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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과거를 읽는 능력, 사이코메트리를 갖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강시준.
시준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도중 갑작스레 학교의 불량학생이라 알려진 윤여진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 우연찮게 사건 당일의 기억을 보게 되는 데...

 
4. 도시괴담 (1)
작성일 : 19-11-05 00:06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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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돌아간 뒤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신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실제로 내가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지 않고 피해다니려고 해도 학교폭력에 관련된 사항이 있다면 나는 불발로 고생을 해야 했다. 마치 나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라는 듯이-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이걸 위해 나에게 능력을 쥐어준 것이라는 듯 내가 원하지 않는 이번 사건에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아무리 눈을 피하고 길을 돌아가도 끈덕지게 나에게 달라붙어왔다.

  눈을 감았다. 어째서 계속해서 학교폭력과 연관된 사건들이 눈에 보이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가장 깊이 새겨져있는 기억이니까-”

 

  사이코메트리는 아무 과거나 랜덤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장소가, 물건이, 사람에게 가장 강력하게 새겨져있는 기억을 보여준다. 학교폭력의 기억은 피해자들에게 아주 짙게 남아있을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끈덕지게 달라붙어 그들을 괴롭히고 있을 기억이 진하게 새겨져있는 것은 당연했다. 언제고 공포에 떨어야 하니까-

 

  뒹굴거리다 핸드폰을 켜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이 자살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모두 후련하다는 댓글들이었다. 인과응보. 스스로 벌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그들이 죽은 걸로는 화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살 바에야 스스로 쓰레기청소를 한 것이 잘 했다.

 

  “말들 참 잘하네-”

 

  이렇게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과연 피해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일까, 아니면 방관했던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가명 뒤에 숨은 또 다른 가해자일까? 알 수 없으나 이런 이야기들을 적어나갈 온전한 자격이 주어진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핸드폰을 껐다. 역시나 종이비행기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다시금 타나토스가 윤여진을 때리던 뒷골목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종이비행기는 없었다.

  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윤여진 사건현장에도 혹시 종이비행기가 있었어?”

 

  “꽤나 진지하게 사건을 파려나 보네?”

 

  “네가 얘기했잖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전까지 계속 불발이 일어날 거라고- 확실히 가장 짙게 남아있을 기억이니까 불발은 계속 일어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난 또 병원신세라고. 그것만은 사절이야.”

 

  “민혁이 형이나 범인한테 안 들키고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려고 한 거 아니었어?”

 

  신이 도와주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화하여 말하자 신의 어이없는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너는 날 너무 잘 알아.’라며 투덜거리는 답변에 나는 씩- 웃었다.

  계속된 사이코메트리가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었다. 특히나 불발일 경우에- 나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신의 말에 따르면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 기억에 담긴 악의까지 흘러들어와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는 걸 수도 있었다.

 

  “잊지 마. 우리가 범인을 잡는다고 나서는 거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범인을 잡는 건 경찰이어야 해. 안 그러면 우리가 노려지거나 증거도 없이 덤비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알았어요. 아빠.”

 

  “누가 네 아빠냐.”

 

  “아니, 잔소리를 끝내주게 하길래. 나 그 얘기 한 10번은 들은 거 같아.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아.”

 

  “10번으로는 피 안나. 원한다면 피가 나올 때까지 해줄게.”

 

  내 시덥잖은 장난에 신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그래서 윤여진 사건현장에는 있었어? 없었어? 종이비행기.”

 

  “있었어.”

 

  “그러면 정말로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있겠네? 윤여진은 자살이 아닌데도 종이비행기가 있던 거잖아.”

 

  내 말에 신이 요상한 앓는 소리를 내었다. 생각만큼 간단한 이야기는 아닌 건가?

 

  “자살한 학생들의 사건현장의 종이비행기는 유서가 적힌 거고, 윤여진의 종이비행기에는 유서가 아니라 반성문이 들어있었어.”

 

  “반성문?”

 

  나는 눈을 깜빡였다. 윤여진이 어떤 인물인가? 학교를 휩쓸고 다니면서 고압적인 자세로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마구 대하던 녀석이었다. 윤여진에게 있어서 학교 권력의 정점에서 있는 것은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녀석이 반성문을 썼다고? 선생님께도 아무렇지도 않게 욕을 내뱉는 녀석이?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썼을 가능성은?”

 

  “아마 제로가 아닐까?”

 

  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윤여진이 선생님께 혼이 나서 반성문을 썼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의 말씀에 벌벌 떨었을 학생이었다면 선생님께 욕을 하지도 않을 거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위협적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럼 그 반성문은 윤여진이 쓴게 아닌 거 아냐?”

 

  “필적감정결과는 윤여진의 피적이 맞다고 나왔어.”

 

  와-

  나는 감탄했다.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윤여진이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고 반성문을 제출하려고 썼다가 타나토스에게 봉변을 당해 바뀌지 못하고 그대로 죽게 된 걸까?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고자 노력하려다 그렇게 어이없이?

 

  “혹시 반성문을 제출하고 학교에 제대로 나와 보고자 했던 건 아닐까? 요즘 정학시킨다는 말도 있었고, 퇴학을 시킨다는 말도 있었잖아.”

 

  허술한 학교는 반성문 한 장이면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 마치 그 반성문 한 장이 새 사람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증명서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니 잘리지 않기 위해 학교에 반성문을 제출하려고 했었을 수도 있었다.

 

  “만약 이 사건들이 연쇄살인이고 윤여진 사건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자살사건도 타나토스가 연관이 되어있다면 말인데...”

 

  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타나토스가 유서와 반성문을 쓰게 한 거 아닐까?”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다른 나머지 학생들은 유서고 윤여진은 왜 반성문이야? 다 가해자들이잖아.”

 

  “사실은 경찰들이 생각하는 대로 유서가 아니라 반성문인 거지. 타나토스는 자신이 죽인 모든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거야.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반성하게 한 거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죽게 되는 건지 알려주고 싶어서.”

 

  “나 방금 소름 돋았어.”

 

  형사가 되겠다고 주구장창 이야기하더니 말만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신이 내놓은 추리는 그럴듯했다.

 

  “그런데 왜 반성문들을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놨을까?”

 

  “글쎄?”

 

  “사건현장에서 사이코메트리를 해봐야 할 것 같아.”

 

  “거길 가겠다고?”

 

  내 말에 신이 퍼뜩 놀라 조금 언성을 높였다.

 

  “네가 세운 가설을 확인하려면 어차피 각각의 사건 현장에서 확인을 해봐야 하잖아. 추리가 맞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틀린 게 있다면 범인을 잡을 수 없어.”

 

  “혼자가는 건 아니지?”

 

  “당연히 너도 가야지.”

 

  이 연약하디 연약한 친구를 설마 그 험난한 곳에 혼자 보내려고? 잘못하다가 발을 헛디디면 어떻게 하려고!

  연약하다는 말에 신이 콧방귀를 뀌었다. 병약소년이라고 놀려댈 때는 언제고 연약하다니까 저런 반응이라니- 그래, 넌 내 친구다.

  신과 난 전화를 끊기 전 사건현장에 가볼 것을 약속했다.

 

  “그럼 내일 학교 끝나고 가보자.”

 

 

 *

  학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선생님들의 신경이 곤두서서 걸리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수업풍경이 펼쳐지게 되었을 뿐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주요 5과목을 비롯한 체육, 음악, 미술... 예체능까지 그 어느 한 선생님도 날이 서지 않은 선생님이 없었다. 그야 당연하게도 학생이 두 명이나 죽어 경찰이 왔다갔다 거리고 학교 앞을 지나가는 순찰차의 빈도도 상당히 많이 늘은 상황이었다.

 

  “거기! 딴 짓하지 말고!”

 

  오!

  나는 윤리 선생님의 기가 막힌 분필총탄에 감격했다. 평상시보다도 더욱 감정이 담겨있는 풀스윙이었다. 그런데 이거 요즘에 교권 낮아서 분필 맞은 애가 집에 말하면 학교 또 뒤집어지는 거 아닌가. 회초리도 아니고 분필 던져서 맞췄다고 학생 인권을 무시했다면서 난리 날 것 같은데...

 

  “뭘 쳐다봐? 이르게? 일러!”

 

  리스펙 윤리 선생님.

  이미 학부모들에게 몇 번의 항의를 들은 적 있는 윤리 선생님은 당당하셨다. 그래... 그래봤자 철밥통 공무원이 잘릴 리가 없었다. 성추행을 하는 선생님들도 계속 교사 일을 하는데, 분필로 학생 이마 명중시킨거야 새발의 피가 아닌가.

  맞은 이마가 아픈지 이마를 맞은 녀석은 문지르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일 교무실이 또 뒤집어 지겠네.

 

  “너네 고2야. 고2. 내년에 수능 봐야 하는 녀석들이 이렇게 공부를 안 해서 어떻게 할래? 너네가 최악인 건 알지? 선배들보다도 못하고 하물며 후배들보다도 성적이 안 나와서 어떻게 할래?”

 

  지나가던 3학년 선배가 투덜거리길 3학년이 공부 제일 못한다고 혼났다던데...

 

  “너네가 그렇게 있을 때에도 경쟁자들은 벌써 앞으로 치고 나간다고. 집중해, 집중!”

 

  죄송합니다. 선생님.

  경쟁자들을 앞으로 내보내고 뒤에 서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나는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시계의 초침이 왜 저리 일정하게 잘 가고 있는 지 답답했다. 얼른 시간이 지나 윤여진이 발견된 사건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 종이비행기의 반성문을 타나토스가 시킨 것인지, 왜 종이비행기 모양으로 접었는지 알고 싶었다. 얼른 범인을 잡아서 평탄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이 돌발적으로 발동되는 사이코메트리를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234페이지를 보면-”

 

  “♬♬♪♩♪♬”

 

  경쾌하다. 참으로 경쾌하다.

  여느 때보다도 종소리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렇게 종소리가 반갑던 적이 있던가. 나는 선생님이 나감과 동시에 빠르게 가방을 쌌다. 그리고 신을 보았다. 신은 벌써 가방을 다 싸서 메고 있었다. 아직 선생님이 마침조회를 하러 오지 않으셨지만 우리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었다. 기다리고 있을 틈이 없었다.

 

  “너네 어디가?”

 

  “병원!”

 

  뒤에서 들려오는 반장의 외침에 나는 아무렇게나 둘러대었다. 뛰어가면서 병원 간다고 말하는 게 신뢰성 하나 없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병약소년의 말이니 어느 정도 통하지는 않을까?

  어쨌든 나와 신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교문을 빠져나가 윤여진의 사건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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