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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8)
작성일 : 19-11-04 20:48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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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지랑이는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네 메?

 

  “……메 말고 이 아지랑이 말이야.”

 

  -메라고 부르기로 한 거 아니었어?

 

  “……됐고, 어쨌든 이것 말이야. 어떻게 느껴질까?”

 

  -그야…… 너하고 내가 섞인 냄새가 나겠지? 후각이 좀 더 발달한 이들이라면 그것조차 구분해내겠지만.

 

  “냄새…… 그래, 경계심을 덜어내기 위해선 그것 또한 지울 줄 알아야겠지.”

 

  냄새에 관한 건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개인의 메에는 각자의 고유한 냄새가 있지만, 출신지역(아마도 신의 영향이겠지만)에 따라 비슷한 느낌을 주긴 한다고. 물론, 탈루에게 있어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다.

 

  ‘아직은 일러.’

 

  탈루는 아는 것부터 천천히 되짚어 가기로 했다.

 

  아지랑이.

 

  달라진 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메를 통한 ‘섭취’를 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위장, 접촉, 교란, 탈취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탈루는 이 과정을 자신의 실체가 아닌, 이 ‘아지랑이’를 통해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탈루는 자신의 아지랑이를 직시했다.

 

  “돌아.”

 

  그러자 아지랑이가 탈루의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위로.”

 

  아지랑이가 위로 떠올랐다.

 

  “아래로.”

 

  아지랑이가 아래로 가라앉았다.

 

  -우와, 말도 알아들어?

 

  “…….”

 

  말을 내뱉긴 했지만 아지랑이가 실제로 탈루의 말을 듣고 명령을 이행한 건 아니다. 아지랑이를 움직인 건 탈루의 의지이다. 다만 언어는 의지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쉽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냄새를 없애.”

 

  탈루는 아지랑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쉽게 될 거라곤 생각 안했어.’

 

  탈루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유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의 ‘개념화’가 명확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냄새’에 대한 것도, ‘그것이 없어진 상태’에 대한 것도. 원하는 것의 구체적인 형태도 모르는데 의지만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 다시, 작아져.”

 

  아지랑이가 꾸물꾸물 줄어들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옅어져.”

 

  그러자 잠시간 미동 없이 허공에 떠있던 아지랑이가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된다!”

 

  조금은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지랑이가 반응을 보였다.

 

  아직 만족해할 단계는 아니었다.

 

  “다시…… 짙어져.”

 

  아지랑이가 다시금 부옇게 색을 더했다.

 

  “그럼 이제…… 흩어져.”

 

  아지랑이가 미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탈루는 긴장된 기색으로 그것을 지켜봤다. ‘흩어지는 것’에 대한 머릿속 연상은 명확하지 않았다. 아지랑이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아니면 조그마한 연기 같은 것들로 나누어질지 탈루 또한 알지 못했다. ‘비교적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의지로 형상화해내는 것. 이것이 탈루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돼, 됐다!”

 

  아지랑이는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거기 그대로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존재는 느껴졌다.

 

  탈루는 자신의 몸이 흥분으로 떨려오는 걸 느꼈다.

 

  아지랑이의 현재는 탈루가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흡사했다. 메의 형태를 결정지은 것이 탈루의 의지인지, 아니면 미약하게나마 탈루의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던 ‘개념’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혹은 둘 다의 반영인지), 중요한 건 구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겪어 본 적 없는 형태’, 혹은 ‘아직 알지 못하는 개념’ 역시도 접근법에 따라 구현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했다.

 

  “좋아!”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다시 모여.”

 

  아지랑이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탈루는 본격적으로 아지랑이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한 운용에 돌입했다.

 

  “세 개로 나뉘어.”

 

  기다란 하나의 아지랑이가 곧이어 세 개의 짧은 아지랑이로 나뉘었다.

 

  “이제…… 하나만 남고 둘은 사라져.”

 

  탈루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지랑이를 지켜봤다.

 

  ‘……될까?’

 

  잠시 뒤, 하나의 아지랑이를 제외한 두 개의 아지랑이가 천천히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탈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처, 처음이야.”

 

  -응?

 

  탈루의 전신이 흥분으로 인해 잔잔히 떨렸다.

 

  “메의 양이, 아니 아지랑이의 양이 줄어들었어! 그 힘이! 아니, 뭐랄까…… 그 존재감이!”

 

  단순히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나뉜 것들 중 두 개가 ‘온전히’ 없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아지랑이가 그의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혹은 이를 의식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미약한 존재감이었다. 은연중 메의 크기를 늘리려 해왔기 때문인지, 아지랑이의 존재감은 이제껏 커지면 커졌지 줄어든 적은 없었던 것이다.

 

  ‘마치 이것을 처음 느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아지랑이의 존재감이 줄어든 걸 느끼자마자, 갑작스레 전에 없던 불안감과 위화감이 탈루를 휘감아오기 시작했다. 이제껏 자신의 ‘메’라 생각해왔던 것이 흐릿해지니 왠지 모르게 나약해진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익숙해져야겠지…….’

 

  탈루는 담담히 자신의 현재를 긍정했다.

 

  익숙함 대신 변화를 채우자. 그것이 나를 살게 할 것이다.

 

  이어 탈루는 ‘쪼개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자신의 의지가 전달되는 선에서 최대한 존재감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열 개 이상으로 쪼개진 아지랑이는 더 이상 탈루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소멸되었다. 열 개가 딱 한계치였다.

 

  ‘얼추 되지 않았을까?’

 

  탈루는 아지랑이들에게 가있던 시선을 탐욕과로 돌렸다.

 

  눈이 달린 생명체라면 또 모를까 굳이 ‘위장’에 뭐가 더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색이라도 바꿔볼까?’

 

  탈루는 열 개의 아지랑이 중 가장 왼 편에 있던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빨간색으로 변해.”

 

  그러나 아지랑이는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다.

 

  ‘의지와 명확한 개념만으로도 안 되는군…….’

 

  아지랑이에 색을 더하는 것은 단순히 크기를 변형시키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았다.

 

  그때였다.

 

  -그걸 빨갛게 만들고 싶은 거야?

 

  이제껏 잠자코 있던 겨우살이가 갑작스레 말을 걸어왔다.

 

  “그냥…… 한 번 해보려고 했지.”

 

  -색도 안 가져왔는데 어떻게 입히려고?

 

  “……응?”

 

  -색을 입히려면 먼저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지.

 

  “……가지고 있으면 가능하다는 얘기야?”

 

  -바보, 섭취랑 같잖아.

 

  “……응?”

 

  가만,

 

  “어? 그런가?”

 

  탈루는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팍 하고 내리쳤다.

 

  “색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해?”

 

  -응, 아마? 그 애는 했거든. 그래서 위장할 때도 매번…….

 

  겨우살이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탈루의 귀는 이를 듣고 있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원리는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 대상에 접촉해 무언가를 빨아드린다. 그것이 양분이 되었든, 색이 되었든…….’

 

  “가능하단 말이지…… 그럼 어쩌면…….”

 

  탈루의 머릿속이 오만가지 상상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이런 건 다 나와 함께해야 하는 것들이야. 네가 아지랑이들을 가지고 노는 것과는 달리, 내가 힘을 불어넣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지!

 

  겨우살이는 뽐내듯 두어 차례 몸을 살랑거렸다. 다소 거만해진 모습이었다.

 

  “그래, 대단한 것 같아…….”

 

  -으, 응? 정말?

 

  “그래…… 어쨌든 그건 나중에 더 생각해보도록 하고 일단은…… 눈앞에 닥친 것부터 먼저.”

 

  탈루는 아지랑이 하나를 천천히 탐욕과로 날려 보냈다.

 

  -조, 조심해!

 

  겨우살이의 말마따나 탈루는 조심스레 심호흡했다. 이제껏 탐욕과는 어떠한 ‘접촉’도 쉬이 허락하질 않았던 것이다.

 

  이어 탐욕과에 아지랑이가 닿는 순간,

 

  “어?”

 

  -왜, 왜?

 

  이상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데?”

 

  -그럼…… 성공한 거 아냐?

 

  “그런…… 건가?”

 

  탈루는 탐욕과로부터 어떠한 반응도 없는 것이 정말로 아지랑이의 줄어든 존재감 덕분인지, 아니면 아지랑이가 탐욕과의 반응을 자신에게 채 전달하지 못할 만큼 미약해진 탓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어 아지랑이를 조종해 탐욕과를 이리저리 쓰다듬어도 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탐욕과는 잠잠했다.

 

  “……일단 넘어가고. 그럼 다음은…….”

 

  교란.

 

  이것부터가 핵심이다. 탈루는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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