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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3
작성일 : 19-11-06 18:28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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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지난밤 10년의 길고 길었던 줄다리기가 마침표를 찍었다. 서로를 꼭 껴안고 잠에 들었던 내내 아랑은 몇 번이고 깨어나 저를 품에 안은 도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슬며시 미소를 짓고 다시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가 또 다시 그를 살폈다.

 

  언젠가, 겨울이 다 되어가던 열아홉의 어느 날 반에서 수줍음이 많던 한 여학생이 그의 입술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불려 나가 입술을 도둑맞은 도현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를 쫓고 있었던 아랑의 눈엔 풋풋한 소년소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처럼 보였다. 벽 뒤에 숨어 본 그 입맞춤에 놀라 그대로 학교 뒷산의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로 도망쳤더랬다.

 

  날씨가 좋은 주말 종종 그곳으로 몸을 숨기던 도현에게 유일한 휴식처이고, 혼자만의 아지트라는 걸 알아 아랑은 그곳으로 가는 그를 쫓지 않았었다. 말이 없이 무뚝뚝해도 그의 눈에 아픔이 서려 있어 신경이 쓰여도 제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찾은 곳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그 멀리 몸을 피한 도현을 집 담에 기대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더랬다. 거기서는 웃고 있니? 모든 걱정을 두고 그곳에 올라 평화롭게 내려다보았니? 부디 그리해서 네 마음이 편해졌길. 그리 기도했더랬다.

 

  날씨가 좋은데도 그가 걸음을 주지 않았던 무더운 어느 날. 도현은 그 날만큼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가 아닌 사방이 막힌 제 방바닥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그 날 소녀는 처음으로 소년의 걸음을 따라 그 고마운 너도밤나무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내리쬐는 햇볕에 하얀 살같이 금방 타오를 듯 따가웠지만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오느라 수고했다. 어서 앉아 땀 좀 식히며 너도, 네 친구를 따라 잠시 쉬었다 가거라. 나무의 속삼임에 그녀가 살포시 등을 맞대었다. 조금은 촌스러운 파랑, 빨강, 주황 시골집 지붕들이 처음으로 정감이 가려 했다. 그리고 안심했다. 이런 곳이었다면 네 마음 잠시 편했겠구나. 그리 안심했다.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 앉아 소녀는 언젠가 넘어진 제게 뻗어졌던 무심한 손을 떠올렸고, 어쩌다 마주친 소년의 눈을 떠올렸다.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이나 혹은 마을에 외지인들이 드나드는 날에는 뒤를 따르는 저를 의식해 슬며시 걸음을 맞춰주기도 했다. 그래서 비록 제겐 웃어주지 않아도 다른 이에게 보인 그 환한 미소에도 설렐 수 있었다. 아랑은 열아홉 무더운 여름,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람이 실어다 준 그의 온기에 숨을 쉬었다.

 

  그때의 추억이 아름다워 찾지 않으려 했던 걸음과는 달리 소년소녀의 입맞춤에 그녀가 숨을 곳이라곤. 누구의 방해도, 눈치도 보지 않고 숨어 속상한 마음을 달래 보려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여전히 첫눈이 쌓여 녹지 않은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 소녀가 교복 치마가 젖어가는 것도 개의치 않고 그 축축한 눈 위에 털썩 앉았다. 그의 자리에서 두 번. 아랑의 심정도 명확히 두 번 갈라졌다. 속상한 마음 달래보려 책가방에서 작은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 다이어리에는 아픈 사랑도 있었지만 막막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자신을 애써 다독인 새벽의 어느 글귀와 마음처럼 되는 일 없는 열아홉 세상의 모든 걱정을 위로하는 그녀만의 시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픈 사랑이 너무나 많았다. 다이어리의 끝에 백지를 보곤 숨을 쉬었다. 내내 닫혀있던 입술을 가르고 몽글몽글 그녀의 온기가 살아나왔다. 그 온기를 겨울바람이 휙 낚아챘다.

 

  저 멀리 학교 정문으로 남들 몰래 비밀을 나눈 소년소녀가 다소 거리를 두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라. 아랑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다이어리의 끝을 보며 천천히 연필을 들었다.

 

 

 ‘이제 너를 놓아주리라.

 더는 사랑하지 않으리라.

 네 눈을 보지 않고

 네 곁에 머물지 않고

 더 이상 네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사라지리라.

 그리고 모두가 말했던 것처럼

 네가 아닌 날 사랑하리라.’

 

 

  아랑이 고개를 들어 갈라진 길갈래에서 헤어지는 두 소년소녀를 보았다. 소년을 돌아보는 소녀와는 달리 소년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마을 구석의 끝, 제 집으로 숨어들었다.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 앉은 소녀의 연필 쥔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리 마음먹었는데

 지금 나는 널 더 사랑한다.

 여전히 너를,

 이상하게도 너를 더 사랑한다.

 그리하지 않으리라 했는데

 내 눈이 널 찾고,

 네게 등진 너의 뒤에 서서 서성이니라.

 내 눈이 제 멋대로 그리하니라.’

 

 

  마침표를 찍고서야 제 마음이 다시 돌아 제자리에 섰다는 것을 알았다. 아랑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소년소녀는 사라졌다. 길갈래 위로 그녀만 있었다. 이어진 시구들을 원망스레 내려다보다 조심히 제목을 지어보았다.

 

 ‘날 탓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와는 달리 그녀가 제 풋사랑에 핏 웃었다. 그리곤 꼬물꼬물 모아놓았던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건드렸다. 어제 입을 맞췄다. 너와 내가, 입을 맞췄다.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주며 네가 내게 입을 맞췄다. 눈을 뜨고도, 내 앞에 있는 너를 보고도 지난밤이 믿겨지지가 않으려 했다.

 

 “호기심이야, 무언의 힌트야.”

 

  여전히 감긴 그의 눈에 아랑이 그의 입술을 콕 눌렀다가 손을 때었다.

 

 “뭐가?”

 “내 입술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이 다음을 원하는 무언의 힌트인지 헷갈려서.”

 

  그가 스르륵 눈을 떴다. 한 순간도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아 지난밤 커텐도 치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일어나려는 그를 그녀가 막았더랬다. 간신히 손을 잡아온 그를 놓칠세라 막아서고 그렇게 잠에 들었었다. 그렇게 훤히 드러난 창 너머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침 햇살에 그의 후광이 빛나고 있었다. 아랑이 그의 말에 살풋 웃었다가 이내 입꼬리를 내렸다. 그녀의 여린 손길이 그의 볼을 감쌌다. 도현이 가만히 제 얼굴을 내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다정한 그 시선에 아랑은 가슴이 뛰었다. 불안함이었다.

 

 “도현아.”

 “응.”

 

  그 불안함을 느낀 건지 도현의 목소리가 너무나 부드럽게 그녀를 토닥였다.

 

 “나는 이게 꿈만 같아. 그래서 여전히 실감이 안나. 아마도 함께했던 여름만큼이나 금방 지나갈까 두렵기도 해. 네가 숨어버릴까 겁도 나.”

 

  아랑의 손길이 너무도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훑었다.

 

 “있잖아. 내가 조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물러서려 해도 그건 네 마음을 더, 더, 더 확인하고 싶어 그런 거야.”

 “그런 걸 밀당이라고 하나?”

 

  아랑이 픽 웃었다.

 

 “맞아. 그러니 좀 힘들다고, 귀찮다고 도망갈 생각이라면 시작 전에 기권해도 좋아.”

 

  아랑이 이 아침이 마지막이라 생각이라도 한 듯 손을 내려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기권할 참이거든, 조금만 있다가 해줘. 네 품에 조금만 더 있게.”

 

  그녀의 이마가 그의 가슴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도현이 그녀를 더 폭 껴안았다.

 

 “바보야. 이미 시작했는데 뭘 기권하라는 거야.”

 

  아랑이 그의 품에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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