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고도 두 어 시간이나 훌쩍 지났지만…
생각처럼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절대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이 아니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한 나에게 느끼는 대견함…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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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직서를 제출한지 몇 일이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이였던거 같다..
모든 일이 다 끝났지만 유미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갈 질 않았다…
“오늘 남자 친구랑 약속있어??”
“……………………….”
“………………………..”
“애인 샘 안 그만두면 안되요? 그냥 다시 일한다고 말하면 안되요? 난 애인 샘이랑 더오랫동안 일하고 싶단말이에요…”
“……………………….”
유미는 울먹이며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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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작 나를 위한 단 한명이라도 누군가의 진심은 외면한 채…..
유미의 한 마디는 나를 잠시 멍하게 만들었다..
훗날 조금이라도 후회하지는 않을까 나 역시 지금 너무 감정적이지는 않은가하는 마음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어 애인아 어쩐 일이야…”
과장은 마지막으로 내가 찾아갔을 때 나를 쳐다보지 조차 않았다…
“…………………”
“뭐 할 말 있어?”
“혹시 제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하면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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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네”
우리의 대화는 매우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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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아…”
“……………….”
“너 그거 야냐? 이번 주 동안에만 그만둔다고 한게 벌써 3번째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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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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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내린 결정이 후회가 되어 그 질문을 했던 것이 아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욱하는 심정으로 내린 잘못된 결정 때문에…
어쩌면 내 자존심 때문에…
정말 정말…정말………
만약의 하나라도…
후회할 수도 있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마지막 확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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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내 선택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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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아들”
“응”
“집이야?”
“응 집이지”
“점심먹어야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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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대화는 이전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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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엄마가 손수 해주신…. 내가 특별히나 좋아하는 오삼불고기를 점심으로 먹었다…
정성 어린 엄마의 점심…
나를 묵묵히 믿어주시는 엄마…
그리고…
나의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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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얼굴을 보자…
어린 시절 어린 아이처럼 나의 마음은 한없이 여려졌고…
다시 한번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앞에서 내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내 나이가 의심될 정도로 창피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렇게 참을 수 없을 만큼 속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울컥함..
고 3 때 수능을 망치고 친구와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 차 창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그 날...
돌아온 집 내 방 책상 위에 놓여있던 엄마의 편지를 보고나서 두번째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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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속상하게 왜 울어….”
“………………….”
“왜.. 원장이 모라고 해?”
“아니………”
“그럼.. 왜 우는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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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에 만족하는게 맞는건가해서….
정말 모두가 원하고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그냥…뭘…왜…그렇게 열심히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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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아..잘하고 있어..우리 아들은 매사 항상 무엇이든 열심히 하잖아… 엄마는 아들을 믿어…아들이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된거야…”
엄마에게 그저 미안한 감정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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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나도 이제 일을 그만둬야하나보다….” 라고 이야기를 하셨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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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어머니도 어느 덧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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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결혼을 했을 때가 고작 24살…
나를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가 겨우 2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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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막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뻤하셨을까…그 작고 작던 애기가 울고 웃고…그리고 성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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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아 너 그거 기억나니?”
“…………………”
“너 애기 때 밥통에서 나오는 김이 신기하다고 손으로 만졌다가…엄청 울었던거…”
“………………..”
“그 때 엄마 맘이 너무 아팠었는데…그래도 그렇게 울다가 엄마 품에 안겨서
또 아무 일없는듯 웃는 아들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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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모든 사람이 나를 등지고 손가락 질을 해대며 돌팔매를 던져도
나를 안아 자신의 등으로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사람…
내가 어렸을 때…
안겨 있고 틈만 나면 뽀뽀하기를 좋아했던 그 때도 엄마는 여전히 2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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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지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눈병에 걸린 엄마가 눈에 아른거려…
이미 도착했던 학교 입구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
엄마를 안고 하염없이 울던 나를 꼭 안아주던
이때에도 엄마는 이제 겨우 막 30살이 된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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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내 앞에 그 소녀는 더 이상 없지만…아름다운 여자는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내 기억 속에 엄마의 화장했던 모습은 없지만..
그 젊고 이뻤던 소녀는 어느 덧 엄마가 되어…
자신을 먼저 희생하며 힘든 날들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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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날 문방구로 데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미스 장난감 비비탄 총을 사줬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난 엄마가 나와 아빠를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그저 새 장난감이 생겼다는 거에 행복해야하는 척을 해야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가지 않고 엄마의 자릴 지켜주었었고….
큰 이모가 집에 찾아와서 다 버리고 그냥 네 인생 살으라고 했을 때도..
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엄마 옆에 멀뚱멀뚱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에도 엄마는 그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내가 고작 중학교에 올라갔던 때에도…
“아들…. 엄마는 잠들면 영원히 안 깼으면 좋겠어….”
당시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 척 했었지만….
사실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나 하나 지켜내기 위해서 어쩔 수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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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나뿐인 아들.. 엄마가 더 좋은거 못해줘서 항상 미안해…
내가 먹은 점심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도….
나를 향한 잔소리가 아닌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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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빠랑 결혼한 거 후회 안 해?”
“왜 후회해.. 아들을 만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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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백수를 선택해버린 나…
무슨 그렇게 큰 일을 하겠다며 그런건지…
마치 난 대단한 사람인 것 마냥…합리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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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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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게..나라서..참..다행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