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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고백같은 말
작성일 : 19-11-03 23:22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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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지훈이는 아름다운 신부와 신혼여행을 떠났고 부케를 받으신 두 분은 영화도 보시고 저녁 드시고 들어가신다고 하셨다. 얼떨결에 신랑신부의 부케를 받으셨더라도 두 분의 결정에 의미를 보태어야할 책임을 느끼셨을 것 같다. 자연스레 연주와 나도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벼르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가자.”

 “ 어디? 어디 가는데요?”

 “ 오늘은 날씨가 별로 뜨겁지 않으니까 공원에 갈까? 너 공원 좋아하잖아.”

 “ 내가 공원 좋아한다고?”

 “ 아니야? 미국에서도 자전거 타고 한가하게 공원 다니던데?”

 “ 그걸 어떻게 알아요?”

 “ 따라다닌 거 아냐. 거긴 안 따라 갔어. 그때는 네가 나를 따라온 거지 , 진짜 .”

 “ 내가 언제?”

 

 놀라서 의아해 하는 연주에게 폰에 담아둔 사진을 꺼냈다. 자전거 옆에 앉아 책을 붙들고 있던 그림 같던 여인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연주가 말했다.

 

 “ 이 여자 책 보는 거 아니었어요.”

 “ 그래? 조는 것 같아 보이지 않던데?”

 “ 졸긴....... 무슨........ 그게 아니라,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

 “ 그랬는데?”

 “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 뭐? 왜 그렇게 웃어? 무슨 뜻이야?”

 “ 아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얘기 안할래.”

 “ 일어났네. 일어났어. 뭔데? 요상하게 웃더니 왜 말 안 해?”

 “ 말하기 좀 그런데....... ”

 “ 와, 답답해. 뭐지? 예삿일은 아닌 것 같은데 .........숨기지 말고 얼른 꺼내 놔.”

 “ 그게........ 책 속의 글자들이 막 엉키더니 그림을 그려 놓더라구요.”

 “ 무슨 그림?”

 “ 규영씨 얼굴.”

 “ 거짓말.”

 “ 신기하지? 정말이에요.”

 “ 내 얼굴 아니지? 정말 나야?”

 “ 믿거나 말거나.......”

 “ 아까 묘하게 요상하게 웃던데, 그림속의 내가 옷을 덜 입고 있었던 거 아냐?

  딱 걸렸어. 야해.”

 “ 너무하네. 내가 지금 고백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렇게 던져버리다니.......”

 “ 고백? 겨우 이 정도로? 좋아, 고백 같은 거 또 해봐.”

 “ 못 해 , 안 해.”

 

  고백인 것을 모르지 않았다. 수줍게 고백 같은 걸 해보려고 애쓰는 게 그대로 보였다. 그 공원에서 내가 느꼈던 안타까움을 그녀도 함께 느끼고 아파했었다는 고백이었다. 가슴이 저렸다. 부러 장난으로 넘겨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울컥 터져버릴 것 같았다. 좀 부끄러웠다. 그렇게 나를 밀어내려 애쓰던 시간을 견뎌낸 내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또 적잖이 약이 오르기도 했다. 연주가 귀엽게 고백 같은 말을 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 마음이 섞였으나 결국은 다 녹아버렸다. 사랑스러운 그녀가 이렇게 지금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

  사진을 보여주던 그의 표정은 그대로 고백이었다. 충분했다. 차분히 사진속의 나를 들여다보던 그는 그 아득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의 이기심이 그를 그토록 아득한 시간 속에 가두었다. 오래도록 외롭워 떨게 두었다. 미안했다. 겨우 용기를 내어 ‘사실은 나도 그리워했노라’고 고백을 해 놓고도 장난스레 받는 그에게 뾰로통하게 삐진 척을 했다. 너무 미안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음을 골이 난 척 피하는 것으로 대신해 버렸다. 여전히 난 비겁했다. 그래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두고 서 바다로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봤다.

 

 “ 강물 속에도 내 얼굴이 보이는 거야?”

 “ 어, 저기 보이네요.”

 “ 뭐하고 있어? 인어라도 만나나?”

 “ 아니, 벌 받고 있네요.”

 “ 왜? 뭐 때문에? 상 받는 걸 잘 못 본거 아냐?”

 “ 뭘 잘 했는데? 상을 받을 거라고 장담해요?”

 “ 너, 찾았잖아. 내가 살면서 젤 잘한 일이거든.”

 “ .........미안해요.”

 

 

 ##

  읊조리듯 그녀가 말했다. 갑작스럽고 뜻밖이라 당황스러웠다. 뭐라 대꾸할 말을 찾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그녀, 그 마음이 그저 고마웠고 내가 남겨져 있던 서운한 감정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뚝 끊어진 대화의 공백이 지루해 질 즈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좀 걸어야하기에 미리 준비해 트렁크에 넣어둔 커플 캔버스 화를 꺼내 주었다. 나의 노력에 감탄한 듯 함박웃음을 웃더니 그녀는 한 술 더 떠서 청바지는 안 가져 왔냐며 트렁크를 들여다보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챙겨온 캠핑장비를 풀어 어디든 텐트를 치면 집이 될 것이고, 펼쳐놓으면 식당이 될 것 같은 장비와 식료품들, 가격표도 떼지 못 한 채 딸려온 옷가지들까지, 당장 여행을 가도 며칠은 살아낼 수 있을 만큼의 살림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 집에서 쫓겨난 거예요? 이게 다 뭐야?”

 “ 말만해. 어디든 너 가고 싶은데 데려다 놓고 바로 집도 지어주고, 밥도 해 줄 수 있어.”

 “ 세상에..........”

 “ 어디가 좋아? 저기 언덕위에 집 지을까?”

 “ 저기, 달나라! 아님 화성 어때요? 우리가 먼저 가서 넓은 땅 차지 하고 나라를 세울까?”

 “ 너 내가 못할 거 같아?”

 “ 하겠지....... 할 거야.”

 

 그녀를 덜렁 들어 트렁크에 앉혔다. 구두를 벗기고, 운동화를 신겨주고 끈을 묶어 주는 동안 그녀는 얌전히 있었다. 전 같으면 혼자 하겠다고 말리고 그랬을 텐데 가만히 있는 것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그저 예쁘게 웃는다. 운동화를 신은 발을 달랑달랑 흔들며 웃더니 폴짝 내려서 콩콩 뛰어 운동화의 편안함을 확인하더니 뒷걸음질로 먼저 걷기 시작했다. 함께 걷는 길가에 핀 꽃들이 내 마음처럼 일렁거렸다.

 

 “ 규영씨, 저기, 저기 좀 봐요.”

 “ 뭐든 네 맘에 들거야.”

 “ 저거 다 해바라기 맞아? 여기 어떻게 알았어요?”

 “ 내가, 아주 열심히 돌아다닌....... 건 아니고 직접 검색을 했지.”

 “ 이런 데가 있었구나. 진짜 예뻐요.”

 “ 해바라기 꽃 좋아하잖아. 나중에 러시아 가자. 네가 말한 그 해바라기 밭 보러.”

 

 대꾸도 없이 그녀는 해바라기 밭 한가운데로 나 있는 길을 달려 언덕에 올라섰다. 언덕 너머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천천히 따라가며 그녀의 모습을 폰 카메라에 담았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더 많이 담고 싶었다. 까불까불 장난스런 포즈를 취해주던 그녀가 갑자기 멈추어 서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에게 걸어가는 도중에 순간순간 멈추게 하더니 그녀도 나의 모습을 찍었다. 일부러 고개를 숙여버리거나 아예 등을 돌려서 사진을 찍는 그녀를 약 올리기도 하고 억지로 멋있는 척하며 포즈를 취해서 그녀가 많이 웃도록 만들었다.

 

 

 #

  그가 내 앞으로 걸어온다. 이제 그는 내가 어디에 있어도 나를 향해 걸어올 것이다. 지금처럼 웃음 가득하게 담고 걸어와 나의 손을 잡을 것이다. 나는........

 

 “ 규영씨, 울 엄마 말이야. 곧 아저씨한테 보내드려야겠지?”

 “ 어, 두 분 잘 어울리셔. 분명히 행복하게 사실거야.”

 “ 그럼......... 나 혼자되는데, 우리 같이 살래요?”

 “ 뭐? 야, 너 지금..........”

 “ 왜? 싫어? 대답 예쁘게 해야 할 거야.”

 “...........”

 “ 뭐지? 이런 반응은?”

 “..........”

 “ 진짜 이건 아닌데......... 규영씨? 나 잘 못한 거예요?”

 “ 어, 너 이러면 안 되는 거였어.”

 

  그가 한숨을 쉬었다. 내 딴에는 오래 망설이다 용기를 낸 것인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내가 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머릿속이 멍해졌다. 뭐든 다 해 줄 것처럼 하더니 정작 같이 살자는 말에는 답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려 했으나 눈물이 나와 버렸다. 눈물이 쏟아지니 더 서러워져서 소리쳤다.

 

 “ 대답해요, 얼른.”

 “ ............”

 “ 싫다고 말 할 거면 하지 마. 안 들을 거야.”

 “ 잠깐만........ 울지 말고.......”

 “ .........”

 “ 이게........ 내 대답이야.”

 

  그가 답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답은 그의 손위에서 이제 막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쓱쓱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그의 손위에 있는 대답을 바라보았다.

 

 “ 싫긴 누가 싫대? 내가 여길 왜 데려왔는데, 오늘을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준비 했는데...... 네가 다 망쳐 놨어.”

 “ .........”

 “ 너, 이 반지 끼고 나면 완전 내꺼야. 꽁꽁 묶어서 절대 도망 못 가게 할 거야 각오해.”

 “ .........”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망쳐버렸다는 그의 계획이 궁금했고 살짝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내손에 반지를 끼워주려는 그의 손길에 움찔 뒤로 물러섰다. 이번엔 그가 당황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 왜 물러서?”

 “ 보고 싶어요. 내가 망쳐 놨다는 게 뭔지........”

 “ 어?”

 “ 해봐요. 나한테 아무 말도 못들은 셈 치고 ........”

 “ 그게 되냐? 상황종료인데 뭘 하래?”

 “ 나 못 들어서 억울하잖아.”

 “ 좀 억울해도 될 거 같은데, 난 그 억울하다는 것 까지 좋다.”

 

  그가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웃었다. 가슴이 떨렸다. 점점 더 붉어지는 노을이 그를 빛나게 했다. 해를 등지고 서니 나란히 선 그림자의 키가 훌쩍 자라 있었다. 오랜 바람이 이루어 졌다.

 

 “ 규영씨는 내 그림자가 되어도 좋겠다고 했었어.”

 “ 응.”

 “ 이렇게 그림자가 둘이라서 더 좋아.”

 “ 그렇네. 혼자서 긴 그림자 내려다 볼 때는 쓸쓸해서 네가 더 보고 싶었어.”

 “ 그랬구나. 규영씨도........”

 

  한없이 그리웠던 시간들을 모두 담았기에 더 많이 크고 뚱뚱해진 그림자, 행복한 그림자가 나란히 걸었다. 길가에 스치는 꽃잎들이 느릿느릿 기억을 더듬어 가는 나의 설렘처럼 한들한들 흔들렸다.

 

 “ 연주야, 네가 옆에 있어야 내가 숨이 쉬어져. 그래서 이젠 절대로 놓지 않을 거야. 난 아주 오래 살고 싶거든. ”

 “ 내가 잡혀 준거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 뭐가?”

 “ 마녀 플랜.........여전히 진행 중........”

 

  그가 팔을 감아 나를 안았다.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마녀플랜이니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고백을 들었다. 그 고백이 나의 입술에서 나온 것인지 그의 눈빛 속에서 넘쳐흐른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으나 끊임없이 메아리쳐 마음속 깊이 들어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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