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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20회 - 와해전술
작성일 : 19-11-06 11:56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1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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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해전술]

 

 「게던파티에서 블랙댄서 1분 급구합니다 오시면 사냥 바로 ㄱㄱ」

 

 「화이터싱어/파리퀸 모셔요~」

 

 「광랩하실 파티원 모집합니다 !!」

 

 저마다 파티원들을 구한다는 외치기소리가 채팅창을 어지러히

 도배하고 있었다.

 미니지에서는 1달정도의 베타클로즈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에

 일명 [카오스2] 라는 대대적인 패치를 내놓았는데,

 그안에는 게바던전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냥터와

 '그랜드 아리스' 등의 수퍼급 보스몹레이드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그동안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사냥에 식상해있던 유저들에게 또다른 호기심과 유혹으로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패치에는 색다른 변수들이 깊숙하게 작용하고 있었는데

 바로 RPG(롤플레잉게임:역할분담온라인게임)의 당초취지를 철저히

 살려보겠다는 명분하에 9 명의 풀파티로 구성된 정규팀이라야지

 새로운 사냥터들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사냥에서는 혼자서 몹(=몬스터) 를 사냥하는 솔로잉

 플레이(=일명 솔플) 나 격수 1 + 힐러 1 로 구성된 2 명의 인원만으로도

 무리없이 게임을 해 나갈수가 있었는데,

 

 작금의 새로운 패치상황에서는 9 명으로 구성된 풀파티 - 그 안에는

 격수 4 명 + 힐러 3 명 + 보조버퍼클래스 2 명으로 완벽하게 조합된

 파티 플레이어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제일 문제되는 것이 바로 화이터싱어와 블랙댄서

 라는 보조버퍼클래스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 두 클래스는 2 차 전직과정에서 파생된

 신종 직업군으로서 일반 격수처럼 공격스킬도 있지만

 방어력과 공격력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보조마법력도 같이

 보유하고 있어서, 그들의 스킬이 파티원들한테 부여될때의

 파티의 위력은 실로 가공하리만치 급상승할수 있는 것이기에

 새로운 사냥터에는 정말로 필수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화이터 싱어와 블랙댄서가 서버 전체에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는 그 두 클래스를 구하지 못해서 오늘처럼 사냥을 못하고

 몇시간씩 대기하며 놀고 있는 서글픈 사태들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일단 두 클래스는 이러한 고난이도 사냥터에 참가할수 있는

 수준의 레벨까지 키우기가 매우 힘들다는 단점도 있고 아울러

 해당 직업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별로 없는 상태인지라,

 대개 2차전직과정에서는 궁수나 단검 등의 일반 격수 계열을

 선택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패치를 통해서 두 클래스의 존재가치 - 주가는

 급상승해 버렸고, 모든 파티에서 마치도 귀족과도 같은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자,이 와중에서 기존에 키우던 캐릭을 접어버리고

 새로이 싱어/댄서를 키워볼려는 성급한 유저들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틸라! 저기 블댄 나타났다 어서 파티..."

 

 베르테르의 급하게 재촉하는 소리가 파티창에 새겨지기 무섭게

 수범은 파티매칭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파티 거부... 아... 다른 파티에 예약이 되어있다고 뜨네요;;"

  "쳇 이제 싱어나 댄서는 귀족이 아니라 임금님 수준이구만.

  이렇게 구하기 힘들어서야"

 

 그도 그럴것이 벌써 1시간 30 분 넘게 파티원을 모으고 있는터라

 파티원 모두에게 지치다 못해 맥빠진 기색들이 역력하게 감돌고

 있었으니......

 원래는 30분정도 매칭을 해서 거의 파티가 완성되어서 막 출발

 하려던 참에 블랙댄서 1명이 갑작스럽게 아는 사람한테 연락이

 왔다며 파티탈퇴를 하고서는 다른 파티로 가서는 어이없게도

 먼저 게바던전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체되고

 만 것이었다.

 

 아무튼 미니지 게임이 카오스 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블랙댄서와 화이터싱어와 같은 특수 클래스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까와 같은 상식밖의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겪고 있었다.

 

 게임방 프런트 데스크 아래의 걸레를 챙겨서는 아까 계산을

 치루고 나간 두 세자리를 정돈하고서 다시 자리에 앉자

 시나브로가 보라돌이가 된채 수범을 툭툭 치고 있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쳐들었다.

 

  '오빠 ㅠㅠ 아틸라 오빠...'

  '응? 왜 그래?'

  '팟! 파티... 블댄 왔어요'

  '어디?'

  '나 어시스트... 섹쉬엉덩이'

 

 시나브로가 타겟팅하는 곳을 클릭하자 수십명의 무리들안에서

 문제의 블랙댄서를 겨우 찾아낼 수 있었고 곧 파티는 성공적으로

 완성되어졌다.

 이제야... 사냥을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우 이제 다 됐군요. 엉덩이님 하이요"

  "네네 ㅎㅎ"

 

 섹쉬엉덩이는 혈마크가 없는 무혈유저였다.

 

  "자자 이제 버프하고 출발합니다 일단 안쪽으로 모여주세요"

 

 던전 입구는 너무 혼잡스러웠기 때문에 수범의 인솔하에 파티원들은

 동굴 안쪽으로 이동해서 다시 모였다.

 

  "음... 아이템 분배는 랜덤(임의분배)이지만, 완제가 나오면 정산을

  합니다. 아셨죠 다들..."

  "당근!"

  "넵"

  "ㅇㅇ"

 

 2시간 가까이 사냥을 지치도록 기다려왔던지 파티원들의 대답이

 일사불란하게 들려왔다.

 

  '수범오빠! 저 사람 내가 스카웃했어. 잘했징? ㅎㅎ'

 

 시나브로-유진의 앙징맞은 귓말이 마치도 실제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고마워 근데 어케 아는 사람이야?'

  '웅 사냥하다가 좀......'

 

 시나브로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서둘러 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파티퀸과 모나코 골드, 그리고 비숍로 구성된 3 명의 힐러들은

 저마다 나누어 맡은 버퍼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시나브로같은 파리퀸은 공격버프를 모나코 골드는 주로 방어

 버프와 마나 충전을 그리고 비숍은 힐 쪽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지금의 파티는 거의 완벽한 조합인 셈이었다.

 

  (주. 마나 : 각종 스킬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정신적인 힘)

 

 버프가 거의 다 끝나갈 즈음, 이런 류의 풀파티 고랩사냥팀에 익숙한

 

 수범은 사전당부를 덧붙였다.

 

  "참 출발전에 미리 얘기드리는데 혹시라도 제가 팅기거나 눕거나 하면

 

  저기 계신 베르테르 형님이 임시탱커가 되니 베르 형님을 어시하면

 

  됩니다"

 

 게바던전 깊숙한 곳의 고레벨 사냥터에서 탱커 - 즉 파티의 리더는 농구의

 

 포인트 가드처럼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사냥할 곳의 위치선정과 다음 타게팅 몹의 선택 , 사냥 몹 수 조절 그리고

 

 파티원들의 안전까지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기에 보통의 파티

 

 에서는 최고레벨의 경험 많은 격수가 탱커를 맡고 있었는데 오늘의 탱커는

 

 물론 수범 - 아틸라 였다.

 

 더구나 카오스2의 대대적인 패치이후에 게임서버의 불안정한 모습들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어서 사냥 도중에 캐릭터들이 강제 종료되는 -

 

 이른바 팅김현상(:약칭 팅) 이 비일비재하였고

 

 사냥도중에 파티원이 팅하면 파티의 안정성이 급속도로 저하되고

 

 심지어는 파티가 전멸해버리는 위험한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미니지 게임 서버 실정이었으니......

 

 마지막 버프가 웅장한 게임 사운드와 더불어 끝맺음을 하자

 

 수범은 'ㄱ ㄱ~' 라는 사인을 보내며 게바 던전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주로 입구근처에는 55 - 60 정도레벨의 몬스터들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사냥하기가 수월했다.

 

 어두침침한 동굴 천정에는 시꺼먼 석회석 같은 것들이 고드름처럼 길게

 

 달려 있었고 던전 안으로 메아리치듯 퍼져가는 음산한 사운드와 더불

 

 어서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거기에다 여기 저기 산재한 몬스터들이 부르짖는 괴성들까지 겹쳐져서는

 

 야릇한 두려움과 긴장같은

 

 것이 마우스를 타고서 팔언저리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파티는 20분도 채 안되어서 게바던전 저 안쪽의 이른바 쉼터라고 불리

 

 우는 중간지점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

 

 수범은 9 명의 파티원들이 모두 다 도착했는지 확인을 하고는 지시사항을

 

 재빠르게 키보드로 입력했다.

 

  "별 사고없이 도착했군요. 자 화장실 가실 분들은 지금 다녀오세요.

 

  5 분 휴식후 바로 버프하고 출발합니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뭉개구름처럼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상념 비슷한

 

 것에 잠겨 있던 수범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서 게임방안을 휙 하고

 

 둘러보았다.

 

 밤 12시가 지난 시간인지라 거의 단골손님들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오른쪽 구석의 고장난 27번 컴퓨터는 아까 출근하자말자 새로이 포맷을

 

 해서 윈도우와 프로그램들을 세팅해놓은 상태라 오늘 더 이상 특별히 할

 

 일은 없는 터였기에 수범의 마음도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본인이 원하는 게임을 즐기면서 월급도 꼬박꼬박 받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는 이 pc 방 알바일은 어쩌면 참 편한 일인것도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자신의 청춘을 허무하게 묻어버릴수만은 없는 것이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20 대의 보석처럼 소중한 시간이기에.....

 

 그러기에는 벌써 이십대 후반으로 치달아가는 자신의 보석과도 같은 시간

 

 들이 너무나도 아깝고 또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그러한 복잡한 상념들 위로 그녀 - 지영의 얼굴이 문득 오버랩되려는 순간

 

 시나브로의 귓말이 동시에 울려왔다.

 

  "오빠...... 버프할까?"

 

  "웅"

 

 시나브로의 시그날과 함께 3명의 힐러들은 일사불란하게 버퍼를 돌렸고

 

 채 2 분도 안되어서 모든 준비가 이루어지자 수범은 다시 키보드를

 

 힘차게 두들겼다.

 

  "자 다들 준비되었죠? 출발합니다. ㄱㄱ"

 

  "저 잠시만여;;"

 

 막 출발을 하려는데 그 블랙댄서-섹쉬엉덩이가 갑작스런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네? 왜염?"

 

  "아 시나브로님 저한테 공격버프가 안 들어왔네요 좀 주실수....."

 

  "켁;; ㅈㅅㅈㅅ염"

 

  "ㅎㅎ"

 

 민망한지 시나브로는 서둘러 섹쉬엉덩이에게 못 다한 버프를 돌렸다.

 

 지금 수범의 파티가 들어가려는 곳은 게바던전 맨 안쪽 -

 

 그러니까 최고난이도의 사냥터라고 불리우는 게바둥지 앞쪽이었다.

 

 70 대 레벨의 몬스터들이 즐비하게 뭉쳐서 도사리고 있는 매우 위험한

 

 곳이지만, 그만큼 빠른 레벨업과 값비싼 아이템의 획득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곳이었기에 아틸라와 같은 고랩유저들이 즐겨찾는 곳이었다.

 

  "저 탱님! 지금 둥지쪽에 빈 자리가 있을까요? 벌써 앞에 두 파티나

 

  들어간 모양이던데;;"

 

  "음 일단 함 가보죠."

 

 시나브로가 여지없이 끼어들었다.

 

  "아 둥지 앞쪽에는 한 파티만 있데요. 다른 한 파티는 중간에 고목나무

 

  자리에서 사냥하고 있구요"

 

 확실히 시나브로는 그러한 정보에 빠르다는 느낌을 또 한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게임안의 마당발인지... 던전 어느곳에 사냥자리가 비었는지 또 어느 곳

 

 에서 대박아이템이 나왔는지

 

 하는 정보들은 주로 시나브로를 통해서 알아낼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쉼터에서 10 미터 쯤 앞으로 전진했으려나,

 

 갑자기 시나브로의 숨가쁜 말투가 파티채팅창에 새겨 들어왔다.

 

  "스탑! 스탑! 한 분 안오심... 아라이님이 아직 쉼터에 있어요."

 

  "100,100(=Back : 뒤로 오라는 게임용어)"

 

 그러고 보니 활을 주무기로 하는 스마트레인즈인 아라이가 안보이고 있었다.

 

 "아라이 군주님;;"

 

 원래 이런 격수파티에서는 몹 타격시의 크리티컬 위력과 데미지 때문에

 

 아틸라와 같은 플레인 솔져나 베르테르같은 어택워커들의 단검 계열로

 

 격수군을 맞추는게 일반적이었기에 스마트레인즈들이 파티에 들어오기는

 

 힘들었는데, 같은 동맹인 북극성 혈의 라인 군주이고 아수라 총군주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해서 같이 파티를 해주었는데 어쩐지 아까부터 자꾸

 

 잠수를 타고 있는게 영 불안해보였다.

 

 파티원들이 다시 뒤로 후퇴를 하여 쉼터로 와서는 몇번을 불러보아도

 

 아라이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서 있는가 하더니 갑자기 화면에서 휭하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잉? 팅기셨구나;;"

 

  "ㅠㅠ"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하곤 한다......

 

 게바던전이 생기고 나서 많은 파티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자, 게임렉이

 

 더더욱 심해졌고 낮은 사양의 pc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사냥중에

 

 갑자기 팅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남아있는 파티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곤 했는데, 특히나 탱커 역할을 맡은 리더가 팅겨 버리는

 

 경우에는 그 파티 전체가 누워버리는 전멸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나나~"

 

 갑자기 수범의 핸드폰 벨이 갑자기 울려왔다.

 

 폴더를 열어서 귀에 갖다대자말자 아라이의 숨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아틸라 군주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집인데 컴이 영...

 

  팅겨버렸네요 얼른 근처 게임방으로 가서 재접(=재접속) 할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아직 쉼터에 있으니까 안심하고 들어오세요"

 

 그동안의 혈전과 공성때문에 같은 동맹혈의 군주급 유저들은 서로의

 

 전화번호를 오픈하여 통화를 하며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범은 그러한 아라이의 지금 상황을 다시 파티원들에게 설명을 했다.

 

  "아셨죠? 일단 요 앞에 있는 몹이라도 잡으면서 기다려보죠."

 

  "네;;"

 

 팅겨버린 파티원을 그냥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사냥을 그만두고

 

 마을로 가려는 이탈자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파티의 긴장감을 어느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였다.

 

 특히나 이런 늦은 시간대에는 피곤에 못이겨 사냥중에 졸거나 아예 잠자버

 

 리는 유저들도 흔히 있었기에......

 

  "아휴 카오스 2인가 뭔가하는 패치땜에 정말 힘들군요 꼭 9명 풀파티를

 

  만들어 사냥을 해야하니 이런일까지 생기면 정말 난감 그 자체입니다

 

  그려"

 

  "글쳐 ㅎㅎ"

 

  "차라리 거울못 같은 데 가서 솔로잉하는 게 맘 편하지;; 그냥 버리는

 

  시간이 더 많아요 매일;;"

 

 파티원들의 자조섞인 푸념들이 파티창 가득히 메워나가자 시나브로가

 

 또한번 참견을 했다.

 

  "그렇긴 해도 여기 게바던전에서 사냥하면 경험치도 무지 높고 좋은

 

  아이템도 많차나염 그저께는 B급 갑옷도 나왔다던데 ㅋㅋ"

 

  "맞아요! 그게 골드 메일이죠?"

 

  "네..."

 

  "그거 중갑인가요?

 

  "아뇨 경갑... 시가가 700 정도 한다던데"

 

  "우와 오늘 우리도 함 먹어서 부자됩시다"

 

  "피이; 안돼요! 그거보다는 킬리만자로(B 급장검) 같은 무기를 먹어야

 

  해요 3천만원짜리 ㅋㅋ"

 

  "시나브로님 욕심도 참 ㅎㅎ"

 

 그렇게 시나브로의 애틋한 노력 덕분에 파티 분위기는 금새 생기가 감돌며

 

 처음의 싱싱한 활력으로 충전되어 가고 있었다.

 

  '고마워'

 

  'ㅎㅎ 뭘?'

 

  '항상 신경 써주는게...'

 

 두 사람만이 주고 받는 - 다른 유저들은 볼수 없는 귓말의 대화였지만

 

 수범은 괜스리 민망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피이... 맛난거나 사줘영;;"

 

 시나브로... 유진은 입버릇처럼 해오던 그 멘트를 오늘도 되풀이하고

 

 있었다.

 

 두달전의 현모 이후로 두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작금의 혈전 공성전과 같은 바쁜 상황 말고도 수범이 그녀를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고, 그러한 수범의

 

 심적 부담을 헤아리고 있는건지 아니면 이제는 지쳐버렸는지

 

 유진도 그리 심하게는 재촉하지 않고 있는 터였다.

 

 어쩌면 여자라는 포지션이 흔히들 가지고 있는 하릴없는 자존심때문

 

 일지도 모르지만......

 

 수범의 뇌리속으로 유진의 매끈한 몸매가 또다시 비쳐들어왔다.

 

 유진은 그날 숨막히고 기나긴 정사의 끝말미에 '섹스는 액션이 아니라

 

 필(feel)' 이라는 이상한 한마디를 던지면서 수범의 가슴으로 안겨들었

 

 었다.

 

  '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는 실오라기 하나 안걸친 육신을 고혹적으로

 

 비틀어대던 그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수범은 저도 모르게 남성이 흥분

 

 되어옴을 느끼며 얼굴까지 발갛게 상기되어오자

 

 헛기침을 한번 내뱉고는 물 한컵을 그대로 다 비워버렸다.

 

 그렇게 근처 몹들을 정리하면서 사냥을 하다보니 어느새 20분이라는

 

 버퍼유효시간이 다 지나가서 다시 힐러들은 버퍼를 돌리기 시작했다.

 

 버퍼 타임이 되면 격수들은 느긋하게 담배를 피운다던가 잡담따위를

 

 즐기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수가 있는 것이다.

 

 

  "정말? 또 날렸어?"

 

 

 섹쉬엉덩이의 난데없는 채팅글씨가 화면속으로 새겨져들어왔다.

 

  "?"

 

  "아 ㅈㅅ합니다 방사(=방송사고 : 온라인게임상에서 귓말이 실수로

 

  파티창에 드러난다거나 대화내용이 잘못 전달되는 등을 지칭하는

 

  용어) 임다."

 

  "ㅎㅎ"

 

  "근데... 엉덩이님 무엇을 날린 거래요?"

 

  "아 제 아는 동생이 있는데 이번에 그랜드컷 장검을 인첸트 하다가

 

  +7에서 결국 날려먹었다네요"

 

  "저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네;; 지금 거지상태라고 울고 난리가 아니네여;;"

 

 미니지 게임에서 사용하는 칼이나 활과 같은 무기에는 무기강화주문서

 

 (일명 데이)를 발라서 그 무기의 능력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이른바

 

 '인첸트 시스템' 이라는것이 있는데,

 

 가령 데이를 한장 바르면 +1 두장 바르면 +2 하는 식으로 그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어 화력이 더더욱 증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첸트 시스템에도 심각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3까지 즉 데이를 3 장 바르는데까지는 아무런 위험이 없이 기능의 강화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으로 +4부터의 인첸트에는 33.3 %의 실패 확률 이라는

 

 것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실패한 경우에는 무기 자체가 그대로 증발해버리고 소량의 결정체로

 

 남아서 원래 가치와 비교할때 형편없는 가치로 떨어져버리는 치명적인 손실

 

 을 감수해야만 하는데 데이를 여러장 발라서 그 무기의 공격력과 데미지를

 

 상승시키면 시킬수록 사냥이나 혈전등에서 훨씬 유리한 포지션을 취득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서 +7 +8 하는 식의 고 인첸트된

 

 무기의 경우에는 그 희소가치때문에 가격자체가 정말 부르는게 값이 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터였다.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모 서버의 유저가 +11 스마트 보우 활을 가지고 있었

 

 는데 아이템뱅크와 같은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그 활의 현시세가

 

 소나타 1대와 맞먹을정도의 3천만원이라는 가격에 호가되다가

 

 그 유저가 다시 +12 에 성공해버리자 그랜저가격으로 시세가 껑충 뛰어버렸

 

 다는 다소 황당무개한 이야기가 호기심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

 

 되고 있었다.

 

 더구나 미니지게임의 이번 카오스2 패치이후 B급무기와 방어구시스템이

 

 구현되어 해당무기의 완제(=완제품)와 그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아이템

 

 들이 풀려서 드랍되고는 있다해도 아직까지 그 드랍률자체가 극히 미미한

 

 지라 일반 유저들로서는 기존의 C 급 무기에다 데이를 마구 인첸트해서

 

 거의 B 급 무기에 버금가는 공격력을 가진 고인첸 C 급장비를 만들어

 

 낼려고 이 러시안룰렛과도 같은 인첸트작업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경우

 

 도 허다한 터였으니......

 

 

  "아 오셨다!"

 

 그러던참에 아까 갑자기 사라졌던 아라이가 다시 스크린속에 나타났고

 

 곧 파티가 되어졌다.

 

  "아구 정말 ㅈㅅ합니다 갑자기 팅기더니 접속이 계속 안되서리;;"

 

  "ㅎㅎ 리하이염"

 

  "자자 이제 본격적으루 가 봅시다"

 

  "다들 아시죠? 탱커가 클릭하는 몹만 1.4 하는거...(1.4 : 리더가 타겟팅한

 

  몬스터만 집중공격하는 파티전술)

 

  "네 당근이죠"

 

 다시 버퍼를 돌리고서 재정비를 마친 수범의 파티는 태풍의 소용돌이에

 

 이끌려들 듯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ㅎㅎ 역쉬 아틸라님 대단하십니다."

 

  "왜염?"

 

  "회피가 장난이 아니에염, '칼고' 같은 몹한테 그렇게 맞아도 피가

 

  안 줄어드네영"

 

  "히히 그러니까 아틸라 오빠가 탱커를 하죠"

 

  "하긴 울섭 플레인 솔져 지존이시니깐 실례지만 짐 랩이 65 넘으시져?"

 

  "아냐 68 정도는 되실걸?"

 

  "후후 그건 절대 기밀입니다...정 아시고 싶으시면 저희 혈에 들어

 

  오시면..."

 

  "하하^^"

 

 아틸라의 지금 레벨은 67 이었는데 그러한 정보는 자기 직계라인 혈원

 

 들만이 혈맹정보창을 통해서 알 수 있었기에 수범의 실제 레벨을 알고

 

 있는 사람은 가즈솔져 총군주와 베르테르 등 간부진 몇명과 그가 이끌고

 

 있는 단검라인 혈원스물댓명 정도 였는데......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의외로 다른 사람들중에 아틸라의 레벨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게 영 개운치가 않았다.

 

 어쩌면 혈원들중에 다른 혈에서 파견된 스파이가 있을지도......

 

 이런 RPG 게임안에서 특히 수범이 속해 있는 가즈솔져와 같은 큰 공성혈

 

 들은 끊임없이 다른 거대혈들로부터의 견제를 받게 마련인데

 

 상대편 혈에서는 부캐릭등을 일부러 위장잠입시켜서 상대방혈의 규모나

 

 혈원의 레벨 전투력과 같은 기밀정보를 탐색하고 그 혈의 움직임을 끊임

 

 없이 감시하는 일들이 허다한게 마치도 실제 현실에서의 007 영화와 같은

 

 첩보전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어쩌면 같은 혈 총부군주인 베르테르도 똑같이 다른 혈에 스파이들을

 

 잠입시켜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범은 그만 머리속이 어지러워옴을 느끼며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사냥과 아이템획득, 캐릭터 성장 그리고 혈전과 공성전으로 연결되는

 

 이 게임시스템은 어쩌면 냉혹하고 교활한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온라인속에 이미테이션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직장생활이나 사업에서도 돈을 벌고 성공이란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상대방을 이겨내야하고 속이고 또 이용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탐색하고 장점을 카피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승리자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 - 그것이 바로 인생 자체가 아닌가......

 

 

  "왼쪽에 파이원 부대다! 와! 몹 많으네;;"

 

 어느새 수범의 파티는 게바둥지 직전에 위치한 죽음의 다리 앞에까지

 

 도달해있었다.

 

 하루에도 이 자리에서 수십개의 파티가 전멸되어서 실려나간다는

 

 '죽음의 다리'......

 

 파티원들사이에 다소 긴장감이 감도는게 생생하게 느껴져왔다.

 

 던전입구에서 출발한지 1시간도 안되어서였는데, 물론 '아라이' 가

 

 도중에 팅을 안했더라면 훨씬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 파이원 잡으면 킬리만자로 검 주는거 맞죠?

 

  "네 ㅎㅎ 함 잡아서 부자되어 봅시다"

 

  "잠만;; 버프 타임이에요!"

 

  "벌써? ㅠㅠ"

 

 이번 패치가 되고 난후 바뀐 게임룰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버퍼 유효시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사냥에 열중하다보면

 

 금새 그 시간이 흘러가기 마련인 것이다.

 

  "시나브로... 시계있지?"

 

  "시계? 핸펀이 시계자나영 ㅋㅋ"

 

  "그럼 버프타임 5분 전되면 미리 알려줘."

 

  "ㅇㅋ"

 

 버퍼를 다 마치고 나서 눈앞의 몬스터들을 향해 막 돌진하려는 찰라,

 

 급한 외치기 소리가 게바던전안으로 메아리처럼 아우성처럼 막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리마 : 저희 전멸이에요! 구조좀 해주세요 ㅠㅠ"」

 

 「이글파이브 : 다리 근처에 누구 계신가요?

 

  둥지 앞자리 전멸입니다;; ㅠㅠ"」

 

 

  "잉? 또 전멸당한 파티가 있네;;"

 

 이 게바던전안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파티가 전멸하곤 했는데

 

 물론 수범도 며칠전 이 죽음의 다리앞에서 누운 경험이 있던 터라 긴장감이 남다른 터였다.

 

  "음... 이글파이브 저 사람은 아까 울파티에 첨 들어왔다가 휑하니

 

  다른 파티로 그냥 가버린 그 블댄이자나;; 고 샘통이다 ㅎㅎ"

 

  "ㅋㅋ"

 

  "부활해주지말고 걍 우리끼리 사냥할까요?"

 

  "그래두......"

 

 물론 저쪽 전멸파티에는 '가리마' 와 같은 혈전의 적혈상대로서 지금도

 

 싸우고 있는 여명 쪽의 유저들도 있었지만, 이러한 사냥와중에 전멸을

 

 한 파티가 있으면 가서 부활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이 게임안의 아름다운

 

 불문율이기도 하였다.

 

  "일단 가봅시다. 참 파티장이 누구지? 시나브로?"

 

  "네 저에요."

 

  "ㅇㅋ 글면 내가 가서 파탈할게 한사람씩 파티해서 부활시키고는 바로

 

  파티추방해버려 안그러면 부활한 사람이 스스로 파탈하기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우리까지 위험해지니. 알았지?"

 

 수범은 그동안 익혀온 노하우와 세련된 파티플레이를 적용시켜서 세세한

 

 부분까지 다짐을 받아두었다.

 

 둥지 앞쪽으로 갈수록 고레벨 몬스터들의 숫자와 리젠속도가 빨라져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주로 단검격수위주로 구성된 파티

 

 인지라 뛰어난 크리티컬플레이의 화력덕분에 무사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처참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누워있는 캐릭터들과 죽으면서

 

 바닥에 떨군 장비들 그리고 미쳐 토글하지 못한 노란색 유라파들이

 

 제멋대로 늘려있는게 아비규환의 현장 그 자체였다.

 

  "아 아틸라군주님이시군요 정말 감사요....."

 

  "안녕하세요 가리마 군주님!"

 

  "ㅠㅠ 정말 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ㅈㅅ합니다, 울 파티에 힐러 1분이

 

  팅하는 바람에 그만;;"

 

  "가리마님이 몹을 너무 많이 몰아왔어요 ㅠㅠ"

 

 비록 전장에서는 칼을 맛대고서 처절하게 싸우는 적혈이었지만 서로에게

 

 깍듯이 인사를 갖추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님들 특부활주문서 갖고 계신가요? 특부하실분?"

 

  "아 일단 가리마님만 특부해주시고 나머지는 모두 걍 살려주세요!"

 

  "네 그럼 모두 일단 파탈(=파티 탈퇴)해주세요 1분씩 차례로 파티해서

 

  부활시켜드립니다 잠수 금지입니다.

 

  일단 근처 몹부터 정리 쩜 하구요"

 

 몹을 잡고 나면 다시 리젠하는데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에 그 안에

 

 신속하게 부활작업을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

 

 안 그러면 구조해주러 간 파티까지 위험해서 동반 전멸하는 경우도 빈번

 

 하였기에......

 

 수범의 세심하면서도 치밀한 사전계획덕분에 구조작업은 모두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이제 다 되었죠?"

 

  "네 정말 감사합니다 아틸라님."

 

  "아틸라님 파티님들 감사해요 담에 꼭 신세 갚을게요 저희는 이만 마을로

 

  귀환할게요"

 

  "아녀라. 수고하세요"

 

 구조된 파티원들은 마을로 리콜을 해버려서 게바둥지 앞쪽의 사냥터에는

 

 이제 수범의 파티만이 남아있었다.

 

  "캬아! 죽인다 이 자리 정말 구하기 힘든 명당자리인데 ㅋㅋ"

 

  "자 우리도 본격적으로 사냥 함 해봅시다

 

  저 앞에 블러드윙거는 선공몹이니까 저 몹부터 먼저 처리할게요"

 

 수범의 선도하에 파티원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사냥을 해갔다.

 

 사냥을 계속하다보면 반복적인 플레이에 지루함과 안일함에 빠져서 자칫

 

 졸거나 딴짓을 하는 유저들도 나타날 수 있기에 타이밍을 봐서 수범은

 

 몰고 오는 몹들의 숫자를 좀 늘려서는 파티전체에 긴장감을 항상 유지

 

 시키는 플레이도 같이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고레벨사냥터에서 특히나 지금과 같은 풀파티사냥에서는 아틸라와

 

 같은 선두의 탱커가 지정하는 몹만을 집중공격하고

 

 몹들은 자신에게 최초로 공격을 가하거나 데미지도 강해서 헤이트수치가

 

 높은 플레이어만을 겨냥하기에, 힐러들은 탱커에게만 힐을 해주는

 

 이른바 1.4 사냥방식이 여러모로 유용한 터였다.

 

 물론 휴먼헌터나 휴먼크로스 같은 나이트 계열의 전사들이 방어력도

 

 뛰어나고 피통(=블러드게이지)도 커서 그들이 탱커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아틸라 정도의 고랩캐릭이면 그만큼 블러드게이지도 크기 때문에 위험성도

 

 미미하였다.

 

 특히나 단검특유의 회피율이 좋아서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도 피해나갈 수

 

 있기에 그만큼 힐러들의 마나량도 소모가 덜하였고

 

 더구나 단검캐릭들이 자랑하는 크리티컬 위력때문에 화력면에서도 엄청난

 

 효율성이 있었기에 요즘의 게바던전에서는 나이트 계열보다는 아틸라와

 

 같은 플레인 솔져나 어택워커들의 단검계열이 탱커로서 각광을 받고 있었던

 

 터였다.

 

 그렇게 사냥을 시작한지 채 30분도 안되어서 갑자기 파티창안으로 경악어린

 

 소리가 비쳐들어왔다.

 

  "아앗 완제다!"

 

  "정말.... 킬리만자로 장검이네"

 

  "우와 대박이다!!!"

 

 탱커역할을 맡으면서도 혈창(=혈맹채팅창) 이나 동창(=동맹채팅창)에도

 

 간간히 신경을 쓰면서 혈원들의 인사도 받아주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해주어야 하는 수범으로서는 그때마다 획득되는 아이템들을 일일이 파악

 

 을 할수가 없었는데 시스템창을 스크롤해보니

 

 정말로 킬리만자로(:B급 장검) 가 시나브로의 인벤토리에 들어간 것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아까 킬리만자로가 3천만정도 한다고 하셨죠?"

 

  "네 최소 3천......"

 

  "그럼 1인당 300만이상 돌아가는군요 ㅎㅎ"

 

 이건 정말로 대박 그 자체였다.

 

 카오스2가 오픈되고 나서 달라진 게임 컨텐츠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B급 무기와 방어구의 출현이었는데 이 B급 아이템이라는게

 

 마을상점에서 NPC 한테 구입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반 사냥터

 

 에서 레어아이템으로 드랍되는 것이었기에 그만큼 희귀성과 가치면에서

 

 엄청난 것이었다.

 

 그 B급 완제가 지금 수범의 파티에 떨어진 것이다......

 

 수범의 파티원들은 뜻밖의 횡재에 흥분과 전율을 감추지못하고 있었지만

 

 수범은 특유의 침착성을 잃지 않고서 준엄하게 다짐을 했다.

 

  "너무 흥분들 하지 마시고 일단 앞에 있는 몹부터 정리하고 저기 안전

 

  지대로 가서 정산을 하죠"

 

  "네 ㅎㅎ"

 

  "봐요 아까 좋은 일하니까 하늘에서 상을 내리신 모양이에요^^"

 

 섹쉬엉덩이가 좀전에 전멸팀을 부활했던 얘기를 꺼내자, 시나브로가

 

 앙증맞게 말대꾸를 해왔다.

 

  "ㄴㄴ 하늘이 아니라 럭시사에서 내린 상이에요 ㅋ"

 

  "맞네요 ㅎㅎ"

 

 수범은 일단 눈앞의 몹들을 깨끗이 정리하고는 몹들이 리젠되지 않는

 

 안전지역으로 파티원들을 데리고 갔고 곧바로 완제정산이 시작되었다.

 

  "파티원들중에 이 칼 사실분 없나요?"

 

 잠시동안 모두가 머뭇거리고 있자 파티장인 시나브로가 말을 꺼내면서

 

 실마리를 풀어갔다.

 

  "저도 사고는 싶지만 돈이 없어서;;"

 

  "저도 가진게 1천만뿐이니 ㅠㅠ"

 

 아틸라는 단검계열인지라 비급이라면 골드나이트가 필요할뿐 이런 장검류는

 

 그에게 쓸모가 없었거니와 당장 그만큼의 유라파도 없는터였다.

 

 원래가 혈군주와 같은 중책을 맡다보면 혈운영비와 혈원장비보조 등등으로

 

 인해 유라파를 모으기는 커녕 항상 적자상태를 벗어나기 힘든게 사실인지라

 

  "누구 사실분 없나요? 우리섭에 몇개 안되는 B급 장검입니다!"

 

  "게시판에 아까부터 칼 판다고 올려놓긴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쳇! 한사람한테 귓말이 왔는데 2천에 안되냐고 ㅠㅠ"

 

  "2천여? 말도 안되여 그럴바에야 차라리 뽀개서 결정체로 만들어서 나눠

 

  가지는게 낫겠어요"

 

 마땅히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을때 '스펙트라'

 

 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저 잠시만요 제가 마을에 장사캐릭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제가 가서

 

  한번 팔아볼게요"

 

 그의 머리위에는 '화산' 이라는 꽤 이름있는 혈맹의 혈마크가 달려있었다.

 

  "그래 주실래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셈?"

 

  "그럼 그렇게라도 하죠 이렇게 시간만 보내기보다는 글케 하는 것이

 

  더 나을듯 싶네요 스펙트라님은 화신혈에 있으시니 믿을 만도 하구요"

 

 시나브로가 톡 쏘듯이 맞장구를 치자 다른 사람들도 찬성하는 분위기였고

 

 문제의 그 킬리만자로는 스펙트라의 인벤속으로 들어갔다.

 

  "제가 칼은 접수했구요 모두들 저 친구등록해두세요 혹시라도 모르니 ㅎㅎ"

 

  "그럴거까지야..."

 

 스펙트라라는 사람의 세심한 당부가 어쩐지 좀 어색하게 들여오긴 했지만

 

 무혈유저도 아니고 이름난 혈맹의 혈마크까지 달고 있다는데 안심을 하고서

 

 그일은 그렇게 마무리된 채 일단 사냥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때였다......

 

 

 긴급공지-----

 

 'RH - 에이형 피를 급히 구합니다 강북 성모병원 응급실 : 02-XXXX-XXXX'

 

 좀처럼 보기드문 공지사항이 대화창에 선명하게 박혀들어오자 수범은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를 놓아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피도 RH 마이너스 A 형......

 

 아마도 TV 방송의 자막을 통해서 여러번 공지를 했을 터이지만, 이렇게

 

 게임안에서까지 헌혈자를 구하는 걸 보니 병원 쪽 상황도 몹시 다급한

 

 모양이었다.

 

 '성모병원이라면......'

 

 지금 수범이 일하는 게임방에서 5~6 km 정도 거리이다.

 

 자신과 같이 희귀한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경우 형편이 허락

 

 한다면 거의 본능적으로 협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기도 한데

 

 마치도 동병상련의 가족애 같은 정신이라고 할까

 

 하지만 수범은 지금 파티 사냥중이고 게다가 현실상에서는 근무시간

 

 중이 아닌가

 

 여의치 못한 상황에 다시 마우스를 고쳐 잡으며 정면의 몬스터를 클릭

 

 하려는 순간 아까의 그 공지가 또다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긴급! 긴급! 강북 성모병원에 응급환자발생 RH- 에이형 피를 가진분이

 

  계시면......"

 

 이전 상황에 까지 이르러자 수범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장내를 휙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프런트 앞쪽 자리에는 '몽키' 라는 게임네임을 가진 재수생

 

 청년이 게임을 하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수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파티 채팅창에 재빠른 손놀림으로 타이핑

 

 을 해서 파티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 파티원 여러분 정말 ㅈㅅ한데염

 

  급한 일땜에 더 이상 사냥을 하기가...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네에? 갑자기......"

 

  "혹시 아틸라님 RH- 형이세요? 혹시 헌혈이라도 하시러 가시는 것?"

 

  "ㅎㅎ 네 병원에서 마니 급하나 보네여 ㅠㅠ"

 

  "어쩜! 정말이나 보네 우리 아틸라 오빠 역쉬 대단 짱이야!"

 

 시나브로가 농담인지 진심어린 말인지 모를 칭찬을 앙증맞게 늘어놓았

 

 지만 그런데까지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우선 파티원들을 몹이 리젠되지 않는 안전지대에까지 인솔해서 파킹시

 

 키고는 바로 게임속에서 리스해버렸다.

 

 그리고는 꾸벅꾸벅 졸면서 스크린을 보고 있던 몽키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툭 쳤다.

 

  "야 몽키! 나 밖에 좀 나갔다가 올게 카운터 좀 봐줘. 오래는 안걸린다

 

  한시간정도..."

 

  "응? 형! 또 데이트 하러 가는 거야? 아니면 술마시러?"

 

 몽키는 거슴프레하게 풀린 눈자위를 손등으로 부비면서 일어섰지만 이미

 

 수범의 모습은 게임방안에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쳇 정말 빠르네 플레인 솔져 아니라할까봐......"

 

 

 ***

 

 

 택시가 잘 잡히지 않고 있었다.

 

 주말 저녁이라서 그런가...

 

 거의 도로 갓차선에까지 나와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대보아도

 

 그 많던 택시들은 한겨울의 찬공기를 가르면서 휭하니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두툼한 옷깃을 움츠리며 총총걸음을 가는 사람들 사이로 벌써 등장한

 

 구세군 냄비가 덩그러이 울렁거리며 크리스마스 캐럴과 더불어 연말연시의

 

 설레임을 자아내고 있었지만 지금의 수범에게는 그런 사치스런 풍경들이

 

 비집고 들어올 여유가 전혀 없었다.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던 수범은 더 지체할 수 만은 없다는 계산을 내리

 

 고는 바로 병원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중학교시절 육상부 선수도 해보았던 그였다.

 

 물론 10 년이나 지난 추억속의 얘기이고 단거리와 장거리는 차원이 다른

 

 터이지만 오직 한가지 - 지금 이순간에도 점점 꺼져만가는 생명의 불씨

 

 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안타까움에 수범은 거의 쉬지도 않고 병원까지의

 

 꽤나 먼거리를 단숨에 달려와 버렸다.

 

 오늘은 게임을 하면서도 그리고 현실의 세상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도와

 

 주는 팔자가 겹친 모양이었다.

 

 병원 정문 왼쪽으로 난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 수범의 가쁜 숨소리와

 

 뽀하얀 입김이 12월의 밤하늘속으로 날카롭게 갈라퍼졌다.

 

 다행히도 병원에는 자기처럼 미니지게임을 하다가 도중에 달려온 다른

 

 유저들이 2명이나 있었기에 수범의 마음속은 어느정도 평안을 찾을 수가

 

 있었다.

 

  "......"

 

 병원 특유의 포르마린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좁은 방안에서 모델 뺨치는

 

 미모를 가진 간호사가

 

 수범의 팔뚝에 벨트를 채우면서 장난기섞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아저씨도 컴퓨터 게임하다 오신거에요? 우와 대단한 게임인가봐요"

 

  "그러게요 각 방송사에 1시간이나 넘게 그렇게 요청을 해도 연락이 없었

 

  는데... 그 게임 이름이 뭐죠?"

 

 옆에서 다른 청년의 헌혈을 준비중이던 다른 간호사가 장난스러이 물어

 

 왔다.

 

  "미...니...지"

 

 수범은 부끄러운 듯 애써 시선을 피하며 천천히 대답을 했다.

 

 게임을 해오면서 이 순간만큼 벅찬 보람을 느낀 경우도 처음이었다.

 

 아마 옆자리에 누워있던 지금 두명의 유저들 - 한 명은 왼쪽 팔뚝언저리에

 

 곤색문신이 그려져있었고

 

 또다른 한 명은 세수도 안하고 급하게 집에서 나온듯 츄리닝 차림의 애띤

 

 청년이었는데 아마도 선후배 사이인듯 싶었다.

 

 그들도 지금 자신의 심정과 똑같으리라......

 

 팔뚝에서 빠져나온 진홍빛 혈액들이 튜브관을 타고 투명한 팩속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순간만큼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가슴뭉클한 감동과

 

 끈적끈적한 동질감을 느낀 적은 없었던지라 수범은 오늘 자신의 선택이

 

 역시 옳았음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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