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과장님 저 들어가요”
“응 애인아 연차는 잘 쉬었냐? 야이씨 나는 원장 등쌀에 못 살겄다..”
“..네 모 똑같죠”
“근데 무슨 일이야”
.
.
‘모른 척을 하는건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건지…’
“결이 그만둔다고 했다면서요?”
“아 응….그것 때문에 나도 골치아파 죽겠다…”
“어떻하시게요?”
“뭘 어떻게해? 그만둔다는데….애인아 나 결이랑 이야기 존나 했어….”
‘대체 당신이 존나했다는 그 기준은 모냐?’
역시 생각했던대로 과장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냥 나가는 사람…..
그리고 또 구하면 되는 사람…
그게 다다….
.
.
“과장님 결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만두는건지 알고계시죠?”
“다른 병원에서 월급 더 준다고 했다면서”
“네”
“그래서 결이한테 월급 더 올려주라고? 그걸 원장이 들을거같냐?”
‘이 새끼는 첨부터 아예 그럴 생각이 없다….동료애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쓰레기…’
“이번에 저 이 병원에서 일한지 만으로 이제 7년째올라가요.. 그리고..그동안 저 월급 겨우 15만원 올려주셨구요”
“………………………”
“이번에 연봉 인상 설마 없진 않겠죠?”
“………………………….”
사실 내가 과장한테 이렇게 전투적일 필요는 없다….
만약에 내가 필요하다면 원장한테 직접 가서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직에는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 서열도 중요했다…
과장이 말이 안 통한다고 원장한테 쪼르르달려가 내 이야기를 어필한다는 것은
과장을 무시하는 거고 나 또한 그들과 별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일 것이다….
이것은….내 나름대로의 과장에 대한 존중 그리고 배려였다
“그래서 애인아 결론이 모야…. 난 너랑 이야기하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또 나왔다….뭘 맨날 모른다고 하냐….들을 생각이 없으니까 모르는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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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창 모잘라….알바를 구인해 일을 할 때도
알바한테는 일당 13만원을 전부 챙겨주더니
결이나 내가 쉬지도 못하고 추가근무를 하면서 개고생을 할 때는
무슨 말도 안되는 7만원도 안되는 급여를 입금해주면서도…..
무슨 노동법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이를 합리화하기 급급했다…
그래도 너네가 오래 일을 해서 오천원 더 챙겨주는거라고..
‘이 씨발 누굴 그지새끼로 아나..’
“무슨 말인지 알지??”
“혹시 알바한테는 하루 일당 얼마주세요?”
“13만원”
“결이랑 제가 지금 추가근무해서 하루 일당받는게 7만원이거든요 최저시급도 안되는….”
“……………………”
“이건 무슨 노동법이 적용된건가요?”
“………………………”
그 때 과장은 아무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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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새끼…’
어차피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건 없었다..
무슨 술 주정도 아니고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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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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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이…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만으로는
나의 사람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해본 적도 없고 할 용기조차 가지지 않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이유 따위는 내게 없었고…
우리가 용기를 잃는 순간…그 순간..모든 바램은 무의미해진다.
난 그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을 시작하는 것 뿐이다
그게 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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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생각들이 잘못된걸까?? 너무 융통성이 없는건가??'
난 내가 좋은 사람이여서 옳고 바른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 어떠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을 했을 뿐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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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시….
“여사님 오늘 맥주 한 잔 하실까요?”
여사님은 의외로 나의 고민거리에 대해서 꽤 잘 들어주셔서
간간히 맥주 한 잔을 하곤하는데…
왠지 외롭거나 적적해보이는 모습이 우리 엄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저 층에서 좀 씻고 올게요”
일단 지금은 내 안의 이 무거운 짐을 씻어 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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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이 시간에 누구지? 다 퇴근하고 없을텐데’
“애인아 샤워 다 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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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이랑 같이 저녁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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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오늘은 여사 님이랑 치맥하기로해서요….좀 곤란하네요 다음에 먹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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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 안의 분노에 대한 소심한 표출이였다….
어쩌면 이곳에서 소중한 시간과 인생을 맡기고 자신의 장미 빛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해 책임따위 없는 당신들따위에게 던지는..
하지만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용기는 내게 아직 없었다..
마지막 기회조차 사라져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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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가 하자고 하면 내가 예 알겠습니다 라고….할 줄 알았던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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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원장님한텐 가서 다음에 먹자고 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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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애인아…”
과장이 다시 돌아왔다…
.
.
“애인아 원장한테 어떻게 다음에 먹자고 하냐….”
왠지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비겁한 사람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원장이자 오너에게 할 수 없는 그런 말들…
어쩌면 조금은 편하다고 생각하는 과장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는건 아닌지…
그 사람은 나를 향해 화살을 겨누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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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다해…나도 옆에서 거들어줄게..”
“금방 내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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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사 님과의 약속을 깨기가 미안해 가기 싫다고 하시는 여사님을 억지로 붙잡고 원장과의 저녁자리에 모시고 갔다
사실 저녁약속이라고 하지만 병원 건물 지하 1층의 샤브샤브 집이였고,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그만인 것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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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깡 왔어?”
“………….”
겉으로는 날 반기고 있지만…
분명 속으로는 이 새끼를 어떻게 엿 먹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
.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지내오면서 원장의 성격은 이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원장..과장..나..여사님..
“깡 한 잔 해야지”
“아 네”
.
.
“결이가 그만둔다고 하니까 많이 섭섭하겠어..”
“……………”
“현주도 얼마 전에 그만뒀고”
“………………”
“그래도 항상 깡이 고생해줘서 너무 고마워”
”……………………”
“오늘따라 깡이 말이 별로 없네”
그냥 나는 말없이 술 잔만 들이키고 주고 받았다
궁금했다…
‘정말 모르는걸까….모르는척하는걸까…’
“깡 내가 오너로써 있다보면 참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아…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고”
“……………….”
“그리고 사람들이 퇴사를 할 때마다 상처를 받는거는 항상 나고…”
“…………….”
.
.
‘이 사람 대체 모라고 하는거야…’
난 그런 걸 모르고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라는 것은 분명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올바르게 바꾸는 것 역시 오너의 몫이며 단순히 상처받았다는 것만으로 합리화시키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원장님….”
“……….”
“그럼 제가 조심스럽게 한 말씀들도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