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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41
작성일 : 19-11-06 11:36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19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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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의 주인은 아내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마동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영역 속으로 사라졌다. 비는 세차고 줄기차게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마동은 카페주인의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카페주인의 착각이라고 하더라도 마동은 사실로 받아들였다. 지금 밖에 쏟아지고 있는 비에도 누린내가 스며들어 있었다. 마동은 그걸 알고 있었다. 이제 장군이가 말한 무서운 그것이 이 세계를 덮칠 것이다.

  커피를 세잔이나 마셔서 그런지 약간의 헛구역질이 났다. 그렇지만 참을 만 했다. 시간을 보니 마동은 카페에서 세시간정도 앉아있었다. 시간은 거역할 수 없는 명제를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늘 비슷한 모습으로 시간은 존재해있었고 지금의 시간은 뒤로 밀어내면서 앞으로 가고 있다. 시간은 달을 불러냈고 달은 어두운 곳의 물방울을 대지위에 고스란히 내려 보냈다. 그 사이에 인간들이 서 있었고 시간이라는 관념은 이 모든 것을 움직이게 했다. 오로지 인간만이 그것을 부정하거나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군부대가 와서 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매직서커스 유랑단이 와서 재주를 부린다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꾸준하고 끊임없이 전진할 뿐이다. 나아가는 시간에 발을 디디고 같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발 빠르게 가는 시간에 이기려들면 자신만 손해를 볼 뿐이다.

  마동은 그런 시간의 길에 발을 디디고 자신을 버려가면서 걷다보니 가고자 하는 길에서 한참 벗어나서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늦었다. 이젠 뒤돌아서서 물릴 수도 없었다. 벗어난 길이지만 그 길에서 꾸준히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마동의 시계는 정직하게 돌아가고 있다기보다는 진실 되게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다.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마동은 잘 알지 못했지만 정직한 시간의 길에서 마동은 확실하게 조금씩 조금씩 이탈해가고 있었다. 카페에서 세 시간이 흘러간 시간에 비해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앉아있는 십 분이 훨씬 길게 느껴졌다. 시간의 연속성은 의식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졌다.

  이제 집으로 가자. 마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산을 뚫고 비가 들어올 것만 같았다. 두두둑하는 소리는 이 세계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억지로 만들어낸 효과음처럼 우산 밑으로 빗소리는 굉장하게 울려 퍼졌다. 마동은 어젯밤의 보들레르의 시를 다시 보기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들이붓듯 쏟아지는 비 때문에 편의점역시 점원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점원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 마동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런 폭우 속에 뭘 살 것이 있다고 편의점까지 왔지? 하는 귀찮아 표정을 지으며 마동을 바라보았다.

  마동은 와인코너로 가서 어제의 ‘레테’를 다시 한 번 읽어 보려했다. 하지만 와인코너에 붙어있던 시를 프린트 한 종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편의점 점원에게 다가가 이곳에 붙어있던, 시가 적힌 종이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려다가 점원의 불편한 표정을 한 얼굴을 보고 불쾌한 모습으로 바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시 따위는 휴대전화로 검색이 가능한데 굳이 편의점까지 와서 종이를 찾는다며 점원은 마동을 구박할지도 모른다.

  보들레르의 시가 사라져버리자 편의점의 수많은 물품은 생명을 잃어버린 건초더미처럼 보였다. 마동은 길 잃은 아이처럼 어떤 물품을 집어 들어야 할지 몰라서 서성 거렸다. 보들레르의 시가 사라짐과 동시에 하나의 물품을 고르는데 우왕좌왕했다. 껌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고 면도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마동의 사고역시 단절되어 버렸다. 마동과 편의점의 물품들 사이에는 여러 개의 공백이 아무런 색도 없이 들어차서 어떤 색이 입혀져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마동은 그 중에서 구석에 있는 일회용 칫솔세트를 집어 들었다. 휴대용으로 칫솔은 작은 곽안에 들어가 있었고 칫솔모도 작고 부드러웠다. 작은 치약도 들어있었는데 계면활성화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계면활성제의 역할은 한 마디로 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하는 것이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아야 조화로운 것인데 비교적 섞이게 하는 물질이 있다는 것은 균형을 깨는 일이 아닐까. 잘 알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마동은 계면활성화라는 활자가 보이는 휴대용 칫솔세트를 구입하여 들고 나왔다. 마동은 는개에게 열쇠를 줬으니 후에 자신이 사라진 뒤에 집에 온다면 이 휴대용 칫솔세트는 는개를 위해 구입했다는 메모를 볼 것이다. 는개에게 무엇이라도 하나 선물하고 싶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그녀는 맛없는 와인을 맛있게 마실 줄 아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여성이고 비교적 작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여자이니까 말이다. 마동은 는개를 생각하면서 계산을 하고 빗속을 뚫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동안 마동은 얼굴을 제외하고 전부 비에 젖었다. 비는 분명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지만 적시는 대상의 정의를 두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온 후 욕실에서 천천히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을 틀어서 물줄기를 하체에서부터 천천히 몸에 뿌렸다. 뇌수독룡의 진액이 묻어있는 것 같은 다리와 발을 먼저 꼼꼼하게 씻었다. 그리고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나머지 부분에 비누칠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 샤워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 침착하고 세세하게 샤워를 했다. 비누거품을 내어 몸을 문지르는 행위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적어도 그동안 마동에게는 그랬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서 비누거품을 잔뜩 내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몸을 문질러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어쩌면 그동안 쉼 없이 달리면서 땀을 배출시켰는지도 몰랐다. 진지한 샤워가 어울리는 것은 하루 종일 일만하고 들어와서 비누칠을 할 때보다 한 시간을 달려 땀을 잔뜩 흘린 후 하는 샤워였다. 질적으로 충만한 샤워라고 할 수 있었다. 기이하지만 분명 그러했다.

  마동은 욕실의 거울 앞에서 투명해진 자신을 뜯어보았다. 여름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가 보였고 쇄골이 드러났고 발달된 가슴근육이 눈앞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몸의 선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한순간에 타고 나는 것이 아니었다. 신체의 균형은 몸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한 것이다. 신체의 균형을 잡기위해 꾸준하게 달려왔다. 얼굴을 거울 가까이대고 성애가 끼어버린 거울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변이가 찾아오기 전의 마동의 얼굴이 거울 속에 있었다.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듯 마동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더 이상 사라 발렌샤 얀시엔도 보이지 않았고 소피의 모습도, 분홍간호사의 얼굴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떠한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조금의 누린내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동으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이 자신의 얼굴인지, 감기로 인해 변해버린 또 다른 자신의 얼굴인지, 마동자신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거울 속에 있는 상이 ‘나’라고 하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니 분명 거울 저 편의 나는 변이한 나 자신일지도 몰랐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를 이어 내 몸에 내려온 유전자의 원형질이 억압이라는 것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어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지금 다가오는 무서움의 결정체는 사람들의 의지로 제어가 불가능 한 것이다. 오로지 마동 자신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순간 F6F헬켓 한대의 무게에 달하는 책임감이 마동의 어깨를 짓눌렀다. 거울 속의 마동은 희미해져서 인지 마동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거울 속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또렷하고 강하게 보였다.

  거울 속의 사물은 회사의 사무실에 있는 사물과는 달랐다. 오너의 사무실에서 물품들이 가득 안고 있었던 관념들은 거울 속에 비치는 욕실의 모습에는 배제되어 있었다. 권태라든가 단순함 등이 싹 빠져버린 모습만 가득했다. 완벽한 모습이었다. 단지 거울에 자신의 모습만 조금 투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비누거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의 공백이 다시 찾아왔다. 찾아온 공백의 덩어리에 상실감이 틀에 맞는 조립품처럼 들어와서 그 공백을 매웠다. 물줄기가 또르르 떨어지는 곳에는 큰 공백과 상실감이 나란히 서서 마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동은 그들과 타협점을 찾기 싫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공백은 마동의 마음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백화점에서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가 허무의 공백에 하염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상실감이었다. 마동은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처럼 울 수는 없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린다면 그대로 일어나서 는개를 찾아갈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울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몸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 바짝 마를 수 있도록 눈물을 짜내고 싶었다.

  저녁이 되었다. 이제 정리는 거의 끝났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남은 것은 는개가 알아서 할 것이다. 소피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넣었다. 소피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었다. 마동은 소피와 만나기로 하고 그녀가 도착하면 만날 수 있는 날과 장소를 연락해달라며 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알려준 폰 번호는 는개의 번호였다. 는개가 소피에게 잘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가슴수술비도 부담되지 않게,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잘 전달될 것이다. 는개에게 건네 준 작은 상자 속에 모든 것을 잘 적어놨으니 그녀는 침착하게 잘 해낼 것이다. 마동은 확신했다. 하찮은 현실 속에서 는개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설령 여기가 이곳이 현실의 끝이라고 해도-축복받은 것이다.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마동은 고개를 한 번 힘 있게 끄덕였다.

  아주 진지하게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마동은 는개가 더욱 심하게 보고 싶었다. 는개의 얼굴에 눈에 아른거렸다. 후각적으로 보고 싶었다. 는개를 향한 의식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체취를 맡고 싶었고 촉각적으로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는개를 향한 의식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체취를 맡고 싶었고 촉각적으로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그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잡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작고 부드러운 긴 손가락, 정갈한 손톱과 는개스러운 매니큐어를 마동을 떠 올렸다. 는개의 손을 잡고 냉정하지만 따뜻한 는개의 손바닥의 세계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은 늘 큰 법이다. 그녀는 마동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해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마동은 가슴에 손을 올렸다. 미미한 작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럴수록 그녀의 말투와 그녀의 눈빛, 그녀의 귀와 목선과 마른 등이 떠올랐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보다 근원적으로 신비한 눈빛을 지니고 있는 는개의 눈을 다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속이 아닌 사실의 눈빛을 하고 있는 는개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녀의 포니테일, 포니테일의 머리가 풀리는 순간과 엎드렸을 때 엉덩이 그리고 엉덩이를 타고 오르는 허리까지의 선, 엉덩이와 허리 사이의 볼록한 부분을 쓰다듬던 자신의 손길을 마동은 떠올렸다. 는개는 그 부분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서 그녀의 허리 밑 볼록한 부분을 만질 때의 생생한 감촉을 떠올렸다.

  는개도 내가 사라지고 나면 상실이 찾아올까. 그녀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하니 폭주한 기관차처럼 끝도 없었다. 는개를 의식 할 때마다 그녀가 마치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저 왔어요, 당신 샤워를 했군요,라고 말을 하며 나를 끌어안는다. 는개의 기분 좋은 향을 맡는다.

  마동은 눈을 감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생각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는개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일은 지구 반대편의 일처럼 멀게 만 느껴졌다. 상실감의 끝으로 생각의 끈이 다가갈수록 무력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관절의 나사가 하나하나씩 전부 풀리듯, 몸이 조각으로 분리가 되는 허무가 조금씩 찾아왔다.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분해가 되어 본드로도 다시 붙일 수 없었다.

  어째서 는개에 대한 갈증이 이토록 드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내 자의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마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정확하게 그녀를 향하고 있는 마동의 촉에 대해서 설명 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는개는 마동을 보면 언제나 웃어 주었다. 그녀는 참을성 있게 마동을 기다리며 꾸준하게 하루를 쌓아가듯 웃음을 보여줬다. 는개의 웃음 속에는 신뢰라든가 믿음이 깔려있었다. 타인에게 향하는 적당한 친절이 배인 경멸 섞인 웃음이 아니었다. 마동에게 많이 웃어주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없었다. 그것은 마동이 타인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마동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것인지 웃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시점의 한 순간부터 웃지 않게 되었다. 웃음을 보이지 않는 인간에게 언제나 웃어주는 사람은 세상에 드물다. 는개가 웃으면 그레이스 켈리보다 더 환하게 보였다. 누군가 웃어준다,라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며 생활하지 않았다. 웃음에 대한 마동이 만든 벽은 두터웠고 너무나 단단해서 포클레인으로도 어림도 없었다.

  그 런 데.

  지금 그녀를 떠올리면, 는개를 생각하면 할수록 상실의 공백이 조금씩 매워졌다. 그녀의 웃음을 떠올리고 그녀의 언어를 떠올렸다. 포클레인으로도 꿈쩍 않던 마동의 탄탄하고 두터운 시멘트벽이 용암에 흘러내리듯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혼란스러울 만큼 신기한 일이고, 놀라운 현상이라고 마동은 생각이 들었다. 양철로봇의 텅 비어 있던 곳이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지듯 는개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분명 그러한 매력적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백이 는개의 웃음으로 서서히 채워져 갔다. 마동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녀의 작은 마음이 물처럼 흘렀다. 마동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거실에 서서 쏟아지는 비를 보며 는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상실의 공백이 조금씩 매워지면서 마동의 입술이 초승달처럼 움직였다. 그녀를 떠올리면 미소는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되었다. 는개의 얼굴을 떠올리면 시간이 퇴보해가는 느낌도 들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이제 곧 닥치는 위화감에 벗어나게 만들었다. 그녀의 미소는 그런 것이다.

  거실의 창문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뉴스의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연일 일어나는 사건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에 대해서 갖가지 추측을 했다. 억측이 난무했고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의미 없는 말을 하늘에 대고 내뱉었다. 천둥을 동반한 마른번개가 크게 한 번 내리쳤다. 자동차 안에서 들리는, 앞 차를 쿵 박았을 때 소리만큼 굉장히 큰 소리의 번개였다. 아파트의 거실이 울릴 정도로 컸다. 또 한 번의 누린내가 거실 안으로 몰려왔다. 영화 속에서 녹색의 연기가 주인공의 콧속으로 훅 빨려 들어오듯 거실로 누린내가 들어찼다. 마동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열이 올라왔다.

  지금 거울에 얼굴을 비쳐본다면 어제처럼 실핏줄이 파랗게 드러나 있을 것이다. 눈이 아파왔다. 아픔은 점점 크게 다가와 고통스러웠다. 철탑인간에게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픔은 조금씩 부풀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구토가 올라왔고 마동은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얼굴을 묻고 토악질을 했다. 커피의 향이 거북하게 올라왔고 약간의 위액이 기도를 통해 입으로 흘러나오려 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카페의 주인이 오래전 쏟아지던 빗속에서 지렁이 수천마리에 갇혀 두려움 때문에 심장의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마동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천공의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다. 누린내가 강하게 났다. 하나의 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누린내가 아니었다. 이건 카페주인이 경험했던 수천수만, 목 없는 사람들이 서로 몸을 뒤섞으며 내는 누린내였다. 누린내는 하나의 큰 구를 만들었다. 한꺼번에 큰 공 같은 구를 퍽하며 터트려 터져 나오는 냄새처럼 독하고 역겨웠다. 마동은 욕실의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손으로 수도꼭지를 만지는데 손끝으로 전해지는 수도꼭지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마동은 수도꼭지를 만졌던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이 손바닥은 내 손바닥이 아니다.

  마동은 고개를 들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거울 속의 세계와 마동이 서 있는 세계는 온도의 차이가 있었다. 거울 속에는 냉기서린 서늘한 공간이 존재했고 그 공간에서 미약한 모습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마동 자신이 있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그저 차가운 세게 속에서 알 수 없는 생물체가 나와 마주대하고 서 있을 뿐이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자신의 모습은 인간생명체의 모습과는 다른 하나의 물체라고 불릴만했다. 물체라고 불릴만한 또 다른 자신이 마동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 있는 마동의 그림자가 빠져나가 거울 속에서 또 하나의 상을 만들어냈다. 마동을 노려보고 있는, 온도가 차가운 거울 속 초자아의 머리위에는 동그랗게 돌아가는 빛의 띠가 눈에 띄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류 형사가 목격자에게서 들은 괴수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것이 쳐다보는 눈빛은 불사의 시간을 건너뛰고 마동을 따라온 너구리의 눈빛과 다름없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거울 속의 마동은 어떤 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밤과 낮의 교차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마동은 거울 속의 자신의 또 다른 변이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동은 거울 속 자신의 변이체와 이제 완전하게 합일되는 모습을 떠올리고 그 나름대로의 모습도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마동 자신은 그대로 체제가 형성되면 완성체의 형체를 지님과 동시에 마동은 변이체에 집적되어서 모든 것이 흡수되고 잠식될 것이다. 마동은 받아들인 자신의 변이체를 데리고 의도했던 세계로 가버린다. 그리고 나면 다가오는 무서운 저것은 그저 비만 뿌리고 사라질 것이다. 남아있는 이곳은 조화와 균형의 패턴을 이어가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슈베르트의 숭어의 한 장면 같은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 세계를 떠나서 저 먼 끈적끈적한 어둠의 세계에서 시력과 의식을 잃어가며 무의식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세계는 춥고 황량하고 땅바닥은 너무 딱딱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는개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고 어둠의 세계가 무서웠다. 하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시력이 사라지고 나면 몇 달 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일 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 그것대로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삶에 적응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팔 한 쪽이 없는 사람이 음식도 잘 만들고 운전이 가능하며 달리기도 문제없는 것처럼.

  마동은 자신의 변이를 삶의 한부분이라 여기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괴수 같은 마동의 변이체는 액체 같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허물렁 거리는 액체가 되어서 마동과 대면하고 있었다. 마동이 팔을 들어 올리니 거울 속의 액체도 팔을 들어 올렸다. 마동은 이제 더 이상 거울 속에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투명한 물처럼 마동의 모습은 반사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반사물체에도 리플렉션되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팔을 들고 있는 액체는 마치 환멸이 뭉쳐져서 덩어리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멸덩어리는 말랑한 젤리와 흡사한 소름끼치는 모습을 하고 마동을 따라했다. 마동은 팔을 내렸다. 거울 속의 환멸덩어리도 팔을 따라서 내렸다. 거울 속의 모습은 마동의 과오가 만들어낸 피붙이의 허상이 자아낸 환멸덩어리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거울 속의 또 다른 마동 자신은 실체였다.

  “넌 왜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거지!” 마동은 거울을 향해 큰 소리를 쳤다. 흐물흐물 거리던 액체를 향해 마동은 소리를 지른 후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거울 속의 액체는 마동의 움직임에 따라서 움직이다가 액체는 서서히 연기가 피어올라 기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기체로 바뀜과 동시에 누린내를 욕실 안에 진동시켰다. 기체는 거울 속에서 성난 파도처럼 움직임이 격렬했다. 기체는 거울 속을 빠져나오려는 듯 좌우로 휘몰아쳐가며 거울의 모서리에 부딪쳤다. 기체가 거울의 가장자리에 부딪힐 때마다 하얀 젤리처럼 생긴 기체의 몸은 일그러졌다.

  거울은 기체의 격렬한 움직임에 깨지려고 부르르 떨렸다. 기체는 거울 속에서 심하게 요동을 치고서는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리고 기체는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형상은 또렷해지더니 는개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거울 속에서 마동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동의 내재적 갈등은 폭풍처럼 거칠어졌으며 는개는 실체가 아니었음에도 거울을 향해 마동은 그녀가 내민 손을 잡으려 했다. 는개는 거울 속에서 아름다운 나체를 전부 드러낸 채 마동에게 손을 뻗어 마동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거울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은 하얀 젤리로 붙어있었다. 는개를 향해 손을 뻗은 마동의 손은 전혀 자신의 손 같지 않았다. 마동의 팔에 붙어있는 묵직한 돌멩이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손이라기보다는 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마동은 돌멩이 같은 손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거울 속의 그녀를 보았다. 눈앞에 는개가 있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동자도 젤리로 변하고 코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얼굴의 형상은 알아 볼 수 없게 변해 버렸다. 입은 크게 벌어지고 벌어진 입은 초콜릿공장이 녹아내리듯 허물어졌다. 허물어져 내리던 는개의 벌어진 입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울 밖으로 상당한 누린내가 풍겨왔다. 연기를 뿜어내던 입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젤리 같은 그것이 송곳니를 만들어냈고 지저분하고 먹이를 노려보는 짐승의 거친 숨소리까지 냈다. 눈동자는 인간의 눈동자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곧 피를 흘릴 것처럼 눈알이 빨갛게 피가 고여 있었다. 거울 속에서 나오려는 듯 으르렁 거리며 마동을 향해 거울을 계속 내리쳤다. 거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 깨질 것 같았다. 환희에 찬 짐승의 모습을 한 그것의 머리 주위에는 하얀 빛의 띠가 헤일로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마동은 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가만히 내버려 둬!”라며 자신의 손처럼 느껴지지 않는, 돌멩이 같은 손으로 거울을 깨트렸다. 거울은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거미줄 같은 모양새로 조각이 났다. 그 중 몇 개의 조각은 세면대로 떨어지면서 또 다른 조각을 만들어냈다. 거미줄처럼 갈라져 깨진 거울 속에는 여러 개의 마동의 모습이 보였다. 조각난 거울에 비친 마동의 얼굴에 파란 실핏줄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개로 조각난 거울 속에 비친 마동의 눈동자는 모두 다른 색을 띄고 있었다. 마동은 거울을 주먹으로 내리쳐 깨트렸지만 손에는 피는 흐르지 않았다. 주먹을 쥔 손가락의 살갗은 거울에 찢어져 살점이 벌어졌고 그 속의 속살이 드러났지만 피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자”라고 마동은 아무런 뜻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동은 더 이상 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거실로 나와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거세게 내리던 비는 조용하고 고요하게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6일째저녁]

  고요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대기는 멎어 버린 듯했다. 정의 할 수 없는 대기는 숨쉬기 어려울 만큼의 열기가 가득했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세상을 삼키려고 거세게 내리던 비는 고요해져서 말 잘 듣는 어린 아이처럼 착하고 침착하게 내리고 있었다. 멀쩡한 여름밤을 보는 것은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마른번개가 떨어지는 어둠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그동안 여러 기억의 집적이 굴절되어 찰나를 통해서 지나쳤다.

  지금 감정은 지나친 위화감일까.

  위화감은 찰나로 지나쳤고 외로움이 몰려왔다. 외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다. 지금 순간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최대한 머릿속에 각인하려 했다. 마동은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온 한 구절을 생각했다.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려 먼지조차 화석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죽음을 떠올렸다. 많은 고대인들이 죽을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죽음을 맞이했다. 많은 병을 고친 뒤에 스스로 병에 걸려 죽은 히포크라테스를 떠올렸다. 늘 있는 일처럼 전 세계의 대도시를 파괴하고, 점령하고, 몇 십만이나 되는 대군과 기병대를 처참하게 살육한 시저나 알렉산더는 죽지 않을 줄 알았지만 죽음은 그들도 삼켰다. 하루 종일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물로 배를 채우며 밤낮가리지 않고 사색과 연구를 하다 흙으로 몸을 꽁꽁 칠 한 채 죽어간 고대철학자를 떠올렸고 원자론에 바탕을 둔 철학사상을 펼치다 죽어간 데모크리토스를 떠올렸다. 철학적인 글을 쓰지 않았다는, 만화의 등장인물처럼 생긴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떠올렸다. 그들의 죽음과 지금의 죽음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길이 없다. 죽고 난 후의 세계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토록 머뭇거려 온 수많은 세월들을 생각해 보라. 신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구원의 기회를 주어 왔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 기회를 흘러버렸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당신 자신도 그 일부분인 우주의 본질을, 당신 자신도 그 발산물의 하나인 우주의 지배자의 본질을, 이제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밝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다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당신도 흘러가 버려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 자신의 본질은 어떤 것인가? 거대한 우주와 그 속의 극히 작은 일부분인 나 자신은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라. 그리고 당신 자신이 그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자연에 일치하는 당신의 말과 행동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결국 죽음이란 자연적인 현상이며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마동은 자신이 우주의 미미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이제 미미한 존재에서 벗어나 균형을 바로잡을 때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하는 행동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마동은 방파제에 나왔다. 방파제에서 보이는 등대는 옛 연인처럼 언제나 그곳에 우뚝 선채로 등대의 불빛을 쏘아대고 있지만 그 빛이 멀리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름의 방파제는 전문 낚시꾼들로 가득해야했지만 하늘에서 연일 검은 비만 뿌려대고 있어서 낚시꾼들은 투덜거리며 방파제를 모두 떠났다. 다른 소일꺼리에 시간을 소모하고 있어서 인지 비가와도 늘 보이던 한 두 명의 조인도 보이지 않았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가 오고 있음에도 방파제가 끝나는 부분, 해안의 등대로 이어지는 절벽 밑에는 해녀물질을 하여 해산물을 건져 올려서 낚시꾼들과 관광객에게 그 자리에서 썰어 판매하는 해녀가 보였다. 해녀 옆에는 우산을 쓴 구청직원으로 보이는 정장차림의 두 남자가 해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오늘은 등대에 올라오는 관광객이 없어요, 하는 말이 들렸다. 해녀는 구청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구청직원은 어서 철수하라는 실랑이가 한창 이었다.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노래처럼 내리는 비 사이에서 마른번개가 떨어졌다. 구청직원들은 비가 지금보다 더 오면 해안은 위험하니 안전문제로 해녀를 데리고 올라가려 했다. 해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건져 올린 해산물은 다 팔고 갈 것이라는 기세였다. 그렇지만 그 기세는 곧 꺾였다. 자꾸 이러시면, 신고도 하지 않고 장사하는 불법영업으로 인해 앞으로 이곳에서 영영 해산물을 팔지 못하게 될 거다,라는 말에 해녀는 짐을 챙겼고, 구청직원들에게 욕을 하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방파제에서 사라지고 나자 그야말로 방파제는 등대의 옅은 불빛과 멀리서 엄습해오는 자줏빛 해무뿐이었다.

  마동은 자신의 몸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임의 느낌을 감지했다.

  어둠의 도트가 서서히 움직이려는 것일까.

  마동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반딧불은 손바닥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아주 아련하고 미미하게 움직였다.

  어쩌면 그녀의 작은 마음일지도 몰라.

  그것이 아니라면 어둠의 도트가 움직이는 것이리라. 감기의 초기증상처럼 불길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 느낌이 무엇이 되었던, 변이가 불완전하게 시작되려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은 이틀째 보이지 않았고 비는 이틀을 쉬지 않고 내렸다. 레인시즌에 내리는 비라고 해도 기분 나쁠 정도로 많이 쏟아졌다. 마동은 그런 날의 지속이 자신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아마도 구름 저 너머에서 달과 태양은 한껏 심술을 부리고 싶어 할지도 몰랐다. 인간은 변덕이 심해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싫어하지만 일주일만 비가 내려 해가 없어져 버리면 불안해하고 강박적으로 탈바꿈해서 태양이 보고 싶다며 기상청에 전화를 수없이 할 것이다. 마동은 이제 태양을 볼일이 없었다. 태양의 자외선을 받으며 피부를 검게 그을려가며 신나게 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방파제의 길을 걸어서 테트라포드에 올라섰다. 방파제에 서서 바라보는 저 먼 바다는 자줏빛 해무로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타협이 없는 자줏빛해무는 어두운 무엇인가가 만들어내는 공간을 이곳으로 몰고 와서 이쪽 세계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큰 줄기의 마른번개가 저 멀리서 바다의 한곳으로 떨어져 내려 꽂혔다. 바다는 고통스럽게 있는 힘을 다해 자신에게 떨어진 마른번개를 받아쳐서 대기로 올려 보냈다. 마른번개가 자아내는 메마른 소리는 주위의 바다를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바다는 죽어버린 호수처럼 검붉고 불안했다. 바다 속의 목 없는 생명체가 유조선의 모습들을 그림에서 지우개로 지우듯 먹어버리려 방파제가 있는 이곳으로 몰려들어 왔다. 가까이 다가오는 해무는 전기스파크처럼 번개의 마찰과 서로 다른 파동의 매질의 경계면을 지나치며 만들어 내는 번쩍거리고 큰 섬광을 뿜었다. 자줏빛해무는 하늘을 마치 가공의 모습으로 뒤바꿔 버리는 듯했다. 인공적인 구름에 인공적인 색을 뿌려 그 속에 새끼 좀벌레들을 집어넣고 그들이 성충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늘은 평소와는 몹시 달랐다.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조금의 후퇴성도 없이 정중한 인사의 냄새를 풍기며 자줏빛해무는 방파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린 시절 깊어진 겨울의 추운 밤, 방에는 작고 미미한 빛을 내는 노란전구가 있었다. 노란전구의 빛은 더 이상 온기도 없었고 밝지도 않아서 쓸모가 없다고 어머니가 버리려 했지만 없으면 허전했다. 그때 허전함은 마음의 허전함이었을까. 노란전구는 온기를 잃어버렸지만 그 빛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씩 차올랐다. 미약한 노란빛은 어딘지 모르게 마동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아, 괜찮아하고 말을 해주었다. 달이 전구를 대신하기 전에는 전구에게서 꽤 많은 의미를 전달받았다. 희미해진 노란빛은 온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마동은 미미하지만 노란빛이 무작정 좋았다. 두 손으로 감싸보아도 노란빛의 전구는 이제 전구라고 할 수 없는 모양새와 빛을 지니게 되어 버렸다. 마동은 온기가 식어버린 노란빛의 전구를 매일매일 바라보며 만졌다. 전구가 지니는 본질적인 면에서 벗어남을 느꼈다. 마동의 불안정한 마음이 안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퇴색한 노란 불빛의 전구덕분에.

  그렇지만 쓸모없어진 노란전구는 미미한 빛과 함께 쓰레기통에 끝내는 버려졌다. 지금은 그때 버려진 퇴색한 노란전구의 빛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지는 몰랐다. 어쩌면 마음의 안정보다 안정에 다가가려는 그 무엇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저 문득 이질적인 하늘을 보니 퇴색된 빛의 노란전구가 떠올랐을 뿐이다.

  마동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자줏빛해무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불러냈다. 자줏빛해무 속에 감춰진 무서운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마동은 두려웠다. 마음이 불안정하고 떨렸다. 아주 맑고 투명한 바다위에서 보트를 타고 있다가 보트가 멈추었을 때 바다 속은 액정 속의 브라운관을 바라보듯 너무 깨끗하다. 깨끗함이 지나치면 서서히 무서움이 다가온다. 바다의 깊이가 눈에 드러나게 된다. 알 수 없는 바다 속이 주는 공포와는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다. 10미터가 넘는 깊이의 바다가 환하게 다 보인다. 그 속은 너무 확실하게 깨끗하여 물고기가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 그런 바다에 빠지는 상상을 한다. 꿈을 배회하듯 물속에서 몇 분을 견디다가 맑고 투명함이라는 것이 서서히 목숨을 앗아 가버린다. 바다가 지니는 일반론의 투명한 차원을 넘어선 깨끗함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예상외로 얼음처럼 차갑다. 차갑고 투명한 날카로움은 가장 먼저 눈을 아찔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뒤로는 ‘혹시’가 조금의 ‘희망’도 무참히 짓밟아 버리고 비현실적이고 무서운 깊이로 나를 끌고 가 버리고 만다. 굉장히 깨끗한 바다 속에는 불사의 너구리가 있었고, 철탑인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존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보이는 저 큰 자줏빛해무가 쉬르리얼리즘사진을 보는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마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초현실사진속의 세계에는 현실에서 유린된 우리의 삶이 아주 잘 가꾸어진 화단의 꽃처럼 보였다. 그 속에는 질서에 의한 가지런한 규정이 아닌 뒤죽박죽인 비규정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마동은 쉼 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모든 것을 끝내고 조화와 균형을 잡기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준비운동은 이미 끝냈다. 수영장에 몸을 던지기만 하면 된다. 자줏빛 해무 속으로 마동은 자신을 집어넣기만 하면 편안한 물속에서 물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유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된 생각을 굳혔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자. 분명 생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마동은 그 희박한 가능성을 잡고 싶었다. 희망과는 다른 ‘가능성’에 손을 내밀었다.

  쿠르릉.

  마치 미카엘과 루시퍼가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천사와 악마가 있다면 누가 이길까. 마동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천사가 이긴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질 수가 없었다. 그것은 왜 일까. 천사는 악마를 이겨야 하고 늘 이겨왔다. 우리는 천사를 당연히 좋아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마동은 천사를 둘러싼 적막감과 천사의 날개가 어깨를 뚫고 나오는 고통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천사의 맑고 깨끗함에 대해서도, 백색의 공포가 주는 충격에 대해서도.

  천사가 악마를 이기는 이면에는 마음 속 여러 감정의 폐허가 악마보다 조금 덜해서 그럴 뿐이다. 애를 써도 천사에 한 표를 던질 수가 없었다. 결국 천사와 악마는 둘 다 연민스러운 존재였다. 누가 이기는지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병아리 암수구별을 해내는 감별사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동은 천사와 악마, 둘 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똑같이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꼭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잘 지느냐 하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순간도 있다. 자기 자신은 반드시 이겨야 할 존재가 아닌 것처럼.

  이어서 마동이 서있는 테트로포드로 불어오는 기이한 공간의 냄새가 났다.

  철탑인간을 떠 올렸다. 손이 세 개, 말할 때마다 쇳가루를 떨어트리던 철탑인간. 그리고 견고한 관능을 지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마동은 생각했다. 철탑인간은 꿈속에서 마동에게 고문을 가했다. 철탑인간이 왜 그토록 마동을 싫어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철탑인간은 본디 인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철탑인간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딱딱하고 무섭게만 보이는 철탑인간을 인간의 생활반경에서 벗어나게 했다. 꿈속에서 만난 철탑인간은 마동에게 고문으로 고통을 줬지만 상당히 자조적이었다. 철탑인간의 얼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마동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줬지만 철탑인간 역시 극장이기를 포기한 텅 빈 층의 건물처럼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고통의 모습에는 억제와 변하지 않는 보류가 서려있었다. 교언영색을 한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인간을 서서히 배제하게 되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언제나 고요했다. 언제나라고 말하지만 딱 한 번이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본 건 며칠 전 한 번뿐이었다. 그리고 지저분한 스크린 속에서 또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런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누구인지 왜 마동에게로 왔는지 궁금하지만 그대로 묻어 둘 수밖에 없었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 후 며칠 동안 낮과 밤의 차이도, 꿈과 현실의 경계도 없는 모호한 여백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는개의 알터에고였을까.

  그것역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마동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동은 철탑인간을 미워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마동은 확실하게 철탑을 좋아하고 있었다.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조깅을 하면 으레 몇 차례는 철탑 밑을 지나쳐야했다. 타인이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철탑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마동은 조깅을 하다가 철탑 밑에서, 철탑의 다리부분에 앉아서 싸늘하고 딱딱하고 두드리면 탕탕 소리가 나는 철탑의 느낌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지내왔다. 철탑은 차갑고 긴 쇠붙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동을 끌어당기는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철탑인간에게 마동은 꿈이지만 고문을 당했다. 그것은 끔찍한 고문이었다. 그럼에도 마동은 철탑은 마동을 미워하지 않았다. 인간은 철탑을 만들어내지 말아야 했을까. 아니다. 철탑은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해야 이 세상은 지극히 ‘보통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해무의 자줏빛은 더욱 검고 기분 나쁘게 변하였다. 검은 자줏빛을 보고 변한 기분은 여러 색이 혼합된 탁한 물감처럼 짙어졌다. 혼탁한 채색이었고 어두운 짙음은 무게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들었고 해무는 더욱 엄격한 얼굴을 하고 인간의 세계를 덮으려 하고 있었다. 섬뜩한 두려움 속에 마동은 서 있었다.

  상상 너머의 맑은 바다 속에 있는 두려움, 능력이라고 불리는 것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는 두려움이 마음 깊은 곳에 꽉꽉 들어차버렸다. 무섭다고 입 밖으로 내 뱉을 수도 없었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또 다른 어둠이 해무 속에 가득했다. 지금 마동은 그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어떠한 정의로도 단정 지을 수 없는 해무가 다가올수록 옅은 비는 다시 굵어졌다. 오늘은 소피가 프로모션으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이런 날씨 속에서 소피는 한국으로 잘 오고 있을까.

  소피는 미국에서 직항으로 한국으로 오지 못하고 몇 군데의 나라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오는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경유한 나라의 공항에서 소피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아시아에서 유독 한국은 보수적인 경향의 시각이 많아서 계약에서의 문제가 발생하여 착오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메시지에 있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성인여배우만 70여명이 있고 그들의 이동에 초도의 물량도 같이 이동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의 이야기도 들어와 있었다. 소피는 마동에게 딜도를 하나 선물하겠다고 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전해주라는 메시지도 들어와 있었다.

  맙소사.

  마동은 작은 편지와 통장이 소피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고 부담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파제에 나오기 전에 잠을 자고 밥을 먹었던 집의 거실을 둘러보았다. 마동이 있었을 때의 거실공간은, 마동이 없어져버리고 난 후의 거실의 공간도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일 것이다.

  남겨진 내 관념의 흔적들은 거실의 공간에 얼마동안 남아있을까. 누군가가 이집에 들어온다면 그 이전에 살던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궁금해 할까.

  마동은 주거지를 훼손시키면서 살아가는 인간은 아니기에 마동이 떠나고 이후에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이전에 살던 사람에 대해서 나쁘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 마동은 자신이 사라지고 나면 는개가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의 체취를 그녀가 조금 더 기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동은 이내 고개를 힘 있게 흔들었다.

  하지만 는개가 나에게 얽매여 있는 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 것을 길게 생각하고 있자니 마음의 상실이 지구 핵에 닿을 만큼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마동은 또 다시 그녀를 생각했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흔들었다. 자꾸 는개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녀를 떠올릴수록 마음의 결락만 커져갔고 그러다가 마동 자신도 모르게 등을 돌려 인간의 세계로 들어가서 혼한(昏漢)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그렇지만 이제 와서 방법에 대해서 좋고 나쁘고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어둠의 도트의 움직임이 미궁처럼 유동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물수제비처럼 번져갔다. 어둠의 도트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마음 속 그녀의 작은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는개의 마음은 약했고 온전하게 가질 수도 닿을 수도 없는 아주 먼 곳에 있었다. 그녀의 작은 마음은 구름처럼, 물처럼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지만 어둠의 도트가 세력을 확장해감에 따라 만지면 없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지는 그런 회색빛 토성으로 변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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