나무 밑둥으로 낙엽을 모으고 있었다. 모아놓고, 모아 놓으면 어린 아이들 찾아와 들쑤시며 보물이라도 찾은 듯이 좋아하는 모습을 멀리서 뿌듯하게 바라보실 것이다. 도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어디?”

 

  두 사람이 복도의 끝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시선이 복도를 따라 자리한 학생들의 작품에 가있었다.

 

 “이 친구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리네.”

 

  청량한 여름의 학교 전경을 그린 수채화는 감탄할 만했다. 아랑이 그 앞에서 조금 시간을 끌었다가 다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나 예뻐하시던 국어 선생님이 나 졸업할 때 냈던 시도 걸어 놓으실 거라 했었는데.”

 

  아랑이 걸음을 멈추곤 그를 보았다.

 

 “넌 그 시 못 봤지?”

 “봤어.”

 “봤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놓아주었던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가 그녀의 시를 향해 걸었다. 이내 아랑이 제 시를 보며 활짝 미소를 보였다.

 

 

 ‘달 현(炫).’

 

 

  그녀가 제 이름을 보곤 신기한 듯 웃었다.

 

 “우와, 아직까지 있네?”

 “좋으니까.”

 “신기하다.”

 

  아랑이 시를 읽는 건지 잠시 말이 없어졌다. 도현은 제 뒤로 보이는 벽으로 물러나 몸을 기대었다. 아랑이 그 시를 찬찬히 읽게 두고 싶었다. 이내 액자를 어루만지던 그녀가 느릿하게 그를 보았다.

 

 “언제 와 봤어?”

 “얼마 전에.”

 “그랬구나.”

 

  그의 열아홉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아랑이 추억하고, 바라며 쓴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 선물에 마음을 담았고, 후회는 없었다. 아파하는 네게 위로가 되고 싶었고, 네 걱정을 들어나 주며 마음이라도 편히 해주고 싶었던 어린 날.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어디 쉽겠냐 들었던 아빠의 조언에 꿋꿋하게도 너를 귀찮게 했던 내가. 너무나 늦게 너의 괴로움이 나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너의 괴로움 중 하나가 네 곁의 내 존재가 원인이었다면 고개 들지 않으리. 그저 네가 웃을 수 있길.

 

 “신아랑.”

 

  그가 나직히 그녀를 불렀다. 그의 미소에서 전해지는 고마움. 열아홉 외면당했던 그 날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고마워.”

 “늦게도 말한다.”

 “미안해.”

 “미안한 줄 알면 됐어.”

 

  그녀 앞으로 다가온 도현이 그녀의 손을 따스하게 감쌌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급식실로 향하기 위해 옮긴 걸음에는 밖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야 했다. 아랑이 계단을 내려가기 전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무르익었는데도 왜 열아홉 여름의 풍경이 보이는 것일까. 아랑이 운동장을 가리켰다.

 

 “너는 늘 밥을 일찍 먹고 애들하고 축구를 했어.”

 

  그녀가 별안간 도현의 손을 놓고 몇 발짝 앞서 급식실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돌아섰다.

 

 “같은 반이었는데도 내가 밥을 다 먹고 나오면 너는 땀 흘리면서 축구를 하거나, 급히 목을 축이러 여기로 왔지.”

 

  그녀가 바로 옆 수돗가를 가리켰다.

 

 “뛰어다니는 너를 보면서 네 마음도 저리 평화롭기를... 바랐지.”

 

  그녀가 그를 보며 민망한 듯 농담을 꺼냈다.

 

 “애어른같이.”

 “신아랑.”

 

  아랑이 그를 보았다. 언젠가 상상했다. 축구를 하다 말고 날 발견하고 네가 달려오기를, 물을 마시다 문득 마주친 시선에 네가 말해주기를. 열아홉 너를 더 가까이서 위로하고, 빛나게 해주고 싶어 꽤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을 했었다. 교복을 입었던 그때로 돌아간 듯 아랑의 가슴이 뛰었다. 도현의 옷차림이 교복으로 바뀌고, 그가 교복 바지에 민망한 듯 손을 찔러 넣었다. 아랑이 제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정말 시간을 거슬러 온 거니.

 

 “나랑 사귀자.”

 

  기다렸던 그 말에 단정한 교복 차림의 아랑이 싱긋 웃었다.

 

 “참 빨리도 말한다.”

 

  터벅터벅 걸음으로 옮겨 그녀 앞으로 온 도현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늦어서 미안해.”

 

  모든 것을 보상받은 듯 아랑이 숨을 내뱉으며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조금 힘들었다. 현도현.”

 

  유난히 질투가 많은 가을바람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려다 다시 슬그머니 물러갔다. 몇 번이나 그곳에서 보았던 소녀의 마음을 알기에 조용히 사랑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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