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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수줍은 작약
작성일 : 19-11-03 23:16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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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일찍부터 소연이를 따라 미용실로 왔다. 소연은 결혼식 처음 하는 신부답지 않게 잠도 잘 자고 허둥대는 것도 없이 차근차근 잘도 알아서 한다. 자신이 신부화장을 하는 동안 샵의 다른 헤어디자이너에게 엄마와 나의 머리스타일까지 조언해가며 야무지게 당부를 한다. 너무 태연해서 결혼식 몇 번은 해본사람 같다고 내가 놀렸더니 사실은 엄청 떨리는데 센척하는 거라고 너스레까지 떤다. 예쁜 소연이가 아름다운 신부로 변신하는 동안 엄마는 우아한 여인이 되었고 나는 그냥 나로 보이기 위해 최대한 변하지 않으려 고집했으나, 들러리 드레스까지 입으니 완전 다른 사람 같아서 너무 어색했다. 규영씨가 보면 뭐라 할까? 예쁘다고 할까? 어색하긴 했지만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모습이 꽤 괜찮았다. 옅은 녹색빛이 감도는 하얀 쉬폰 드레스가 나보다 더 예뻤다. 신부보다 예쁘면 큰일인데........ 웃음이 나왔다.

 

 “ 우리 딸, 예쁘네.”

 “ 엄마도 근사해요. 젊어보여서 언니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

 “ 이젠 빈말도 할 줄 알아? 언제 배웠데?”

 “ 아니야, 엄마 예뻐. 내가 엄마 닮았잖아.”

 “ 어이구, 뻔뻔함도 배웠어?”

 “ 너무해~ 이러면 반칙이지. 아줌마, 언니가 이렇게 예쁘면 신부가 빛이 나겠어요?”

 “ 소연아, 나는? 나는 반칙아니고?”

 “ 아줌마는 반칙해도 봐드릴게요. ”

 “ 왜? ”

 “ 아줌마는 저보다 어려 보이지는 않으셔서.........”

 

  소연의 농담에 샵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웃었다. 신부가 밝고 예쁘다고 칭찬을 했고 또 축복을 했다. 기철씨가 혼자 신부를 모시러 왔다. 규영씨가 같이 왔을까 싶어 살짝 숨었었는데 ,,,,,,,, 곧 만나게 될 텐데도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삐져나왔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기철씨가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 규영이는 사회를 봐야 해서 식장에 먼저 갔어요. ”

 “ 기철씨가 사회를 보실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규영씨가 해요?”

 “ 네, 저는 축가를 부르라고 하더라구요.”

 “ 맞아, 오빠가 노래는 좀 하지. 인정.인정.”

 “ 소연이가 인정하는 걸 보면 보통 솜씨는 아닌가봐?”

 “ 아줌마, 이따 들어보시면 사람이 달리 보이실 거예요.”

 “ 그정도야?”

 “ 아니예요. 소연이가 시집간다고 하니 좋아서 후하게 인심 쓰는 겁니다.”

 “ 소연이가 괜히 그러겠어? 친구들이 재주가 많아서 좋은날 더 빛이 나겠어.”

 “ 규영이더러 춤추라 할까요? 추라면 출 텐데........”

 

 

  다들 규영씨가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 버렸는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모두들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규영씨의 춤 솜씨에 대해 평을 해주길 바라는 듯 했지만 그저 웃음으로 대신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신부대기실에 들어서자 소연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 왜 그러니? 어디 아픈거야?”

 “ 아줌마”

 “ 왜? ”

 “ 저 손 좀 잡아주세요.”

 “ 아휴, 손이 왜 이렇게 차? 체했나?”

 “ 저, 막 떨려요. 어떻게 해요?”

 “ 괜찮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

 “ 태연한 줄 알았더니 그런 척 한 거구나?”

 “ 나도 모르겠어, 언니. 시간이 다가오니까 이렇게 되네. 다리가 후들거려.”

 “ 연주야, 너 가서 청심환 사와라. 얘 그냥 두어선 안 되겠다.”

 “ 어, 얼른 다녀올게요.”

 

  약국을 찾아 나오면서 잠시 되돌아보았다. 엄마가 소연이를 꼭 안고 등을 쓸어 주시고 계셨다. 소연이는 아마 청심환 없이도 괜찮아질 것이다. 엄마에게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소연이는 엄마 품에 잠든 아기 표정이 되었다. 평온한 두 사람의 모습에 서둘던 나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다. 괜찮다.

 

 

 ##

 “ 이제 신랑신부가 부부가 되어 함께 나아갈 길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길이 꽃길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신랑 신부 행진.”

 

 결혼식은 끝났다. 기념촬영을 위해 남은 하객들의 소란스런 사이를 지나 연주의 곁으로 갔다.

 

 “ 저 혹시 이연주씨 못 보셨어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

 “ 바람맞으셨군요.”

 “ 그랬을까요? 제가?”

 “ 네, 딱 바람맞으셨어요. 다행히 제가 시간이 좀 있는데 친구해 드릴까요?”

 “ 친구로 삼기에는 너무 과하게 아름다우셔서........”

 “ 이미 친구잖아요 기억 못하시는가 봐요?”

 “ 누구? 시더라? ”

 “ 주연이예요. 깡통로봇.”

 

  천연덕스럽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그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나의 연인 연주, 나의 친구 주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울컥 넘어오는 것을 다시 삼키며 그녀의 얼굴 보았다. 나의 표정을 살피며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눈빛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깊이 깊이 박혀도 좋았다. 이제 친구들이 신랑신부와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한 사이로 우리도 끼어들었다. 소연이 연주의 손을 잡아 옆으로 이끌었고 연주는 나에게 잡혀있는 손을 빼지 못하고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신부와 연주의 뒤쪽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섰다.

 

 “자, 여기 보시고 눈 감지 마세요. 몇 장 더 찍고 부케 던지는 사진도 찍어야 하니 그대로 계시구요.”

 “신랑님? 조금 덜 웃으시고, 신부님? 신랑 그만 보시고 저 보세요.”

 

  유쾌한 소란이다. 오늘 만큼은 다들 걱정 없이 즐거운 듯 보였고, 무엇보다도 나는 나의 연주 곁이라 평안했다.

 

 “ 신부님, 신부 부케는 누가 받으시죠? 부케 받으실 분 나오세요.”

 “ 저, 잠시만 요.”

 

  소연이가 연주의 귀에 뭐라 속삭이더니 지훈이와 움직였다. 지훈이는 앞쪽 자리에서 신랑신부를 지켜보시던 이모부님을 모셔왔고, 소연이는 우아한 신부의 걸음으로 뒤쪽자리에 계시는 연주의 어머님께 다가갔다.

 

 “ 아줌마, 이제 엄마라고 부르도록 허락해주세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연주가 나를 돌아보더니 잠시 내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이모부님께 다가갔다. 당황하신 두 분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셨다. 딸들의 손에 이끌려 앞으로 나오신 두 분께 꽃을 드리니 다들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신부의 부케는 수줍은 작약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건네받은 작약의 향기는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설레게 했다. 어머님은 소연과 연주를 함께 안아주셨다. 모두가 한 마음이었을 것 같았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신부의 마음은 보여 지는 것 보다 훨씬 예뻐서 신랑은 더 신이 났다. 소연이의 마음 씀이 너무 감사했고 나의 무심함이 미안해서 부끄러웠다. 연주의 얼굴에서 수많은 감정을 보았다. 얼핏 쓸쓸함이 지나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가 감동에 기쁨이 스쳐 안심이 되는 평온을 보았다. 연주의 머릿속에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장면들을 본 것 만 같다. 분명히 하늘에 계신 아빠가 다녀가셨을 것이고 엄마의 삶이 훌훌 지나고 있을 것이다. 소연의 언니 같은 어른스러움에 놀랐을 것이고 그 마음에 고마웠을 것이다. 그 복잡한 생각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던 찰나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살짝 당황한 듯이 보였지만 그녀의 모습이 불안해 보이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

  소연의 이벤트는 여러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부케를 받을 사람을 찾는 사진사의 말에 나를 돌아보며 놀라지 말라고 귀띔을 하기에 그 부케를 나에게 던지려는가 싶었다. 그러나 소연의 행동은 뜻밖이었다. 소연의 말에 놀란 엄마만큼이나 나도 너무 놀라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순간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기만 하는 나를 보던 규영씨가 잡고 있던 손을 꼭 쥐며 힘을 주었다. 나에게 행동하라고 하는 것처럼.......

  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무슨 일이든 함께 해 줄 것 같은 믿음이 나도 모르게 생겨버렸나 보다. 내손을 꼭 잡고 있는 그가 든든했다.

  놀란 사람들 틈을 지나 아저씨에게로 갔다.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나는 그저 아저씨의 손을 잡았을 뿐인데 아저씨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셨으니 내가 손을 이끄는 데로 따르셨다.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었던 소연이 좀 괘씸하긴 했지만 내가 못한 일을 훌륭히 해내 주어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소연이 저질러 주지 않았으면 아저씨와 엄마는 변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선뜻 소연이 내미는 부케를 받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찾았다. 나와 눈을 마주쳤을 때 떨리는 엄마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에게 받아도 될지 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쓰러웠다. 엄마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이제는 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면서 행복을 누리면 좋겠다. 나의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소연의 손부터 잡았다. 소연과 나는 두 분의 손을 잡게 해드렸다. 박수와 환호성 속에 수줍어하는 신랑 신부가 또 탄생한 듯 했다. 수줍은 작약은 엄마의 손에서 더욱 수줍어했다.

 가슴속에 뭉클 뭉클 일렁거리는 것을 다독거리고 있을 때 그가 다가와 가만히 나의 손을 찾아 꼭 쥐고는 엄마에게 말했다.

 

 “ 어머님, 오늘 저녁은 아버님과 같이 계실 거죠? 연주 들여보내지 말까요? ”

 

 아직도 상기된 얼굴이 부끄러워 어색해 하시는 엄마 대신에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 나를 놀리려는 거야? 아니면 기회로 삼겠다는 거야?”

 “ 둘 다 맞는 말씀 같아서 송구합니다.”

 “ 안 돼, 연주는 우리랑 같이 저녁 먹어야 해. ”

 “ 와, 아버님, 벌써 어머님 눈치 보시느라 속마음을 숨기시는 겁니까? ”

 “ 눈치가 아니라 귀한 내 큰딸을 자네한테 맡겨 두기가 영 마음이 안 놓여서..........”

 

 억울하고 서운해 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엄마가 웃었다. 얼른 가보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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