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번 공모전을 주관했던 한국현대미술평론가협회의 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현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성식 기자? 현장 소식 전해 주시죠.”
“예, 여기는 한국현대미술평론가협회 사무실 출입구에 임시로 마련된 기자회견 장입니다. 그 동안 논란이 된 사태에 대해 협회의 수장이 직접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곧 진행될 예정 인데요. 기자회견 장에는 협회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지지자들 수십 명이 뒤섞여서 굉장히 소란스럽습니다. 아! 지금 협회장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일단 들어보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공모전을 주관한 한국현대미술평론가협회 회장 김진규입니다. 우선 최근의 사태로 국민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중심에 저희 협회가 있다는 점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저희 공모전과 협회를 비난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야! 몇 천만 원짜리 작품이 탈락이라는 게 말이 되냐?”
“점수를 공개해라! 공개하라!”
“기자 분들 저것 보세요. 이건 여론이 아니라 선전, 선동입니다. 공모전에 탈락한 그 작가는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저희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대회에서도 수차례 떨어진 적이 있는 이름도 실체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희 미술계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국민여러분! 예술은 인기투표가 아닙니다. 우리 협회는 순수 예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굳건하게 할 일을 할 것이며…….”
김 교수가 회견을 계속하는 동안 누군가 달걀과 밀가루를 연단을 향해 던졌다. 김 교수의 얼굴과 검은색 자켓은 하얀색 밀가루로 범벅이 되었다.
“이게 예술이다!”
“꼰대집단 물러가라!”
회견장에 나와 있던 직원들은 김 교수를 끌어안고 협회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부장님! 아빠는 좀 어떠세요?”
“기자들도 다 가고 이제 좀 쉬고 계셔. 이게 무슨 일이냐?”
“죄송해요. 정말. 아빠 좀 잘 부탁드려요.”
“어, 그래.”
부장과의 통화가 끝나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예! 안녕하세요. 사모님!”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전문가라고 해서 응? 철썩 같이 믿었더니.”
“죄송합니다. 사모님.”
“그림 당장 떼 가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어디 쓰레기 같은 걸 돈 받고 팔아. 갤러리면 다 같은 갤러리야? 이런 되도 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