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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20. 해결편 3
작성일 : 19-11-05 19:16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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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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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형사님에게 부탁드린 것은 여러분이 생각할만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어렵거나 귀찮은 게 아니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거였죠. 물론 경찰이라는 직업이셔서 가능했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요. 어쨌건 제가 새로운 정보를 바라며 가정을 세우고 형사님에게 부탁드린 건 바로 이겁니다.”

  슬라이드가 넘어가며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이젠 익숙해진 고개의 각도를 유지하며 관객들은 문장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당연하게도 누군가는 이해하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 한 상태로 임현의 설명을 기다렸다.

  이해한 쪽에 속하는 범인은 남들 몰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사실 범인은 앞서 임현이 설명한 벽에 새겨진 자국을 봤을 때 아차 싶었다. 설마 그런 게 남았을 줄이야 하는 생각이 즉시 들었고 이제 체포당할 일만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연이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도망갈까 하는 생각 또한 했지만 노린 건지 아닌지, 형사 둘이 예배당의 입구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그 또한 포기한 상태였다.

  “학교에 다닐 때 동아리, 혹은 인터넷 상에서 카페라던가 블로그에서 ‘클라이밍’ 혹은 ‘등산’을 키워드로 삼는 어떠한 활동이 있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부탁이었죠. 그렇다면 제가 한 가정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부탁을 드렸는가? 앞서 보여드린 빌라 벽에 새겨진 자국이 제 생각엔 누군가가 밧줄 같은 것을 사용했기에 생긴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제가 세운 가정에 꼭 맞아떨어지는 분은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단 한 명만이 제 가정에 부합했죠. 그렇다면 자연스레 그 분이 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여태껏 말한 것은 사실 상 정황 증거에 불과하죠. 명백하게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백한 증거를 찾기 위해 형사님께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를 더 부탁드렸습니다. 그 부탁의 내용은 바로 이겁니다.”

  슬라이드 위에 있던 문장 위에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먼저 있던 문장은 사라진 상태였기에 모두 읽는 것에 장애를 겪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범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장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 분의 집에 들어가 사라진 책을 찾아주세요.’

  “맞습니다. 솔직히 수색 영장 같은 게 없이 그저 추측과 가정만으로 남의 집을 뒤진다는 게 좀 켕겼지만 어쩔 수 없었죠. 제가 찾는 것만 나오게 된다면 그런 사사로운 절차보다 더욱 중요한 범인 체포라는 본 목적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처음에 형사님이 오셨을 때 제게 바로 달려오시는 걸 여러분은 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 때 이 추리는 제 승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말을 들었죠. 범인의 집에서 사라진 책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임현이 원하던 리액션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안도감, 환호, 궁금함 같은 감정들이 한 데 모여 웅성거림을 만들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임현은 만족스러움을 한껏 느끼며 자신과 범인 스스로만이 알고 있는 범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웅성거림 속, 유일한 침묵을 담당하듯 아무런 반응도 내비치지 않는 범인과 눈이 마주쳤다. 임현은 조용히 눈과 입가로 웃었고 범인은 인상을 구겼다. 타인의 불쾌함에 쾌감을 느끼는 건 꽤 오랜만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임현은 이내 소리 내어 웃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천둥소리와 번쩍인 빛에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멎었다. 호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천둥과 번개, 주인공의 웃음이라는 소재들은 클리셰라지만 처음에 말했듯 영화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클리셰임을 앎에도 긴장해버린 관객들을 무시하며 웃기만 하던 주인공은 이내 연극을 끝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멈췄다. 다시 손짓을 하며 장석에게 신호를 줬고 장석은 그 신호에 맞춰 슬라이드를 넘겼다.

  연극을 진행시켜준 파워포인트의 마지막 슬라이드. 그곳엔 ‘최종 정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임현은 웃음기를 지우고 입을 열었다.

  “범인이 범행 당시에 한 행동들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제시했으나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들은 지금 설명하며 말씀드릴 테니 잘 따라오세요.

  우선 범인은 새벽 12시 50분 정도, 빌라와 뒷마당의 정원이 맞닿아있는 방향의 창문으로 다가간 뒤 그것을 엽니다. 그 후 예전부터 취미생활로서 해온 클라이밍에 사용하는 장비들을 이용해서 절벽을 내려오는 형태로 즉, 밧줄과 자신을 연결한 뒤에 한쪽 밧줄을 어떠한 단단한 것으로 고정하고 다른 쪽 밧줄을 잡은 채 벽을 타며 내려가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cctv에 발각되지 않고 건물 안을 오갈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이 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소음은 유발되기 마련이고 그 소음을 상영 씨가 들었던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상영 씨가 증언하신 ‘벽을 뱀이 기어오르는 소리’의 정체가 바로 이거였던 거죠.

  그 후에 범인은 사전에 열어둔 30B호의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30B호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재 아무도 살고 있지 않으니까 그 정도는 간단했을 테죠. 그리고 도어락도 안에서 여는 건 어려운 작업일 수 없었을 테니 커다란 난관 없이 3층으로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문을 어떠한 것을, 예를 들어 안 쓰는 신발 같은 것을 이용해 열려진 상태로 뒀을 겁니다. 범행이 끝나고 난 뒤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죠. 이 시점이 아마 노숙자 분이 증언한 3층에서 돌연 전등이 켜졌다는 거겠죠. 그 후에 범인은 노숙자 분의 증언처럼 2층으로 내려가 피해자가 있는 20A호 앞에 섭니다.

  자, 그럼 이제 초반부에 제가 여러분께 한 질문 하나를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범인은 어떻게 현장으로 들어왔는가? 이건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도어락을 안에서 열기는 굉장히 쉽죠. 이 말은 곧 피해자가 안에서 스스로 문을 열어줬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범인이 그 시간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올 것도, 범인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을 확률이 높거든요. 피해자가 범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의식하고 있었다면 문을 열어줄 일도, 그 전에 저한테 밥을 차려줄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아무튼 범인은 이런 식으로 굉장히 쉽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그렇기에 굉장히 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겁니다.

  범행을 전부 마친 범인은 동거인인 제가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수사가 시작되었을 때 집 안에서 제일 눈에 띄기 쉬운 제 가방에 흉기를 넣어둡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행동은 동거인인 저를 범인으로 몰 수 있게 만드는 장치죠. 그리고 이 행동으로 인해 범인은 피해자만이 아닌 저에게도 원한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어차피 제가 범인으로 몰리기 쉬운 조건이었으니까요. 일부러 그렇게까지 한다는 건 명백한 악의입니다. 더불어 어떻게 범인이 제 가방인 걸 알았는가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설명해드리기로 하겠습니다.

  피범벅이 된 범인은 우연히 다잉메세지 같은 게 새겨진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냥 두기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자신을 지목하는 한 권만 가져가는 것 또한 자신이 범인이라고 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모든 책을 가져가기로 하죠. 그럼 어떻게 피범벅인 범인이 피를 흘리지 않고 책을 가져갔는가. 그 방법은 바로 가발입니다. 가발을 벗어 뒤집으면 그 안엔 공간이 생기게 되죠.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두상이 조금 더 큰 범인의 가발 또한 크기가 꽤 되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그 안에 옷과 책을 넣어 피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한 겁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었습니다만, 의외로 쉽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떠올려지더군요. 애초에 범인은 다른 사람에게 들킬 가능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범행 시간대도 그래서 새벽으로 고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늘 예상 외의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죠. 그랬기에 그 상황을 염려한 범인의 옷차림은 매우 간단했거나 생소했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옷차림이 화려하다면, 혹은 일상적인 옷차림이라면 만에 하나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했을 때 순식간에 자신이 범인으로 특정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옷차림이란 글쎄요…… 속옷 위에 우비 같은 것만 걸친 형태를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인은 우비로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와 책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낸 다음에 우비는 가발 안에, 책은 자신의 손 위에 올려두고 현장을 벗어나게 됩니다. 이 시점이 노숙자 분께서 증언한 ‘2시 14분 정도에 2층 복도의 전등이 켜졌고 이어 3층 복도의 전등이 들어왔다.’는 때입니다. 현장을 벗어나는 건 매우 간단합니다. 집 안에서는 도어락이 쉽게 열리니까요. 그리고 다시 30B호로 돌아가 앞서 열어둔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 문을 고정시켜준 어떠한 물체를. 앞서 든 예시를 빌리자면 안 쓰는 신발을 회수한 뒤, 창문으로 다가가 내려왔을 때처럼 밧줄을 이용해 벽을 타고 올라간 겁니다.

  이 조건에 일치하는 인물은 단 한 명입니다. 물론 그 인물은 제가 언급하지 않은 술잔과 수면제 봉투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안 그런가요, 이정우 씨?”

  정우는 갑작스러운 지목에 어깨를 움츠렸고, 나머지 관객들은 일제히 지목당한 관객을 바라봤다. 그의 근처에 앉아있던 상영과 윤군은 자리를 조금씩 옮기며 조심스레 정우와 거리를 유지했다. 입을 꾹 다문 채 정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 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임현은 기승전결의 결 부분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우 씨만이 모든 조건에 일치합니다. 정우 씨는 클라이밍에 관련된 카페에 회원으로 들어있는 빌라 내의 유일한 인물임과 동시에 범행 당시 cctv를 피함으로 용의자에서 제외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인물인 1층과 5층에 사는 거주자들 중 하나입니다. 그는 원형 탈모로 인해 가발을 장만한 전적이 있으며 유일하게 거주자 분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거주자들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는 게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죠. 그랬기에 제 이름이 적힌 책이 들어있는 제 가방 안에 흉기를 넣으셨던 것일 거고요. 무엇보다도, 5층과 4층 사이에 자국을 남길 수 있으려면 5층에 도달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5층으로 올라간 이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cctv를 통해 증명되었고, 5층엔 정우 씨만이 살고 있죠. 최종적으로 당신의 집에서 제가 언급했던 시리즈의 책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건 중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우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실 상 들리지 않아야할 정도의 볼륨이었지만 아무도 소음을 내지 않았기에 더욱 선명하게 예배당 안에 있는 모든 이에게 정우의 말이 들렸다.

  “……맞습니다, 제가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뜻을 따랐어야만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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