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를 위해 가지런히 전시된 출품작들을 둘러보던 김 교수는 딸의 갤러리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작품 앞에 멈춰 섰다.
“김 과장! 이 작품 출품자가 누구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원서 찾아보고 방으로 가져와.”
“예! 회장님.”
다음 날 오전, 김 교수는 심사장에 모인 심사위원들을 모아 놓고 인사말을 했다.
“…… 저희 협회 공모전은 인기투표로 작품을 뽑는 행사가 아닙니다. 대중적인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SNS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예술성을 훼손하는 수준 이하의 작품들을 걸러내는 것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
이틀간의 심사가 끝나고 최종 결과가 정리된 공문을 받은 김 교수는 자신이 눈여겨 봐 둔 작품을 찾아 점수를 확인했다. 점수표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8명의 심사위원 중 2명이 10점을 주었고, 나머지 6명이 0점을 주었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합계 점수 란에는 10점이 기록되어 있었다. 50점대 내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