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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나무가 기억하는 시간
작성일 : 19-11-03 23:06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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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을 받고 나서도 칭칭 감겨있는 붕대를 풀기 전까지는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여전히 주연씨가 설정해 둔 시간 알림을 들어야 답답함이 약간 해소 되었고, 병원냄새에 절어 코는 마비가 된 것인지 별다른 냄새를 구분해 내지 못했다. 주연씨가 담아오는 바깥 공기도 더 이상은 느낄 수 없었으니 쌓이는 짜증이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환기를 시켜도 공기에 묻어 들어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인상을 찡그리게 했다. 가끔 정민선배가 찾아와 무료한 일상을 깨뜨려 주었으나 선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위로 없이 보내는 나날은 새벽같이 시작되었고 그 다음 새벽이 되도록 길게 길게 이어졌다.

  다시 볼 수 있게 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침상 옆의 서랍을 여는 일이었다. 다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를 담았다며 정민선배가 넣어 둔 책이 반가웠다. 그리고 책 사이에 뾰족하게 얼굴 내민 연주의 책갈피를 바라보면서 알았다. 그리움........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아득한 연주. 죄송스러워 뵙기도 민망한 부모님, 시끄러운 친구들, 그리고 주연씨.......

  누가 더 많이 그립고 덜 그립고 저울질 할 것도 없었다.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다는 벽을 허무는 동안 견뎌내어야 했던 순간순간이 나를 담금질 하듯 데웠다가 식혔다가를 반복했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수술 전의 긴 시간보다 수술 후 붕대를 풀기 전까지의 짧은 날들이 더 참기 힘들었던 것 같다. 더 조바심 나고 불안했고 그래서 시간이 더디 흘렀었다. 붕대를 푸는 날, 내가 알아볼 만한 얼굴이 하나 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모두가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어서 현실감이 나질 않았다. 불안했다. 낯익은 무엇인가 라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서랍 속에 있던 연주의 책갈피였다. 낯설어도 찾고 싶었던 주연씨의 연락처는 찾지 못했다. 서랍 속에 넣어 두겠다던 연락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부러 남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서운했고 책갈피 속 해바라기그림은 어쩐지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은 해바라기 보다 더 시들어있었다.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다 회복되지 못한 다리 때문에 걸음을 부자연스럽게 걸었고, 수술 후라도 시력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되고 유지 될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는 이식수술 거부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이식된 각막을 내 몸이 자기 것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시력저하, 눈 충혈, 눈 통증,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길게는 3년 정도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처방해준 약을 꼬박꼬박 복용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상태를 잘 살펴서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너무 밝은 빛은 아직 눈에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을 위해 보호안경을 써야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병원을 나설 준비로 외로운 하루를 열고 닫으며 답답한 여름을 걷어냈다.

 

 

 #

  그의 수술이 잘 되어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수술이 잘 되었어도 이식수술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소용없다는 설명을 전해 듣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다시 깡통로봇의 모습으로 그를 만나러 가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를 도우시라고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나의 기도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전해 듣고도 믿기지 않아 꿈이 아닐까 두려웠다. 감사하게도 그는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가 홀로 이겨내는 동안 내 곁에는 항상 할머니가 계셨다. 함께 기도해주시고 같이 눈물 흘려주시던 할머님과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탐스런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이 바람에 흔들리고 눈송이가 덩달아 내려앉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할머니, 저기 멀리 나뭇가지들 흔들리는 거 보이세요? ”

 “ 그래, 바람도 꽤 부는 게 눈이 제법 많이 쌓일 것 같구나. ”

 “ 저 나뭇가지들이 빗자루같이 하늘을 막 쓸어서 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 재미있는 생각을 했구나. 그렇게도 보이네.”

 “ 아빠 생각이 났어요.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눈송이를 보니 아빠에게 가 닿을 것 같아서.......”

 “ 내가 가서 네 아빠를 만나면 참 예쁘고 여린 딸을 두고 일찍 가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냐고 위로해 주마.”

 “ 혼내 주신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위로해 주신다구요?”

 “ 혼내긴....... 안쓰러울 텐데.......”

 “ 전 아빠 많이 원망했는데.........”

 “ 다 알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 나중에요. 울 아빠는 나중에 만나세요. 제 곁에 오래 계셔주셔야 해요. 훌쩍 떠나시지 마세요. 절대로........”

 “ 그게 내 맘대로 되나. 언제든 주님이 부르시면 가야지........”

 “ 그래도 안돼요.”

 “ 그래, 그래.”

 

  소복소복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온 세상을 덮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케이티의 가족이 모두 돌아오고 있다. 오랜만에 소란스런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 같다. 할머니와 나는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고 할머니께 배워 뜬 빨강 양말을 걸었다. 또 파이를 굽고 케이크를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하여 준비했다.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시던 할머님이 나를 화면에 등장시키셨다.

 

 “ 엄마”

 “ 안녕? 엄마 딸, 더 예뻐졌네.”

 “ 아저씨, 소연아,”

 “ 안녕? 언니, 우리 같이 저녁 먹었어.”

 “ 울 엄마 더 젊어졌네. 아저씨는 더 멋있어 보여요. 소연이는 살 안 빠졌어?”

 “ 언니, 내 살은 다 아줌마 때문이야. 언니 대신 내가 두 배로 먹나봐.”

 “ 괜찮아, 그래도 예뻐.”

 “ 언니, 한국 언제와? 와야 해.”

 “ 왜? 무슨 일 있어?”

 “ 어, 큰일이 일어 날거야.”

 “ 뭐야, 말해봐,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 허허, 소연이 결혼한대.”

 “ 정말? 누구? 어떤 남자? ”

 “ 있어, 완전 좋은 사람.”

 

 ‘완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소연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소연의 얼굴이 더 예뻐 보인 이유가 있었다. 행복해 하는 소연과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아저씨, 그 옆에 웃고 있는 엄마. 예쁜 가족사진을 본 것 같았다. 통화를 마치니 엄마 목소리가 남긴 여운이 그리움 덩어리가 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곁에 서계시던 할머님께서 나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시며 “집에 한번 다녀와야지”라고 하신다. 끄덕끄덕, 그리움 덩어리를 삼킨 채로 끄덕끄덕 버릇없이 고개 짓으로 대답을 드렸다.

 

 

 

 ##

  퇴원을 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회복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정민선배는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에드워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대답대신 와락 안고서 등을 투둑 두드려 주더니 짐을 챙겨 병실을 먼저 나섰다. 다시 볼 수 있게 되면 깜짝 놀랄 거라던 정민 선배는 만삭이 되어 뒤뚱거리면서도 나더러 조심하라며 나의 걸음을 살폈다. 아직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나를 부축까지 하려들었다. 내가 사양하며 눈짓으로 배를 가리키자, 배를 두드리며 자신의 몸매를 한껏 뽐내는 모습을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행복해 보였다.

  창밖에는 눈이 날리고 있었다. 하얀 눈이 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시애틀로 돌아가기 전에 점심을 먹고 가자며 에드워드가 알레로 벨로 앞에 차를 세웠다. 혹시 연주가 안에 있을까봐 내릴 수가 없었다. 눈치 챈 정민 선배가 갑자기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다고 차를 돌리게 했다. 차가 알레로 벨로를 지나 미끄러져 가는 동안 나의 눈은 열심히 연주를 찾았다. 샅샅이 알레로 벨로 안을, 그리고 주변을 훑었으나 연주는 보이지 않았다. 쉐프님은 주방 안에서 바삐 움직이시는 게 보였고, 홀에서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낯설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오늘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곳을 이미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러나 서운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았다. 그렇게 놓아버려야 하는 인연을, 끝자락의 실 한 가닥을 여태 붙들고 있었던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었다. 마음속이 텅 비어버리고도 평온했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안타깝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했다. 다만 그리웠다. 내 마음이 들끓던 그 시간들과 나를 밀어내기만 하던 그녀가 그저 그리웠다. 그 뿐이었다. 보고 싶은 욕심이 일지도 않았다. 그저 무기력하게 그리움만 번져나 한 겹 한 겹 덧입히고 있었다.

 

 “ 얼큰한 칼국수나 수제비가 먹고 싶어. 규영아, 점심메뉴 내 맘대로 정해도 되지?”

 “ 내가 정해도 딱 그거 먹자고 할 거였어요. 내가 텔레파시 보냈잖아. 에드워드, 긴장해. 두 사람 사이에서 난 위험 인물이라구. ”

 “ 허세부리는 거 보니 아주 넋 나간 건 아니네. 정민, 지난 번 그 식당으로 갈게.”

 “ 기억하는 구나. 역시, 멋진 신랑. 좋은 아빠야. 우리 아가가 한말 전하는 거야. 알지?”

 “ 사랑한다고 전해줘, 아가한테.”

 “ 봤냐? 우리 두 사람 사이엔 틈이 없단다.”

 “ 언제 메워졌지? 틈이 보였던 거 기억나는데 말이야.”

 “ 잘못 본거야. 원래 없었어.”

 

  알콩달콩 행복한 부부의 틈을 비집어보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곁에서 잊고 싶었다. 그들의 웃음소리 속에 잠시라도 그 아득한 그리움들을 숨겨놓으면 아스라이 사라질 것 만 같았다.

 

 

 

 #

  오랜만에 집안 구석구석 불이 밝혀졌고, 여기저기서 행복한 웃음소리와 캐롤이 흘렀다. 케이티와 증손들까지 서로 부르고 답하는 목소리들이 섞여 소란을 만들었다. 그 소란을 바라보고 계시는 할머님은 너무 평안해 보이셨다. 그런 할머님을 지켜보는 나는 할머님의 평안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할머니, 오랜만에 느끼는 소란이네요. ”

 “ 그렇네, 우리 둘이 있을 때는 조용해서 좋았지?”

 “ 심심하셨죠, 제가 재미있게 해드리지 못했잖아요. 그런 재주는 없으니까요.”

 “ 연주는 내가 하루하루 추억을 더하게 해주었잖아. 나이를 잊어버리게 해 줬어.”

 “ 제가요? 할머님께 근심만 더해 드린 거 아니었어요?”

 “ 걱정했지,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지.”

 “ 죄송해요.”

 “ 고마워, 연주 덕분에 행복했어.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기도 했고, 또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도 했고, 위로도 했지. 나 스스로에게 말이야.”

 “ 전 할머님이 계셔서 정말 든든해요. 할머님 품에서 힘을 얻어요.”

 “ 그랬어? 그럼 내 부탁 하나 들어줄래?”

 “ 뭔데요? 할머님부탁인데 당연히 들어 드려야죠.”

 “ 거절하지 마. 약속한 거야.”

 “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까 좀 겁나요.”

 “ 연주가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거야”

 “ 말씀해 보세요.”

 “ 언젠가 장난처럼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연주가 기억할까? 내 초상화를 그려주면 좋겠어.”

 “........기억.......나요, 그런데 그건 ........”

 “ 연주가 나를 그리면 정말 나답게 그려줄 것 만 같아.”

 

  초상화를 그려 달라시는 할머님께 실력이 부끄러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당연히 들어드린다는 답을 해놓은 것이 후회스러울 만큼 어마어마한 부탁이셨다. 할머님의 눈빛은 나로 하여금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강한 힘을 내뿜어 나를 채우고 있었다.

 

 “ 언제부터 할까요? 제 실력이 변변치 않아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힘이 드실 텐데.......”

 “ 지금”

 “ 지금이요?”

 “ 어, 미뤄 두면 연주가 맘 변해서 못하겠다고 떼쓸 것 같은데?”

 “ 떼써도 돼요?”

 “ 안 돼.”

 “ 그래도 지금 당장은......”

 “ 오래 걸릴 것 같다며? 그러니 당장 시작해. 오늘처럼 집에 있을 때.......”

 

 

  머리를 만지시고 옷을 갈아입으신다고 방으로 들어가신 할머님을 기다리는 동안 그림도구를 챙겼다.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늘 곁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지만 딱 그 정도였다.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고, 가끔 그려 놓은 그림을 눈여겨 봐 주는 분들에게 ‘좋은 취미를 가졌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좋은 취미........ 엄마 혼자 나를 키우느라 힘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술전공을 하겠다고 비싼 학원에 보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저 취미로......... 붓을 아예 놓지 않고 낙서 같은 그림을 늘 끄적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할머니의 초상화라니, 이건 좀 달랐다. 부족한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할머니의 인품이 왜곡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붓을 잡으니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모습을 보시고 할머님은 장난꾸러기처럼 놀리듯이 웃으셨다. 나는 은근히 약이 올라서 못생기게 그려드릴 거라며 뾰로통하게 대꾸하고는 스케치를 시작했다. 실력이 드러나면 할머니께서 먼저 그만 두자 하실지 몰랐다. ‘뭐 그럼 그만두면 되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훨씬 편해 졌다.

 

 “ 연주야,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말이야.”

 “ 아, 여기 처음으로 온 날 말씀이세요?”

 “ 어, 그날 네가 이집으로 걸어 들어오는 걸 봤거든. 처음 온 집에 오는 것 같지 않아 보이더라.”

 “ 그랬어요? 사실 저도 전혀 낯설지 않고 편안했어요.”

 “ 그래, 원래 살던 사람 같았단다.”

 “ 너무 뻔뻔해서 그랬을까요?”

 “ 어느 곳에 있든 주눅 들지 않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당당하고 부끄러움이 없어서 일거야.”

 “ 제가 또 겁이 없을 때는 무모할 만큼 엉뚱한 짓을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놀란다니까요.”

 “ 난 그런 것도 삶을 대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단다. 난 너를 보는 순간 내가 이집에 처음 오던 날을 떠올렸어.”

 “ 언제였어요?”

 “ 케이티 할아버지가 직접 이집을 지었단다.”

 “ 손수 지으셨다구요?”

 “ 그럼, 워낙 솜씨가 좋은 목수였지. 하지만 이집을 짓는 것은 보지 못했어. ”

 “ 몰래 준비하신 선물 이었나 봐요? 로맨틱 하셔라.”

 “ 한국으로 파병 나오기 전에 어머니를 위해 지었는데 정작 그분은 이곳에서 살지 못하셨다는 구나.”

 “ 어머님를 위해 지으신 집..... 할머님 만나기 전이네요.”

 “ 그렇지.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새로 지은 집을 바로 팔았다고 하더구나. 파병도 경제사정 때문이라고 했었어. ”

 “ 우리가 결혼한 후에, 그이는 이집을 다시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은 찾았지.”

 “ 대단하세요. 이 주변에서 이집이 제일 멋있더라구요.”

 “ 우리는 날마다 이 아름다운 집을 안팎으로 손질했어. 정원을 가꾸고 조금씩 수리해 가면서 .......”

 “ 정원의 나무들이 그 시간을 다 기억하고 있겠네요.”

 “ 나무들이 기억한다고? 그렇겠구나.......”

 

  나무들이 기억하는 시간 속으로 건너가시려는 듯 마당의 큰 나무를 바라보셨다.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셨고 나도 그림에 집중했다. 문득 문득 할머님의 눈빛이 반짝임을 달리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느낌이 따스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따라서 나의 붓질이 가벼웠다가 무거웠다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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