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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9)
작성일 : 19-11-05 20:28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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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려워…….’

 

  어렵다는 건 굉장히 희망적인 표현이다. 실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리라.

 

  “뭘 어떻게 교란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 애초에 열매에 불과한 것에 교란시킬 의식이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하는 탈루의 귀로 겨우살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음…… 그런데 어쩌면 아직 제대로 ‘접촉’하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응? 이렇게 붙잡고 있는데?”

 

  탈루는 탐욕과를 붙잡고 있던 아지랑이를 하늘 높이 들어보였다. 아지랑이에 딸려 탐욕과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뭐랄까. 좀 더 핵심에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양분을 쥐고 있는 탐욕과의 내부로…….

 

  “핵심?”

 

  -사, 사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핵심이라…….”

 

  모른다고는 말하지만 ‘본 것’이 있는 겨우살이의 말이다. 허투루 들을 건 아니었다.

 

  탈루는 다시금 탐욕과를 두둥실 띄우고 있는 아지랑이를 바라보았다.

 

  “들어가.”

 

  탈루의 말에 아지랑이의 일부가 탐욕과를 슥- 통과했다.

 

  “아니, 그렇게 말고…….”

 

  탈루는 다시금 그 상황이 왔음을 직감했다. 명확한 개념은 잡히지 않았으나 의지로 발동시켜야 하는.

 

  “그 안으로 들어가. 마치…… 하나가 되듯이.”

 

  잠시 후, 한동안 멈춰 있던 아지랑이가 탐욕과 안으로 ‘스멀스멀’ 파고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모…… 다 먹…… 치워!

  가…… 없애버……!

  죽여…… 뺏……고!

 

 

  탐욕과의 귀기어린 목소리가 조금씩 머릿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

 

  -왜, 왜 그래?

 

  “목소리가…… 울리고 있어.”

 

  -모, 목소리가!? 근데 너…… 괜찮아?

 

  “확실히……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진 않아.”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견딜만했다.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아, 핵심. 그렇구나…… 이게 ‘핵’이구나.”

 

  아지랑이를 통해 탐욕과 속의 어떠한 ‘결정체(結晶體)’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경계심을 자극하는 묘한 귀기(鬼氣)에 둘러싸인 채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결정체…… 마치 ‘씨앗’처럼 보이는 이것이 탐욕과의 핵이고, 활력의 근거이며, 탈취해야할 바로 그것이다.

 

  탈루의 몸이 조금씩 흥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접촉했어! 다음은 이제…… 교란! 교란이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분명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 교란이란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넘겨달라는 자신의 ‘요구’와 이에 대한 상대의 ‘응낙.’

 

  “근데 그냥 뺏어올 순 없는 거야? 굳이 상대를 교란시키거나 응낙을 받을 필요 없이?”

 

  탈루로선 그러한 과정이 귀찮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씨앗’은 눈앞에 있다. 그냥 곧장 빼앗아오면 되는 것 아닌가?

 

  -너도…… 역시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나…….

 

  겨우살이가 조금은 기운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물음을 가졌던 이들이 꽤 되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꽤나 겨우살이의 실망을 자극했던 인물들이.

 

  “왜? 안 돼?”

 

  -그건…… 나의 ‘영역’을 벗어난 거야.

 

  “영역?”

 

  -그러니까…… 특징? 개성? 뭐 그런 것. 너희들이 메를 운용할 때 본 따는 나의 특성 말이야.

 

  “속여서 가져오는 건 되고, 그냥 힘으로 빼앗는 건 안 된다?”

 

  어차피 탈취해오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탈루로선 조금 이해하기 힘든 구조였다.

 

  -그야…… 내가 그런 식으로 양분을 얻어오는 게 아니니까. 만약 나완 관계없이 너만의 메 능력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뭐,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가 그에 도움을 줄 순 없어.

 

  “네 힘을 실기 위해선 무조건적으로 상대의 ‘응낙’내지는 ‘동의’를 받아야한다? 그게 조건이야?”

 

  -맞아.

 

  귀찮게 됐네. 탈루는 속삭이듯 툴툴거렸다.

 

  신의 개성이 반영되지 않은 메 능력은 효용가치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애당초 신을 내려서게 하고,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 바로 메가 아니던가. 메의 크기가 비상하리만치 거대한 휘토라면 또 모를까, 신을 배제한 채 나 홀로 메를 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기껏해야 이런 아지랑이나 가지고 노는 수준이지 뭐…….’

 

  탈루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일단은 이 열매에게 생명력을 좀 달라고 요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되지?”

 

  ‘요구’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의사소통행위. 탈루는 이 의식이 없는(혹은 없어 보이는) 무생물의 물체와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응……? 근데 너 지금 탐욕과와 대화를 할 생각인거야? 근데 그 열매는…… 말을 못하지 않나?

 

  바보 아냐? 왠지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러니까 나도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얘는 어차피 요구를 해봐야 듣지도, 답을 하지도 못할 텐데!”

 

  억울하다는 탈루의 외침에 겨우살이가 우습다는 듯 허공에서 살랑거렸다.

 

  -요구와 그에 대한 응낙이 굳이 대화만을 매개로 하는 건 아냐. 물론 의식 있는 존재들을 대할 때에 있어선 그것이 필수에 가깝긴 하겠지만.

 

  “그럼?”

 

  -오히려 선택조건의 충족행위에 가깝지.

 

  “선택…… 조건?”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기분이었다.

 

  -요구는 다른 게 아냐. 가져가겠다는 너의 의지가 곧바로 요구가 되는 거야.

 

  “의지라…… 하지만 너무 두루뭉술한 걸?”

 

  -아냐, 어렵지 않아. 그저 네 의지를 그대로 대변하는 행위를 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마치 네가 언어로 의지를 드러내듯, 행동으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지.

 

  “의지를 대변하는 행위……?”

 

  그냥 쉽게 좀 말해달라고! 탈루는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음…… 왜 이걸 어렵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 가령 나 같은 경우엔 그것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거든. 정확히 뿌리라 보기는 어렵지만…….

 

  “……뿌리? 아!”

 

  단순 접촉만으로 겨우살이의 씨앗이 나뭇가지로부터 양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나뭇가지에 닿은 후에, 이어 그곳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 뿌리를 내리는 것이야말로 ‘양분을 흡수하겠다’는 겨우살이의 의지를 그대로 대변한 행위가 아니던가.

 

  “그것이 바로 접촉에 이은 두 번째 조건이자, 직접적인 ‘요구’를 드러내는 행위…….”

 

  탈루는 그 즉시 탐욕과를 투과해있던 아지랑이에 의지를 실었다.

 

  “뿌리를…… 내려.”

 

  그러자 한 줄기였던 아지랑이가 여러 개의 줄기로 스멀스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탐욕과의 핵으로 그것들을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이어,

 

 

  모조리 다 먹…… 치워!

  가만…… 없애버려!

  죽여서라도 뺏어……고!

 

 

  며칠 전과 비슷할 정도로 탐욕과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극심한 고통이 탈루의 머릿속을 찔러왔다.

 

  “으, 윽!”

 

  탈루는 황급히 아지랑이를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아?

 

  “저, 전과 똑같아지고 말았어…….”

 

  -반발이 심했어. ‘응낙’을 얻어내지 못한 거야. 아마도 ‘요구’해온 네 메의 존재감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순간적으로 아지랑이의 색이 선명해졌던걸?

 

  탈루 역시 이에 동의했다. 아직 능숙하지 못한 탓에 아지랑이를 조절할 때에 순간적으로 힘이 실렸다. 존재감을 옅게 하고자 하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지 않으면 아지랑이는 언제든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가려 했고, 이것이 바로 실패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대충 감이 오긴 하는데…….’

 

  그러나 원인을 알았음에도 탈루는 이번엔 웬일인지 곧장 시도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응낙’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거야? ‘요구’야 어차피 내가 하는 것이니 어떤 방법으로든 의지를 드러내면 되는 거라지만, ‘응낙’은 전적으로 상대의 반응인 거잖아? 그것도 호의적인 반응. 이 열매가 어떻게 양분을 가져가겠다는 내 의지에 동의할 수 있다는 거지? 의식도 없는 것이?”

 

  ‘반발’이야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대상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간에, 외부의 힘에 대응해 반발력이 생기는 것은 일종의 자연법칙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낙’은?

 

  -호의? 아냐, 아냐.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

 

  -요구에 대한 반응이 단순히 ‘반발’과 호의에 의한 ‘동의’만 있는 건 아냐. ‘응낙’에는 여러 형태가 있어.

 

  “여러…… 형태라면?”

 

  -대표적으로…… 침묵, 내지는 무응답. 그것 역시 ‘응낙’의 일종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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