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꿈꾸지 않는 자
작가 : 양박사
작품등록일 : 2019.11.4

한번도 꿈꿔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어느 날 처음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동시에 잠들고 동시에 깨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을 포함한 극소수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운데...

 
꿈꾸지 않는 자 (28~30)
작성일 : 19-11-05 08:29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16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8.

 

 노돈이 말대로 였다.

 나무와 가까울수록 사람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반대로 나무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노돈이는 찾을 수 없다. 없는 게 확실하다.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이제 뭘하지? 음... 우리 회사 직원들을 찾아서 전파 경로를 좀 확실하게 확인해 봐야겠다.

 

 나무의 북서쪽에서 우리 팀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무에서 꽤 가까운 편이었다.

 역시 우리 회사 사람들은 꽤나 빨리 감염된 편이었나 보다.

 그건 그만큼 이 사건의 원인과 가깝다는 것이겠지.

 

 어? ...근데 왜 김과장이 나무에 더 가까이 있지?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감염된 김과장이 나무에 20여 미터 더 가까이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혹시 다른데서 먼저 감염된 건가?

 그랬다면 그 시간에 잠들어 있어서 사무실까지 올 수가 없었을 건데? 설마 감염은 먼저 됐지만 밤새고 바로 출근해서 그런 건가? 아냐, 성부장이 아침에 김과장 출장간 거 깜빡하고 출근 안했다고 난리 치면서 전화해보래서 내가 전화했더니 전날 거래처 사장이랑 늦게까지 술 먹고 뻗어서 그때 자다 깼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뭐지?

 

 혼란스럽다. 이게 아닌데... 이제야 뭔가 풀린 줄 알았는데...

 난 어찌할 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서 있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돈이를 찾아본다.

 역시... 없다.

 역시... 내 느낌대로다.

 

 잠이 깨질 않는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언제나처럼 외부 자극이나 뭐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할 일이 없다.

 모래를 발로 차본다.

 계속 차다보니 점점 깊게 패여간다.

 이렇게 계속 파다보면 저 빨간 바닷물이 나오려나? 하는 찰나에 뭔가 딱딱한 것이 차인다.

 

 이게 뭐지?

 

 나는 딱딱한 것이 차인 곳을 파본다. 뭔가 하얀 것이 드러난다.

 계속 파본다.

 뿌리다. 나무뿌리.

 

 그래. 저 큰 나무가 있으면 당연히 나무뿌리가 있겠지.......어? 설마?

 

 나무뿌리를 계속 파나가면서 따라가 본다.

 어느 석상과 연결되어 있다.

 서차장이나 노돈이를 깨웠을 때 땅이 요동친 게 이거랑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팀 사람들에게 가서 사람들 발밑을 파본다.

 모두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

 

 이거다!

 

 뿌리를 추적해본다.

 조금씩이지만 위로 갈수록 굵어진다.

 그리고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거기 세경씨가 있었다.

 우리팀 사람들은 다 세경씨로부터 파생되었던 것이다. 김과장만 빼고.

 김과장은 특이하게 옆 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김과장 밑으로 간호사 한 명이랑 군인 세 명이 연결되어 있다. 군인 중 한명은 강당입구를 지키면서 낄낄대던 놈이다. 아까도 보니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노돈이 말이 맞았다.

 잠시 김과장이 나무에 더 가까이 있어서 헷갈렸지만 그건 나무뿌리가 제멋대로 뻗쳐 있어서 그랬던 것일 뿐이었다.

 본질은 나무와 가까울수록 전파의 상위 단계라는 것이다.

 

 이거 추적하면 감염 원인을 알 수 있겠는데?

 

 다시 세경씨 곁으로 돌아온다.

 거기서부터 위로 추적을 해본다.

 한참을 파고 올라가니 어떤 아주머니가 나온다.

 아주머니가 있는 곳에서는 세경씨 말고도 다른 갈래로도 뿌리가 나뉘어져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서 파본다.

 나무다.

 이 아주머니가 원인자이거나 최초의 감염자다.

 

 근데 이분은 누구지?

 

 그러고 보니 세경씨랑 상당히 닮았다.

 엄마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또 혹시 이모나 아니면 그냥 닮은 사람일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하기 위해 더 자세히 관찰해본다.

 죄다 회색이라 흉터나 점 등으로 특징을 잡아낼 수밖에 없다.

 오른쪽 볼에 그리 크진 않지만 진한 점 하나가 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확실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어?

 

 아주머니 왼쪽 새끼손가락 끝마디 하나가 없다.

 이런 특징은 흔하지 않다.

 그것보다 더 특이한 점은 없다.

 

 

 

 29.

 

 한참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잠에서 깨보니 겨우 20분이 지나있다.

 

 노돈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꿈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음... 이제 어쩌냐?”

 “당연히 그 아줌마를 깨워야지.”

 

 녀석은 주저함이 없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깨어날 수 있을까? 근데 만약에 그랬다가 수 천명, 아니 수백만명이 단체로 미치면 어떡하냐? 너처럼 원래 미친 인간이야 괜찮지만...”

 “음... 그럴 수도 있겠네. 다들 나만 같았어도... 어이쿠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이 더 있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어후 끔찍해. 그럼 이건 어때? 테스트를 해보는 거지.”

 “테스트?”

 “그래. 시험삼아 몇몇 사람들을 깨워보는 거지.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보는 거지. 앞쪽에 있는 전파자를 깨우면 뒤에 사람들이 다 깨어난다던가, 아니면 다 죽는다던가 뭐 반응이 있을 거 아냐.”

 “이 새끼 말이라고 너무 쉽게 하네.”

 “야, 냉정해지자. 그럼 다 같이 이대로 평생 살래? 그러다가 다 같이 잘못되면? 너 죽은 사람들 모여 있는 섬도 봤다매. 걔네들 다 죽은 거 아냐. 우리도 그렇게 될 수도 있고.”

 “근데 그 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다 죽은 걸까? 거기서 벗어나고 일부만 죽은 건 아닐까? 만약에 벗어났다면 뭔가 방법이 있다는 얘긴데...”

 “거기서 일부가 벗어난 거든, 다 죽어서 거기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몇 명 깨워보는거야. 그거 말고 대안 있냐? 아님 그 나무라도 한번 베어볼래?”

 “...... 그건 안돼.”

 “왜?”

 “음... 말로 하긴 어려운데 그건 아예 불가능해.”

 “뭐 그 꿈의 근간이라도 되나 보네.”

 “응, 그런 비슷한 거야.”

 “오케이. 그럼 더더욱 내가 말한 방법밖에 없네. 근데, 생판 모르는 사람은 깨워봤자 깨우기 전후에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 의미가 없을 테고... 혹시 거기 너랑 같이 있는 사람들 중에 선후관계 있는 사람 있디? 세경씨 빼고?”

 “세경씨는 왜 빼지?”

 “세경씨 건들면 너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어쨌든 지금은 니가 자유롭지만 그건 그냥 단순한 예외일 뿐이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영향받을 수 있잖아.”

 “아... 그렇지. 그럼...”

 

 아까 봤던 김과장과 간호사, 군인들이 떠오른다.

 노돈이 말대로 테스트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다.

 

 김과장님...

 

 가슴이 철렁하더니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형처럼 따랐던 김과장님과 보냈던 7년여의 회사 생활이 스친다.

 한 여름밤 열대야의 에어컨 고장난 사무실에서 둘이 남아 빤쓰만 입고 야근하던 일, 성부장 지시로 아들 대학과제 대신해줬다가 B+ 나왔다고 개쌍욕먹고 회사 옥상에서 멍하니 있을 때 내 어깨를 토닥여주던 일,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연말 마감이 겹쳐서 직장동료들 아무도 오지 못했지만 해줄 게 이것 밖에 없다면서 내 업무까지 대신해주고 새벽 2시에 빈소를 찾아준 일...... 이것저것 참 많이도 떠오른다.

 

 ‘희생’이라는 말이 스친다.

 그리고 그 뒤에 대의니, 숭고한 지랄이니 뭐니가 떠오르지만...... 나는 안다. 그 행위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일방적인 ‘박탈’이 될 것임을.

 그 외에 다른 변명들은 이 순간 모두 허울 좋은 개소리일 뿐이다.

 이게 살인, 살인 미수랑 다를 게 뭐란 말인가.

 

 근데.

 미안하지만 나 그리고 내 아내와 딸. 그 뿐이다.

 미안하지만...

 쉬바, 눈물이 나려고 한다.

 슬픔보다는 억울해서다.

 

 왜 내가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거지?

 평생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참기만 하고 살았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그리고 우리 딸 얼굴이 떠오른다.

 

 결심을 한다.

 

 “......한분 계시긴 한데...... 마음이 너무 좀 그렇다.”

 

 손이 덜덜 떨린다.

 

 “누군데?”

 “어, 김과장님이라고...”

 “아, 그분? 너랑 친한 분이잖아. .......괜찮겠어?”

 “잘 모르겠다. 근데... 니 말대로 방법이 없잖냐... 해봐야지.”

 “...그래. 내가 좀 몰아붙이긴 했는데... 암튼 너무 무리하지 마라.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 니가 잘 모르는......”

 “...어.”

 

 다른 사람은 없다. 여기 한정된 공간에서 선후관계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분들이 유일하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한참 뒤 나는 차마 입밖으로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어 문자로 보낸다.

 

 [그래... 니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그 과장님 분명 괜찮으실 거야.

 너무 염려말고 새꺄. 잘 될 거니까]

 

 [어]

 

 조금 뒤에 노돈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되나보다.

 

 “그나저나 나는 그 꿈속에 그대로 있디?”

 

 개시키. 위로하려고 전화한 줄 알았더니.

 

 “야, 자다 깬지 20분밖에 안됐다. 너 찾을 겨를이 어딨냐? 근데 너 그 옷 벗은 건 아니지? 옷 벗으면 절대 못 찾어. 깃발이랑 다 풀로 장착하고 있어야 겨우 찾을까 말까야.”

 “아, 물 마신다고 깃발은 빼고 있었는데. 알았어. 다시 깃발 꽂고 누워있을게.”

 

 헛웃음이 나온다. 역시 녀석만의 위로방식이다.

 

 마음을 굳힌다.

 수면제 한 알을 꺼낸다.

 손바닥 위의 수면제를 3초 정도 보다가 두 알을 더 꺼낸다.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다. 이런 행동으로 조금이나마 죄의식을 덜고 싶었던 것일까?

 물과 함께 삼킨다. 한 번에 하나씩.

 천막으로 돌아온다. 김과장님은 어딜 가셨는지 천막 안에 없다.

 다행이다.

 누워서 잠을 청해본다.

 약간 멍해지는 느낌이 든다.

 천천히 내 호흡을 세어본다.

 

 

 

 30.

 

 86? 87번째 호흡을 세었던 기억의 끝 무렵. 다시 꿈속에 들어와 있다.

 

 내 장소는 바뀌었지만, 김과장님은 여전히 그곳에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간호사랑 군인도.

 

 김과장님께 다가간다. 그리고 그 곁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냥 있는다.

 결심은 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 과장님은 괜찮을 거야. 워낙 인성도 좋으시고 또 워낙 정신력이 강하신 분이시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근데 정신력이 진짜 미치지 않는 조건이 맞기는 한걸까?

 

 가슴이 뛴다.

 심호흡을 수차례 해본다.

 하지만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는다.

 그냥 저질러야 한다.

 뻗쳤던 손을 거둬들이기를 세 네 번 하고나서 결국

 

 “과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과장님을 세게 흔들어 깨운다....부디 고통이라도 없으시라는 심정으로...

 바닥이 요동치고 난 뒤 김과장님은 사라지고 없다.

 ......

 그리고 간호사와 군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허...

 

 희망이... 사라졌다.

 앞의 고리를 끊어내면 뒤에 있던 사람들도 없어진다던가 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첫 번째 감염자 아줌마만 깨우면 다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기대는 허무로 돌아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연결된 뿌리를 살펴본다.

 그대로다.

 김과장님으로부터 나눠지는 뿌리의 분기점에 단지 김과장님만 없을 뿐이다.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에 저 군인이나 간호사라도 깨워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꿈꾸지 않는 자 (33~35) 2019 / 11 / 5 224 1 6637   
11 꿈꾸지 않는 자 (31~32) 2019 / 11 / 5 223 0 3448   
10 꿈꾸지 않는 자 (28~30) 2019 / 11 / 5 236 0 5167   
9 꿈꾸지 않는 자 (25~27) 2019 / 11 / 5 202 0 6142   
8 꿈꾸지 않는 자 (22~24) 2019 / 11 / 5 221 0 6020   
7 꿈꾸지 않는 자 (20~21) 2019 / 11 / 5 223 0 3921   
6 꿈꾸지 않는 자 (17~19) 2019 / 11 / 5 257 0 9691   
5 꿈꾸지 않는 자 (13~16) 2019 / 11 / 5 235 0 11423   
4 꿈꾸지 않는 자 (9~12) 2019 / 11 / 5 226 0 9385   
3 꿈꾸지 않는 자 (8) 2019 / 11 / 5 224 0 1763   
2 꿈꾸지 않는 자 (4~7) 2019 / 11 / 5 229 0 8168   
1 꿈꾸지 않는 자 (1~3) 2019 / 11 / 5 392 0 716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