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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8. 폭풍우가 치던 밤 (1)
작성일 : 19-11-05 22:33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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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가 돌아가고 며칠이 흘렀다. 인수는 여전히 태루가 건네는 여러 가지 소원들 중에서 그 어느 것도 빌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놀랐다. 욕심이 없는 인간은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빌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탓이다. 인수는 정말로 자신이 욕심이 없는 인간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찾지 못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소원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분명 강인수씨도 소원을 빌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인지 태루가 위로까지 해주었지만 인수는 축 늘어졌다. 나오가 오기 전까지는 소원을 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나오가 다녀간 후로는 어떻게 해서든 소원을 빌고 싶었다. 나오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태루는 말해주지 않았다. 소원으로 그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달라고 했으나 소원카드는 미동이 없었다.

 

  “이렇게 궁금한데 왜 카드는 반응을 안 하는 건데요!”

 

  “아마 강인수씨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씁쓸하게 미소 짓는 태루의 모습에 가슴 언저리가 따끔했다. 인수는 자신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전전긍긍했지만 의외로 사빈 역시 궁금함에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을 보고 위안을 삼았다. 적어도 혼자만 몰라서 바보취급 당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알려줄 생각은 없는 거예요?”

 

  “해당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입니다.”

 

  인수는 입을 삐죽였다. 몸빼바지 입고 저렇게 있어보이게 말을 해도 어울리는 게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정중한 말투를 몸빼바지를 입고해도 멋있어 보이는 건지...

 

  “다음 뉴스입니다. 제7호 태풍, 너구리가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습니다. 너구리는 오늘 밤...”

 

  뉴스의 아나운서 음성이 들리자, 인수는 괜시리 처음 태루를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별똥별이 쏟아지는 장관이 펼쳐질 거라는 뉴스를 보고 난 후, 거짓말처럼 자신에게 내려온 태루를- 정말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별똥별의 천구를 보고 얼마나 당황했던가.

  태풍이 온다는 이야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 저 오늘 나갔다가 와야 해요.”

 

  “어디 가시는 겁니까?”

 

  “서울에서 담당 편집자분이 오셔서 회의하기로 했거든요. 저녁 먹고 들어올 거니까 사빈이랑 같이 먼저 먹어요. 반찬은 냉장고 안에 있어요.”

 

  “오늘 태풍이 온다고 하던데..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요.”

 

  인수는 밝게 웃으며 가방을 들고 시계를 보았다. 얼른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늦었다간 담당 편집자가 마감도 늦으면서 약속시간도 늦느냐고 핀잔을 줄 것이 뻔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하더니 나이가 비슷한 것을 알고 서로 친해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제 완전 도깨비가 다 되어 있었다. 섬에 살고 있어 내키는 대로 자신에게 찾아오지 못한다는 걸 인수는 정말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가 쪽쪽 빨려 빈사상태로 돌아다녔을 테니까.

 

  “그럼 다녀올게요.”

 

  태루는 가만히 인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이 생활도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밭일을 하면서 간혹 인수가 외출을 하면 그녀를 기다리고, 또 인수가 글을 쓰고 있을 때면 그녀가 미처 하지 못한 밭일을 하며 그렇게 소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삶에 그는 지금 푹 빠져 있었다.

 

  “본분을 망각하시면 안 됩니다.”

 

  “망각 안 했어.”

 

  사빈의 말에 태루가 차갑게 내뱉었다. 지금 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지만 단 한 번도 그의 본분을 잊은 적은 없었다. 인수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다시 천계로 돌아가는 것.

 

  “그런데 돌아가면 태루씨는 무슨 소원을 빌을 겁니까?”

 

  “나?”

 

  태루의 물음에 사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조건을 모두 클리어하고 단 한 명의 고객의 소원만을 앞둔 태루가 어떤 소원을 빌지에 대한 것은 회사의 천구들 모두가 거의 궁금해 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천구들은 소원을 들어주는 것에 익숙한 존재들이었다. 타인의 소원을 듣고 들어주는 것만을 업으로 하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소원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기 보다도 타인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에 오롯이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기에 천구로써 소원을 빌게 될 태루의 소원은 큰 관심사였다.

 

  “글쎄?”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하는 걸까?

  태루도 천구였다.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태루씨는 3년 전부터 갑자기 소원권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들었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사빈의 말에 태루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원이 있었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반드시 이루고자 했던 소원이... 하지만 그 소원은 이제 이룰 수 없었다. 사람들의 소원은 정말 많이 이루어주었다.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들어주었다. 부자가 되기를 원했던 사람의 소원도, 대회에서의 우승을 바랬던 사람의 소원도, 병을 낫게 해달라는 사람의 소원도. 그야 말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과 같은 소원만 아니라면 이루어주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허망하게도 그의 소원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이 허무맹랑하게 스쳐나가 이룰 수 없었다.

 

  “예전에는 있었지.”

 

  짧은 답변에 사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에는 있었다? 천구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던 태루가 3년 전 돌연 열을 올리며 실적을 쌓기 시작했었다. 청성동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태루의 변화는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것이었다. 천구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실적에 열을 올리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메리트가 있었어도 어쩌다보니 그 자리에 올라간 천구만이 있을 뿐 자신의 소원을 위해 노력하는 천구는 없었다.

 

  “왜 천구가 스스로의 소원은 이룰 수 없는 지 알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사빈은 말문이 막혔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지상의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천구는 정작 자신의 소원은 이룰 수 없다. 그건 당연한 상식이었다. 의문을 가질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다.와 같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일이었다. 왜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일이 극히 드물다. 그게 당연하니까. 너무나도 당연해서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바보 같으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입니다. 태루씨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이유를 알고 있으니 그와 같은 질문을 한 것이리라- 생각한 사빈이 되물었다.

 

  “천구들은 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없을까?”

 

  하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른 질문이었다. 사빈은 답하지 못했다. 그것도 당연한 거였다.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인 천구들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스스로 무언가 소원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무궁무진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신을 위해 행하지는 않는다.

 

  “그것 역시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태루는 사빈의 답변에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더니 이내 호미를 손에 쥐었다. 태풍이 온다고 했으니 밭의 농작물들을 한 번 더 살펴보아야 했다.

 

  “답은... 안 해주시는 겁니까?”

 

  “한 번 생각해 봐.”

 

  어려운 숙제를 내놓고는 그대로 나가버리는 태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빈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을 둘이나 떠안았다. 듣고 싶었던 답은 하나도 못 듣고!!!

  사빈은 입을 삐죽이고 이내 호미를 챙겨들고 태루의 뒤를 따라 나갔다.

 

 

 *

  “고객님의 소원을 들어드리러 왔습니다.”

 

  “이거 꿈 아니죠? 진짜예요?”

 

  수혁은 눈을 깜빡였다. 꽤나 어린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수혁을 올려다보며 두 팔을 활짝 폈다. 퇴근길 으슥하지만 아직은 환한 골목길에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나 했더니 돌연 나타난 여자아이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여자아이의 말에 믿음이 갔다. 이 아이에게 말하면 어떠한 소원이든 들어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저 미소의 얼굴은 신뢰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정말로 어떤 소원이던 들어주나요?”

 

  수혁에게는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항상 함께 다니면서 그 옆을 함께 걸어왔다. 힘들 때에도 슬플 때에도 즐거울 때에도 행복할 때에도 언제나 항상- 그 옆을 언제까지고 같이 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 옆자리는 항상 수혁의 자리였다. 요즘 그를 피하는 것이 눈에 보여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그 옆자리가 그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항상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의 부재에 쓸쓸해하며 그를 다시 찾을 거라는 확신에 그 죽마고의 옆으로 다시금 가서 설 것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여자아이는 다시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소원은 무조건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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