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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18회 - 절정
작성일 : 19-11-06 11:47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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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정]

 

 

 싸구려 방향제 냄새가 짙게 맴도는 여관방의 침대위에서,

 수범과 지영의 벌거벗은 육신들이 어지러이 휘감겨서는

 한창 절정에 치닫고 있었다.

 지영은 오늘따라 이 남자의 대쉬가 예전보다 강렬해서 집요함까지

 느껴져 올 정도였다.

 

 근 3 달만에 가져보는 섹스라서 그만큼 쌓이고 쌓인 욕정과

 응어리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도

 지나치리만치 오늘따라 수범은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남자는 마지막 정상에까지 도달해가는듯 숨가쁘게 그녀의

 몸속 깊숙히 돌진해 들어왔고,

 지영은 연분홍빛조명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는 침대위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육신을 뒤틀면서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저도 모르게 울부짖듯이 내질렀고,

 얼마 후 두 사람의 길고 긴 정사는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

 

 언제나처럼 수범의 탁자위의 냉수를 한컵 들이키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영은 아직도 부끄러운 듯 하얀 시트를 끌어당겨서 몸을 가렸다.

 모텔 방의 좁은 공간 속으로 3 번이나 되는 격렬한 정사 뒤의

 유난스런 땀냄새와 정액의 비린내음이 느껴지고 있었고,

 천장위로 타고 올라가는 담배 연기가 정사의 여운을 애틋하게

 남기고 있었다.

 

 보통 두사람의 관계는 지영의 원룸안에서 이루어지곤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잠실까지 날아가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나서는

 소주방에서 좀 과하게 술을 마시고 나서 바로 근처 모텔로

 들어와버렸던 것이었다.

 

 이렇게 여관방에서 가지는 섹스는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을만큼

 드문 일 이었는데

 그때마다 지영은 웬지모를 부끄러움과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마치도 한적한 국도변가에 차안에서 가져보는 그것처럼......

 아무래도 집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모텔방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3 류 소설속 배경공간 같은 음침한 뉘앙스는 아직까지도

 잘 적응이 되지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오빠! 오늘 무슨 일 있어?"

 

 사루비아 빛 벽지로 치장을 해놓은 천장을 향해 둔탁하게 피어

 오르는 담배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영이 궁금증을

 못 참겠다는 듯 불쑥 물어오자

 수범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일? 무슨일?"

 

  "아... 오늘따라, 좀...... 이상해서"

 

 그렇게 물어본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고 수치스러운 듯 지영은

 남자에게 기댔던 몸을 돌려서 천장쪽으로 바로 누웠다.

 여자의 쇄골 언저리에는 아직도 뜨거운 땀방울들이 매달리듯

 고여 있었다.

 천장 구석쪽의 벽지부분에 번져있는 짙은 얼룩이 기분을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뭐야? 촌스럽게......"

 

  "그게 아니라, 아까 오빠 넘 무서웠어"

 

  "무서워? 왜?"

 

 수범은 담배재를 부벼끄면서 능청스럽게 되받아왔다.

 

  "며칠 굶은 호랑이 같았단 말이야."

 

  "후후 맞아, 지영이 너때문에 반년은 굶은 것 같다"

 

  "피이 말도 안돼!"

 

 지영이 보조개가 이쁘게 박힌 입술을 의식적으로 삐죽거렸지만,

 그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보통의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두 사람은 사흘이 멀다하고서 관계를 가져왔었는데,

 나중에 와서는 선남선녀의 욕구 해소나 애정표현의 극단적인

 표출이라는 숨막히는 섹스가 아닌,

 그저 그런 밋밋하면서도 의식적인 결합으로 이어져오곤 했었는데

 그것도 지영이 새로이 취직을 하면서부터는

 서로의 시간대가 잘 맞지를 않아서 만난다 해도 차를 마신다거나

 식사나 할 정도의 꽉 짜인 시간적인 프레스 속에서 지내왔던게

 사실이었다.

 

 마침 오늘은 수범이 비번인 날인지라, 지영도 사무실에 어거지로

 시간을 내서 같이 야구도 관람하고 저녁을 겸한 술자리도 함께

 하고서 이렇게 지금의 침대 위에까지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수범도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그 자신도 사실은 아까의

 한시간에 가까운 관계 중에서 하마터면 놀라 자지러질것만 같은

 쇼크에 몇번이나 빠졌던 터라 그 당시의 긴장감이 여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섹스를 하면 할 수록 자꾸만 지영의 표정위로 그 여자......

 유진의 육감적인 페이스가 오버랩되어 그의 뇌리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처음엔 저녁에 마신 알콜이 과했나 싶었는데 두번째의 섹스에서도

 또다시 유진의 얼굴과 그 육감적인 나신이 마치도 망령처럼

 피어오르자 수범은 탈출하려는 심정으로 더더욱 심하게 지영의

 육신을 압박해댔던 것이다.

 어쩌면 지영도 여자 특유의 샤프한 육감은 차지하고서라도

 5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넘어오면서 덮이고 덮힌 정분과

 서로에 대한 감정섭렵으로 지금의 수범의 상태를 어떻게든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비밀로 해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작은 식품공장을 수십년째 다니다가 얼마전에 정년퇴직을 하신

 아버지도 언제가 포장마차속에서 그런 말을 하셨다.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들이랑 잠자리를 하거나 연애를 하더라도

 설령 와이프가 알아차렸다손 치더라도 무조건 부정을 해야만

 하고 감추어야 한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와 결국 서로의 자존심을 위하는 길이라는......

 여자는 눈앞에 벌어진 명백한 증거를 보고서도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그것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리석은

 내면이 있다고도 하셨다.

 그러고 보면 여자는 어쩌면 애틋하면서도 가여운 존재라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범의 입가에 야릇한 웃음이

 번져 흘렀다.

 

 욕실에서 어느새 샤워를 하고 나온 지영은 긴 타올로 몸을

 감고서 침대 가장자리에 힘없이 앉았다.

 

  "오빠...... 나 지금 직장 그만 둘까 봐"

 

  "뭐? 갑자기 직장은 왜......"

 

 지영의 드러난 어깨선위로 하얀 김이 아스라히 피어오르는 것이

 시선에 비쳐들자 괜스리 욕정이 또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지금 하는 일이 나하고 잘 맞지를 않아 힘들기도 하고......"

 

  "허 참. 이 아가씨가 무슨 복에 겨운 소리를 다하네.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한다는 I T 업체라며?

  요즘 그만큼 좋은데가 어딨어?"

 

  "그래두......"

 

  "참 거기서 지영이가 하는 일이 뭐랬지?"

 

 이 질문은 이번이 정확히 세번째다.

 그때마다 지영은 그냥 일반 사무직이라고 애써 태연한 듯

 둘러대곤 했는데, 아마도 수범은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듯 또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오빤 너무해! 아무튼 나한테는 관심이 없다니깐......"

 

  "내가 왜?"

 

 수범은 침대에서 일어나다만 엉거주춤한 포즈로 미니냉장고

 문을 휙 열어보았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처럼 캔 녹차와 믹스 커피 봉지가

 2 개씩 세트로 있을 뿐 거의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항상 이런식이야. 내가 지금 회사에서 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같은 질문을 만날때마다 하고, 아무튼 요즘 좀 이상해"

 

  "내가 그랬나?"

 

  "나 요즘 너무 힘들단 말이야. 청주... 집에서 엄마도 많이 아프......"

 

 말을 하다 말고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해서는 안될 금기와도 같은 말이었지만,

 복잡한 감정의 뒤섞임속에서 지영은 저도 모르게 거기에까지

 내뱉고는 그만 삼켜 버렸다.

 2 년 전인가......같은 문제로 두사람은 다투다가 근 6개월 가까이

 결별과도 같은 냉전상태에 빠지기도 한 위험까지 겪었던 터였기

 때문에, 지영도 이런 이야기...고향집에서 결혼을 서두른다는 둥

 엄마가 아프다는 둥 하는 말은 좀처럼 꺼내지를 않고서 피해

 왔었는데 오늘따라 이상스럽게도 참을성을 잃고서 허둥대고

 있었던 것이다.

 지영은 본능적으로 사내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말 없는 남자의 무표정한 옆모습은 역시 무섭게만 느껴져왔다.

 

  "......"

 

  "미안해......"

 

 뜻밖이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수범은 얼굴을 돌려서는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영에게로 다가섰다.

 

  "내가 미안해. 정말...... 이 말 밖에는...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 지영이 네 맘 다 알고 있어"

 

  "오, 오빠......"

 

 사내는 지영이 붉게 상기된 뺨을 조심스럽게 움켜잡더니,

 입술을 촉촉히 포개어갔다.

 어느새 지영의 까만 눈망울속으로는 투명한 이슬이 맺혀들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실타래 같은 감정들은 밤 깊은 겨울바다

 수놓인 캔버스 수채화처럼 풀어 헤쳐내려가고 있었다.

 촉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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