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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5. 잠복
작성일 : 19-11-04 18:08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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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찾아왔다.

 

 보안대는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조사에 더욱 난항을 겪어야 했다. 12월이 되니 기온은 뚝 떨어졌고 스모그는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G구역뿐만 아니라 E, 가끔은 F구역까지 스모그의 농도가 경고수치를 초과하기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비구역을 수사하기 더더욱 어려워졌다.

 

 수사원과 보안대 모두 총기와 마약이 비구역의 어딘가에서 제조, 유통되고 있을 거라고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문제는 한정된 인원에 비해 비구역은 그 면적이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그 뿐 아니더라도 비구역은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폐허가 되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이 장소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상시 긴장상태여야 했고, 높은 농도의 스모그 때문에 항상 방독 마스크를 철저히 하고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안대는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국장은 계속 위에서 압박하지, 언제 감사관들이 들이닥칠지 모르지, 언론은 그들의 무능함을 씹어대기 바빴다.

 

 보안대는 거의 비상사태였다. 대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여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비번은 없어졌고 항상 연장 근무가 들어가 하루 16시간은 기본적으로 근무했다. 근무가 끝나더라도 다들 무전기를 켜놓고 지냈다. 혹시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곧장 출동해야 했으니까.

 

 심지어 루시아 부관까지도 평소보다 흐트러진 모습을 자주 보였다. 평소에는 대장실에서 잡다한 사무적 업무를 보는 그녀였지만 이제 그거에 더해서 현장 출동도 나가야했다. 업무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니 제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힘에 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평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라울 대장뿐이었다.

 

 "그래, 오늘도 딱히 발견한 건 없다는 말이군."

 

 라울이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말했다. 연기가 대장실 안을 자욱하게 메웠다. 루시아 부관의 자리는 비어 있어서 안에는 라울과 로건 두 사람 뿐이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로건은 저도 모르게 불쑥 날선 어조로 대꾸하고 말았다.

 

 "하지만 저희만으로 그 넓은 비구역을 뒤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약이 너무 많아서 오래 있을 수도 없고요."

 

 "진정하게, 로건."

 

 라울이 담배를 입에서 떼더니,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난 자네를 나무라는 게 아닐세."

 

 로건은 입을 다문 채 곤두세웠던 태도를 삭였다. 그 또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만 대장의 말을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였다.

 

 "… 죄송합니다."

 

 "아니,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이해하네. 그리고 비구역 수색이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알고 있네. 사실 한 두 달 안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지. 만약 그렇다면 운이 지극히 좋은 것이고. 그러니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게."

 

 로건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떻게 대장이 저렇게 변함없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라울 또한 매일같이 국장에게 깨지고 현장 출동도 하면서 바쁠 텐데 말이다.

 

 루시아 부관이 도시가 멸망하기 전까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이라면 라울 대장은 도시가 멸망한 후에도 계속 사과나무를 심을 위인이었다.

 

 라울은 태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더니 새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책상 뒤에서 걸어 나오더니 대장실 한쪽에 놓인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보드 위에는 비구역의 대략적인 지형이 그려진 지도가 확대된 채 붙어 있었다.

 

 라울은 빨간색 마카를 꺼내더니 오늘 3팀이 수색한 구역 위에 가위표를 쳤다. 그들은 안쪽부터 차근차근 수색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었다.

 

 대장은 손가락 사이로 마카를 빙글빙글 돌리며 마치 명화 감상이라도 하듯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러다가 바리케이드 근처까지 조사할지도 모르겠군."

 "… 그 전에 군이 먼저 개입할 것 같습니다."

 "하긴, 그 쪽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군."

 

 라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동의했다. 내용만 보면 심각했지만 그의 어조는 너무나 평이해서, 마치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비구역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스모그의 독성이 강한 곳이다. 그 독성은 바리케이드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지고, 방독면 없이는 비구역에서 버틸 수가 없다.

 

 방독면이 있어도 정화통이 한 시간 이상 버티지 못한다. 비구역의 수색이 힘든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참 지도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라울이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아, 오늘도 수고했네. 이만 돌아가 봐도 좋네."

 "… 알겠습니다."

 

 로건은 별 말 않고 대장실을 나왔다. 곧장 퇴근하기 위해서 휴게실 앞을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아직까지 퇴근하지 않은 팀원이 있나 싶어서 쳐다보니 로웬이었다.

 

 "아, 팀장님."

 

 그녀는 마치 찾고 있었다는 듯이 살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아직 퇴근 안 했나?"

 "이제 하려고요. 그것보다, 이거 받으세요."

 

 로웬이 병 하나를 건넸다. 얼결에 받아들고 보니 음료수였다. 로건이 이게 뭐냐는 듯이 쳐다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피로회복제에요. 요새 팀장님께서 많이 피곤해 보이시길래."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데."

 "제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받아주세요. 절대 다른 뜻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하시구요."

 

 로웬이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 역시 눈가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점은, 요새 워낙 바빠서 로웬이 어느 정도 죄책감에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고맙게 받겠네."

 

 로건은 음료수병을 외투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그만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손가락 사이로 병이 미끄러졌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로웬이 병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잡아냈다.

 

 "… 정말 괜찮으세요, 팀장님?"

 "괜찮네. 그냥 손에 땀이 나서 미끄러진 것뿐일세."

 

 로건은 다시 주머니에 음료수병을 집어넣은 다음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로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자네가 고생이 많네. 좀 괜찮나?"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해요. 고생한 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네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팀장님."

 

 로웬이 진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 별로 할 말이 없던 로건은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팀장님도 푹 쉬세요."

 "그래, 조심히 돌아가게."

 

 로웬과 헤어진 로건은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B구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늦은 저녁이었다. 날씨는 그새 더 기온이 떨어져서 오고가는 사람들의 복장은 많이 두꺼워져 있었다.

 

 로건은 루시드 드림 건물의 맞은편에 있는 서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오늘자 신문 한 부를 구입한 다음 그 옆 건물인 카페에 들어가 저녁을 때울만한 간단한 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그는 그것들을 싸들고 주변 가도에 미리 주차해 놓았던 차에 올라탔다. 루시드 드림 건물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여전히 그는 이 단체가 일련의 사건들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는 의심을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사 아닌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퇴근하면 매일 신문 한 부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들고 차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건물 주변을 감시했다. 뭔가 수상쩍은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물론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섣부르게 파고들어 상대의 경계레벨을 올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세미나라는 것을 들어보려고도 했지만 이번 년도에는 더 이상 예정된 세미나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가 보안대 팀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그를 알게 모르게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벌써 며칠 째 감시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알아낸 것이라고는 말릭스라는 그 대표가 건물을 출입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건물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건지도 몰랐다. 아니면 출입문 말고 그가 모르는 다른 통로가 있다든지.

 

 로건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계속 차 안에서 건물 출입구를 응시했다. 로웬이 준 피로회복제를 마셨지만 여전히 피로가 몰려왔다.

 

 사온 신문을 보고 몸을 뒤척이며 감시를 계속한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밤이 깊어갔다. 다른 구역들과는 다르게 B구역은 그래도 여전히 불빛이 넘쳐흘렀다. 오히려 하루 일과를 끝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거리로 더 나온 듯싶었다. 샤프트에 가까운 구역들은 다른 곳들보다는 치안이 좋은 편이다.

 

 하품이 나왔다. 시간을 확인하니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슬슬 오늘도 접고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내일 아침에도 일찍 출근해야했다. 그가 요즘 들어 피로에 찌들어있는 것도 당연했다. 로웬이 그 사실을 눈치 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항상 2시간에서 3시간정도 밖에 자지 못하니.

 

 신문을 조수석에 던져두고 차 시동을 거는데, 그의 시야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루시드 드림 지부 건물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나 수강생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딱 한 번 보았던 말릭스의 비서였다.

 

 잠이 싹 달아났다. 로건은 숨을 죽인 채, 그녀의 행적을 눈으로 쫓았다. 그 비서는 택시를 잡아타더니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는 건가?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행동이 너무 조심스러웠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건 아닌가 싶어서 주변을 슥 훑는 것은 퇴근하는 사람이 보일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로건은 천천히 택시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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