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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꿈꾸지 않는 자
작가 : 양박사
작품등록일 : 2019.11.4

한번도 꿈꿔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어느 날 처음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동시에 잠들고 동시에 깨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을 포함한 극소수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운데...

 
꿈꾸지 않는 자 (17~19)
작성일 : 19-11-05 08:2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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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7.

 

 밤 10시 쯤 되자 사람들이 일제히 깨어난다.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나는 그 사이 잠들 수 없었다.

 우리 천막에는 아직 나와 김과장 둘 뿐이다.

 

 “허대리...”

 “네 과장님!”

 “내도 그 꿈 꿨다... 하얀 나무 나오는 꿈.”

 “아 정말요? 저도요.”

 “그래....”

 

 김과장에게 뭔지 모를 차분함이 느껴진다. .

 

 “과장님, 가족들 걱정되지 않으세요?”

 “아, 뭔 걱정이고, 다 잘 있겠지 뭐.”

 

 김과장이 다르다.

 어제까지만 해도 조금만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분노가 가득 찬 상태였는데...

 특히 가족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체념한 듯한 느낌이다.

 아니 초월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다.

 무신경해졌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김과장은... 무신경해졌다, 모든 면에서, 심지어 가족의 안위에까지도 말이다.

 

 “그게 아니라, 과장님, 우리 여기서 나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몰라......”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하셨어요? 뭐 잘못 드셨어요?”

 “아니, 내 완전 정상인데? 허대리, 뭐 그래 열을 내고 그라노?”

 “아니, 제가 열 안내게 생겼어요? 우리 가족이 어디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나도 모르게 윗사람한테 욱하고 말았다.

 처음이다.

 가장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스스로 놀라고 있는데 김과장이 말을 잇는다.

 

 “허대리, 괜찮아, 잘 될거야. 응? 걱정마...”

 “아...네...”

 

 아... 힘이 빠진다. 김과장이 깨어나기만 기다렸었는데...

 말 할 기운도 없다.

 천막 안이 소란스러워지자 무전 소리가 들린다.

 십여분이 흐르자 군인들이 빵이랑 물을 나눠주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있자 노란 방호복을 입은 병사 네 명이 각각 빵이랑 생수를 들고 우리 천막으로 들어온다.

 

 “1인당 빵 하나 생수 하납니다.”

 “저기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데 하나씩만 더 주면 안될까요?”

 

 계속 깨어 허기져있던 나는 평소에 없던 식탐을 부려본다.

 

 “안됩니다.”

 

 쉬바, 존나 단호한 새끼들.

 

 “아니 그러지말고.”

 “다른 분들도 먹어야 됩니다.”

 “아니, 이거 하나먹고 어떻게 버티라고요!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줬잖아요. 안그래요? 과장님! 얘기 좀 해주세요!”

 “허대리, 그냥 주는 대로 받아라.”

 “과장님. 그래도...”

 “별수 있겠나? 주는 대로 받아야지.”

 

 맥이 탁 빠진다.

 평소 김과장의 식성을 익히 알고 있어 당연히 내 의견에 동조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여기서 내가 가장 적극적이다. 어제 빼앗긴 휴대전화 사건 때문에 용감해진 걸까? 내가 이렇게 먼저 나서고 하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하던 건데...

 병사 놈들이 나갔다.

 먹을 것도 이 모양이긴 한데, 이곳에 와서 다들 씻지도 못하고 있다.

 대신 여기서 제공한 거라고는 지하철역에서 학원 광고용으로 나눠줄 법한 몇장 안들어 있는 물티슈가 전부였다.

 그걸로 어찌어찌 몸은 닦았지만 머리에서는 쉰내가 진동한다.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다.

 이 찜통 같은 강당에 다 처박아 놓은 것도 모자라 먹을 것도 씻는 것도 이 모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람들은 큰 불만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벌써 일이 나고도 남았을 건데 말이다.

 

 먹을 것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앉는다.

 의욕이 꺾인 김과장과의 대화는 힘만 빠질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정상이 아니다.

 사실 대단히 비정상이다.

 시스템은 물론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다.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한다. 게다가 아내와 아이 걱정에 마음이 타는 것 같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

 냉정....냉정해져야한다.

 

 생각을 정리해보자.

 

 이 기묘한 일은 언제 일어났는가...

 어제 소나기가 오는 시점에 다들 잠들었지.

 그날 점심시간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러면 점심시간 이후부터 내가 들어오기 직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단체로 번개라도 맞았나?

 그렇다면 차단기가 떨어져서 전기라도 나갔을 건데 그런 것도 아니고...

 혹시 소나기가 문젠가?

 그렇다면 우리 뿐만이 아니라 소나기 내린 곳 전부가 그랬겠지.

 아, 그 전날 세경씨가 좀 이상했었지...

 그것 때문인가? 그전에는 무슨 일 없었나?

 아, 맞다. 며칠 전에 우리 동네에 있는 그 이상한 꼬마랑 엄마를 만나기도 했었지...

 뭐 그거야 아이가 기면증이랬으니까 그렇다고 치고.

 쉬바, 원인이 뭐지?

 설마, 연가시 그런 거 비슷한건가? 그거 존나 무서웠는데.

 아 왠지 그런 비슷한 것 같은데...

 김과장도 이상해진걸 봐서는 김과장도 감염된 게 틀림없는 것 같고.

 그럼, 감염경로는 뭐지? 공기? 물? 김과장이랑 나는 계속 같은 천막에 있었는데... 왜 나만 말짱하지? 나만 특별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순종적인거지?

 .......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처음 꿈꾸고 나서 이 사달이 벌어졌지!

 그래, 그리고 사람들이 같은 꿈을 꿨다고 했어. 아까 김과장도 그 꿈 꿨다고 했고.

 쉬바 뭐지? 존나 두렵다. 내가 꿈꾼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

 내가 꿈꾸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다 나 때문인가...?

 그래. 쉬바, 존나 어이없지만 이제 뭔가 설명이 된다. 존나 말도 안되지만...

 내 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아, 근데 나 때문 맞아? 이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아 쉬바...... 모르겠다. 미치겠네.

 

 패닉이 몰려온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 밀려오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아 쉬바, 근데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내가 꿈꾼 게 그렇게 잘못이야?

 남들 다 꾸는 꿈꾼 게 잘못이냐고...

 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미안해야 되지?

 쉬바...

 

 억울한 마음에 눈물까지 나오려고 한다.

 심호흡을 해본다.

 

 설마... 아닐 거야. 말도 안 되지.

 

 여전히 가슴은 진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내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더 악화될 것도 더 좋아질 것도 없다.

 

 저 멀리서 폭발음이 들린다.

 한 번 더 들린다.

 

 아 쉬바 깜짝이야...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진짜 여기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돼.

 그리고 아직 우리 하진이와 와이프는 괜찮을지 몰라.

 

 천천히 심호흡을 10번 해본다.

 

 나갈 궁리를 해본다.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지.

 

 감염자들은 어제 점심시간 이후에 잠들었고 밤 10시 즈음에 일어났다.

 오늘은 내가 아침에 자느라 사람들이 언제 잠든 지 모르지만, 어제와 동일하게 밤 10시에 일어났다.

 우연인지 아니면 일종의 패턴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세 번의 우연은 없을테니, 내일이 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군인들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때만 1시간마다 1번씩 순찰을 돌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감염되는 것이 두려운지 순찰을 돌면서 천막 안을 들여다보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래. 일단 사람들이 잠들고 나서 첫 번째 순찰이 끝나자마자 움직여야겠다.

 근데... CCTV 같은 거 어디 있진 않을까?

 이따가 화장실 가면서 한번 봐야겠다.

 아 근데 쉬바, 입구가 하나뿐인데 잠그거나 해버리면 어디로 나가지?

 화장실 창문으로 나가야 하나?

 

 군인들은 강당 입구만을 지키고 있다.

 다른 곳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리라.

 강당에 있는 창문들은 거의 바닥에서 3m정도에 있는데다가 창살도 어김없이 다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지.

 

 “허대리, 뭘 그래 심각하게 생각하노?”

 

 갑작스러운 김과장의 말에 당황한다.

 

 “아, 아닙니다. 소변이 급해서요.”

 “그람 빨리 갔다온나. 참으면 병난다.”

 

 화장실은 강당 좌우에 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1시간 간격으로 한쪽씩 가면서 강당에 CCTV가 설치된 곳은 없는지 둘러본다. CCTV는 일단 없다. 하지만 양쪽 화장실 모두 창문에 방범 창살이 있어 나갈 수 없다.

 

 젠장,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군.

 

 교대로 입구를 지키는 군인들 외에 밖에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구로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이 잠들길 기다려야겠다.

 

 

 

 18.

 

 섬이다.

 사람들이 잠들길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잠들어버렸다.

 

 아오, 쉬바! 그걸 못 참고 잠들었냐?

 그 상황에서 잠이 오냐?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두 뺨을 스스로 후려갈겨 본다.

 아무리 때려도 아프지가 않다.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마음이 들자 내 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우습게 느껴진다.

 

 참 못났다.

 

 섬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 조각상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있다.

 

 쉬바...존나 많네...이렇게 많이 감염됐나...

 

 한숨과 자괴감이 다시 몰려온다.

 

 내 잘못은 아닌데...

 이제... 어떡하지....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텐데...

 

 문득, 아내와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친다. 제발 여기에 없길 바라면서...

 나는 정신없이 아내와 아이를 찾는다.

 모두 잿빛이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무리 빨리 달리거나 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

 

 저 멀리 뭔가 움직이고 있다. 그것도 컬러로!

 

 나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스스로 깨어났나? 아니면 내가 실수로 또 누군가를 깨웠나? 아니지, 그렇다면 서차장처럼 사라져야 할텐데...

 어쨌든 저 사람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이 적막한 공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님에 안도한다.

 저 사람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헐레벌떡 그 곳으로 달려간다.

 근처에 도착하자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나는 다시 주변을 살펴본다.

 10미터 가량 떨어진 석상 뒤에 뭔가가 보인다.

 잿빛 석상 뒤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은 흰 옷에 튄 김칫국물처럼 돋보인다.

 나는 다른 쪽을 보는 척 하다가 갑자기 몸을 휙 돌려 그쪽으로 달려가서 그 사람 팔을 힘껏 붙잡는다.

 

 “으아아악!”

 

 그 사람이 소리를 지른다.

 나도 모르게 움찔 했지만 더욱 손에 힘을 줬다.

 

 “놔요!”

 “야... 너 걔 아니야? 너 우리 아파트 살지?”

 

 그 꼬마다. 얼마 전에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봤던 그 기면증 있던 그 꼬마.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아, 이거 놓고 얘기하라고요!”

 “아... 미안해...”

 

 이제 뭘 물어봐야 되지?

 머릿속이 깜깜하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나서 그런 것 같다.

 이 꼬마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다.

 

 “야, 너 몇 학년이야?”

 “초등학교 4학년인데요?”

 “야 너, 나 알지?

 “네. 그때 놀이터에서...”

 “그래 맞아. 너 혹시 그때 본 우리 딸 못 봤니?”

 “못 봤는데요.”

 “그래... 다행이다.”

 

 아내와 딸이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안도가 된다.

 나는 그냥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그 희망의 말을.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너 이름이 뭐니?”

 “준성이요. 최준성.”

 “아, 그래.”

 “아저씨는요?”

 “난 허승환... 아니,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네...”

 “근데 너 혹시 여기 와 본 적 있니?”

 “네, 두 세 번이요”

 “그렇구나...”

 “근데 여기 꿈속인건 아니?”

 “네.”

 “어떻게?”

 “몰라요. 그냥 알아요.”

 “나랑 비슷하네...”

 

 이 녀석이 어떻게 이곳에 왔을지 이것저것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어떻게 감염된건지...

 역시 잘 모르겠다.

 설마 또 나 때문인가?

 근데 이 녀석 만난 건 꿈꾸기 전인데...

 아니면 그때부터 뭔가 시작되고 있었던 건가?

 

 “준성이... 랬지?”

 “네.”

 “너 여기 언제부터 오게 됐어?”

 “오늘부터요.”

 

 사건이 처음 일어난 이후다. 이 녀석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나와도 무관한 것 같다.

 그냥 나랑 무관해야만 한다.

 

 “혹시 너 여기 오기 전에 무슨 특별한 일 없었니?”

 “아저씨... 우리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그래서 울면서 엄마를 깨우고 있었는데 눈떠보니 여기에 있었어요. 아마 또 잠들었나봐요.”

 

 준성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아 그랬구나. 괜찮아. 엄마는 괜찮을 거야. 근데 넌 엄마랑 같이 잠들지 않았어?”

 “네...”

 

 이 녀석도 이 꿈에서 자유로운가보네. 원인이 뭘까? 설마 무슨 항체라도 갖고 있는 건가? 그래서 놀이터에서 만났을 때 나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얘네 엄마는 왜 잠들었지? 설마 내가 특이체질이라서 나한테만 항체가 영향을 준 건가?

 

 “준성아, 그러면 아빠는?”

 “아빠는 중국에 출장 가 있어요.”

 “그렇구나... 그럼 집에 엄마랑 둘이 있니?”

 “네... 근데 아저씨. 우리 엄마 안 일어나면 어떡해요?”

 

 준성이가 울먹이면서 말한다.

 

 “음... 아저씨가 도와주러 갈게. 너네 집 108동이지?”

 “네”

 “몇호니?”

 “1004호요”

 “그래. 근데 아저씨도 어디 밖에 나와 있어서 바로는 못 갈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아저씨가 집에 가면 너네 집에 꼭 들를게.”

 “네... 언제 올거에요?”

 “음... 바로 가기는 힘들 것 같아. 그리고 엄마는 곧 깨실 거야. 어쩌면 이미 깨어나셨을 수도 있고.”

 “정말요?”

 “그럼.”

 “네. 그럼 기다려볼게요.”

 

 아이가 울먹이면서 얘기한다.

 꼬맹이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된다고 했던가? 어쨌든 그런 것 비스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뭐지?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어, 이거 민방위 훈련할 때 나는 사이렌 소린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눈이 번쩍 떠진다.

 

 

 

 19.

 

 긴 사이렌 소리에 잠이 깼다.

 사이렌 소리가 끝나고 뭔가 방송을 하는 것 같은데 웅웅거려서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먹을 수가 없다.

 

 설마 이 시국에 전쟁 난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비상사태 선포나 뭐 그런 내용이겠지...

 

 억지로 생각을 잡아두려 하지만 불안한 가슴을 완전히 진정시킬 수는 없다.

 김과장은 깨어 있다.

 사이렌 소리에도 여전히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차분하게 앉아있다.

 다른 천막도 마찬가지다.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태평하게 민방위 훈련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얘기하고 있다.

 시계를 본다. 오전 7시 30분이다.

 

 “주목해주십시오! 천막별로 와서 1인당 빵 3개, 우유 3개, 물 3개씩 가져가십니다!”

 

 나의 컴플레인의 영향일까? 빵을 많이 준단다. 나와 김과장은 천막에서 나온다. 강당 입구에서 10여 미터 안쪽에 박스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군인들은 그 박스들 뒤로 7~8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사람들은 마치 북유럽 사람들 마냥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빵과 물과 우유를 가지고 천막으로 돌아간다. 새치기 따위는 없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느릿느릿 걸어갈 뿐이다. 좀비같다. 단지 입이나 코에서 피흘리지 않고, 공격성만 없을 뿐 영락없는 좀비들이다. 우리도 그 줄에 선다. 나 역시 튀지 않으려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군인들은 우리 쪽을 보면서 키득대고 있다.

 

 새끼들 빠져갖고. 그새 익숙해졌다 이건가?

 

 저 군기 빠진 쉐리들을 보니 탈출이 생각보다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막으로 돌아와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털썩’ 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김과장 쪽을 본다.

 잠들었다.

 

 7시 50분이라...

 

 잠 깨는 시간은 비슷한데 잠드는 시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낮이 되면 잠드는 것은 확실하다.

 

 근데 이 패턴은 뭐지? 자전? 공전? 이런 것 때문인가? 아니면 태양과 관련이 있으려나? 그렇다면 조금 더 정확해야 할 것 같은데 뭔가 패턴이 있는 것 같으면서 또 엉성한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뭐지?

 

 또 다시 멀리서 폭발음이 들린다.

 

 설마 전쟁은 아니겠지?

 아냐, 전쟁이라면 이미 다 쑥대밭이 되어 있겠지.

 전투기들도 날아 다닐테고...

 

 초초하게 군인들이 순찰하기를 기다린다.

 

 첫 번째 순찰 후에 바로 탈출이다.

 

 몸싸움을 대비해서 뭐 무기가 될 만한 거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없다.

 

 오후 12시 30분이다.

 아직도 순찰은 돌지 않는다.

 

 갑작스레 쓰러진 사람들이 강당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어서 순찰 못 돌고 있는 건가? 아니면... 설마... 군인들도 감염?

 

 강당 안의 천막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천막 옆면을 살짝 들어 옆 천막으로 이동한다. 천막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다. 그렇게 연이어 가장 입구 쪽에 있는 천막까지 조심스레 이동한다.

 천막 아랫부분을 시속 1mm의 속도로 들어서 입구 쪽을 살펴본다.

 

 어!? 역시...

 

 군인들이 쓰러져있다. 저들도 감염된 게 틀림없다.

 나는 조심스레 천막 밖으로 나와 입구로 걸어간다.

 역시 시속 1mm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귀 뒷쪽과 뒷통수가 찌릿찌릿하다.

 또 한번 들리는 폭발음에 깜짝 놀란다.

 군인들은 반응이 없다.

 강당 문 근처에 가서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문 밖으로 빼꼼 내밀어 밖을 살핀다.

 아무도 없다.

 문밖을 조심스레 나선다.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문이 2개인 회색 컨테이너가 있다.

 그 중 강당쪽 문은 열려있고 그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군인들의 임시 초소나 본부가 틀림없다.

 주변을 살펴본다. 역시 CCTV는 없다.

 

 뭐야, 생각보다 허술한데?

 

 컨테이너로 조심히 접근한다.

 뒤로 돌아서 열린 문쪽으로 조심히 접근한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심스레 문 안을 살펴본다. 중위 한명이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다.

 아내 전화번호 때문에 휴대폰을 요청했으나 내 말을 개무시했던 그놈이다.

 

 야전책상 위 멀티탭에 충전기와 무전기가 꽂혀 어지럽게 놓여있다.

 아마 감염방지를 위해서랍시고 보급되었을 게 뻔한... 뽑아쓰는 비닐장갑과 3M 마스크도 옆에 놓여있다.

 

 쉬바, 무슨 셀프 주유하는 것도 아니고 비닐장갑이냐.

 에휴... 안쓰럽다. 그래도 살겠다고...

 

 컨테이너 제일 안쪽에는 철근을 용접해서 만든 훈련용 임시 총기거치대가 있고 K2소총 10자루가 거치되어 있다. 1개 소대 규모가 파견 나온 모양이다.

 

 강당입구에 2명이 총을 갖고 있었으니, 최소 10명이 더 있다는 건데...

 쉬바, 어떡하지...

 아냐. 그 새끼들도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

 

 책상 아래에는 A4용지 상자가 2개 있다.

 상자 하나를 열어본다.

 사람들에게 수거한 핸드폰이 가득하다.

 내 핸드폰을 찾아서 전원을 켠다.

 젠장. 안켜진다. 배터리가 나간 것 같다.

 충전해서 켤까 하는 생각을 하다 이내, 괜히 이 시간에 여기서 핸드폰을 켰다가 위치추적이나 용의선상에 오르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둔다.

 다른 상자를 살펴본다. 자동차 키, 등 기타 소지품들이 있다.

 

 좀 미안하지만 빌려 써야겠군. 이왕이면 외제차로...

 

 벤츠 키를 하나 챙긴다.

 

 옷도 문젠데... 어쩌지...

 그래 아까 싸이렌 울리고 한 거 보면 훈련이라고 구라를 쳤든, 비상사태라고 선포를 했든 했을 거야. 그렇다면 전투복이 제일 눈에 안 띄겠지.

 

 잠들어 있는 중위의 전투복을 벗겨서 입는다.

 중위의 휴대폰을 챙긴다.

 혹시 몰라서 지갑도 챙겨본다.

 마스크와 비닐 장갑도 착용한다.

 덥다.

 비닐 장갑에 금세 습기가 찬다.

 총을 챙겨갈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잠시 고민해본다.

 아니다. 괜히 총 들고 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감당이 안될 것 같다.

 

 주차장으로 간다. 땡볕 아래 십수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리모콘을 눌러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후 멍청이... 나처럼 끌려왔으면 여기 차가 없는 게 당연하지...

 

 어리석음을 자책해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는 생각에 차 키를 전부 가져와본다.

 외제차부터 시도해본다.

 반응하는 외제차는 없다.

 그냥 국산차를 시도해본다.

 

 “삑삑”

 

 처음 시도한 차가 바로 당첨됐다. 벤츠타고 싶었는데... 하긴 벤츠탄 군인은 더 수상해 보일 게다.

 학교 정문은 주차장에서 50여 미터 떨어져 있다. 차 뒤에 숨어서 정문쪽을 살핀다.

 정문 좌우에 만들어놓은 임시 위병소에 군인이 1명씩 은폐엄폐중이다.

 한참을 지켜본다.

 20여분간 지켜봤지만 움직임이 없다.

 

 저 쉐리들도 잠들어 있는 것 같은데?

 

 주차장 옆 화단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 입구 쪽으로 던지고 얼른 숨는다.

 반응이 없다.

 하나 더.

 역시 반응이 없다.

 

 역시 저놈들도 감염됐군.

 지들도 감염됐으면서 우리를 감시한다고?

 

 차에 오른다.

 더위에 한껏 달궈진 차 안의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힌다.

 블랙박스에 있는 SD카드를 빼서 주머니에 넣어본다.

 비닐장갑 때문에 미끄러진다.

 그냥 입에 넣는다.

 그리고 시동을 건다.

 입구쪽으로 천천히 차를 이동시킨다.

 

 혹시 보초병들이 깰까, 그리고 다른 군인들이라도 마주칠까 노심초사 하지만 다행히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기까지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다.

 정문에서 여섯 블럭 정도 떨어진 후 입에 있던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창밖으로 뱉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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