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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39
작성일 : 19-11-04 11:32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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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남은 것을 버려야 해. 당분간은 오지 못할 거야.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마동은 는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를 통해 그녀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 그거 알아요? 이렇게 블라우스에 검은 정장치마를 입고 어울리지 않게 운동화를 신고 출근을 한다고 한들, 규칙이나 성립이 깨진다고 삶이 불편할까요?” 는개는 조용히 낮은 음성으로 읊조렸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삶의 부분에 있어서 사소함이 배제되어간다면 우리는 불편을 느끼는 거예요. 사소함이란 삶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삶의 일부도 차지하지 않는 사소함이지만 이 사소함이 소멸해버리고 나면 불편함은 서서히 커져 버린다고요. 그래서 우리들은 사소하지만 그것에 집착을 하고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어요.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신고 그 차림에 맞는 가방을 들고 거리를 걸어서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소함이에요. 이 사소함이 깨진다고 해서 삶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사소한 작은 부분이 생각과 일치하게 맞아 떨어지면 얼굴에 미소를 짓고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를 해요.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우리들을 이루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당신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을지는 몰라도 당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는 그 하루가 완전한 삶인 셈이에요. 알겠어요?” 는개는 조용하게 말했다. 두 손으로 마동의 뺨을 감쌌고 그녀는 마동의 두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느 날 비가 내리고 있어요, 처음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렸어요. 그런데 비가 지금처럼 너무 쏟아지는 거예요. 사장님이 걱정해서 집에 일찍 보내줬죠. 작은 감동이에요.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정류장에서 내렸어요. 한 블록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어떤 아이가 정류장에 앉아서 끊어진 우산을 고치고 있는 거예요. 그 아이에게 ‘난 집이 저기 한 블록만 가면되니 저기까지 같이 가서 넌 이 우산으로 집으로 가’하며 그 아이와 같이 한 블록을 걸어가서 내 우산을 주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생각해 보세요. 아주 작지만 무엇인지 모를 사소함에서 마음이 일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들, 사람에게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는개는 여전히 마동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동이 들여다 본 는개의 눈동자 속에는 아직 펼쳐지지 않는 세계가 보였다. 그녀는 되도록 마동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버려지지 않는 것은 반드시 억지로 버리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시간이 지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버려지게 되어있어요. 바퀴벌레가 없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충분히 필요한 사람인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은 이겨야 할 존재가 아니에요. 누구보다 더 사랑해야 할 존재가 자신인걸요.”

  흠.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웃음.

  이 어두운 빗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환희적 웃음.

  “우리는 언제나 따분하고 지루한 삶을 살고 있어요. 누구나 그래요. 권태가 우리의 발목을 휘어잡아 끌잖아요. 그렇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걸 보는 거예요. 희망이라는 게 평범하게 지내는 일상 속에서는 늘 배신을 해요. 절망의 끝에 가서야 희망이 제 역할을 하는 거라구요. 어떤 이는 누군가의 희망이죠. 슬픔과 안타까움이 팽배하게 깔려있는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기대하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이와 살아가고 싶으니까요.”

  “그런 성립이 존재하는 거예요. 우리들 ‘마음속’에는요.”

  는개는 늦었다며 일어나서 덜 말린 옷을 입었다. 회사에서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으면 된다고 했다. 마동은 그녀를 데려다 주겠다며 욕실로 들어가서 얼굴을 대충 씻었다. 는개는 마동에게 괜찮다고 했다. 어두운 곳에서 완전한 빛처럼 환하게 말했다. 시계를 보더니 이제 5분정도 있으면 점심을 먹은 정 대리가 사람들과 자신의 차로 이 근처로 픽업하러 온다고 했다. 는개는 어느새 세련된 오피스우먼의 모습을 하고 가방을 들고 있었다.

  “설거지는 당신이 해요. 당신이 이번에는 많이 먹었으니”라고 는개가 말했다. 마동은 자의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고마워요. 당신이 먼저 다가와 줘서.”

  ‘내 입술을 용서해줘’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저녁에 봐요”라며 는개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 속 상대방과 몇 마디 나누고 마지막으로 거액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웃음을 보이고 현관을 빠져 나갔다. 는개가 나가고 만들어진 부재의 공간은 역시 크나큰 공백을 만들어냈다. 마동은 는개가 가버리고 난 후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커다란 공백은 메워지지 않아서 마동은 팔을 휘저었다. 마동의 행동에 따라 는개가 남긴 그녀의 향이 옮겨 다닐 뿐이었다. 곧 그마저도 없어질 터였다. 마동은 발가벗은 채로 베란다의 창가에 다가가 섰다. 비는 거칠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었다. 저녁에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는개를 더 잇아 못 본다고 마동은 입으로 소리를 내어서 말해보았다. 소리는 입 밖으로 흘러나와서 공백 속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는개를 볼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나는 정말 는개의 희망일까.

  베란다 창에 마동은 몸을 바짝 기댔다. 한 여름의 한 가운데 내리는 세찬 비 때문에 차갑게 변한 창문의 기온이 마동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그 차가운 기온은 마동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쿠쿠쿠쿵 하는 천동소리와 함께 동시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류 형사였다.

 

  다시 들어와 보는 모던타임즈였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밖에 쏟아지는 비는 정체를 모르는 힘이 아주 좋은 거인이 고집스럽게 하늘에 구멍을 뚫어 놓은 풍경 같았다. 굶주림에 울부짖는 맹수의 소리처럼 천둥소리도 크게 들렸다. 카페의 주인도 오늘은 장사가 안 될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돌려보냈다고 했다. 카페의 주인은 아르바이트생을 이곳에 더 붙잡아 두었다가는 집 잃은 개구리가 되어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동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자연은 가끔 인간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다며 카페 주인은 마동에게 커피를 내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주인이 딱히 말을 많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말을 해서 지금 자신과 카페 근처에 닥친 지변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었다.

  카페 주인은 몇 번 왔던 마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딱히 마동은 누군가보다 튀는 외모를 지닌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마동을 한 번 보면 그를 기억해내곤 했다. 그런 일이 가끔씩 있었다. 눈썹이 짙은 것도 아니었고 키가 아주 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의사의 얼굴처럼 아주 잘생긴 외모는 더더욱 아니었으며 웃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마동을 본 사람 중에 몇몇은 지우개로 쓱싹쓱싹 지워버리지 않았다. 단순히 마동의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카페의 주인은 지금 당장은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하고 있었다. 카페는 건물주에게 24시간 동안에 해당하는 세를 내고 있는 것인데 하루 중에 고작 반나절 장사를 할 뿐이다. 그런데 비정한 영화에서 내리는 비처럼 세상을 거칠게 비가 덮으면 영업은 막을 내려야 했다. 카페 주인의 생각이 마동의 의식에 와 닿았다. 주인의 생각은 그렇게 하늘에 대고 원망을 하고 있었다. 카페의 벽면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틀어주던 영사기가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류 형사를 기다리며 마동은 모던타임즈를 볼 요량으로 비를 맞으며 일찍 나왔는데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마동은 꽤 오래전에 모던타임즈를 보고 반해버렸다. 채플린은 대사하나 없이도 영화의 내용을 보는 이들에게 잘 전달해주었다. 유성영화가 한창 활발한 시기였는데 채플린은 무성영화 형식의 모던타임즈를 만들어냈다. 모던타임즈는 희극인데 비극이었고 채플린의 슬랩스틱의 몸짓은 재미있지만 처절하고 불우했다. 사람들은 모던타임즈가 70년이 흐르는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며 웃었고 눈물을 흘렸다. 마동이 모던타임즈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때 류 형사가 재미없는 소설 속의 비 맞은 고양이의 몰골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이전보다 더 불규칙적이게 수염이 자리 잡고 있었고 깎인 부분도 일정하지 않았다. 생각날 때 마구잡이로 수염을 깎는 다는 듯 보였다. 수염을 이렇게 불규칙적이게 깎는 다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에서 멀어졌다는 말이다. 류 형사의 사소함에서 생활 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류 형사는 오늘 혼자 왔다. 거대하고 산 같은 신참형사는 보이지 않았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혼자서 왔다고 짧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나요? 하늘이 미쳐가나 봅니다. 이 빗속에 만나자고 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라며 류 형사가 젖은 옷을 털며 말했다. 마동은 괜찮다고 말했다. 마동의 눈에 비친 류 형사의 모습은 처음과 같은 냉철함으로 가득 들어차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행동의 철저함은 지니고 있었지만 좀 더 인간적으로 변모해있었다. 인간적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과 악의 모습이 동시에 류 형사의 얼굴에 잔존해있었다. 마동은 일부러 류 형사의 의식을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류 형사의 악한 냉철함은 단순한 마동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 모습은 아직 마동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지만 범인이 아니라는 복잡한 마음의 교차가 나타내는 관념일지도 모르고 의심은 가지만 의지로 의심을 강화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의 심리일지도 모른다.

  “실은 말이죠. 마동 씨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만 의심이 점점 희박해져 간다고 말씀드렸듯이 마동 씨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진전이 전혀 없습니다.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야 할 단서가 전혀 없다는 말이죠. 더불어 당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할 만한 근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류 형사는 고개를 들어 카페 안을 두리번거렸다. 주인 밖에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나 확인하는 듯 보였다.

  “의심이라는 게 본디 자연발생적 마음의 의심과 의식적인 마음의 의심으로 나눠지지 않습니까. 의심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연적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과 의도적으로 의심하는 부분이 서로 교차하는 사이에서 인간은 분명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 형사들은 그 선택을 보통 일반인들보다 잘 해야 합니다. 직관을 통해서 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했다, 이것만 가지고는 형사는 안 되죠. 그릇된 선택은 범인체포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 형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입술을 씹었다. 습관인 모양이었다. 입술을 물어뜯는 습관은 어린 시절에 들어버린 습관이며 어른이 되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 중 하나다. 꼭 유전자와 흡사하다.

  “선택은 언제나 자신의 몫입니다.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섰을 때 ‘아, 이거 곤란하군, 어이 이봐, 대신 좀 해 줘’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선택이란 것을 해야 하니 그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라며 류 형사는 웃었다. 상대를 안심 시키려는, 그간의 경험에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자연적으로 들어버린 의심은 어느 순간 바뀌게 됩니다. 그러니까 결과가 의심과 다르게 올바른 방향이면 경계심이 풀리고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빨리 다른 일에 매달릴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의도적으로 해버린 의심은 결과와 상관없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만 갑니다. 한 번 하기 시작한 의도적인 의심은 결과와 무관하게 부풀어 올라 주위환경까지 의심을 하게 만듭니다. 결과에 순응하지 않죠. 의심이라는 것은 결국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여전히 류 형사는 웃음을 지으면서 마동에게 말했다.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수염도 같이 움직였고 그것은 마치 늪지대가 울렁거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류 형사의 웃음 속에는 여러 개의 해학이 들어있었다. 웃고 싶어서 웃음을 짓는 것이 아니었다. 웃기 싫다고 해서 웃지 않을 수만은 없다. 류 형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형사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용의자 앞에서 자신을 숨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 류 형사는 알고 있었다. 류 형사는 마동에 대해서 의심을 갖고 있지만 경계심은 분명 풀고 있었다. 류 형사는 자신이 마동의 커피를 사겠다며 뭘 마시겠냐고 물었다. 마동은 자신 앞에 있는 커피 잔을 들어 보이며 이미 마시고 있다고 했다. 류 형사는 선불로 계산하고 직접 음료를 받아오는 카페의 생리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생리를 좋아할 리는 없었다. 신참형사가 있었으면 시켰을 것이다.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요즘 들어 점점 소멸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셀프서비스라는 곳의 음료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류 형사는 마동의 의사를 묻지 않고 커피를 자신의 것과 함께 한 잔 더 받아왔다. 두 잔 모두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커피였다. 비가 오는 여름에 우산을 쓰고 빨리 걸으면 더 더운 법이다. 류 형사는 자신 앞의 시원한 음료의 빨대를 빼 버리고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탔을 모양이었다.

  그때, 카페의 주인이 이것 좀 보라면서 카페의 조도를 낮추고 모던타임즈를 틀었던 영사기를 돌렸다. 영사기를 통해 벽면에 비춰진 화면은 뉴스였다. 전국의 쓰레기 매립장의 모습이 보였다. 쓰레기 매립장은 거대한 산처럼 쓰레기가 큰 더미를 만들었고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연기가 심하게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불이 붙어서 오르는 연기와는 판이하게 달랐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과도 달랐다.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는 거대한 괴생물체가 숨을 쉬며 불어내는 숨처럼 기분 나쁘게 올랐고 연기는 어둠의 색을 띠고 있었다. 쓰레기더미는 비를 계속 맞으면서 흐리고 우울한 생명의 연기를 피워 어두운 하늘로 올려 보내는 모습이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혼령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듯 연기는 고요하고 침착했지만 불쾌하게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암묵적이며 고요하고 기분 나쁜 쓰레기더미는 블랙홀을 빠져나가야만 볼 수 있는 외계 생명체처럼, 눈도 이름도 없고 학술적인 근거도 없는 생물체가 그곳에 숨어서 비밀스럽고 내밀한 숨을 내쉬는 것처럼 보일뿐이었다. 희망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자주색의 연기는 떨어지는 빗속에서 하늘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전국의 각 지방 방송사에서 담은 촬영 장면으로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쓰레기더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촬영을 하던 방송관계자들과 기자는 흥분된 모습으로 보도를 했고 쓰레기더미가 꿈틀거릴수록 악취가 심하게 났다. 악취는 냄새만으로 모든 것을 썩어 버리게 할 만큼 독했고 기자는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마이크에 입을 대고 보고를 했다. 카메라맨 한 사람은 냄새에 그만 카메라를 떨어뜨려 화면이 비틀어지는가 싶더니 다른 카메라가 급하게 켜지는 모습이 비켜졌다. 꿈틀거리던 쓰레기더미 속은 한순간에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개미 떼처럼 수많은 괄태충들이 기어 나오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서 보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기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사태를 보도했다.

  다른 뉴스채널에서는 전화로 생태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연결하여 이러한 상황을 인터뷰하는 장면도 보도되고 있었다. 하지만 학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도 없었고 추론조사 불가능했다. 괄태충은 습한 곳을 선호하지만 인간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수천수만 마리가 살 수는 없었다. 결국 이것은 인간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증을 보여준다며 학자는 인터뷰를 마쳤다.

  쓰레기더미를 빠져나온 괄태충들은 어딘가의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모두 한 곳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오래전의 중공군처럼 괄태충들은 꾸물꾸물 기어가다가 쓰레기더미에서 무게가 나가는 물품이 떨어져 몸이 터지며 죽어가는 괄태충도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어딘가로 계속 떼를 지어 이동했다.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 어떤 이가 발로 밟아서 괄태충을 터트려 죽이기도 했다. 그 순간 자아내는 누린내에 밟았던 사람은 코를 막고 욕을 하며 피해버렸다. 더 이상 괄태충을 발로 밟으려고 다가서는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괄태충이 왜 쓰레기더미 속에서 기어 나오는지, 기어 나온 괄태충들은 고약한 누린내의 악취를 풍기며 어디로 기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괄태충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자국이 남았으며 그곳에 쇠붙이가 있으면 부식이 되었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현장에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인상을 찡그리고 대부분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이었고 괄태충의 거대한 이동이 있는 곳 가까이에 갔던 기자는 결국 5분을 버티지 못하고 그곳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서 방송을 했다.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하루 종일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달팽이 과의 이 괄태충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리고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수많은 의문을 던지는 광경입니다. jbs방송 r기자였습니다.”

 

  마동과 류 형사 그리고 카페의 주인은 벽면에서 영사기로 돌리는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류 형사는 고뇌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카페는 뉴스의 암울한 화면을 꺼버리자 원래의 커피 향이 가득한 로컬 카페로 돌아왔다. 카페의 주인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틀었다. 카페의 창밖으로 보이는 폭우는 거침이 없었고 대단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램프 속, 지니 만이 이 비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한 자연의 움직임 같지는 않군요.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는군. 연일 이런 일이 벌어지니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류 형사는 세상의 고심을 다 짊어진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군요.” 마동은 동의를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6일 동안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커피의 맛이 느껴졌다.

  어째서 커피의 맛은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녀가 만들어준 죽을 먹고 나서 그럴 것이다. 그것이 답이 아니라도 마동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더 이상의 것은 생각 밖으로 밀어냈다.

  “마동 씨,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말입니다.” 류 형사는 숨을 한 번 다듬었다.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류 형사는 마동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히 말을 했다. 마동은 눈에 힘이 들어갔다.

  “목격자요?”

  “네, 그렇습니다.”

  “무슨 목격자…….”

  류 형사는 집안에 모여서 듣는 이도 없는데 속닥이는 동네 아주머니들처럼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류 형사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때 최원해가 없어지던 날, 그 근처에서 너구리를 잡으려고 갔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근처의 쓰러져가는 민가에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남자인데 너구리를 잡으러 올라갔다는군요.” 류 형사는 얼음 하나를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마동은 더욱 귀를 기울였고, 류 형사는 다음 말을 쏟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사람의 말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믿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더군요. 멀쩡한 사람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만났을 때에도 멀쩡했고 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멀쩡했습니다. 앞으로도 멀쩡할 겁니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더란 말이죠.”

  틈을 두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이 빗소리와 함께 틈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목격자의 말은 정말 터무니없는 말입니다만. 최원해의 버려진 한쪽 운동화만 보면 또 그 말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주 기이합니다. 지금 터지고 있는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히는 것이 없어요.”

  마동은 자신의 커피 잔을 쥐고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돌렸다. 는개가 떠올랐다. 갑자기 는개의 얼굴이 생각났다. 마동은 커피 잔을 돌리는 의미 없는 동작을 계속했다.

  “목격자는 철탑근처 가까이에 너구리 몇 마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잡으러 올라갔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철탑근처에서 너구리의 배설물이나 흔적을 보면서 너구리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는군요. 그 바람이 부는 근처에서 마동 씨와 최원해 씨를 봤다는군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운동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바람이 불었는데 바람이 뭐랄까. 이질적인 바람…… 산속에서 불어 올 바람이 아닌, 전혀 겪어보지 못한 바람이라더군요. 마동 씨가 말한 그 치, 치……”

  “치누크”라고 마동이 간단하게 말했다.

  “치누크와 완전히 다른…… 아무튼 아주 차갑고 냉혹한 바람인데 이상한 것은 그 부분만 불었다는데. 자신이 너구리를 잡으려고 서 있던 곳을 벗어나서 어느 특정한 한 부분에만 바람이 그렇게 불었다는군요. 철탑근처의 풀들만 세차게 흔들렸다는 겁니다. 남자는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바람이 부는 곳에 손을 뻗으니 아주 차가웠다고 합니다. 마치 얼음을 갈아댄 것처럼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류 형사는 수첩을 보면서 말을 했다. 그리고 한참 수첩을 바라보더니 끝내버리는 게임처럼 이내 수첩을 탁 덮었다.

  “바람이 심하게 일더니 그곳에서 연무처럼 뿌연 연기가 꼈다는 겁니다. 목격자의 말로는 구름처럼 보였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그 부분만 구름처럼 말입니다. 구름이나 연무나 연기나 거기서 거기 같은데 말이죠. 그 구름이 바람 속에서 같이 휘몰아치더니 사람보다 두 배 정도 크기의 요상한 모습의 형체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그 남자는 ‘괴수’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전 도무지 이 부분에서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괴수의 형체가 또렷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남자는 질문이 거듭되니 확신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거참.”

  류 형사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다시 얼음하나를 와그작 깨물었다. 괴수라는 말이 마동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맴 맴돌았다. 꼭 괴수라고 표현을 해야 했을까, 괴수라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건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모습일 뿐이다. 그럼에도 목격자는 굳이 괴수라고 표현을 했다. 인간은 참 쓸데없는 많은 것을 만들어냈다. 마동은 그런 생각을 했다.

  “목격자는 겁을 너무 집어 먹어서 움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남자는 그대로 납작 엎드렸다는 군요. 바람 속에서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괴수가 막 움직이더라는 겁니다. 엎드려서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온 몸이 검은 쇠붙이 같은 것으로 덮여있었고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군요. 눈을 잘 뜨지 못했다고 합니다. 맹수의 모습 같기도 했고 신전을 지키는 문지기의 모습처럼 험악한 얼굴을 자닌 것 같다는 말을 하긴 했습니다. 재차 질문을 했지만 할수록 자꾸 모습은 바뀌었습니다. 목격자가 공포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죠. 일단 목격자가 확실하게 하는 진술은 괴수가 바람의 소용돌이 속에서 굉장한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천둥소리처럼 크고 밀림 속의 굶주린 맹수처럼 고약하고 큰 포효를 했다고 하는데 근처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목격자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고막이 나갈까봐 귀를 꽉 막았다고 하는데 말이죠.”

  와그작 하는 얼음이 입안에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음도 조금 녹아서 여러 개를 류 형사는 입 속에 털어 넣었다. 고개를 드는 류 형사의 코에는 코털이 여러 개 비어져 나왔다.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류 형사는 손가락 두 개를 코 안에 넣어서 고집스럽게 코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후 불었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 있었고 양 손에는 갈퀴가 달려있고 송곳니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디 티브이나 영화에서 본 괴수의 모습을 덧입혀서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목격자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는 건데 역시 미덥지 못하죠. 저 정도면 괴수를 꽤 자세하게 봤다는 말인데 괴수의 모습은 치누크 때문에 흐리게 보였다고 처음 진술에는 말했거든요.” 류 형사는 코털이 신경 쓰이는지 코털을 잡아 당겼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어디 있습니까? 하긴 아파트의 사건만 봐도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목격자는 너무 겁이 나서 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어서 더 이상의 것은 보지 못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곧 눈을 감아버리고 벌벌 떨었다고 했습니다. 쳐다보고 있으면 그 괴수가 마치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다고 말이죠. 그렇게 눈을 감고 계속 있었더니 바람이 잦아드는 소리가 들렸고 괴수의 소리는 사라졌다는 겁니다.” 류 형사는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이야기 한 것처럼 자신이 말하고도 터무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들어 마동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보였다. 그건 분명히 어이없는 웃음이 맞았다.

  마동은 커피 잔을 돌리는 것을 멈추었다. 류 형사의 시선은 마동의 커피 잔으로 내려갔다.

  “목격자가 눈을 뜨니 당신은 쓰러져있었고 한 사람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저 사라졌다고 말이죠. 괴수도 사라졌고 최원해 씨도 사라졌다는 겁니다. 목격자는 쓰러진 당신을 깨울 생각도 못하고 무서워서 그대로 산을 내려갔다는군요. 목격자는 최원해 씨의 비명 같은 것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저 고요하게 없어져 버린 거죠. 최원해 씨의 운동화를 보면 목격자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지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거죠.” 류 형사는 아니라는 표현을 확고히 하기위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서 목격자가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쓰러져있었습니다. 한 사람, 최원해 씨는 바람이 사라지면서 같이 없어져 버렸고 말이죠. 정말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저 없어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소멸했다고 말이죠. 최원해 씨의 운동화를 보면 목격자의 증언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고 말이죠. 당신은 현장에 있었으니 혹시 봤을 지도 몰라서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마동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전 이 사건의 담당이 아니라서 시간이 있을 때 만나봐야 해서 말이죠.” 류 형사는 여전히 듣는 사람도 없는데 고요한 목소리를 냈다. 류 형사의 목소리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블루노트에 수록된 곡에 자연스럽게 묻혀 마동에게 흘러들어갔다.

  그 괴수라는 건 무엇일까. 50대 남자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모습일까. 어쩌면 장군이가 말하던 무서운 존재의 하나일까. 그 무서운 존재가 나였을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본모습이었을까.

  마동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기억이 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정신을 잃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없었다. 쓰러진 것도 기억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이 꿈이었다면 나았을까.

  잠이 들어 버리면 꿈을 꾸지만 깨고 나면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려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와 같았다. 꿈이었다면 새처럼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가지 않았다. 저 멀리 가버리지 못했다.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동도 ‘그것’의 실체가 알고 싶었다. 마동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무엇에 홀린 듯 마동은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철탑 밑이었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 형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모양이 에셔의 그림처럼 정확성이 떨어지는 형태였다. 그 형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마동을 짓눌렀다.

  “산길에 만들어 놓은 조깅코스를 따라가다가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가스에 취한 듯 이내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고. 제가 기억하는 건 이게 다입니다.” 마동은 다시 커피 잔을 돌리며 말했다. 류 형사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병원에 진찰을 받아 보셨습니까? 왜 갑자기 쓰러졌는지 쓰러진 후에 후유증은 없는지 말이죠.”

  “아니요, 가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것 때문에 조짐이나 이상 징후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아서 진찰은 받지 않았습니다.”

  류 형사는 이 말도 의심 없이 받아 들였다. 시간은 조금씩 계속 흘렀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문명이 매일 무엇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어 가는 것 같군요. 하긴 인간이 제일 많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파괴해버리는 종족입니다. 돈이 된다면 가차 없이 모든 것을 파멸하고 잠식하는 게 인간이니 이제 벌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지요.”

  류 형사는 컵을 들었지만 형사의 컵 안에는 커피도 얼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동은 그런 류 형사를 보며 자신에게 준다며 들고 온 음료를 손으로 밀어 류 형사에게 권했다. 류 형사는 눈인사를 하고 커피 잔을 들고 빨대를 빼버린 후 커피를 빠르게 마셨다.

  “이 기이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결국엔 우리 경찰은 그 말라버린 시체에 대해서는 어떤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실한건 앞으로도 단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먼지가 되어버린 시체를 가지고 단서를 잡아내는 기술력도 아직 없습니다. 미제사건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도시에는 미제사건이 일 년에 삼, 사천 건 정도가 늘 있습니다.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사건이 늘 쏟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지방검경이 모두 이 사건에 매달리고 있어서 미제사건이 대략 800여건이 더 늘어날 겁니다. 본청에서 내려온 정부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방향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움직입니다. 본부에서는 무조건 그들에게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들은 사건의 해결과는 무관하게 조사를 하고 있어요. 뭔가 이상합니다. 아주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이런 꺼림칙한 기분은 처음입니다.”

  와그작.

  “속옷을 잔뜩 먹고 죽은 남자의 부인은 정신이 웅덩이에 버려져 건져내도 축축한 채입니다. 아직 한창이고 얼굴도 미인이던데 말이죠.” 류 형사는 부인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류 형사는 입속으로 얼음을 다 털어 넣었다.

  와그작와그작.

  단서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 풀지 못한 살인에 대해서, 정신이 나가버린 시체의 부인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해서 항변이라도 하듯 류 형사는 얼음을 큰 소리로 깨물었다. 저렇게 힘 있게 얼음을 씹다가 치아가 나갈 것 같았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봉투를 하나 건넸다. 류 형사는 마동이 꺼낸 봉투에 시선을 두고 말없이 바라보았다. 류 형사는 봉투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봉투를 보니 신장이 망가진 채로 태어나 병실에서 아빠를 절박하게 부르는 딸의 모습을 뒤로 하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크고 맑은 눈동자의 수빈이를 생각하니 류 형사의 눈동자도 심하게 떨렸다. 류 형사는 봉투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류 형사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자존심을 지키자니 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고통에 찬 수빈이의 얼굴이 류 형사의 마음을 덮쳤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겨우 견뎌내고 있는 수빈이를 생각하니 자존심 같은 것은 쓰레기봉투에 구겨 넣고 싶었다.

  류 형사는 얼굴을 들어 마동을 바라보았다. 앞에 앉아있는 이 청년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사람을 대할 때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스타일을 어느 정도 간파해낼 수 있다. 물론 경력에 따라, 경험에 쌓인 사람에 한해서지만.

  류 형사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자신 앞에 앉아있는 마르고 표정이 없는 이 청년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점점 더 깊은 기이한 의문점만 들었다. 청년은 깊은 상실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사람들과는 다른, 너무 선명한 우주공간 속의 맑음도 보였다. 생명수라고 불리는 암반의 저 끝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처럼 신비로운 맑음이 이 청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맑음은 하지만 무서운 것이다. 너무 맑고 깨끗해서 깊이를 알 수 없었고 관념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비논리적이었고 비현실적이었다.

  미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떤 종류의 희망은 그 속에 있었고 확실한 냉철함이 ‘맑음’ 속에 있었다. 이 청년의 무표정 너머의 세계를 류 형사는 직관으로 꿰뚫어 보려고 해도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있어서 유력한 용의자다. 하지만 의심을 접었다. 류 형사에게 마동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인간이 지니고 있지 못한 본질을 지닌 영역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청년의 주위에 감돌고 있는 기이한 기류를 류 형사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표정하고 기이한 청년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사고가 희미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마동의 얼굴과 대면하고 있다가는 생각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류 형사의 한 손은 이미 봉투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봉투를 쥐었다.

  “”형사님, 오늘 밤에 떠나려고 합니다. 몸이 보기보단 좋지 않습니다. 격리되어있는 전문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아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식어버린 커피와 차갑게 쏟아지는 비와 무서운 소리를 내는 천둥과 충격적인 번개는 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마동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할 때는 몰랐지만 식어버린 커피는 겨울을 봄으로 착각하고 잘못 나온 잡초를 으깬 맛이 났다. 잠시의 틈이 있었다.

  “제 인생을 얘기하자면 바퀴벌레처럼 하찮고 단순하고 눈에 뛸만한 시간이라곤 저에게 없었습니다, 형사님.” 또 한 모금의 커피를 마셨다. “전 그동안 제 자신을 버리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그토록 버리려고 했는지 제 자신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버리려고 한 것이 내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던 텅 빈 시간이었는지, 그 텅 빈 시간을 채웠던 기억이었는지, 어느 것 하나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던 간에 하나씩 떼서 버리는 게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마동은 류 형사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류 형사는 마동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에 힘을 주었다. 조금만 힘을 더 주면 귀가 벌겋게 변할 것만 같았다.

  “조화와 균형은 무엇일까요.” 딱히 류 형사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균형을 제. 대. 로. 찾으려고 오늘밤 이곳을 떠납니다.”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 마동이 말했다. 마동의 목소리는 류 형사의 근처에서 머물렀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을 제대로 된 언어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아직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서 해결되기 전까지 계속 연락을 해야 합니다.” 류 형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 봉투에서 손을 땠다. 그리고 다시 봉투위에 손을 올렸다. 초여름 옅은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처럼 류 형사의 손끝이 파리하게 떨렸다. 그 손끝으로 시선이 가 있었다.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 떠나신다는 말이군요. 무엇에 대해서 말이죠?”

  “아마도 형사님이 생각하시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음, 마동 씨가 떠나면 일단 조화와 균형이 맞아진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라고 류 형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시선은 봉투에 머물러 있었고 류 형사는 봉투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침묵이 흘렀다. 마동은 조화와 균형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류 형사도 조화와 균형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곳을 떠나면 그렇게 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동은 시선을 피한 류 형사에게 향해있었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곳이 생각보다 많을까요? 아니면 생각만큼 없을까요? 음악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는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음식에 비유했죠. 음식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죠. 현실에서 음악이 없어서 살지 못하는 것은 식량이 없어서 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오래전에는 음악은 음악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죠. 음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그 음악가는 굶어서 신체가 말라 죽는 것과 음악을 듣지 못해서 마음이 메말라 죽는 건 결코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음악과 음식은 조화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모두 흡수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 생활이라고 느꼈던 것이죠. 레스토랑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어쩐지 허전하고 이상합니다. 그것이 조화와 균형이 아닐까 합니다.” 마동이 말을 끝내자 류 형사는 표현되지 않는 표정으로 마동을 바라보았다.

  “아주 형이상학적이군요. 마동 씨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음악과 식량과의 관계에도 밀접하게 포함되는 것입니까?” 류 형사가 봉투에서 손을 뗐다.

  “어떤 의미로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류 형사는 입을 다물었다. 마동의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면 형사님과 저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아닌가 합니다. 조화와 균형이 바로 고도가 아닐까요.” 마동의 말에 목이 짧아지며 류 형사의 얼굴이 몸 안으로 꺼지는 것처럼 보였다. 류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류 형사의 한숨은 상대적이었다. 내쉰 한숨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따라서 카페의 이곳저곳에 차분하게 분산되어 흩어졌다. 마동의 이야기 때문에 내뱉은 한숨이었는지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는 자신과 그의 딸 수빈이 때문에 내뱉은 한숨이었는지 정확하게 류 형사 본인도 알지 못했다. 류 형사는 공기가 가득 들어찬 물고기의 배처럼 볼록한 봉투를 바라보았다. 크고 깊게 류 형사는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고 그 경계는 누구라도 명확하게 구별해 낼 수 없을 종류의 것이었다.

  “따님의 수술비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으면 병원비로 쓰시고 그래도 남는다면 따님의 옷이라도 몇 벌 사드리세요. 남는다면 말이죠.”

  “아마도 많이 남을 겁니다.” 류 형사는 봉투의 겉면을 보며 뜯어보지 않아도 안다는 듯 말했다.

  “뇌물도 아니고 잘못된 돈도 아닙니다.” 마동이 류 형사의 손이 올라가 있는 봉투를 형사 쪽으로 좀 더 밀었다. 또 한 번의 한숨을 류 형사는 내쉬었다. 류 형사의 마음은 이미 봉투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하지만 손은 봉투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마동을 봤을 때 마동의 눈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선생님이 사고를 친 반 아이에게 괜찮다고 타이르듯이.

  한시라도 빨리 수빈이의 신장을 고쳐야 하지 않느냐, 그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수빈이의 건강을 되찾는 것이 당신과 당신가족의 조화와 균형이 아니겠는가,라고 마동의 눈이 말을 한다고 류 형사는 받아들였다. 그 순간 류 형사의 눈빛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참새처럼 한없이 조약했다. 수빈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친척도 아니고 동료 형사들도 아니었다. 용의자라고 의심하는 사람에게 결국 수빈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류 형사는 생사의 경계선에 선 기분이었다. 류 형사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다시 봉투를 꼭 쥔 채 말이 없었다.

  “자기장이 저를 불러요. 자기장이 부르는 대로 가면 분명 균형이 맞아질 겁니다.” 마동의 말에 류 형사는 미궁 속에서 처음 보는 물질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한 모습으로 희미하게 대답했다.

  “자기장이라……”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을 했다. 이 청년이 자기장이 있는 곳으로 간다면 그곳에는 분명 자기장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 닿고 나면 조화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마동이 말하는 균형이라는 것이 류 형사입장에서 막연했지만 균형이 이루어지고 나면 지금보다 무엇이든 간에 나아질 것이다. 무엇이 나아진다는 것인지 역시 어렴풋하고 별이 떠 있는 그곳처럼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류 형사가 말을 했다.

  “세상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발전하는데 제 딸은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죠. 그건 조금 불균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돈을 떠나서 수많은 질병과 증후군이 있고 그 질병을 돌보는 많은 곳과 병원에서 모두들 고치거나 나아서 잘 걸어 다니는데 어째서 아직 어른다리보다 작은 내 딸은 뛸 수 없다는 게 조화롭지 못한 일이 아닐까. 신은 정말 바쁘다고 생각했죠. 신은 얼마나 많은 기도를 접수하겠습니까. 그래도 지치지 않고 아침마다 딸아이를 위해서 기도를 했어요. 진심을 담았는지 어땠는지 정답은 못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신이 내 기도를 들어줬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 형사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볼록한 봉투에 주름이 착 잡혔다.

  비는 더 이상 땅속으로 흘러 들어갈 곳이 없음에도 무섭게 쏟아졌다. 비가 내리면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어서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풍경에 젖어 들지만 생각하는 구분을 넘어서 비가 쏟아지면 세상은 긴장하게 된다. 세상의 인간들은 겁을 집어먹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검은 하늘에서 속도감 있게 쏟아내는 굵은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사람들을 건물 속에 넣어두고 밖으로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이런 지독한 날씨를 뚫고 마동과 류 형사는 카페에 앉아 마주보고 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간 류 형사는 입을 꾹 다물고 그대로 봉투를 집어서 여름과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청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두 사람은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류 형사는 마동의 알리바이를 자신의 때 묻은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류 형사는 봉투와는 상관없는 냉철한 형사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봉투와 함께 냉철함도 주머니에 들어가 버렸다. 마동은 류 형사가 하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답했다. 마동은 류 형사를 통해 그간 진척된 아파트의 두 사건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다. 류 형사는 본부에서 마련한 담당형사들이 있음에도 정부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하는 조사에 대해서도 낱낱이 이야기를 했다. 마동은 내심 류 형사가 걱정이 되었다. 어두운 하늘에 짙은 어둠이 한 꺼풀 덧칠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검은 구름은 자줏빛을 띠며 세상을 자줏빛비로 물들여 가고 있었다. 마동은 카페 안에서 카페 밖을 보며 서서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준비가 그 어떤 것이 되었던 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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