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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싱거운 사랑
작성일 : 19-11-03 23:02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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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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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 정말 일찍 왔네요? 언제 왔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

 “ 인사도 하기 전에 어떻게 알았어요?”

 “ 으헉, 깜짝이야. ”

 “ 왜 그렇게 놀라요?”

 “ 진짜 와 있었네요? 그냥 병실에 먼저 와있으면 좋겠다 생각 하고 그냥 던져본 거 였어요. 그러니 놀랐죠.”

 “ 제가 보이는 것처럼 인사를 해서 정말 냄새 나는 줄 알았어요.”

 “ 향기라니까.......”

 

 

  환히 웃으며 반가워 해주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어제는 병실을 나올 때, 발길이 안 떨어져 문밖에서 한참을 서성였었다.

 

 

 “ 물리치료 했어요?”

 “ 네,”

 “ 다리 깁스 풀고는 처음 운동한 거 맞죠?”

 “ 몸이 생각만큼 말을 잘 듣지 않네요.”

 “ 힘들었어요? 꾀부린 건 아니에요?”

 “ 절대 아니죠. 물리치료사님 목소리가 은근히 섹시해서 집중이 아주 잘 되더라구요.”

 “ ...........”

 “ 지금 나 째려보고 있죠? 시선이 날카로운 게 많이 따가워요.”

 “ 설마요. 전 눈으로 안 찔러요. 손가락으로 찌르지......”

 

  장난스레 그의 팔을 쿡쿡 찔렀다. 그가 웃는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저 나도 웃게 된다. 그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그의 손톱을 정리해주었고, 그 다음엔 덥수룩해진 수염을 깎아 주었다. 처음이라 혹시 얼굴에 상처를 내게 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걸 알아챘는지 그가 장난을 쳤다. 갑자기 아프다고 엄살을 부려 면도기를 쥔 손에 땀이 났다. 너무 깜짝 놀라 내목소리를 낼 뻔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을 다 보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다고 웃는다. 그의 미소가 날 더욱 떨리게 했고, 여전히 설레게 했다. 많이 자란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 손질은 자신이 없었다. 못난이로 만들어 버릴 것 같으니 더 길면 예쁜 리본으로 묶어주겠다고 했다. 그는 양 갈래로 묶어 달라고 한 술 더 떴다. 한결 밝아진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아 같이 웃는다. 다시 건강해 질 것이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정민선배가 남편과 함께 나의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애를 쓰더니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다. 나를 장기이식관리센터에 각막이식 대상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각막이식 대상자(수술 대기자)로 등록하면 기증 각막이 생겼을 때 대기자 질환의 중한 상태나 반대편 눈의 시력, 등록 순서 등의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진 순서에 의하여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나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워낙 많아 수술 시기를 놓쳐 회복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되도록 빨리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애쓰고 있다고 했다. 치료비가 걱정되어 선배에게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을 넘겨주려했다. 선배는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맘 놓고 나을 생각만 하라고 했다. 내가 구조했다는 그 가족이 들어 놓은 보험이 있어서 치료비 충당을 하고 있으며 한인 단체에서 모금한 후원금도 상당하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여기서는 외국인 이라 병원비 부담 때문에라도 귀국해야 하는 것인지 적잖이 고민하던 중 이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신세만 지면서 무력하게 병실에만 있으려니 미칠 노릇이다. 나를 안심 시키려는 선배의 거짓말은 아닐까 의심도 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저 믿을 수밖에 ........

  이렇게 다쳐서 고생을 하다 보니 ‘차라리 그냥 지나갔더라면....... ’하는 비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한 덕에 마음은 무겁지 않아 좋았다. 그대로 지나쳐 가던 길을 갔더라면 그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힐지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그 아이 울음소리가 내 귀에 너무 크게 들렸다 아직도 들리는 듯 생생하다. 아이 울음소리.......

  처음엔 아기 울음소리가 자꾸 들려와 나를 보는 게 괴롭다는 연주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 차안에서 울고 있던 두 살 배기 아기를 발견했고 나를 향해 두 팔을 버둥거리며 우는 아기를 카시트에서 꺼내 안은 순간은 목이 메었었다. 이후 차량폭발이 이어지며 아기와 함께 나둥그러졌고 품안에서 계속 울고 있는 아기 울음소리만 들릴 뿐 어둠속에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기가 무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기가 무사하지 못했다면 연주에게 더 미안했을 것이고, 나 또한 눈물범벅인 아기 얼굴 모습에 갇혀버려 헤어나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사고 이후, 판이하게 달라진 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아직도 나의 상태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해 내 속의 여러 가지 얼굴들이 불쑥불쑥 인상을 쓰며 덤벼든다. 아직 이런 나의 상황을 지인들에게 다 알리지 못했다.

  나의 부모님은 그저 무심한 아들이 연락도 잘 않고 일에만 빠져 사는 줄 아시고, 걱정만 늘어지게 할 친구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 가까이 있다는 죄로 정민선배 부부가 나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고, 운 좋게 주연씨 같은 친구를 만나 위로받고 있다. 다시 걷기 위해 물리치료는 받느라 남은 힘을 모아 진땀을 빼면서도 이 악물고 견뎌내는 이유는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만나야 할 이들이 있어서다. 절망 속에 머물지 않도록 이끌어 준 주연씨가 너무 고맙고 엉망인 나의 모습 전부를 보아버린 탓에 그녀는 나에게 너무 편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할 수 없게 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바꿔 놓았다. 시간이 걸리긴 해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이 줄어들었다. 매일 훑던 뉴스 기사를 읽지 못해도 들을 수 있었고,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동선마다 거칠거칠한 테이프로 화살표를 만들어 붙여 두어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손끝의 감각이 예민해 지고 후각이 발달해 개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별로 움직이지 않은 탓에 몸무게가 좀 늘어난 것 같더니 물리치료가 힘이 드는지 다시 제 몸무게를 찾아가는 듯하다.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그렇게 하나씩 되돌려 원래 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다. 되돌려야만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견뎌내야 할 시간 속에 얼마나 큰 고통이 더해져야 하는지 감히 가늠하기도 겁이 나지만 그 겁을 다 집어삼켜서라도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인지 가슴속에 분노가 가득 차 폭발할 것 같다가 또 저지른 죄가 많아 벌을 받는 양, 절망 속에 빠지기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을 드나들며 캄캄해진 세상 속에서도 나는 분주했다. 그 속에 그녀가 들어왔다. 캄캄한 세상 안에서는 연주만 보일 뿐이고 그런 나를 불러 깨우는 목소리가 주연씨의 휴대폰 음이다. 처음엔 듣기 거북스럽고 거슬렸지만 자꾸 들으니 또 들어줄만 하다. 그녀도 나처럼 답답함을 가진 동질감에 거부감 없이 쉬 친숙해진 것도 같다.

  처음 대할 때부터 오랜 친구를 대하듯 편안하게 다가와준 그녀, 사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나이도 잘 모른다. 그저 막연히 나와 비슷하겠거니 여겼었다. 그러다가 가끔 나이 훌쩍 많은 아주머니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묻지 않았었다.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이상 그녀의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그녀가 궁금해진다.

 

 

 #

 “ 주연씨는 어떤 모습인가요? 폰으로 전달되는 목소리를 들으니 자꾸 깡통 로봇이 떠올라요.”

 “ 음, 깡통 로봇보다 쫌 더 못생겼어요.”

 “ 짓궂고 재미있는 분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아요.”

 “ 욕심도, 심술도 많아요. 지금 저를 못 보시는 게 제겐 다행이네요.”

 “ 그런데 목소리는 왜 잃은 거예요?”

 “...............”

 “ 제가 괜한 걸 묻는 군요.”

 “ 인어공주 아세요? 왕자님 곁에 있고 싶어서 목소리를 마녀에게 팔았죠.”

 “ 그 인어공주, 누구 닮은 사람 없나요? 내가 알만한? ”

 “ 깡통 로봇,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끈하게 쭉 빠진 드럼통 몸매가 조명 받으면 눈부시게 반짝여요.”

 

 그가 또 웃었다. 환하게

 

 “ 역시....... 그래서 그 드럼통 인어공주는 왕자를 만났나요?”

 “ 만났어요. 그렇지만 동화처럼....... 왕자가 못 알아보죠.”

 “ 그럼 알려야죠.”

 “ 아뇨, 왕자를 만나고 보니 맘이 복잡해서 망설이고 있어요.”

 “ 뭘 망설여요?”

 “ 그의 곁이 있어야 할지 말지”

 “ 그건 목소리 팔기 전에 생각했어야죠. 순서가 바뀌었잖아요.”

 “ 되돌리기 늦었다는 건가요?”

 “ 되돌리는 건 가능해요?”

 ‘........................’

 “ 왕자와 목소리 중에 선택해야 하는 건가요?”

 “ 이미 왕자를 사랑하고 있죠. ”

 “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서요.?”

 “ 그래서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죠.”

 “ 다행?”

 “ 목소리를 잃은 나를 알아보고 괴로워 할까봐서요.”

 “ 왕자도 인어공주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네요? 알아보지는 못해도?”

 “ 아마도........”

 “ 자신 없는 모양이네............”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함께 있고 싶어 달려와 주었어, 내게. 그런 당신을 모질게 밀어내고 지워버리겠다고 했고, 내가. ’

 “ 이미 왕자를 선택했다면 의심하지 말아요. 지독한 마법에 걸렸더라도 <진정한 사랑은 못이기는 게 없다>가 동화가 주는 희망이잖아요.”

 “ 동화가 주는 희망이라.......설득력 있군요.”

 “ 그런데 그 왕자가 혹시 우리 사이를 질투하지는 않겠죠?”

 “ 질투 했으면 좋겠어요. 싸움 좀 붙여보게요.”

 “ 아직은 내가 불리해서 맞장 뜰 수 없으니 일단은 좀 피하는 게 좋겠네요.”

 “ 겁나는가 봐요?”

 “ 저 겁 되게 많아요. 그래도 힘은 센데 안 믿을 거죠?”

 “ 겁 많다는 말은 믿어지네요.”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장난기 묻은 웃음을 웃었다. 오늘은 그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나의 기분도 맑아졌다. <그와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음 될까? 그의 말처럼 동화가 주는 희망으로 풀어 맺음 될 수 있을까? 그런 걸 바라도 괜찮은 걸까?

 

 “ 곧 수술 받으시게 된다는 소식 들었어요.”

 “ 네, 나쁜 운이 좋은 운을 때려눕힌 줄 알았더니 힘을 내고 있나 봐요. 늦지 않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네요.”

 “ 정말 잘 되었어요. 착하게 사셨나 봐요.”

 “ 엉망으로 살지 말라고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고 있어요.”

 “ 축하드려요. 수술도 잘 돼서 시력을 찾으실 거예요. 기도할게요.”

 “ 고맙습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바깥바람을 쐬러나가자며 휠체어에 옮겨 앉도록 도왔다. 그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고 병원 뒤뜰에 조성된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그와 눈높이를 마주한 후 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 저, 이제 내일부터 여기 못 와요.”

 “ 그 ....... 그래요?”

 “ 귀국하게 되었거든요.”

 “ 작별이라니 섭섭해요. 수술 마치고 퇴원하면 근사한 식사 대접하려 했는데......”

 “ 얼마나 근사한 식사일지 상당히 궁금하긴 하지만....... 고마워요, 맛있게 먹은 걸로 할게요.”

 “ 아뇨, 나중에라도 꼭 사겠습니다. 제가 연락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 저 보고 한눈에 반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 설마, 제가요? 깡통 로봇보다 못 생겼다면서요? 저 눈이 꽤 높은 편입니다.”

 “ 첫눈에 반하게 하는 마력이 있죠.”

 “ 마력? 꼭 테스트 해볼 겁니다. 첫눈에? 힘들 텐데........”

 “ 딱 보고 반하면 뒷감당 안 될 텐데........”

 

  그의 미소가 예쁘다. 그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이 날아와 그의 머리에 맞았다. 너무 놀라 내 입을 틀어막고 목소리를 삼켰다. 하마터면 크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환자복을 입은 꼬마와 그 애 엄마인 듯 보이는 여자가 달려와 사과했고 그는 세게 맞은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아이는 다시 공을 가지고 놀았고 그 아이 엄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다. 나는 공에 맞은 그의 머리를 살피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정말 괜찮은 건지, 혹시 아픈데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느낌이 전해 졌을까? 아무 말도 옮기지 않았는데 그가 말했다.

 

 “ 정말 괜찮아요. 아픈 아이가 던진 건데 뭐 얼마나 세게 던졌겠어요?”

 “ 아이가 환자인 걸 알았어요?”

 “ 네, 아이가 다가오니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는지 에탄올 냄새가 확 났거든요.”

 “ 많이 아픈가 봐요. 모자를 쓰긴 했는데 머리카락도 거의 없어 보였어요.”

 “ 그러니 난, 괜찮다구요. 걱정하는 것 같아서......”

 “......... ”

 “들어갈까요?”

 

  들어가는 우릴 보고 아이가 손을 흔들어 준다. 그에게 전달해주었다. 아이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라고....... 저 아이도 얼른 나아서 건강하게 컸으면.......

 

 “ 꼭, 연락처 적어서 여기 서랍 속에 있는 책 사이에 꽂아 둬요.”

 “ 그럴게요. 건강하세요.”

 “ 진짜로 연락 할 테니 모른 척 하기 없기입니다.”

 “ 모른 척 할 수도 있어요. 붕대 푼 모습이 너무 아니다 싶으면요.”

 “ 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네요.”

 “ 제가 못 알아 볼 수도 있구요,”

 “ 입원해 있는 내내 너무나 고통스런 시간이었는데 덕분에 많이 위로 받았습니다. 그저 도움만 받은 환자가 아니라 친구로 남고 싶어요.”

 “ 좋은 친구로 기억할게요.”

 

  서랍을 열어 보았다. 그가 말한 대로 책 한권이 누워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발견한 책갈피, 이걸 왜 당신이 갖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건데........

 

 “ 아, 혹시 책 사이에 책갈피 들어있나요?”

 “.............”

 “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는 건데....... 있죠?”

 “ 네, 있어요.”

 “ 그 책갈피랑 같이 두세요. 잊으면 안 되는 것이라 서요.”

 “ ...........”

 “ 이 나라에 오던 날, 시애틀 공항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주웠는데,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했어요.”

 ‘ 시애틀? 거기서 잃어버렸나? 당신이 거기 있었던 거야?’

 “ 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 주웠다면서요? 누구 것인지 아는 거예요?”

 “ 뒷면에 이니셜 있죠?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항상 그 여자만 보여요. ”

 “ ........”

 “ 그 여자를 만나러 날아왔는데 첫날부터 엇갈려 버리더니 ....”

 “ ........”

 “ 운명이라는 것이 작정하고 갈라놓은 건 아닌지, 그녈 다시 볼 수 없게 하려고 나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어요.”

 “ ........”

 “ 수술 마치고 시력을 찾아도 찾아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에요.”

 “..........”

 “ 멀리서 나마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

 “ 많이 기다리게 했어요. 내가”

 ‘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 이젠 나를 보는 것이 더 아프다고 했어요. 나는 아파도 보고 싶은데 ....... ”

 “ .........”

 “ 그래서 더 이상은 나를 기다리지 않아요.”

 ‘ 맞아, 나 이제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아,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야. 당신이 다가왔다가 지나쳐 가면서 흔들어도 이젠 괜찮아.’

 “ 그녀의 아픔이 아물도록 해주고 싶은데 다가갈 수도 없어요.”

 ‘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조금씩 잊게 될 거야.’

 “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걸 알면 .......”

 ‘ 알아, 여전히 당신은 나에게 아픔이야.’

 “ 내가 병원에 얼마나 있었던 걸까요? 언젠가부터 하루하루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 우리가 만난 지 5달이 넘었어요.”

 “ 내게는 10년 같은 시간이에요. 그동안 내가 신세를 진거군요. 옆에서 내 얘기 다 들어주고 ...”

 “ ..........”

 “ 날마다 찾아와 주어서 고마웠어요. 덕분에 견뎌내었네요. 쓸쓸하지 않았구요.”

 “ 그렇다니 기뻐요.”

 “ 그 왕자님이 당신을 알아보면 좋겠어요.”

 “ 착한 일 많이많이 해서 하늘을 감동시키면 가능할까요?”

 “ 내가 퇴원하면 그 왕자님 찾아가 알려 줄게요.”

 “ 안돼요, 그러면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아요.”

 “ 낭만? 그런 거 좋아해요? 운명적인 사랑 그런 거?

 “ 그럼요. 그런 거 빠지면 좀 싱거운 거 같지 않아요?”

 “ 싱거운 사랑, 어쩌면 그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 갑자기?”

 “ 네, 싱겁게 시작해서 짜지도록 오랫동안 끓이면 ....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할 것 같아서요.”

 “ ............”

 

 서랍 속에 책을 도로 넣어두었고, 연락처는 남기지 않았다.

 

 ‘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 좋겠어. 여기까지야....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이젠 없네. 그 다음은 당신 몫이고... 제발 잘 이겨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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