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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인어공주가 되어
작성일 : 19-11-03 22:59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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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가 쏟아 놓은 말들은 내가 가야할 길 복판에 유리조각처럼 흩어졌다. 그 너머에 있는 연주에게 가기 위해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갔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을 찌르는 유리조각이 가슴팍에 찔리는 것 같이 고통스럽다. 나는 맨발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고통을 참으며 걸으면 걸을수록 유리조각은 산처럼 쌓이고 연주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 어디 아픈 거야? 규영, 일어나 봐.”

 “ .........”

 “ 악몽을 꾼 거야? 온통 땀이네.”

 “ 쉐프.......님..”

 “ 괜찮아?”

 “ 기분 나쁜 꿈을 꾸었어요. ”

 “ 신경 쓰지마. 그저 꿈일 뿐이야.”

 

  상처가 나 아프고 화끈거리던 발의 느낌이 너무도 생생해서 한참을 내려다 봤다. 진짜 발에 박혀있는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이 여전했다. 반면에 연주가 나를 밀어내며 쏟아낸 말들은 꿈같았다. 며칠이 지나났지만 계속 반복해서 재생되는 꿈처럼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내가 보는 모든 풍경에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어지러웠다.

 

 “ 난 지금 나갈 테니 좀 더 쉬어.”

 “ 네. 다녀오세요.”

 “ 커피 내려놓았으니 마셔. 아, 오후에 나올 거지?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

 “ 봐서요.”

 “ 며칠 째 꼼짝을 않으니 기분이 더 다운되는 거라고.”

 “ 저 그동안 연주 안 나왔죠?”

 “ 어, 그런데 오늘은 아마 나올 거야. 할머님 정기 검진 있다고 했거든.”

 “ 할머님은 어디가 안 좋으신데요?”

 “ 심장.”

 “ 건강하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보였거든요.”

 “ 관리를 잘 하시고 또 늘 긍정적으로 사시니까....... 나, 간다. 이따 나와.”

 “ 네, 먼저 가세요.”

 

 

  오늘은 연주를 볼 수 있을까? 짐작하건데 알레로 벨로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날 수 있었다면 굳이 나를 밀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쩌면’이라는 작은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알레로 벨로에 가서 기다릴 것이다. 긴 기다림이 될 것이 훤히 보인다. 아마도 이젠 그 기다림이 나를 버티게 할 것이다. 해바라기를 바구니 가득 담아 안고 알레로 벨로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오지 않음을 확인하려고 기다렸다. 고개 숙인 해바라기가 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나 나는 오래도록 해바라기를 보고 싶었다. 기다림이 쉼 없이 이어져 긴 그리움에 닿았다.

 #

  가을도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할머님을 모시고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병원에 왔다. 몇 가지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고, 대기실은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답답함을 느껴 대기실 밖으로 나오는데 그때 내 앞을 지나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는 환자와 맞닥뜨려 피해주어야 했다.

 

 ‘ 후, 되게 닮았네.’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나는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는 그 환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스크린에 나오는 환자 명단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설마, 아닐 거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겠지.’

 

  그가 들어간 검사실 앞으로 가서 기다렸다. 확인해야 했다. 정말 그가 맞는지.......

  초조하게 기다린 몇 분이 너무 길었고, 안절부절 못하는 나에게 지나던 간호사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를 권했다. 휠체어 하나가 나타나 내 앞을 스스륵 미끄러져 지나갔다.

 

 ‘ 당신이 왜 여기 이러고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무작정 뒤따랐고 병동에 입원해있는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병실 앞에서 반 쯤 열린 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앞에 선 채로 굳어버린 발을 뗄 수가 없었고 마음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병실에서 나온 의사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환자와의 관계를 물어왔고 내가 머뭇거리자 보호자가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 맥없이 되돌아 나왔다. 할머니께서 검사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고, 멍하니 걷다가 할머니를 지나쳐 버리는 나를 붙잡으셨다.

 

 “ 연주야,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 할머니.....”

 “ 어, 얼굴이 왜 그래? 울었어?”

 “ 어떻게 해요?”

 “ 연주야, 진정해. 무슨 일인거니?”

 “ 그 사람 여기 있어요.”

 “ 그 사람이라니? 규영이? 여기 있다고?”

 “ 네, 여기 입원해 있어요.”

 “ 입원? 아프데? 어디가 얼마나?”

 “ 몰라요, 저에겐 안 가르쳐 줘요,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건지 몰라요. 머리부터 눈까지 붕대를 감고 있어서 그냥 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

 “ 잠깐, 내가 알아봐 줄 테니 진정하고 기다려봐.”

 

  할머님은 어딘가로 전화를 거셨고, 환자 이름을 확인하신 후 친한 분의 아들인데 그 엄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둘러대셨다. 짧게 전해진 내용은 7주 전에 교통사로로 입원한 환자인데 각막을 다쳐서 시력을 잃었고 어깨와 갈비뼈, 다리 골절로 입원중이라고 했다.

 

 ‘시력을? 앞을 볼 수 없다고?’

 

  할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할머님은 붙잡지 않으셨고, 아까 통화했던 분을 찾아가 보라고 연락처를 손에 쥐어 주셨다. 나는 그 연락처를 받아 들고 병원으로 달려 왔다. 먼저 그가 있는 병실로 와서 그의 모습부터 보았다. 침대에 기대 앉아 손에 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누군가에게서 결려온 전화를 받는 게 보였다.

 

 ‘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대체 뭐지?’

 “ 줄리아? 크리스 연락 받았어요. 난 이사벨이예요.”

 “ 네, 줄리아예요.”

 “ 잠깐, 이리로 오세요.”

 

  이사벨은 할머님 딸의 친구였고, 이사벨의 부모님은 할머님의 오랜 친구라고 소개했다. 자신은 이 병동의 책임 간호사이며, 나의 신원은 할머님이 보장하니 믿는다고 했다. 자신의 입장이 있으니 무리한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도울 수 있는 만큼만 돕겠다고 했다. 나는 어쩌다가 다친 것인지 먼저 물었다.

  이사벨은 응급실로 이송될 때 기록된 내용들을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 해 주었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규영씨가 부부로 보이는 남녀를 밖으로 끌어낸 후 뒷좌석 카시트에서 울어대는 아이를 다시 구해 내던 중에 차량폭발이 있었고, 그 폭발의 여파로 많이 다쳐서 의식 없이 후송되어 왔다고 했다. 이 사실은 지역신문에 난 것이라고 꼭 짚어서 까지 말을 했다. 팔과 다리의 골절과 화상은 치료중이며 회복 중에 있지만 손상된 각막은 회복되지 못해서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자가 회복가능성은 희박하고, 현재로서는 각막 이식수술 밖에 회복 방법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그저 멍하니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나 때문에 ....... 그가 여기서 이런 사고까지 당한 것 같아서....... 그가 그렇게 가도록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

  신이 나에게 벌을 내린 걸까? 그녀를 찾아간 것이 잘못 이었나? 너무 가혹하다. 이젠 정말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녀가 숨지 않아도 나는 그녀를 보러 갈 수가 없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깨어나지 말 것을.......

 

 “ 규영아, 좀 어때? 잘 지냈어?”

 “ 어, 정민 선배 왔구나. 에드워드는? 잘 지내죠?”

 “ 어 잘 지내. 그이도 같이 오고 싶어 했는데 학회 일정이 잡혀서 같이 못 왔어. 미안하단 말 전해 달래. 너 신문에 났더라. 한 가족을 구해낸 의로운 한국인. 회사에서도 일단 치료부터 잘 하라고 했어”

 “ 미안한 사람은 저죠. 에드워드가 꽤 용감하네. 자기 와이프가 내 첫사랑인 걸 아는데도 이렇게 보내주고? 나 보고 싶어서 거짓말 하고 온건 아니죠?”

 “ 그러게 질투도 안하고? 잘 다녀오라고 병원 앞까지 태워다 주네”

 “ 병원 앞? 여기 까지 와서 그냥 갔다고? 삐졌구나. 속이 좁네.”

 “ 좀 살만 한가보다? 말장난도 하는 거 보니 반갑네. 에드워드 좀 이따 올 거야. 학회가 이병원에서 있거든.”

 “ 이런, 우리 둘만 있을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이잖아. 급히 우울해져.”

 “ 자 이거 마셔, 너 좋아하는 라떼 사왔어. 초콜릿도 퐁당 넣었으니 우울증이 좀 나을 거야.”

 “ 싫어, 안 먹을래. 계속 우울해 할 테야. 그 정도로 나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니라구...”

 “ 진짜 안마시지? 내가 마신다?”

 “ 일단 줘 봐요. 이왕 줄 거면 애정도 듬뿍 담아서....”

 “ 그래, 애정, 미운 정, 오만정 다 담아서 엄청 무겁다. 자 마셔”

 “ 역시 별로네. 참, 그런데 내가 구했다던 그 아이는? 괜찮은 거지?”

 “ 아이는 다친 데 없이 무사하고, 그 부모들은 부상이 심해 치료중인데 경과가 좋대. 네 덕이라고...”

 “ 다행이네.”

 “ 다 나으면 보라고 신문 가져왔어.”

 “ 설마 내 사진까지 실려 있는 건 아니겠지?”

 “ 사고차량 사진뿐이야. 전에 부탁한 일들은 다 처리했고, 또 필요한 것들 말해봐.”

 “ 고마워 선배.”

 “ 부모님께는 아직 알리지 않은 거야?”

 “ 네, 그저 일이 많아 바쁜 줄로만 알고 계시지.”

 “ 치료는 언제 끝나는 거야? 의사는 뭐라는 데?”

 “ 3주 후에 팔 깁스 풀고, 물리치료 시작하라 했고, 다리는 아직 더 두어야 한다고 하고, 그리고......”

 “ 어, 그리고 뭔데?”

 “ ...........”

 “ 규영아?”

 “ 눈은....... 회복이 불가능하대. 어쩌지? 이젠 선배의 그 예쁜 얼굴을 볼 수가 없다네....... ”

 “ .........”

 “ 거봐. 나 계속 우울할 거라고 했잖아.”

 “.........”

 “ 지금 바깥 날씨는 어때?”

 “ 비가 내리고 있어.”

 “ 창문 좀 열어 봐. 빗소리가 들릴까?”

 “ 규영아,”

 “ 들린다. 언제부터 내린 거지?

 “ 방법이 있을 거야.”

 “...........”

 “ 찾아보자. 내가 알아볼게.”

 “ .........”

 

 

  정민선배에게 걱정을 한 아름 안겨줘 버렸다. 나에게 첫사랑인 그녀가 내게 없는 누나 노릇을 자청했고 스스로 진짜 누나인 줄 착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정이 많아 눈물도 많던 그녀를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빈자리를 연주에게 온전히 내어주지 못해 가시울타리를 쳐 두었었다. 나의 모난 마음을 품어주려던 연주는 그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 아파했는데도 나는 가시울타리를 그대로 두었고 그 상처를 살펴주지도 않았다. 시력을 회복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연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고 싶었다. 나를 보는 것이 더 아프다했던 그녀에게 제대로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은 사랑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녀에게 가고 싶었는데....... 가슴에 돌이 쌓이는 것 같다. 가슴이 저리다. 이대로 연주를 못보고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계속 더 해가는 돌덩이의 무게에 눌려 숨이 끊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그를 도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어찌해야하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날 이후 매일 병원에 왔으나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두려웠다. 그가 나를 반기지 않을 텐데....... 괴로움만 더해 줄 것 같은 생각에 다가가 인사 할 수 없었다. 오늘도 병실 밖에서 망설이기만 하고 있다가 되돌아 나왔다.

  1층 로비를 지나면서 넋을 놓고 걷다가 환자복을 입고 다가오는 아이를 피하지 못해 부딪혔다. 미안하다고 하고 보니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을 내밀어 보여 주었다. 폰을 들여다보았다.

 “ 아이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합니다. 폰만 들여다보다가 못 보았다고요.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게 부탁했어요.”

 “ 아닙니다. 제가 실수한 거예요. 미안하다고 전해 주시고 괜찮은지도 물어 봐 주세요.”

 

  다시 폰을 들여야 본 아이는 수화로 영상통화를 하더니 나를 돌아보고 환히 웃어준다. 맑게 웃는 얼굴이 예뻤다. 영상통화가 꼭 필요한 아이였다. 그 아이 덕분에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이사벨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그를 돕고 싶은데 내가 누군지 그가 모르게 하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사람이고 병원에 봉사를 다니는 사람으로 그에게 소개하도록 부탁했다. 그는 나를 볼 수 없으니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내가 누구인지 모를 수밖에 없다.

 

 “ 규영씨, 내가 친구를 소개해 드릴게요.”

 “ 친구라뇨?”

 “ 우리병원에 봉사를 다니시는 분인데 한국분이세요. 여기 같이 왔어요. 인사하세요.”

 “ .......”

 

  이사벨은 링거주사와 주렁주렁 달린 기계들을 체크한 후 말씀 나누라며 나갔고, 별 대꾸도 않는 그에게 나는 휴대폰 번역기를 이용해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가 이상하죠? 휴대폰 번역기를 이용한 것이라서 그래요.”

 “ 아, 안녕하세요?”

 “ 저는 몇 해 전에 사고로 목소리를 잃었어요.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해요. 그래도 번역기를 통해 제 목소리를 대신할 수 있어서 불편하던 것이 많이 좋아 졌어요.”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그의 눈치를 살피며 휴대폰을 이용해 내 소개를 했다. 기계음 소리에 놀란 그는 낯선 기색을 애써 숨기며 대답을 했다.

 

 “ 그러셨군요. 전 하규영 입니다.”

 “ 앤 이라 부르세요. ”

 “ 한국 분이시라 하셨죠? 한국 이름은요?”

 “ ............주연 입니다.”

 “ 주연씨 ....... 예쁜 이름이네요.”

 “ 고마워요. 제가 가끔 들러 친구해 드려도 될까요?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 감사합니다만 바쁘실 텐데........ 안 그러셔도 됩니다.”

 “.........”

 “ 전 괜찮아요. 도움이 필요한 다른 분들을 도와주세요.”

 “ 별 도움은 못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

 “ .........”

 “ 좋아하는 음악이 뭐예요? 제가 찾아서 들려드릴게요. ”

 “ 저,...”

 “ 말씀하세요.”

 “ 여기 제 휴대폰인데요. 초면에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너무 답답해서요. 문자가 많이 왔을 텐데 전혀 확인을 못하고 있어요. ”

 “ 제가 확인해 드려도 될까요?”

 “ 부탁합니다. 제가 이러고 있는 걸 몰라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 .........”

 

  그렇게 확인 못해 쌓인 문자들을 확인하는 일을 시작으로 또 필요한 답장을 간단히 보내주면서 그의 눈이 되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자까지 다 봐야하는 나에게 알몸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냥 믿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깍듯이 감사의 인사를 했고 나는 날마다 시간이 만들어내어 그를 만나러 왔다. 그의 휴대폰에 그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담아서 들려주었고, 그는 그 노래들을 반가워했다. 그를 만나러 올 때는 그가 즐기는 음료나 간식을 준비해 왔고, 하루가 다르게 그는 훨씬 수다스러워 졌다. 내가 해야 할 말들을 번역기에 입력하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는 더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저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아주 간단한 대답은 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써서 전달하는 게 빨랐다. 그래서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었고 따뜻한 온기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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