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뭔 일이야?”
병수는 예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식당으로 달려왔다. 테이블 위에는 이름도 잘 모르는 다양한 부위의 생고기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야! 야! 이것 좀 먹어.”
예준은 석쇠 위에 있던 소고기 몇 점을 집어 병수의 앞 접시에 놓았다.
“야! 뭔데?”
“뭐긴 뭐야. 소고기지. 왜? 이런 거 안 먹어 봤어?”
“아! 이 새끼 진짜.”
병수는 핏기가 도는 소고기를 기름장에 찍어 입 안 가득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음, 맛있다. 야! 빨리 말해봐.”
“일단 좀 먹고. 이모! 여기 육회도 한 접시 주세요.”
“이제 말해봐. 뭔 일이야?”
생고기로 가득했던 접시가 바닥을 드러내자 병수가 물었다.
“나 계약했어.”
“무슨 계약?”
“그림.”
“그림 팔렸어?”
“아니, 아직 팔린 건 아닌데 곧 그렇게 될 것 같아.”
“정말? 진짜야?”
“야! 소고기 먹으면서도 못 믿겠냐?”
“와! 대박!”
병수는 예준의 잔에 소주를 가득 부었다. 예준은 원 샷으로 소주를 비우고 병수에게 권했다.
“어떻게 된 거야?”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와 전속 계약했어. 3년.”
“와! 진짜? 대박이다. 이런 날 진짜 오네.”
“그러게.”
예준은 그 동안의 일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럼 거기서 그림 팔아주는 거야?”
“어.”
“와! 진짜 축하한다.”
병수는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네가 많이 도와줘서 그렇지. 고맙다.”
예준은 이 모든 일이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병수의 조언 덕이라고 생각했다.
“야! 이거.”
예준은 식당에 오기 전 현금서비스로 찾은 50만원을 병수에게 건넸다.
“이거 뭔데?”
“소원값.”
“소원?”
“미키 말야.”
“아! 그 소원? 됐어 임마. 그거 뭐라고.”
“그냥 받아.”
“됐다니까. 아직 그림 팔지도 못했다면서 뭐야 이게?”
“받아. 내가 진짜 고마워서 그래. 거절하지 말고 받아.”
병수는 아래 입술을 지그시 한번 깨물더니 흔쾌히 봉투를 받았다.
“그래! 잘 쓸게. 고맙다 정말. 나대신 성공해 줘서 정말 고맙다.”
“무슨 소리야. 너도 성공해야지. 이제 시작이니까 열심히 하자 우리.”
“그래. 고맙다.”
둘은 늦은 밤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들었다. 병수는 올랭이는 자기 것이니까 절대로 남에게 팔면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예준은 올랭이가 너무 비싸서 평생 벌어도 사기 힘들 거라며 병수를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