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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7화
작성일 : 19-11-05 17:06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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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아트리스와 아가사는 도망쳤다. 유디스는 직접 그 둘의 도망을 돕지 않고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만 알려줬다. 둘을 신경 쓰기에는 유디스가 너무 바빴다.

 

  이 넓은 백작성에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베아트리스와 아가사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뛰었다.

 

  늑대인간보다도 체력이 약한 인간은 금방 숨이 찼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손을 끌고 아가사는 풀을 헤치며 걸었다. 나무가 많아 정원보다는 숲에 가까웠다. 둘은 지금 지하 감옥을 감추는 숲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힘들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아가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베아트리스가 나뭇가지를 잘못 밟고 넘어지자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아파.”

 

  베아트리스가 인상을 쓰고 중얼거렸다. 살펴본 무릎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피를 보자 더 아픈 기분이라 베아트리스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일어나려는 베아트리스를 저지하고 아가사는 몸을 낮췄다.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가사는 잔뜩 경계하며 소리가 나는 쪽을 노려봤다. 늑대로 변할 때 풀이 소리를 낼 것을 알기에 쉽사리 변해 먼저 공격하기도 애매했다.

 

  보통 사람보다 체력이 좋다고 해도 아가사는 어린애였다. 지친 아가사는 잔뜩 예민해져서 주먹을 꽉 쥐었다. 베아트리스가 아가사의 의도를 눈치 채고 얼른 그를 끌어안았다.

 

  놀란 아가사가 베아트리스를 쳐다보자 고개를 젓는다.

 

  “아~ 여긴 왜 이렇게 헷갈리는 거야.”

 

  풀소리가 나는 곳에서 불평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은 베아트리스와 아가사를 보지 못한 듯 보였지만 둘은 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옷을 보니 백작성의 하인이었다.

 

  하인이 보이지 않고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됐을 때에야 베아트리스는 안심하며 아가사를 놓아줬다.

 

  “괜찮아.”

 

  다친 무릎이 괜찮다는 건지, 길을 못 찾아도 괜찮다는 건지, 예민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지 확실히 말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아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다친 무릎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베아트리스는 상처를 누르는 아가사에게 아프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점점 아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가사가 손을 떼었을 때 상처는 다 나아있었다.

 

  “고마워.”

 

  아가사가 베아트리스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한참을 걷자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렸다. 둘은 어깨를 움츠렸다. 애써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지 않고 걷던 길을 걸었다.

 

  몇 번이고 겁에 질렸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숲의 끝에서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가사가 베아트리스를 쳐다보자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런데 백작성이 망하면 언니는 어떻게 찾지?”

 

  아가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백작성은 망하지 않을 거야.”

 

  베아트리스는 옅게 미소 짓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베아트리스는 그 말을 위로쯤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아가사가 볼 때 백작성은 절대 망하지 않을 곳이었다.

 

  이제 성벽을 따라 개구멍을 찾으면 된다. 역대 레브 가주들이 답답할 적에 비밀통로처럼 드나들었던 개구멍이다.

 

 *

 

  브리지트는 혼자 몸을 풀다가 몸이 어느 정도 풀렸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호위로 남은 기사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브리지트에게는 장갑이 없으니 장갑을 던지는 건 아니었고 그저 시간이 많으니 함께 검을 섞지 않겠느냐 물었다.

 

  “호위 중에는 호위만 합니다.”

 

  기사의 대답이었다. 브리지트는 기사의 목소리를 그때 처음 들었다. 하긴 브리지트는 할 게 없었지만 기사는 호위라는 임무를 맡았다. 브리지트는 뻘쭘해져서 목검을 내려놓고 방으로 돌아갔다.

 

  씻고 나왔을 때 하녀가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며 브리지트에게 알렸고 브리지트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후작은 브리지트가 불편하지 않게 혼자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브리지트는 그 배려를 감사히 받았지만 코델리아와 함께 식사하던 것이 익숙해져 있어 혼자 밥 먹는 내내 어색했다.

 

  뭘 먹는 걸 본 적이 없는 기사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했지만 괜찮다며 거절당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오늘 계속 혼자 밥을 먹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도 편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고 마음이 편치 못한 기분이 든다.

 

  브리지트는 얼마 먹지 못하고 포크를 내려놨다.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브리지트에게 하녀는 더 먹을 것을 권했지만 브리지트는 별로 먹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 고개를 저었다.

 

  저녁 식사 후에도 창문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으니 스스로가 청승맞은 기분이었다. 무슨 마지막 잎새를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밤하늘 위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브리지트는 일어나던 몸을 앉히고 하늘을 봤다. 코델리아도 이 하늘을 같이 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간지러웠다.

 

  그러나 코델리아는 여유 있게 하늘을 볼 시간이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브리지트에게 어서 가기 위해 말을 타느라 시끄러운 하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황궁에 갈 때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책을 읽다 새벽에 늦게 잠든 브리지트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느렸다. 누가 깨우는 것이 아니니 늦게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거였다.

 

  배가 고픈데도 브리지트는 이불 안에서 웅크리며 꾸물대다가 목이 너무 말라 일어났다.

 

  하녀가 챙겨놓은 옷을 입고 식당으로 내려간 브리지트는 의자에 앉아 있는 코델리아를 보고 눈을 비볐다.

 

  “잘 잤어?”

 

  그 물음에 대답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브리지트는 코델리아 앞으로 갔다.

 

  “이렇게 빨리 와요?”

 

  “기다릴까봐 일찍 왔어.”

 

  브리지트는 웃음이 나려는 것을 꾹 참았다. 숨겨지는 기쁨이 아니라서 브리지트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코델리아는 그냥 웃었다.

 

  “다녀왔어.”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와 마주 앉아 아침 식사라기엔 너무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시장 거리에서는 무엇을 팔고 무슨 구경거리가 있다더라, 하는 것을 말하던 코델리아는

 

  “나갈래?”

 

  라고 물었다. 브리지트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는 타지 않았다. 호위가 붙었지만 가깝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았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 옆에 붙었다.

 

  얼굴을 가리는 것이 더 눈에 띄기 때문에 코델리아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황자의 얼굴을 모를 테니 상관없었다.

 

  광장으로 가는 큰 길 양 옆에는 노점상이 들어섰다. 점심시간이었는데 사람이 많았다. 이리저리 사람을 피하던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걸음이 두 걸음 정도 빠른 것을 보며 그 옆에 서고 싶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브리지트가 잰걸음으로 걸어가자 그 발소리를 들은 건지 코델리아가 뒤돌아봤다. 사실 주위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발소리를 들었다는 건 불가능했다. 타인의 말소리, 발소리로 소란스러운 곳에서 브리지트의 발소리는 스스로의 귀에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발소리를 들었다고 하지 않으면 딱 그 순간에 뒤돌아본 코델리아가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발소리를 들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코델리아는 걸음을 늦추고 물었다.

 

  “손잡을래?”

 

  “네!”

 

  브리지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손을 꽉 잡고 걸었다. 코델리아의 손은 따뜻하고 장갑을 끼지 않았다.

 

  둘이 열심히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 유디스는 벽에 기대서 팔을 꽉 쥐었다. 베인 상처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백작성에 남은 유디스는 행진에 참여하지 않은 기사들과 함께 백작성을 지키고 있다. 내부에서 시작된 반란은 성 밖에 지원군이 도착하면서 더 악질적으로 변해갔다. 기사가 아닌 사람들을 막 죽이거나 인질로 잡았다.

 

  코델리아는 유디스를 믿기 때문에 예정대로 행진한 것이다. 그러니 유디스는 절대 백작성을 빼앗길 수 없었다.

 

  그러나 코델리아가 인정하는 실력의 기사들은 모두 행진에 참여한 상태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만약 인원에 변동이 있다면 상대도 코델리아가 불순분자가 있음을 안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눈치를 채면 이렇게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만 코델리아는 알면서도 떠났다. 그래서 눈치 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유디스는 한숨을 쉬었다. 이 기사들로는 코델리아가 돌아올 때까지 상황을 정리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절대 성문이 열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선 성문을 지키고 내부의 적을 모두 처치하고 나면 상황은 쉬워진다.

 

  유디스는 손수건으로 팔을 묶어 지혈했다. 상처가 깊지는 않으니 과다출혈을 할 염려는 없다.

 

  숨을 돌렸으니 다시 앞서 싸워야 했다. 막 발걸음을 떼는 유디스에게 기사 한 명이 달려오며 외쳤다.

 

  “숲에 불이 났습니다!”

 

  유디스는 욕을 작게 뱉어냈다.

 

 *

 

  백작성 밖, 낮은 산에 숨은 베아트리스는 너무 더딘 시간이 불안했다. 아무리 여기 숨어있다고 하지만 금방이라도 누가 찾아와 검을 들이밀 것 같았고 고개를 숙인 아가사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리고 브리지트.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가 너무 걱정되어 뛰는 심장을 평온히 다스릴 수 없었다.

 

  “나 언니한테 가봐야 해.”

 

  베아트리스는 숨소리보다도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사실 저 두려운 곳으로 걸음한다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브리지트가 걱정되기에 가봐야 했다.

 

  아가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가사.”

 

  베아트리스는 다시 말하려 아가사의 이름을 부른다. 겁이 나서 입을 꾹 다문다. 비명소리가 들려 어깨를 움츠린다. 이런 겁쟁이가 어떻게 언니를 찾아 나설 수 있겠는가.

 

  용기를 낸다는 건 어렵다.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숙인다.

 

 *

 

  “왜 자꾸 안 돌아가려는 거예요?”

 

  브리지트는 참다못해 물었다. 원래부터 궁금한 걸 잘 참는 성격도 아니었다.

 

  후작성에서 하루 더 머물 거라고 말했던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슬쩍 시선을 피했다.

 

  “느린 걸음이 저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우선 오늘은 자고 내일 얘기하자.”

 

  “제가 뭐 알면 안 될 거라도 있나요?”

 

  브리지트는 코델리아가 확실히 말하지 않을수록 불안했다. 백작성이 수도 공사를 하고 있다거나 해서 천천히 가는 거라고 하면 믿었을 것이다. 코델리아가 거짓말로 브리지트를 속인다면 브리지트는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사실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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